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 가장 유행한 ‘론’ 중 하나로 국개론, 즉 국민개새끼론이 있다. 결국 자기들이 피보는 것도 모르고 그딴 놈들에게 몰표를 줘서 당선시켜주다니, 국민들이 개새끼라는 논지다. 뭐 일리는 있는 말이지만 그런 행태의 이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반성보다는 우매한 국민들을 나와 다른 무엇으로 분리시켜서 욕하는 듯한 뉘앙스 등이 겹치면서 그냥 분풀이 외침 정도로 끝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라서 문제지. 하지만 그보다 100배 위험한 진짜 국개론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국회개새끼론™이다. 편의상 국개론(2)라고 부르자.
!@#… 예를 들어 최근 모 대통령의 예언에 따르듯이 전국에 햄머소리를 울려퍼지게 한 국회 공성전. 그런데 사실 함마질이 시각적으로 임팩트가 커서 그렇지, 실제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피해의 강도라면 의회봉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왜 그냥 들어가서 평소처럼 레슬링과 투포환을 하지 않고 함마를 동원했을까. 문을 잠구고 온갖 가구 다 동원해서 안에서부터 바리케이드를 쳤거덩. 혹은 왜 그렇게 온갖 언론에 함마질 사진만 나왔을까. 언론들이 친정권 찌라시들이고 막강한 청와대가 모든 상황을 통제해서가 아니다. 기자들마저도 바깥 상황 밖에 볼 수 없었거덩. 한나라당 의원들이 미리 들어가서 방을 봉쇄해서 좌우를 막론한 모든 다른 당 의원들 일체는 물론, 기자들도 못들어갔다. 즉 모든 개입으로부터 의회를 봉쇄하고, 일당에 의한 밀실 날치기를 한 것이다. 다당제도 있고 여하튼 민주주의 법규들이 죄다 쿠데타로 뒤집힌 것은 아니니 지금의 상황을 독재라고 부르기에는 섣부르다. 하지만 만약 이런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뭐 일당독재 말고 다른 용어를 붙일 만한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 이런 상황 속에는 그 짓을 벌이는 당의 국회의원들이 있고, 저항하는 당의 국회의원들이 있다. 닥치고 부수자는 의원도 있고, 어떻게든 상황을 대화로 풀어가려는 의원도 있고, 그저 말려드는 의원도 있다. 그런데 그 사건을 보면서 대다수 평범한 이들은 뭐라고 반응하고 있는가? 역시 국회의원들은 병맛이야. 국회관련 뉴스는 애들이 보기에 너무 폭력적이야. 국회를 폭파하자, 월급을 다 몰수해버려 등등. 함마질에 대한 비판은 함마질 대로, 하지만 의회봉쇄에 대한 분개는 그것대로 특히 느껴줘야할 터인데 그냥 싸잡아서 국회는 나쁜놈들이다.
이런 반응들이 모인 것이 바로 국회개새끼론™이다. 이쪽 국개론(2)이 국민개새끼론보다 100배1000배 위험한 이유는, 국민개새끼론은 어차피 다들 국민이다보니 자기 욕먹는 것이 싫어서라도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겠다고 약간의 노력이라도 해보도록 만든다. 혹은 최소한 불편해하기라도 해서 논쟁의 이슈가 되어주기라도 한다. 하지만 국회개새끼론의 경우, 너무나 쉽게 다들 수긍해버린다. 아 그 새끼들 개새끼들 맞아. 그래서 세부 내역은 무관심의 영역으로 떨어진다. 개새끼들인데 뭐하러 자세히 관심가져주고, 그들이 나를 위해 어떤 특정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다니나. 그냥 함마질 쑈 나오면 손가락질하면 땡이지.
그런데, 대의제인 의회민주주의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딱 그만큼만 사람들의 의중을 대변하게 된다. 국회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을 조장하는 풍토는, 대의제의 껍데기만 남기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최장집, 강준만 등 수많은 이들이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입이 부르트도록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어떤 것도 뿌리깊게 박힌 ‘국개론(2)’ 앞에는 택도 없다. 국개론(2)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활동내역이 아무리 우수했던 심상정이라도 쿠데타를 운운하는 손범규에게 낙선하고, 국회의장이라는 자가 함마질에만 분노하며 방지법을 만들자면서도 정작 의회봉쇄 같은 엄청난 짓은 문제삼지 않으며, 무려 관록의 거대여당 주제에 고작 청와대의 뜻에 전적으로 휘둘리고 있다(사회지향성을 지니고 있는 당이 그 뜻을 펼치기 위해 배출한 대통령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개인의 의지실현을 위해 당의 방향을 마음대로 쥐고 흔든다면 그건 좀 상당히 막장이다). 국개론(2) 앞에는 의회제도를 통한 정당정치의 정상화도 없고, 지역유지 파워로 움직이는 지역 정치도 해소될 일 없다.
!@#… 국회는 개새끼라고 혼자 스트레스 해소하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허무한 일이다. 당을 욕하고, 특정 의원을 욕하고, 그들이 추진하는 특정 법안을 욕하라.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운영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예를 들어 의회봉쇄) 확실하게 그 강도에 따라서 욕하라. 그리고 가급적이면, 욕하고 있는 그것을 막고자 하는 대척점에 있는 이들을 같이 발굴해서 언급하라. 이런 디테일이 더해질 때 비로소 좀 더 건설적인 담론이 가능하다. 아 물론 실제 개새끼들은 그 안에 차고 넘치지만, 누가 셰퍼드고 누가 똥개고 누가 치와와고 누가 주인을 물어뜯고 누가 밥만 축내는지는 따지고 들어가야 비로소 알 수 있으니까. 건축가 반데어로에의 말처럼, “신은 디테일에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구원하는 길은, 디테일의 필요성을 항상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국개론(2)의 단순한 쾌감에서 벗어날 때다.
—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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