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진코믹스측이 충분히 현명하게 대처할 능력도 화제 조성 능력도 있고, 현 만협 또한 제대로 도울것이라 보기에 길게 해설할 생각은 없고, 내 관심사 몇 가지에 대한 간단한 메모만.
[] 배경
1. 규제 층위는 두 가지다.
– 청소년유해물: 미성년자에 대한 접근과 홍보를 금하는 것. 성인인증 장치를 두면 성인은 이용 가능. 청소년보호법 등으로 규정하여 심의.
– 음란물(유해물): 음란죄에 해당하는, 아예 사회 전체에서 금지하는 것. 심의 기준이 되는 현행 판례를(2006도3558) 보면 그저 문란하다고 음란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1.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 가운데 2.인격을 갖춘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3.성적 흥미에만 호소하여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사상적, 과학적, 의학적, 교육적 가치가 없어야함.
2. 2012년의 웹툰 때리기 사태 이후, 온라인 콘텐츠 전반의 심의를 관장하는 방심위는 유해물/청소년유해물 판단 사안을 한국만화가협회와 협의하도록 업무협약을 맺음. 업계는 완전 민간자율규제를 추진중이지만, 아직 아님. 그런데 만협이 다루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한국작가의 만화에 국한되기에, 해외작품은 여전히 사실상 방심위가 전담.
3. 한국에서 불법인 수위의 포르노 사이트들이 한국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해외에 업체주소와 서버를 두고 해외 서비스라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국내 서비스 연계 증거를 캐내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애초에 담당자 연락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음. 그래서 해외서버 음란사이트라면 즉각적 차단으로 대응하는 관행 정착.
4. 그 외 몇가지 상황들.
– 민원이 들어오면, 공기관은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지 대처를 해야한다.
– 현행 방심위의 위원진은, 권위주의-보수 성향 인사들이 크게 우세하다.
– 청소년유해매체물(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통 부적절)과 유해물(아예 차단)의 개념구분을 뚜렷하게 하지 않는 이들이 여기저기 있다. 레진코믹스 차단 건의 실무팀장 인터뷰가 좋은 예다.
– 국내 업체가 해외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과, 국내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 서버에 서비스를 두는 것을 구분하도록 제도에 반영되어있지 않다.
[] 사건
– 레진코믹스에서 선정적인 만화들을 내서 청소년들이 본다고 방심위에 민원이 들어오고, 방심위는 소위에서 수위 높은 일본만화를 지목하고, 실무팀은 해외 서버에서 운영되는 서비스임을 파악하고는, 청소년접근성 세부 확인은 대충 넘기고 업체 연락 절차 없이 그냥 사이트 전체 차단. (참조: comixpark)
– 여론 반발 속 차단 해제.
– 재차 작품별 차단 저울질. 청소년유해물로 시작한 민원에 심의는 음란물 규제 논리 입장을 표명한 혼선 (참조: 경향신문)
[] 드러난 문제점: 현행 제도의 헛점 발견
차단 행위가 월권인가 아닌가 방심위가 심의 주체 맞는가 아닌가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차단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온라인 문화 콘텐츠 서비스 업체가, 조율도 예고도 뭣도 없이 당국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전국적 차단을 당해버리는 날벼락이 가능하다. 그 헛점을 고치는 것이 요구된다.
[] 해결해야 할 과제
– 심의 주체 문제: 현재의 애매한 과도기 체제 너머, 그리고 간윤과 방심위의 중첩 영역에 대한 교통정리 너머, 만화 전반의 심의제도 개선 행보를 완성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밝혔듯 업계공통 자율등급제를 중심에 놓은 민관 혼합 조정위 모델을 선호하는데, 어찌되었든 기관의 제도정비만큼이나 업계의 전격적 준비작업이 시급하다(전담 인력을 조직해서 쓸 수 있는 재원 확보는 물론이고, 심의 기준이나 운영 구조 등의 퀄리티가 기존 간윤이나 방심위팀보다 충분히 나은 수준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 경직성과 관행의 문제: 해외 클라우드를 쓰는 국내법인이면 선시정요청 후차단이 가능한데도, 제도에 없다는 이유로 그냥 선차단했고, 그것도 직권으로 전체 차단했다. 사유가 그렇듯 허술함에도, 방심위의 요청에 통신사업자는 검토 없이 일방적 승락을 해야했다. 그런 절차적 비약과 업체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책임은 아무도 안 진다. 심의당국의 활동 준칙과 실제 인력에, 업계 작동 방식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시의적절하게 갖추도록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규제 자체를 없애야한다면 과장이고, 규제를 하겠다면 반드시 현재적인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검열 권력 문제: 심의자들이 청소년유해물과 음란물의 구분을 더 뚜렷하게 해야야하는 것이야 기본이고, 그 중 음란물의 경우도 매우 엄밀하게 “문학적, 예술적, 사상적, 과학적, 의학적, 교육적 가치” 테스트를 해야한다(극단적 예를 들자면, 내용 없는 포르노와 줄거리 중심 뽕빨물 사이의 구분이라든지). 하지만 그보다 먼저,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이번 레진코믹스 건만 해도, 어떤 작품이 왜 문제가 되었는지 도대체 어째서 제때에 공개가 안 된 것인가. 워닝 차단을 할 때, 구체적 차단 사유와 결정 기록 링크를 명시하도록 제도로 강제하는 것이 한가지 대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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