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오브2020 시리즈, 미디어편(미디어 관련 국내 및 해외 이슈, 불명예스러운 일들 등)과 시사편(시사사건, 올해의 키워드 등).
!@#… 올해의 모든 사회적 사안은 어차피 한 가지로 다 수렴된다: 코로나. 일명 COVID-19. 일명 SARS-CoV2. 이상적인 사회였다면, 사회의 모든 성원들이 딱 2주일간 모든 대면 접촉을 끊으면 되었다. 모든 감염자들이 잠복기간이 끝나거나 증상이 발현되기에, 병원에 보낼 사람은 보내고 전염은 그냥 소멸. 물론 현실에서 그런걸 실현시키려면 필요한 보상과 노동 대체와 세세한 단속과 최소한의 시민의식과 뭐 온갖 조건들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회들은 그보다 훨씬 오랬동안 높고 낮은 수준의 대면 일상과 경제활동의 통제를 하고도 세월아네월아 상황이 나아지지 못했고, 그 와중에 경제가 흔들린거야 물론이고 무엇보다 어마무시한 숫자의 소중한 인명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장기화되면서 질병에 대해 막 알아가던 초기의 막연한 공포는 일상화의 막연한 불감증으로 바뀌며 원래 그런 류에 더 악조건인 겨울을 맞이했고, 거기에 정치적 진영 이해관계와 맞물린 내맘대로 오정보 난리통에 사람들은 더욱 빤스… 아니 마스크를 내리고.
그런 고로, 올해는 우선 다른 것 보다 먼저 이것부터 회고해보고 가자.
** 코로나 이슈, 한국과 세계 대충 통들어서.
- 미국의 방역 부실: 트럼프-공화당 우익정치의 무능, 건강보험 제도의 원래 망해있는 상황, 정보 유통의 개판. 3가지 요소가 서로를 완벽하게 강화시키며 기간 대비 미국 역사 최악의 사망자 숫자를 나은 단일 사안으로 등극.
- 한국의 초반 몰빵력: 보건 인력을 갈아넣어 구축한, 한국의 세계 모범급 초반 통제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슬램덩크가 알려주었듯 올코트프레스의 단점은 체력소모. 보급 부족한 장기전은, 각종 조치 강화를 미적대게 만든 상태에서 겨울을 맞이하며 큰 위기를 직면.
- 북한의 민간인 사살: 월북자를 맞이하고 체제 선전하는게 기본루틴인 자들이, 흘러들어온 남측 민간인을 묻지마 사살 후 시신 화장하는 패악. 코로나에 대처하는 그 동네의 모습.
- 뉴질랜드, 호주 등의 성공사례: 보상을 뒷받침하고 기간을 뚜렷이 한정한 사회 대대적 락다운, 동선파악, 그리고 국경 통제. 덤으로 (한국에는 없는) 남반구라는 계절 운.
- mRNA 백신이라는 과학적 기적: 초고속 개발, 효과와 안전성 검증. 세계적으로 돈과 관심과 명분이 쏟아지면, 인류 과학문명은 대단한걸 이뤄내버리는 것이다.
- 군집 대면 업종의 대위기: 극장 공연 강연 식당 헬스장… 하필 이런 업종의 태반은 존버능력 부족한 소규모 자영업이라서 더욱 세계적으로 큰 일.
- 위기 속에 더욱 빛난 계층격차: 불행은 불공평하다. 원격 노동의 기반은 불공정하다.
- 사회의 기본적 보건/과학적 합의에 대한 물음: 전염 같은거 걸린놈 책임이지, 백신도 알게뭐야, 마스크 답답해. 그러니까 나는 내가 정체성 투여하는 정치 집회, 종교모임, 술자리에 그냥 원래대로 나갈거야. 인류사회가 용케 여기까지는 잘도 살아남았다 싶다.
- 과학 저널리즘 폭망 현실 환기: 정치적 진영 이해관계를 위해 안티백서질을 하는 “언론”사들이 넘쳤는데 더 뭘 바라겠는가.
- 뉴노멀, 비대면의 사회관계에 대한 설계: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제출 데드라인이 이미 어제였던 급한 숙제. Zoom 틀어놓고 원격 맥주 건배하자 뭐 그런 수준의 이야기 말고.
** 저널리즘 이슈: 한국
- 채널A의 신라젠 검언유착 사칭 사건. 이후 해당 언론사의 자체조사 보고서도 특유의 부실함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그런데 마음껏 결론을 재단해서 지른 KBS 보도도 반대방향에서 망함.
- 100주년 맞이했다는 조선일보, TV조선과 함께 한 층 더 사회악의 길목으로 깊숙히 한 걸음. 딱히 특정 정치성향이라서 이렇게 평가하는게 아니라… 선거제도의 비민주적 오용을 응원하질 않나, 코로나 감염의 한복판에서 안티백서질을 하지 않나, 심지어 자기들의 정치성도 모르고 “수능 한국사 20번 사태“를 일으키지 않나. 그냥 너무 (돈만 많은) 삼류질.
