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2013: capcold 세계만화대상 발표

!@#… 캡콜닷넷 연례행사, 올해의 베스트 2013년 시리즈. 그중 첫타는 지극히 소수에게 나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capcold 세계만화대상. 세계라고 해놓고는 한국이라는 만화 시장 기준에서만 뽑는게 특징.

작년 것을 그대로 복붙하는, 애매하면서도 간단한 선정기준.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완성도와 의미를 갖춘 작품들이지만, 굳이 한국작가에 한정되지 않고, 꼭 2013년에 나왔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도 대중성도 매니아적 깊이도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저 2013년의 만화, 만화 관련 사건들. 순위 같은 것은 계산하기 귀찮아서 그냥 무순. 왜 이 작품은 없는가 물어보신다면, 바로 작년에 이미 뽑았거나(예: 미생) 까먹었거나 너무 연말에 출시되서 아직 못읽어봤거나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여기 뽑힌 작품이나 사건에 관여하신 분이라면, 알아서 뿌듯해하시면 됨(뿌듯해할만한 종목이었다면).

**2013년의 작품들

(무순. 종이 단행본 발간시 출판사 표시, 온라인연재 만화는 가급적 온라인 지면도 따로 표시)

* 영년 (박흥용 / 김영사) – 한국전쟁 피난민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공동체의 발생과정에 대한 우화. 한국사회에서 국가의 의미. 비운의 명작의 싹 ‘그의 나라’의 일종의 재탄생. 리뷰 클릭.

* 셋이서 쑥 (주호민 / 올레만화) – 건강한 거리감의 관찰력과 자기 반추 실력을, 군대만화 ‘짬’에 이어 이번에는 육아만화에서 한층 더 성숙하게 발휘. 부모가 함께 커가는 과정. 리뷰 클릭.

* 달이 내린 산기슭 (손장원 / 미디어다음) – 본격 암석모에만화(…아니야!). 땅의 정령들과 함께 하는, 섬세하고 고즈넉한 세상 유람기. 리뷰 클릭

* 선천적 얼간이들 (가스파드 / 네이버 / 애니북스) – 히트가 한층 확장되고, 종이단행본도 나온 해. 사소하게 시작한 것도 끝을 보고야 마는 인간들이 펼치는 점층성 유머의 명인이 되어간다.리뷰 클릭.

* 수업시간 그녀 (박수봉 / 네이버 / 애니북스) –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호구였다. 제스쳐와 구도를 통한 사람들 사이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의 한 경지. 리뷰 클릭.

* 검둥이 이야기 (윤필 / 미디어다음 / 길찾기) – 돈이 문제라고 둘러대며 사실은 돈을 쥔 우리 손으로 세상을 좀 더 험난한 곳으로 만들어가는 우리들 자신에 대한 우화. 리뷰 클릭

* 트윈스피카 (야기누마 코우 / 세미콜론) – 우정. 노력. 우주. 그런데 좌절도 이별도 극복도 위로도 치유도 함께. 리뷰 클릭.

* 삼국지 가후전 (마사토끼, 브레이브치킨 / 레진코믹스 / 애니북스) – 최강의 모사란, 가장 거창한 명분을 따르거나 가장 화려한 승리를 얻는 이가 아니라, 가장 전문적으로 기획을 성공시키며 오래 살아남는 쪽.리뷰 클릭.

*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알타라바, 킴 / 길찾기) – ‘위’로부터의 억압과 싸워낸다 한들, 다른 모든 방향에서의 굴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스페인의 현대사, 혹은 보편적 알레고리. 리뷰 클릭.

* 시도니아의 기사 (니헤이 츠토무 / 애니북스) – 인류 존망을 건 스케일 큰 SF 대하서사극이자 촉수랑 삼각관계인 러브 코미디. 좋아하지 않을 방도가 없다. 리뷰 클릭.

* 5.16공화국 (박순찬 / 비아북) – 작년에 같은 연작의 ‘나는 99%다’를 뽑았기는 하지만, 시대의 파도 속에 더 날카롭고 절묘한 작품들이 탄생하며 묶여 나왔기에. 리뷰 클릭.

* 아키라(오토모 가츠히로 / 세미콜론) – 리뷰). 죠죠의 기묘한 모험(아라키 히로히코 / 애니북스) – 리뷰). 이제서야 갖은 우여곡절 끝에 한국어판 정발된, 검증된 명작들.

 

** 미묘(좋긴 한데 뭔가 음…한 부분이 남은 작품들)

* 빵점동맹 (마사토끼, joana / 네이버) – 미묘라는 카테고리명에 최적. 학교/입시 생활의 굵직한 문제들에 대해 변칙적 정론으로 가득한, 마사토끼 작가의 장점이 극대화된 학원물. 다만 단점 또한 극대화되어, 궤변의 영역으로 빠져버리는 대목도 풍부하여 들쑥날쑥.

