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지향적 쾌감에 관하여: 오디세이 [고대신문 / 20171011]

!@#… 더 주류적으로 히트쳐도 괜찮았을, 시원시원한 SF작품 하나에 대해서. 게재본은 여기로.

 

과제지향적 쾌감에 관하여: [오디세이]

김낙호(만화연구가)

흔히 이불 밖은 위험하다고 하는데, 그렇기에 무려 지구 밖을 꿈꾸는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그만큼 재미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예 우주여행이 그저 마을버스로 옆 동네 가는 것만큼 흔해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현재의 현실에 가깝게 그리는 작품이라면, 그 모험은 어떤 외로운 히어로의 고군분투일 수 없다. 적잖은 공적인 비용과 지원이 필요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해야 하고, 우주인 또한 엄격하고 공정한 선발과 훈련을 통해 압축되어야 한다. 현실적 우주 탐험물은 아무래도, 사회적인 이야기다.

[오디세이](갈로아 / 레진코믹스)는 우주비행사가 되고자 했으나 어떤 사정에 의해 유보한 후, 천문학자로 미항공우주국(NASA)에 근무하는 성은하의 이야기다. 우주에서 수수께끼의 신호가 오고, 지구에 있는 어떤 유적이 작동을 하고, 그것을 규명하는 과정 속에서 다시금 우주에 도전할 기회가 생긴다. 장르에 약간이라도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런 줄거리 요소를 보면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컨택트, 우주형제 등 일련의 참조자료가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기계적인 혼성모방이 아니라 독특한 재미를 지닌 좋은 SF물로 만들어주는 비법이 있는데, 바로 합리적 저돌성의 정서다.

주인공 성은하의 사고방식과 행보가 멋지도록 시원시원해 보이는 것은, 단순히 거침없기 때문이 아니다. 우주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최선을 다해 지력과 체력을 단련했고, 그 목표가 좌절되자 그래도 관련 핵심 기관의 천문학자가 되는 합리적 선택을 하며, 중요한 단서가 나오자 망설임 없이 도움이 될 전문가들을 연결한다. 당연하게도, 연애 같은 개인적 생활 역시 얽매이지도, 내버리지도 않는다. 우주에서 온 신호를 규명하고자, 규명하기 위한 탐사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고자, 우주인이 되고자, 감상에 길게 빠지지 않고 그저 해결 가능한 방식으로 계속 곧바로 돌파한다.

그런 행보가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지는 것은, 다른 많은 동료들이 같은 수준의 합리적 열정과 전문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권력욕이나 물욕으로 움직이는 흔한 진상들이 아니라, 정부 관료부터 고등학생 천문학 애호가까지 다들 우주 현상 규명에 대한 호기심과 그것을 추구할 과학적 인식을 갈고 닦은 실력자들이다. 성별, 인종, 계급 등 흔한 사회적 차별 변인이 끼어드는 부분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과학적 합리성과 업무에 대한 적성 여부가 대부분 상황을 진전시킨다.

모두가 현실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과 목표를 위해 난관을 돌파하는 것 양쪽을 동시에 해내야 함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서로 마음껏 협업하여 결국 미지와의 조우를 향해 한 단계 나아간다. 현실에서 부족한 것을 과학적 상상력의 대중문화에서 얻는 대리만족이라면, 이런 통쾌한 것이 또 있을까.

======================
(고대신문 문화비평 코너 타이거살롱 연재. 만화비평과 사회적 지향점을 슬쩍 엮어놓는 것이 목표.)

_Copyleft 2015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가_
[이 공간은 매우 마이너한 관계로, 여러분이 추천을 뿌리지 않으시면 딱 여러분만 읽고 끝납니다]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