!@#… 지난주에 슬뉴에 발행한 간만의 현명뉴스, 시기가 시기니 선거특집. 게재본은 여기로.
현명하게 뉴스보기 9: 선거전 보도의 상투성에 대처하기
민주제 사회에서 대중언론의 정치 분야 보도가 가장 활발하게 피어오르는 것은, 커다란 정치스캔들이 아니라면 선거전 시기다. 특히 선거전의 경우, 가장 독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주는 국면이자 개별 보도로 다룰만한 소재도 매번 새롭게 넘쳐나며, 무엇보다 정확한 주기로 돌아오기 때문에 일정 부분 미리 준비된 기획을 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이 좋은 쪽으로 풀린다면, 언론은 선거라는 중요한 참여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풍부하고 합리적인 판단근거를 공급하여 최선의 정치적 권력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보조할 것이다. 하지만 물론 현실은 그보다는 좀 더 어른의 사정으로 가득하여, 언론은 시민들을 정치 과정에 대한 열광과 환멸의 롤러코스터에 태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민들 역시 각자의 무관심 혹은 열정으로 자발적으로 올라타고 말이다.
선거전에 대한 뉴스 보도가 양적으로 넘치는 것에 비해서, 그 중 몇 가지 대표적 상투적 양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틀에 박힌 지극히 익숙한 내용들을 선거에 나온 정당과 정치인 이름만 바꿔서 넣는 거대한 탬플릿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세부적인 사회적 의미를 심층 분석하는 보도도 존재하지만, 생산량, 속도, 노출과 전파에서 상투성 보도들이 훨씬 많고 선거전 보도 전반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심층보도를 열심히 찾아보라는 조언 너머, 클리셰 보도들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단순한 자기 감정 강화가 아니라 합리적 정보로 정제하여 받아들일수 있을지에 대한 길잡이가 더 유용한 측면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표적 다섯 가지 양식을 소개한다.
상투 양식1: 지지율 중계
선거전이라면 역시 지지율 중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지율 추이, 즉 정책의 적절함보다는 대중의 의견 추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후보들의 대결 승부를 최대한 강조하는 방식이다(소위 ‘경마 저널리즘’). 특히 후보 간 지지율 차이가 작을 때 대단히 흥미진진하게 계속 관련 보도를 바라보게 하고 선거에 대한 관심을 지펴주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지지율 중계는 어디까지나 여론조사 보도고, 따라서 엄밀한 객관적 자료라기보다는 밴드웨건 효과든 지지층 결집이든 트래픽 장사든 매체의 목적에 따라 선별된 내용이다(참조). 게다가 지지율 수치에 언론사의 해설 기사까지 붙으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A 언론사는 내 지지성향에 반대되는 곳이니 그들의 여론조사 결과는 조작”이라고 한다면 매우 곤란하다.
그보다는, 같은 조건으로 조사하는 같은 조사업체/매체에서 이뤄지는 추이 변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여러 조사를 아울러 평가하는 보도를 골라 읽는 것을 추천한다. 반면 지금 나온 지지율의 이유를 섣불리 단언하여 설명하려고 하는 기사는 되도록 경계하라.
상투 양식2: 설화 대결
선거국면은 워낙 후보자로 나온 정치인들이 많은 말을 대중적으로 뱉어내는 시기인데, 그중 일부는 자극적 말싸움이다. 특히 ‘실언의 센세이셔널리즘’만큼 이목을 끄는 것이 없고, 이왕이면 그것이 경쟁하는 후보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방식이라면 더욱 오락적 가치가 풍부하다. 언론이 (상업적 이유에서든 정치 운동적 이유에서든) 앞뒤 맥락을 잘라내서 황당함을 일부러 과장하는 보도가 넘치는 동시에, 후보자의 특정 토픽에 대한 솔직한 인식이 드러나는 측면도 있다.
특정 후보자의 설화, 특히 실언 내역이 돌 경우에는, 첫째로 실제로 발언한 정확한 워딩인가 아니면 기자의 자의적 또는 악의적 요약인가를 따지고, 둘째로 그 앞 뒤로 붙은 발언을 딱 한 문단 분량씩만 함께 읽은 후 판단하면 도움이 된다.
상투 양식3: 동선 추적
기자가 후보자의 선거운동 동선을 추적하며 어디 가서 무슨 연설을 또 했다 정도의 재미 없는 기사 방식인데, 솔직히 어느 후보가 언제 어디로 갔다는 동선 자체를 흥미 있어 하는 일반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동선 추적은 아무래도 현장형 기사다 보니,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그 와중에 대단히 전형적인 사진들이 넘치지만(참조),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명짤방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부류의 기사를 적절히 걸러서 받아들이는 것은, 딱 한 가지만 기억해두자: 어느 후보든 간에, 보도되는 것은 연출이 들어간다. 박원순의 구두든 정몽준의 식판이든 소셜미디어상에 거두절미한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고 인상을 결론지을 것이 아니라, 애초에 어느 매체에서 어느 시점에 보도된 사진인지 파악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쪽이 낫다.
상투 양식4: 정책 보도자료 요약
후보자의 정책에 관한 보도는, 자체적 심층 분석(알아보는 방법: 길고 재미없다)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공약집이든 뭐든 해당 선거캠프에서 발표하는 지극히 표어화된 그럴싸한 정책안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기자가 약간 덜 귀찮아할 때는 해당 정책안에 대한 다른 이들의 반응을 약간 첨부하기도 한다. 문제는 기자의 인식과 지식수준, 매체의 정치성향에 따라서 상당한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참조).
이런 문제에 덜 피해를 보는 방법은, 보도는 어떤 정책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역할에 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해당 후보의 공식 자료집을 직접 보고, 해당 정책에 대한 비판은 상대 후보의 공식 페이지를 보는 것이 낫다. 평상시에는 어떨지 몰라도, 선거철만큼은 당사자들이 무척 친절하고 집요하게 자료를 공개한다.
상투 양식5: 공안 정국
선거철에 갑자기 피어오르는 공안 불안을 자극하는 보도는, 선거를 직접 다루지 않는 척하면서도 사실상 선거 관련 보도다. 사회 자체에 대한 위협이 인지되면 다수파 보수 정치에 대한 지지가 공고해진다는 어림 법칙 덕분이다. 하기야 선거철마다 존재감 과시를 위해 무력도발 하는 북한과, 이념을 구실 삼은 탄압에 대단히 관대한 냉전적 사고를 고수하는 다수의 사회 성원들이 있기에 한국사회에서 무척 애용되어왔다. 반대로, 사회에 대한 위협을 모조리 조작으로 인식하는 것도 곤란하다. 위협은 있는데, 일상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적당히 소화해내야 할 따름이다.
그저 한가지 인식만 전제하면 공안정국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가능해진다. 바로, 그간 경험으로 볼 때 모 정당 모 후보가 모 직위에 당선된다고 갑자기 깡패 같은 북한이 온순해질 일은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할 군사적 위협, 외교적 안정을 추구해야 할 난감한 이웃으로서 하나의 상수에 해당한다. 다만 어떤 정당, 어떤 후보는 그것을 구실삼아 다른 후보보다 우리 사회의 일상을 더 억압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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