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로그 문화를 돌아보기 [월간 한국연극 201411]

!@#… 월간 한국연극의 커버스토리 ‘블로그 문화를 통해 바라본 연극계의 지형’ 가운데 하나의 꼭지로, 한국 블로그 문화 개요. 2009년에 기획회의에 썼던 블로그문화 현황 글과 함께 읽어보면 그간 변화를 대충 살펴볼 수도 있다.

 

한국 블로그 문화를 돌아보기

김낙호(미디어연구가)

블로그란 무엇인가

누구나 블로그에 친숙하지만, 블로그란 무엇인가 물어보면 뚜렷하게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매체의 역사를 알되 다소 관대한 이들에게는, 블로그란 일지 형식으로 무언가를 기록하는 웹페이지 일반이 전부 블로그다. 좀 더 좁게 보려는 이들에게라면, 아카이브 구축과 트랙백 같은 대표적 기술들이 블로그됨을 증명한다. 한편 흔한 가벼운 사용자들에게는, 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에서 블로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공간을 분양해준 서비스가 바로 블로그다. 반면에 독립된 개인계정에 웹페이지 출판툴을 심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들 가운데에는, 그런 포털 블로그는 기능과 유통이 폐쇄적이므로 블로그도 아니라고 부른 경우도 있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한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온라인 공간이었던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과연 블로그였을까. 지난 십여년간 뜨거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일상어가 되고 다시금 뭔가 구닥다리의 냄새를 풍기게 된 역동적 역사를 생각하면, 그 애매함이 더욱 신기할 지경이다.

다행히도 어떤 경우라도 대략 합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바로 내용물이 수시로 추가되고 축적되는 공개적 온라인 매체이되, 운영자의 개인 특성이 강하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내용이 여러 가지 묶여서 정해진 주기로 발행되면 온라인 잡지 즉 ‘웹진’이고, 공개적이지 않으면 내부게시판이며, 운영자 개인(혹은 팀블로그의 경우 소수팀)의 절대적 지배력이 없이 불특정다수 여러 사람들이 옹기종기 만들어간다면 그냥 동아리가 된다. 즉 필자의 개성과 의향이 가장 오롯하게 투영되어 자유롭게 만들어진, 가장 자유로운 형식의 대중매체다. 다시 말해 블로그는 기술적 혁신에 대한 지칭이라기보다는 개인미디어라는 사용 방식이다. 그렇기에 제도권 언론이 담당하지 못한 틈새 소재나 개인적 관점들을 담아낼 수 있고, 발언에 대한 책임감의 느슨함 속에서 거짓 정보나 편견 넘치는 시선이 퍼지기도 한다. 기대를 모았던 장점들도, 실망을 안긴 단점들도 바로 이런 틀에서 태어나는 셈이다.

한국에서 블로그가 정착한 과정

개인이 자유롭게 관장하는 온라인미디어를 만드는 것은 90년대 PC통신의 몇몇 인기 필자들의 전용 글방이 만들어진 모습에서 원류를 찾아볼 수 있겠지만, 좀 더 가깝게는 90년대말엽에 사람들이 신비로 등의 망사업 서비스로부터 계정 공간을 지급받아 설치한 개인홈페이지 공간에 ‘이지보드’ 같이 가벼우면서도 스킨 기능으로 개성적으로 꾸밀 수 있는 게시판 솔루션을 넣어 활용한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홈페이지를 스스로 만들 정도로 코딩에 관심을 투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고 사람들 상의 상호작용성은 그냥 게시판 동아리 공간들이 훨씬 효율적이었기에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판도는 2003년 무렵부터 크게 바뀌는데, 그간 영미권에서 ‘블로그’라는 키워드가 주류언론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인 것처럼 크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국에서도 2002년 11월에 blog.co.kr라는 가입형, 즉 사용자가 자기 계정에 무언가를 직접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관리하지 않고 그냥 서비스에 가입하면 글 내용만 신경 쓰면 되는 블로그 서비스가 개시되었으며, 블로그인, 이글루스 등 다른 블로그 전문 서비스들도 뒤이어 생겨났다. 한편 경쟁적으로 새 서비스를 도입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려 하던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사이트들도 블로그 서비스 제공을 전면에 내세웠다. 나아가 2004년 초에는 설치형 방식에서도 태터툴즈라는 양질의 국산 블로그 엔진이 등장했다. 덕분에 영어의 압박과 복잡한 설정 없이도 간편하게 예쁜 디자인 변경과 자유로운 덧글 대화 관리가 가능해지며, 블로그에 대한 관심은 확실하게 커져 나아갔다.

