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재본은 여기로: 네이버 에로 웹툰의 애로사항.
네이버 웹툰, 야해지다
김낙호(만화연구가)
웹서비스 분야에 있어서 “네이버가 뛰어든다”라는 것은 늘 긴장을 불러 일으킨다. 후발주자로 뒤늦게 시작해도 압도적인 이용자 규모와 적극적 투자와 세련된 관리를 통해서 금새 선두주자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대표적 예가 바로 미디어다음보다 늦게 본격화한 웹툰 분야다. 그리고 최근 그런 웹툰 부문 안에서 또다시 따라잡기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 바로 최근 연재를 시작한 [스퍼맨], [한 번 더 해요]가 선보이는, 성인 에로물 장르다.
온라인 연재만화와 성인 에로물의 관계는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것이, 이미 세기초 N4나 코믹스투데이 같은 초창기 서비스에서조차 에로물은 유료결제를 부르는 속칭 “캐시카우”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대중적 화제를 크게 모으는 작품이야 여러 장르에서 나올 수 있지만, 인기와 지불의사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에로 코드를 넣은 대본소 성인극화든 [필링] 같은 온라인용 올컬러 신작이든, 뭇 성인 독자들은 은밀하게 성적 쾌감을 자극할 때 가장 선명하게 지불 의사를 보였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역시 초기에는 우리가 현재 웹툰이라고 부르는 온라인 전용 연재보다는 기존 대본소 성인만화의 온라인 스캔본에 중점을 두며 만화서비스를 시작했고, 에로물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이 패턴은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아서, 레진코믹스의 성공적 출범을 견인한 [나쁜 상사] 등 초기 인기작들이 성인 에로물이고, 비슷한 규모인(한국콘텐츠진흥원 추정) 탑툰 역시 에로물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네이버의 성인 에로물 시도는 기본적으로는 여타 웹툰 연재작과 마찬가지로 무료이며 나아가 여타 연재작들과 따로 구역을 나누지 않고 함께 섞여있다. 따라서 당장의 결제 수익보다는, 성별, 연령대, 소재 등을 축으로 모든 독자층을 포섭하겠다고 밝힌 속칭 ‘매트릭스’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에 우후죽순 생겨난 여러 사업자들이 확실히 보여준 성인 에로물 웹툰에 대한 독자 수요를 포착하고, 네이버식 진출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레진코믹스는 인지도 있는 작가의 작심한 “쎈 묘사”로 화제작을 밀었고 탑툰은 여러 성적 경험에 대한 ‘썰’만화로 흥한 측면이 있는데, 이번 네이버의 시도는 자사 히트작 공식의 표현수위 등급을 올린 모양새에 가깝다. 과연 세밀한 전략인지 아니면 단지 거대한 서비스이기에 종종 보여주는 논란 회피용 조심성인지는 아직 뚜렷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첫 단추는 그렇다. [스퍼맨]은 대중적 인기와 탁월한 표현적 시도를 자주 성공시켰던 일종의 에이스격 작가인 하일권의 작품인데, 슈퍼히어로물의 초능력 설정을 하반신 코드로 소화하는 에로 코미디를 보여주고 있다. 격한 정사 묘사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이미 해당 작가가 [목욕의 신]으로 실력을 증명한 소위 ‘병맛’ 개그만화에 성적 소재를 자유롭게 끌어오는 과감함을 승부수로 한다. 미티와 구구 작가팀의 [한 번 더 해요] 역시 제목이 풍기는 노골적인 느낌과는 달리, 기본적으로는 시간여행에 의한 인생 리셋 연애 드라마다. 스토리작가 미티의 출세작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를 연상하지 않기란 어려운데, 다만 성애 소재까지 끌어들일 뿐이다. 검증된 방향의 신중한 시작인 셈이다.
바람직한 이후 경과라면 당연하게도, 네이버가 웹툰 전반에서 그랬듯 성인 에로물 장르에서도 괜찮은 작가 처우와 넓은 독자 규모로 좋은 작품들을 여럿 끌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첫째는 취향 섹션의 분리다. 모든 작품을 함께 펼쳐놓고 전시하는 기존 방식으로 전연령 모험물과 성인 에로물이 골고루 뒤섞이면 사회적 압박에 대한 눈치를 더 봐야하는 것은 물론이며, 정작 독자들에게도 불편하다. 더 중요한 둘째는, 혐오조장 표현에 대한 효과적인 내부 조율이다. 성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사회현실 속에서 작품을 읽는 만큼, 부주의하게 묘사하면 에로 코드가 상상의 쾌감이 아닌 현실적 불쾌감을 일으키기 쉽다. 이것은 고작 노출 수위의 노골성을 기계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의 관계들이 더 정당한 것이라고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치밀하게 평가해야 하기에 난이도가 상당하다. 하지만 네이버의 투자력과 관리 기술이란 결국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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