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감스럽게도 예상대로인 총선 결과를 보며 떠오르는 중구난방 생각의 토막들.
!@#… 토막 하나. 70여년 전, 독일 유권자들은 아주 민주적이고 자발적으로 국가사회주의당에게 권력을 맡겼다. 그 선택에 대한 뒷걸레질을 하느라 60년을 허비했다. 8여년 전, 미국 유권자들은 아주 민주적이고 자발적으로 극우들이 당권을 장악한 공화당에게 권력을 맡겼다. 이왕 하는 김에, 4년 전에 또 한번. 그 선택에 대한 뒷걸레질로 그들은 물론 전세계가 오늘도 여념이 없다. 1년 전, 프랑스 유권자들도 아주 민주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이룩한 사회안전망을 박살내줄 정권에게 권력을 맡겼다. 그래서 그 선택에 대한 뒷걸레질로 열심히 박살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 유권자들은 아주 민주적이고 자발적으로 나만혼자잘먹고잘살테니니들은나가죽어주의자™ 야매꾼들에게 독재권력을 맡겼다. 뒷걸레질은… 과연 어떨지.
!@#… 토막 둘. 다행이다 진보신당. 지역구에서는 한나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뉴타운 허풍 빼곤 별 정책도 비전도 없는 삼류 듣보잡들에게 혹한 주민들에게 물먹었고, 비례의석도 2.9% 지지율로 결국 원내진입에 물먹었은 빼도박도 못할 패배는 패배다. 하지만 정당등록 취소 한도인 2% (의원 없고 전국구 지지율 2% 이하면 정당등록 취소당한다)는 넘겨줬다. 이제 당초 플랜대로 총선 이후 재창당을 할 때, 강제해산 후 재결합이 아니라 진보신당에서 새 진보당으로 자연스럽게 계승될 수 있게 되었다. 이거 큰 차이고,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기반이다. 마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마지막 장면에서 바닥에서 솟아나온 작은 싹 한 줄기 같은. 이제 지역구를 가꾸고 조직망을 깔고 홍보와 정책 전문가들을 끌어들일 시간이다. 뉴타운보다 설득력있는 홍보 프레임을 만들지 못하면 10년이고 20년이고 없다. 게다가 정당으로서의 전략과 지역구로서의 전략도 확실하게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고 (지역구에서 소수자 인권이니 생태니 하는게 먹힐리가…).
!@#… 토막 셋.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격언. 1시간 차분히 생각해보고 (솔직히 그 정도만 생각해도 충분히 뭐가 똥이고 된장인지 나올텐데), 10분 걸어가서 투표하는 것으로 가볍게 막을 수 있었던 것들을 앞으로는 목숨 걸며 시위하고 파업하고 투고하고 기타 개고생하며 막아내야 하는 꼴이다. 무척 귀찮은 시절이 우리 앞에.
!@#… 토막 넷. 20대 투표율 19%. 의무적으로 투표하는 군대 사병들까지 빼면 더욱 작살이겠지. 하지만 뭐 마냥 어둡게 볼 것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은 19% 중 60%대니까, 20대 가운데 10명 중 1명 정도만이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이야기. 착란성 노비근성으로 유명한 이영민족™의 비율이 10%에 불과하다면 뭐 아직 희망은 있는지도. 이제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자가방치플레이중인 80%의 뇌사 일보 직전 머저리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만 남았다.
(4.10.추가) 이 이야기는 보류. 공식통계 근거 없이, 대담객들이 소문에 낚였던 것이라는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더라는.
!@#… 토막 다섯. 2MB시대의 찬란한 위세척 전문 신문, 동아일보가 또 한번 식도를 시큼하게 하는 기사를 방뇨했다 (애초에 그딴 기자들만 뽑는건지, 들어가서 그렇게 되는 건지 nature vs nurture가 궁금하다). ‘국민의 절묘한 선택’ 운운하기. 그딴 후진 논리, 지난 2004년 총선에도 나왔지 아마. 투표용지에 어떤 당을 몇 프로 지지하냐고 쓰는 것도 아니고 한 10표쯤 들고가서 가중치 넣어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독고다이로 그냥 한 표 모 아니면 도 던져넣고 나오는데 무슨 놈의 절묘한 선택이고 균형이고 지랄인가. 친박연대와 한나라당이 합당하면 그땐 구국의 결단이라고 노래 불러주겠다?
!@#… 토막 여섯. 서울시와 수도권은 시푸르둥둥. 그런데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너도나도 뉴타운을 약속하며 표를 긁어모았는데, 그 약속 다 실현하려면 이제부터 수도권은 동시에 일제 대형 공사를 시작할 수 밖에 없다. 뉴타운은 옆 동네와의 땅값 차이가 발생하도록 하는 개발 ‘시기’가 중요하니까 말이다. 즉, 동네 단위의 뉴타운이 아니라 아예 뉴수도권을 향해 고고고. 돈은 뭐 운하 판 골재와 민간자본으로 충당(행간에서 ‘그러니까 세금으로 쳐바르기’까지 읽어내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하든지.
그러고보니 역시 아파트값이 걸리면 사람들은 닥치고 한나라당에게 질질 싸는 경향이 보이는데, 그렇다면 너도나도 반대하는 대운하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방법이 생각났다! 환경파괴든 비경제성이든 뭐든 모조리 무마시키는 강력한 전략. 바로… 뭐냐하면… 운하를 파고 그 속에 모조리 아파트를 짓는거다! 특히 수도권 구간에 집중적으로! (아니 그건 이미 운하가 아니잖아)
!@#… 토막 일곱. 하지만 한나라당 독재정권이 망하도록 좌시하고 있을 여유 따위는 없다. 사랑과 애정으로, 뻘타와 삽질들에 최선을 다해 모든 합법적인 방법으로 저항해줘야 하고, 뭇매질로라도 올바른 공공 정책을 추진하도록 압박할 필요가 있다. 대운하야 누가봐도 황당하니까 그렇다쳐도, 금산분리 폐지나 신방겸업 허용, 의료보험제도 개악, 사회기간망 민영화 추진 등 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 강행되어 이 사회의 공공성의 근간을 시궁창에 빠트릴 제도들이 산적해있다. 총선에 경악하든 슬퍼하든, 딱 2박3일만 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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