이런 붐에 확실한 쐐기를 박은 것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보편화, 그리고 메타블로그의 정착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지인들의 계정을 찾아내서 연결고리를 걸어 넣는 – 오늘날 소셜망으로 통칭되는 – 기능을 전면에 강조하며 급격하게 주류화되었는데, 각 개인에게 스스로 꾸미고 관리하는 사실상 블로그에 가까운 공간을 주었다(공개 범위의 제한, 트랙백과 퍼마링크 부재 등 온전한 블로그의 범주로 보기에는 다소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개인들이 자기 블로그를 통해 양질의 내용물을 쏟아내고 그것이 다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는 기대 속에, 그런 글들을 모으고 발탁하고 소개하는 속칭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태어났다. 네이버의 경우는 자사의 가입형 블로그만을 대상으로 따로 섹션을 꾸렸고, 다음은 블로거뉴스라는 개방형 메타 공간을 만들었다. 한RSS, 블로그코리아, 믹시 등 여러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다양한 수집과 선별 방식으로 무장하여 경쟁을 했고, 가입자들의 블로그 글을 선별하여 언론매체를 만들고자 한 미디어몹 같은 업체가 탄생했다. 각 언론사들도 숨겨진 글 재능을 끌어들이기 위해 블로그 공간 분양에 나서고, 일각에서는 인기 블로거들을 자사의 블로그 서비스로 유치하기 위한 원고료 인센티브도 도입되는 등, 블로그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하늘을 찔렀다. 무엇보다 블로그는 그 특성상 개인의 시각을 담았다고 여겨진다. 그렇기에 정치사회적 견해에 대해 더욱 밀접한 공감대를 크게 모아내는 것에 효과적이고, 개개인의 감상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제품이나 서비스, 공연 등에 대한 입소문과 추천이라는 역할에도 적역이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사진 촬영 및 공유 문화의 발전과 함께 더욱 커져나갔다.

한국 블로그의 현재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며 블로그 붐은 점차 꺾여나갔다. 한쪽으로는 수익성 문제가 있었다. 블로그가 일정 정도 이상의 주목을 받으면 벤쳐 투자와 온라인 광고 수익으로 직업적 블로거가 되어 한층 기업화된 매체로도 키워낼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성장했던 영미권과 한국 현실은 차이가 났다. 여전히 유능한 필자들의 좋은 글은 나올 수 있지만, 금전적 보상 없이도 만들어질 수 있는 범위에 한정되는 것이다. 비슷하게, 메타블로그 서비스들 역시 적절한 수익처를 찾지 못하고 스러져갔다.

그와 동시에, 블로그로 실현했던 어떤 사용성에 대한 대체 서비스들이 보급되며 더욱 블로거들의 활동량을 감소시켰다. 단문서비스 트위터는 즉흥적으로 어떤 생각을 발설하는 효용에 있어서 개인블로그보다 훨씬 간편하고 더 빠르게 전파시키는 능력을 보였다. 페이스북은 글의 독자 범위 지정이나 관련 반응의 알림 등에 있어서 상당한 편의성을 제공했다. 덕분에 자신의 원래 블로그를 개점휴업 상태로 놓은 적지 않은 블로거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지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자신의 관찰과 생각을 던지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점은 사실 블로그를 통해 펼쳐졌던 사람들의 행동이 약간 다른 모습으로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가깝다. 블로그적 글쓰기, 즉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관점을 반영하여, 자신의 식견을 걸고 서술한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에 내놓아 매체 기능을 하는 것 말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옮겨가지 않고 여전히 블로그에서 이뤄지는 부분도 여전히 많다. 분명히 메타블로그 서비스는 쇠퇴했다. 하지만 포털 등지에서 유명세를 모으는 상품평 리뷰 블로깅은 건재한 정도가 아니라, 상품 홍보나 공동구매로 인한 금전적 수익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가끔 끼어들 정도다. 나아가 레스토랑 등지에서 리뷰를 미끼로 공짜 밥을 갈취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파워블로거지’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슬로우뉴스, ㅍㅍㅅㅅ 등의 신흥 틈새 언론매체가 활동적인 블로거들을 주축으로 결성되어, 기사의 상당수를 전문적 식견을 담은 다양한 블로거들의 글에서 발탁하고 있다.

풀어야할 숙제

지난 십여년간 주목한 모습으로서의 블로그는 쇠퇴했지만, 블로깅은 계속, 혹은 더욱 더 활발하다. 마치 신문의 수익성은 줄고 있지만 저널리즘은 더욱 커가고 있고, 음반 수익은 줄고 있지만 누구나 음악을 점점 더 많이 듣고 있는 현실처럼 말이다.

자유롭게 선보이는 개인들의 식견과 목소리를 통해서 모든 소재에 대한 더 깊고 활발한 담론이 가능한 한 층 이상적인 공론장을 탄생시킨다든지 하는 거창한 희망을 실현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더 좋은 글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소개하며 여타 온라인 서비스와 경쟁과 연계를 하며 그 과정에서 수익모델도 창출하는 것도 쉬울 리가 없다. 하지만 좀 더 소박하게나마, 이왕이면 블로거들이 자신의 전문적 식견을 발휘하도록 독려하고, 가면을 쓴 마케팅 활동보다는 솔직한 감상과 건설적 비판을 나누도록 하는 방법 정도는 누구라도 함께 고민해볼 문제다. 블로그, 아니 블로그로 지칭되는 개인의 미디어 역할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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