- 미국 NYT와 WaPo가 서울을 새 아시아 지역 보도 허브로 결정함. 세계 뉴스정보 흐름에 한국이 차지할 지분을 늘리기에 절호의 기회.
- 어떤 대대적 언론 신뢰도 설문에서, 무려 유투브가 신뢰도 2위에 등극. 십수년전에 네이버가 신뢰도 최상위에 올랐을 때보다 더 큰(최소한 네이버의 인기기사는 언론 기사의 재유통이었지만, 유투브의 인기채널들이란 대부분이 온갖 논평가들의 말잔치다), 기존 언론 산업과 저널리즘 규범의 위기. 사실은 전 사회적인 사실관계 유통의 위기.
** 저널리즘 이슈: 세계..라고 해놓고 대체로 미국
- 페이스북, 구글 등이 미국서 여러 주정부가 관계된 대대적 반독점 소송에 돌입. 사실 이건 “빅테크”의 사회적 정보 환경 악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피하며 어떤 식으로든 규제할 방도가 이거밖에 없어서.
- 뉴스레터 붐. Vox 든 뭐든 기존 온라인 매체들의 스타급 기자들이, 여러 명분을 들며 자신만의 온전한 통제감을 찾아서 대거 독립. 많이들 substack 같은 유료구독 뉴스레터 플랫폼에 새 둥지를 만들었다. 십수년전 개인블로그 붐의 좀 더 세련된 순환.
- 버즈피드, 허포 인수. 이미 성숙/노쇄해진 이쪽 업계의 이합집산, 운 좋으면 혁신적 실험의 규모화, 운 나쁘면 망함의 집적.
- 미국 우익 관객, 폭스뉴스에서 뉴스맥스와 OAN 등으로 무게중심 이동. 폭스뉴스는 원래 반트럼프였다가 트럼프가 대통령 되어가는 과정에서 브라이트바트 같은 한층 극우적인 온라인 미디어가 부각되는 경쟁구도에서 확 적극적으로 트럼프 친위대로 탈바꿈하는 전략으로 지난 4년여 승승장구했던 역사가 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재선 실패 국면에서 그 대선 패배를 사실로 인정했다는 죄목(…)으로 그간 극우화될대로 극우화된 미국 보수들에게 미운털. 이걸 과연 어떻게 돌파할까, 두근두근. 그냥 망해주면 세계평화를 위한 최선이지만.
** 시사 이슈: 한국. 코로나 말고.
- 검찰개혁이 추미애 vs 윤석열 대결처럼 되어버린 일련의 대소동.
- 초유의 의사 파업과 그 파장.
- 민의를 더 정교하게 대변하라고 선거법 개정에 들어갔는데, 이해관계 난도질 속에서 결국 다함께 위성 정당질. 정치체계 개편과 망함의 엑기스.
- 안건의 우선순위라는 중요한 문제 부각. 리버럴-진보의 의제를 잔뜩 진전시킬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도 우선순위는 공수처 등 정치권력 정비에 부여되고(중요하다), 그 와중에 보편 인권은 뒤로 뒤로 뒤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 낙태 금지 없애기 등 대기열이 너무하다.
- 박원순 서울시장, 직장 성폭력 가해범으로 지목된 직후에 상황 세부 해명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다.
- 하반기에, 부동산 정책이 혼선을 빚고 시장이 대폭발하고 통제책이 안 먹히고 정권 여론 악화되는 익숙한 패턴 재발생.
- “위안부” 사안 운동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의 부실 운영 논란. 운동의 목적, 운영 과정의 비위, 피해 당사자들과의 관계와 역할 등 일거에 모든게 다시 표면화, 일부 알찬 사회적 논의와 대부분 많은 편의적 욕지거리.
- 인천공항공사 용역 장기 비정규직 직원들의 약속된 정규직화를 둘러싼 논란 대소동. 공정이라는 예쁜 키워드만 공유했지, 그게 무엇인가에 대한 상상은 각자 자기 유리한대로였다보니 뭐.
** 시사 이슈: 세계. 대체로 미국. 코로나 말고.
- 미국에서 경찰에 의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8분에 걸친 질식 살해 장면의 비디오가 돌면서, 다시금 Black Livers Matter 운동이 대폭발. 비슷한 함의의 사건들이 여럿 쌓여나가고, 코로나 정국의 시작에서 비백인들이 더 크게 피해입고, 극우 정권의 인종정책에 안그래도 불만이 쌓이던 상황에서 결국 활활.
- 미국 대선, Biden-Harris 팀이 승리. 우익공화당의 기괴했던 선거 캠페인에 대해서는 언제 기회가 닿으면 분석해봐야할 문제. 현 우익 정권이 문자 그대로 나라를 말아먹었는데도, 선거 열기 속에서는 결국 좌우 총동원이라는 현상이 발생하여 늘 그렇듯 결과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끝.
