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캡콜닷넷 연례행사, 올해의 베스트 2018년 시리즈. 첫타는 늘 그렇듯 한 줌 사람들에게만 나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할수도 아닐수도 있는 capcold 세계만화대상. 세계라고 해놓고는 한국이라는 만화권역 기준에서만 뽑는 상. 블로그를 올해 거의 개점휴업했다한들 결국 결산하는 상.
매해 되풀이되는, 애매하면서도 간단한 선정기준. 우선 존재하는 모든 작품이 후보군인 것이 아니라, 내가 관심을 할애한 것만 후보군.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완성도와 의미를 갖춘 작품들이지만, 굳이 한국작가에 한정되지 않고, 꼭 2018년에 나왔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도 대중성도 매니아적 깊이도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저 2018년의 만화, 만화 관련 사건들. 순위 같은 것은 산정하기 귀찮아서 그냥 무순. 왜 이 작품은 없는가 물어보신다면, 작년에 이미 뽑았거나 까먹었거나 너무 연말에 출시되서 아직 못읽어봤거나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여기 뽑힌 작품이나 사건에 관여하신 분이라면, 알아서 뿌듯해하시면 됨. 아니면 말고.
**2018년의 작품들 (무순)
- 그녀의 심청 (seri, 비완 / 저스툰). 사극의 전복적 재해석 자체의 쾌감 너머,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과 굴레를 다층적 묘사로 풀어내는 미덕. 작정하고 수려해진 그림체와 연출.
- 슈뢰딩거의 고양희 (반바지 / 나무야미안해). SF적 상상력을 타고 가는 시공간의 재해석과 그 속의 인간드라마. 세부평은 여기.
-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 (티 부이 / 내 인생의 책). 베트남전 정국 난민 출신 미국 이민자의 가족 사연, 거시적 사회와 그 안에서 생겨난 개인들. [쥐]의 미덕의 연장선, 약간 더 희망적 이야기. 세부평은 여기.
- 노란 책 (다카노 후미코 / 북스토리). 어떤 책에 빠져든다는 것에 대한, 소소하고도 세밀한 관찰. 책 속 드라마틱한 이야기와 현실감 묻은 생활의 유려한 교차가 헐렁한 척 정교한 필력으로 펼쳐진다.
- 인간실격 (이토 준지 / 대원CI). 이런 규격외 부정적 기운의 원작 소설을 만화화하려면, 이토 준지가 답이다. 세부평은 여기.
- 아티스트 (마영신 / 다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한 어떤 젊은 예술가들의 사회생활, 혹은 허세와 자괴감과 현실생활감 사이 줄타기의 블랙코미디.
- 들쥐 (루드비코 / 다음). 현대 사회에서 개인 정체성의 정체에 관한 스릴러. 2부로 결국 돌아왔다. 무사히 완결될 것 같아서 올해에는 뽑음.
-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갈로아 / 한빛비즈). 과학적 애정. 드립력. 곤충. 우선 만점부터 시작하자.
- 행진하라 (존 루이스, 앤드류 아이딘, 네이트 파월 / 프린웍스). 이전에 염장의 전당에 올렸던 작품, 올해 한국어판 출간. 미국 60년대 흑인민권운동 당시 마틴 루터 킹의 오른팔이었던 현 하원의원 존 루이스가 회고한, 평등을 위해 목숨을 걸고 조직화를 하고 행진에 나섰던 당시의 파란만장한 과정.
- Florence (켄 웡). 게임으로 분류되어 팔리지만, 역시 어딜보나 인터액티브 만화. 연애와 관계변화에 대한 잔잔한 설레임 재현. (한국어 지원 추가되었음을 Skyjet님 제보로 알게되어 염장의전당이 아닌 여기에 추가)
[] 약간만 더 지켜보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이창현, 유희). 소소하고 시시한 인문개그의 향연이 여전히 일품인데, [에이스하이] 같은 결정적 막나감과 페이소스가 빠져있다. 그리고 화장 지워주는 남자 (이연). 외모 차별 세태에 대한 전복적이지 않지만 유쾌한 도전이 굳인데, 이후 전개에서 메시지가 수렴되는 방향을 좀 더 지켜봐야 결론내릴 수 있을 듯.
[] 재출간 주목작:
펀 홈: 가정희비극(앨리슨 벡델). 예전판의 세부평은 여기로. 부자의 그림일기(오세영). 한국만화의 한국 묘사력의 오랜 교과서.
** 홀오브쉐임
악질적 명예훼손으로 결국 유죄판결을 받은 윤서인 건은, 올해 그렸던 만화가 아니므로 탈락.
- 김성모 작가의 네이버웹툰 신작 [고교생활기록부], 슬램덩크 그림 트레이싱으로 조기 강판. 이런 헐렁한 작업 관행이 무사히 통용되던 시절은 십년은 이미 지났다.
**올해의 만화계 사건
- 대형 만화 불법 업로드 사이트 잇단 철퇴: 밤토끼, 마루마루 등 대표적 초대형 불법 사이트들이 결국 법적 조치가 조여오며 백기를 들었던 굳 뉴스. 이 경험에 힘입어, 더욱 가열차게 단속되기를… 바라지만, 이미 후속 사이트들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다. 관련된 이야기로, 만화계, 불법사이트 단속을 수월하게 하도록 저작권법 개정 촉구. 세부 내역은 여기로.
-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둘러싼 물의와 새 노동조합 출범. 판의 성장만큼, 판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진흥기관의 운영을 놓고 물의도 커지는 법. 세부 내역은 여기로.
- 플랫폼 사업자들 사이의 구조 변동. 아직 본격적인 거품 정리와 대대적 재정비는 아니지만, 움직임은 가시화. 잡음 속에서 위비툰 폐쇄, 케이툰 대거 구조조정 등. 탑툰의 BL서비스 포기. 저스툰과 코미코 합체 등등.
- 중견 남성 작가들의 성폭력 사건 표면화. 박재동 작가 만화가 협회 제명, 강도하 작가 신작 취소 등의 결과로 이어짐. 털고 가야할 문제는 더욱 열심히 털리는 내년이 되기를.
- 포털 웹툰, 인기작 재연재 붐. 네이버에서 작년에 시작된 트렌드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더 본격적으로 확장. 드라마화 등 새 붐 조성에 따라서, 그냥 인기작으로 고정 방문객을 확보하려고, 혹은 기타 이유.
- 덤: 레진코믹스, 웹소설 폐쇄 과정 사과, 지연비 무효화, 대표 경질 등 작년 파국을 본격 수습…하다가 미성년 작가 노동착취 등 이전 다른 문제가 계속 부각.
- 덤2: 마블 슈퍼히어로 장르의 심장, 스탠 리 별세.
**염장의 전당(아직 한국어판 미출간 화제작)
- Sabrina (Nick Drnaso / D&Q): 실종된 여성을 둘러싼 그 주변인의 삶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해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현대미디어사회의 생생한 지옥도로 확장된다. 정제되고 살짝 빈 느낌의 그림과, 그와 마찬가지로 건조한 관찰방식 속에서 완성.
- Berlin 완결세트 (Jason Lutes): 장장 20년만에 완간. 독일이 합리적 민주제의 표본처럼 여겨졌던 바이마르 공화국 말기에서 파시즘 광기의 나치 치하로 넘어가는 전환기 속 인간 군상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오래전부터 한국어 번역을 직접 맡아볼 욕심이 있었는데, 출간 교섭이 잘 안되었던 사연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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