* 인천상륙작전 (윤태호 / 한겨레 / 네이트) – ‘미생’스타일의 절묘한 드라마가 될 것인가, ‘내부자들’스타일의 미진한 다큐스타일 사설이 될 것인가. 전자로 시작했기에 주목하고, 후자의 기미가 보이기에 ‘미묘’로 유보.

* 방과후 전쟁 활동 (하일권 / 네이버) – 숨길 것을 숨기고 애매하게 처리할 것을 애매하게 처리하며 결말 직전까지는 의심의 여지 없이 베스트 부문이었으나, 에필로그의 팬서비스형 친절 반전이 망쳤다. 초반 리뷰

* 만화로 보는 지상 최대의 철학쑈 (던라비, 반렌티 / 다른) – 작품은 대단히 훌륭하나, 한국어판의 번역에 대해서 참… 할 말이 많으나 아껴야할 입장이다(알림: 제가 다른 출판사에서 작업했으나 출간 과정에서 엎어진 바 있는 작품). 그저, 번역에 있어서 중요한 기본기 세 가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용어 준수. 유머 같은 세부 뉘앙스. 그리고 작가명 발음.

* 진격의 거인 (이사야마 하지메 / 학산) – 만화 원작에서 중요한 전개들 속출. 애니화 때문에 본격 팬덤이 확대. 그런데 작가의 우매한 한국 식민지근대화론 시전으로 짜게 식었다.

 

** 과대평가
* 네이버 한국만화거장전(네이버) – 흥미로운 기획이지만, 작가에 대한 존경심 어린 우대만 있고 작품에 대한 큐레이션은 부재해서 퀄리티가 심각하게 널뛰기. 백성민, 조관제 선생님 단편들처럼 확 끌어들이는 뛰어난 경우가 있고, 윤승운 선생님 ‘맹꽁이서당’ 신작 단편처럼 평타도 있으나, 그냥 옛날 감성의 성장 없는 재탕 속에 굳이 현재 상황을 어설프게 이어붙인 실망스런 단편들이 빼곡함.

 

**올해의 만화계 사건

– 오래된 명작들, 정발 러시: 아키라, 죠죠, 표류교실, 무밍…

– 새 온라인 만화 매체들의 적극성: 탄탄한 기획 속에서 레진코믹스가 출범하고, 카툰컵 같은 잡지형 매체도 등장. 올레, 네이트 등도 포털만화판에 재진입. 미디어다음은 일본 스퀘어에닉스 직배. 영미권 독자 대상의 실리콘밸리 업체 타파스틱 출현 등등. 단추를 잘못 꿰었다고 판단하기는 하지만, 카카오페이지도 나름 소중한 시도.

– 수익모델의 공격적 확장: 타파스미디어의 광고수익 쉐어. 이에 뒤따른 네이버의 종합 작가 수익 플랜 실시. 레진코믹스의 진일보한 콘텐츠 단위 결제. 아주 좋은 현상들. 출판은, 제자리달리기(…)

– 한국만화가협회, 분과 단위로 재출범: 좀 더 적극적, 체계적으로 만화인 이해 대변의 역할을 수행할 계기가 되어주기를.

– 만화관련 지면을 늘리기: 만화 없는 만화 정보 웹진 에이코믹스 출범. 문화잡지 IZE, 씨네21 등 여러 지면에서 나름 적극적으로 만화 관련 기사들을 코너화.

 

**내년 가장 시급할 이슈(즉, 한국 만화계에 대한 희망사항)

– 수익사업들의 성공모델이 정착하고 화제가 되는 것. 그와 함께, 최소 수익에 대해서도 공론화, 현실화.

– 만협 재출범이 가시적 이해집단화로 이어지는 것.

– 해외 해적판 한국만화들(특히 웹툰)의 인기를, 신속하고 품질 좋은 정식서비스로 옮겨오기.

– 시급한 것은 아니고 그냥 개인적 희망: ‘동네변호사 조들호’, ‘송곳’ 등의 법/제도 소재 작품들이 더 본격적으로 히트치는 것.

 

**올해의 명장면

– 한국만화거장전 중 ‘붉은 말‘ 편에서, 마지막 시퀀스. 비장한 박력이란 이런 것.

– ‘영년’ 중 피난길에서 오가는 대화의 롱테이크. 적절한 거리감과 유연한 흐름.

– 호러만화 ‘금요일’ 중 ‘메시지’ 에피소드 전체. 최고 수준의 공포는, 눈 앞에 자꾸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한 박자 지난 후 ‘어라?’하면서 저절로 올라오는 것.

 

**염장의 전당(아직 한국어판 미출간 화제작)

SAGA. 세계관 구축과 캐릭터 감성극의 균형에 늘 탁월한 BKV의 신작. 염장성 농후한 (제목부터 딱) 대하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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