- 미국 대법원에서 진보적 방향성을 오랫동안 이끌어내었던 RBG, 결국 건강 문제로 별세. 안면몰수한 우익 의회가 준 날치기급 총공세로 우익ofthe우익인 종교우익의 총아인 새 대법관을 쑤셔넣음. 미국 사회의 현대적 인권 개념은 오랫동안 고통받을 것이다.
- 브렉시트, 망하고 망하다가 계속 망함.
- 프랑스에서 무슬림 테러범이 교사 참수 살해. 프랑스 정부, 인종차별 요인이 다분한 대책을 내놓음. 갈 길이 멀다.
좋은 보도: 한국
- ‘n번방 사건’을 폭로한 [추적단 불꽃]의 모든 활동. 그 불씨를 잘 이어준 한겨레와 국민일보의 특별취재팀.
- 시사인의 장점마을 환경오염 이슈, 온라인 장편 르포.
- 그야말로 올해의 칼럼상이라도 받아야 할, “유교랜드에 다녀왔다” (김영민 연재: 한국이란 무엇인가 제 16회). 깊은 문화적 고찰과 생생한 관찰을 아우르는, 개그감.
좋은 보도: 세계… 라고 해도 대체로 미국.
- NYT의 트럼프 세금 기록 입수 후 분석 보도. 방대하고 면밀하게, 실패를 더 큰 사기로 덮으며 앞으로 나아간 기괴한 스타덤을 해부한다.
- Correctiv의 “Kein Filter für Rechts”(우익에게는 필터가 없다). 독일의 극우조직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대규모 데이터의 세부적 분석으로 풀어냈다.
- Reuters가 코로나 국면 매우 초기에 냈던 전염경로 분석 시리즈 중, “The Korean Cluster“. 당시 한국은 중국같은 억압체제도 아니면서 무척 동선파악을 잘하고 경로를 잘 통제하는 기적의 국가 취급이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이 기사가 다시 한국 상황을 정말 절묘하게 보여줘서 꽤 히트. “슈퍼스프레더”(초전파자 내지 초전파행사) 개념을 이렇게 다들 알게 되었다.
** 망한 보도: 한국편
- 코로나 초전파 대형예배 금지를 교회 탄압 프레임으로 밀어붙인, 종교계 언론사들.
- 한국에서 이뤄진 미국 대선개표 보도 거의 대부분. 언론사와 개인논평가들을 가리지 않고 팝콘각 아무말 대잔치, 상당수는 심지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방식이나 지역 사정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이 트럼프 이긴다는 저주의 굿판이나 던지고. 하도 갑갑하여 당시에 한마디 남기기도 했다.
** 망한 보도: 세계편
- 바이든이 아들 통해서 국제적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매우 출처도 내용도 문제가 많아서 거의 모든 제 정신 박힌 언론사들이 보도 거부한 떡밥을, 우익 타블로이드 뉴욕포스트가 (심지어 자기 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사화해서 한 사흘동안 트럼퍼들이 매우 설레여했다. 하여간 머독이 독이다.
- NYT가 미국 극우 상원의원 톰 코튼이 BLM 시위에 군대를 투입해서 밟아버리자고 외친 칼럼을 실어줬다가 전미의 언론종사자들에게 본격 까였다.
** 올해의 키워드: 인포데믹.
사실과 합리에 입각한 사회적 합의를 확실하게 망치는 해로운 오정보는 많은 경우, 사람들의 정치적 정체성에 매력적으로 호소함으로서 조건반사적인 믿음을 낳고 폭발적으로 확산되곤 한다. 좀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우리편 설레는 구라는 그냥 (사회 주류를 장악한 그 엄청난 적들에게) 억압받는 진리인거다. 올 한 해 특히 내 쪽 업계에서 유행한 “인포데믹”이라는 용어가 그래서 좀 많이 유용해보인다. 정보(인포메이션)과 전염사태(판데믹)을 합친 말인데, 병에 비유할 만큼 해로운 효과를 낳는 잘못된 정보가 마치 전염처럼 확산된다는 것. 당연히 코로나 판데믹 상황 때문에 손쉽게 공감을 산 용어지만, 생각해보면 오정보 전파의 실제 패턴을 설명하기에도 유용한 연결고리 비유가 되어줄 것 같다. 예를 들어, 오정보라는 것도 마치 병균처럼, 사회적으로 달라붙어 있기에 서로 더 가드 내리고 안심하는 관계 속에서 더 유해하게 각자에게 뿌리박고 또 퍼지게 되니까. 아 그리고 무증상 유증상 전염도 비유에 쓰기 좋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중요한건, 이 비유를 통해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단서를 제안하기도 좋다는 점. 거리두기와 필터와 소독의 예방 습관, 백신, 치료제. 뭐 언젠가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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