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만화, 그래픽노블 100 [권두 추천사]

!@#… 월간-격월간 간격으로 출시될 그래픽노블 준월간지 첫 타, [영화같은 만화, 그래픽노블 100]의 권두 추천사. 기왕이면 조금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고 시차 없이 블로그 게재. 물론 내 글에서는 만화를 칭찬하기 위해 다른 매체와 비슷하다고 강조하는 접근법은 사용하지 않지만.

 

추천사

‘그래픽 노블’이라는 용어는 참 골치 아프다. 그림으로 이뤄진 소설이라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은 전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혹자에게 그것은 문예적 깊이를 증명하기 위한 강변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그것은 그저 모든 종류의 단행본 형식 만화를 통칭하는 미국 만화 업계의 분류법이기도 하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영미권 만화에 대한 지칭이기도 하고, 유럽만화까지 모두 포괄한 서구만화로 합치기도 한다. 아니 그 위에 다시금 한국이나 일본 작품이라도 비슷한 성향으로 묶일 수 있을 것 같으면 ‘한국형 그래픽노블’이 된다.

이런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그래픽노블이라는 호칭이 나름 널리 애호되고 있는 것은, 그럼에도 어떤 작품들에서 공통점을 연상시킬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여집합으로서의 만화들이다. 한국에서 주류 장르만화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무한 연속극 방식 작품에 대한 정주행 몰입과 다른 감상 방식을 요구하는 것들 말이다. 영상물로 치자면 일일드라마가 아닌 것들, 즉 영화든 다큐든 실험예술이든 나머지 것들을 말한다. 음악으로 치자면, 달콤한 아이돌팝 말고 나머지 대중음악 장르의 세계인 셈이다.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닌 셈이지만, 더 다양한 만화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문을 열어준다면 그것도 나쁠 것 없다.

그렇듯 이 책에 선별되어 있는 ‘그래픽 노블’들은 내역이 실로 다양하다. ‘아버지와 아들’은 코믹스트립 모음이고, ‘스콧 필그림’은 장르 망가의 영향이 역력하면서도 살짝 다르다. ‘헬보이’는 슈퍼히어로 코믹북의 단행본 묶음이되, 연속극의 느낌 없이 책 단위로 기승전결이 완성된다. 알붐 방식의 ‘땡땡’이나 ‘아스테릭스’ 시리즈, 지식정보만화의 틀을 지닌 ‘십자군 이야기’ 등, 여집합이라는 접근만이 이들의 공통분모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이 가이드북의 미덕이다. 한국에서 줄기차게 출간되었으나 ‘다른’ 만화 취급 받아온 다채로운 만화 세계의 구성원들을, 제대로 한 곳에 모아놓고 있다. 단순히 더 많은 만화가 아닌, 우리에게 감동이나 분노, 유쾌함이나 스산함을 줄 더 다양한 방식의 만화들을 접하기 위한 좋은 자료다. 부디 많은 이들이 여기 담긴 소개를 읽으며 작품을 읽고 싶다는 욕구를 불태워서, 더욱 다양한 만화들이 자연스럽게 향유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 김낙호(만화연구가)

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2014.6
피오니(월간지) 편집부 엮음/피오니(월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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