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사실상 휴면중인 블로그라도, 올해의 베스트 2020년 시리즈는 그래도 하고 넘어갑시다. 첫번째는 늘 그래왔듯 capcold 세계만화대상. 기준이야 늘 그랬듯 세계라고 해놓고는 한국이라는 만화권역 기준에서만 뽑는 상이고, 너무나 많고 다양해진 만화 종수 대비 실제 읽어내는 양이 갈수록 적어진 상태라서 어떤 공정하고 정밀하게 대변된 선정이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눈 여겨본 작품 목록” 정도의 범위.
애매하면서도 간단한 선정기준. 한 해 동안 나름대로 완성도와 의미를 갖춘 작품들이지만, 굳이 한국작가에 한정되지 않고, 꼭 2020년에 나왔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예술성도 대중성도 매니아적 깊이도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라 그저 2020년의 만화, 만화 관련 사건들. 순위 같은 것은 귀찮아서 그냥 무순. 왜 이 작품은 없는가 물어보신다면, 1)작년에 이미 뽑았거나 2)까먹었거나 3)여러 이유로 아직 못읽어봤거나 4)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여기 뽑힌 작품이나 사건에 관여하신 분이라면, 알아서 뿌듯해하시면 됨. 아니면 말고.
**2020년의 작품들 (무순)
- 체인소맨 (후지모토 타츠키 / 대원CI). 초자연적 파괴와 액션의 연출력에서 우선 대단하고, 자연재해 같은 거악과 소소한 행복을 저울질하는 접근법이 대단하고, 거침없는 캐릭터 장악력이 또 대단하며, 그런 와중에 개그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2020년의 승리자.
- 가담항설 (랑또 / 네이버/ 위즈덤하우스). 급박하게 완결짓는게 그래도 질질끌다가 완결망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인식만 갖추고 보면, 선악구도나 운명과 선택 문제를 섬세하게 잘 투르며 매력적 캐릭터 넘치는 웰메이드 소년만화가 잘 마무리된 사례.
- 안녕 커뮤니티 (다드래기 / 창비). 한 동네 노인들의 고독사 방지모임을 소재로 해서 온갖 소외층 아우르는, 시트콤 같은 다큐 같은 연구보고서 같은 만화.
- 하늘에 두둥실 (백종민 / 송송책방). 일상에 들어온 초현실적 환상, 평온했다가 기괴해졌다가 아름다워지는 심상의 풍경과 현실의 만남 등, 잘 다듬어진 내면 탐험 만화의 미덕의 엑기스.
- 셧업앤댄스 (이은재 / 네이버). 학원폭력(비판)물로 유명해진 작가지만, 오히려 이 약간은 헐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푸는 방식이 더 매력있게 달라붙는다. 고교 에어로빅부.
- 모죠의 일지 (모죠 / 네이버). 이런 식의 일상툰 개그물은 공감 코드가 핵심인데, 간만에 소소하고 끈질긴 미묘한 심리들을 잘 건드려주는 물건.
- 지옥 (연상호, 최규석/ 네이버 / 문학동네). 세상에서 기어코 의미를 찾아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걸 위해서 얼마든지 자발적으로 무지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 인간 군상의 미약함이라는 소재는 항상 좋은 울림이 있다. 이렇게 솜씨좋게 풀어준다면.
-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김금숙 / 정철훈 원작 / 다음 / 사해문서). 조선 독립운동가이자 러시아의 명망 있는 볼셰비키 혁명가인 시대의 혁명가 전기. 독립운동가 웹툰 기획에서 나온 최고의 아웃풋.
- 스킵과 로퍼 (타카마츠 미사키 / 시프트 코믹스). 학창생활이라는 인간관계의 연옥을 명랑하고 신랄하게 그려내는, 어떤 고전적인(그러니까, 뭔가 90년대 한/일 순정만화의 피크 같은) 즐거움.
- 동경 표류일기 (다쓰미 요시히로 / 북스토리). 70년대 일본의 사회 현실, 그러니까 그 사회 속을 사는 사람들의 모순을 동시대에 정면으로 직시하고 가차없이 묘사해낸 단편 모음집.
[] 특별 언급
- 나, 여기 있어요 (디담, 브장 / 교양인). 만화계에서 벌어진 성폭력 문제를, 만화로 풀어낸 증언. 작품으로서 장단점 평가할게 아니라 증언 자체에 집중해야할 사안이라, 특별언급 쪽으로 분류.
[] 주목 신인
- 각종모에화 트위터 조각 연재물 (https://twitter.com/everymoewha). 당장 공공미술 의인화 만화에서 님좀짱 외치게 되었다. 의인화의 본질적 즐거움, 기계적인 인간성 부여가 아니라 사물과 개념의 속성에서 인간성 읽어내기.
** 홀오브쉐임
- 본격 성폭력 2차 가해 응원 시사만화.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싫다.
** 명장면
- 체인소맨, 76화 전체. 총의 악마 출현과 반격, 막대한 인명피해, 주요 조연들이 갈려나가는 선악이 무의미한 싸움. 만화라는 표현 양식의 필살기인, 이미지의 연쇄적 비약과 충돌의 리듬감에 의한 상황 전달 방식의 자유도를 완벽하게 활용해냈다. 기회될 때, 통째로 펼쳐놓고 세부분석 설명하고 싶어지는 명연출.
**올해의 만화계 사건
- 웹툰 여성비하 표현에 반발한 소비자 운동의 강력해짐, 그리고 반대쪽으로는 표현 위축을 들며 반발하다가 다시 설화로 번지고 뭐 그런 꼬리에 꼬리 물기.
- “꾸질이 이야기” 논란을 통해 다시 불거진, 웹툰에서 플랫폼의 작가 매니지먼트 책임 범위, 작가의 계약 조건 숙지, 각자 기능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등의 문제 세트.
- 해외 유통 한류 콘텐츠, 인터폴과 연계한 저작권 집행 국제 공조 의지를 문체부가 표명. 그 콘텐츠 범위에 웹툰이 명확하게 포함. 해외서버 기반 해적판 관련 조치에 도움될 듯.
- 웹툰 원작 드라마, 넷플릭스 타고 세계구에서 승승장구. [이태원 클래스],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 홈] 등 단타가 아닌 어떤 흐름의 수준으로 올라오는 중. 덤으로, 웹툰 원작 애니도 크런치롤을 타고 첫 발을 내딪음 (갓오브하이스쿨, 신의 탑 등).
- [마음의 소리] 완결. 아니 이건 정말 올해의 뉴스감이다.
**염장의 전당(아직 한국어판 미출간 화제작)
– Flake (Matthew Dooley). 아이스바 트럭 장사들의 심오한 세계를 소재로. 펼치는, 가업의 무게와 가족의 숙명과 작은 동네 커뮤니티의 복잡다난함을 유려하게 풀어나가는(…) 유쾌하게 찌질하고 도상학적으로 흥미진진한 포복절도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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