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널리 거론되는 안산 9세여아 등교길 강간상해 사건에 대한 중구난방 단상들. 실감나게 분노하는 것은 그런 것을 더 잘하시는 수많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늘상 그렇듯 좀 더 ‘기술적인’ 부분들에 주목, 더 발전시킬만한 발아점들만 한 보따리.
!@#… 토막1. 범인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판정받은 것 자체는 그다지 이견이 없는 것이, 범행의 잔인성으로 볼 때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가 거의 확실하게 이전 안양 초등생 강간살인 사건(속칭 ‘혜진예슬법’을 탄생시킨 그 사건) 범인의 전철을 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심신미약 상태 자체나 심신미약 여부를 고려하는 법논리가 아니라, 심신미약 판정이 형량 감소로만 이어질 뿐 다른 관리 강화 – 예를 들어 팔찌와 신상공개 기간 2배라든지, 보호관찰 2배라든지, 강제 사회봉사라든지, 아동시설 영구 출입금지라든지 – 로 이어지는 고리가 없다는 점. 새로 발생하는 각 사건들에 더 세밀하게 대응 가능한, 좀 더 확장성/호환성 좋은 처벌논리(툭하면 특별법이 아니라)를 계속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차고 넘치는 법조 지망생들이, 비록 고시에 떨어졌다 할지라도 그간 공부한 법논리력을 가지고 그런 담론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보면 좋으리라.
!@#… 토막2. 낮아 보이는 형량의 문제는, 꽤 본질적으로 건드려야할 문제다. 우선 먼저 언급할 것은, “현행법과 다른 판례에 비추어 볼 때” 만큼은 이번 형량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피해자의 신체훼손만 덜했지, 범행 자체의 심각성은 비등한 2006년 판례를 한번 다시 보라(이건 심신미약으로 형량 감면된 것도 아니고, 무려 항소과정에서 형량이 늘었는데도 이 모양이다). 그런데 그에 비해 국가보안법 사범은 툭하면 장기수, 심지어 이번에 조중동 광고 기업에 대한 영업방해를 했다는 언소주 대표만 해도 검찰은 4년 구형. 전반적으로, ‘체제에 대한 배신’ 응징보다 ‘인권에 대한 침해’ 응징이 낮게 책정되는 감이 있다. 즉 현 형법의 ‘가치기준’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형법의 그런 부족한 가치관보다, 좀 더 보편적인 우리 ‘문화’는 과연 얼마나 더 나은지 잘 모르겠다). 이걸 총체적으로 문제제기하며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정계에 압박을 넣는 것이 – 기억하자: 법은 국회의원들이 만든다 – 시민인권단체, 언론사의 사회부 기자들, 인권법조인들, 국가인권위, 진보정치인들이 함께 팀워크를 이루어 장기적/지속적으로 해야할 과제다.
!@#… 토막3. 언론이 왜 이 사건을 지금까지 보도하지 않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합당한 논점을 짚어내고도 그것을 지면보도 없이 개인 블로그에만 올린 동아일보 이종식 기자와 비슷한 견해다. 개인의 상처를 헤집어내는 보도라면, 그 보도로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가 보도화 여부의 최우선 판단기준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단순한 선정적 엽기 토픽에 그치고, 정작 상처를 극복하고 싶어 하는 피해자의 인권보호는 저멀리 날아간다. 사실 KBS의 보도 역시 시사기획 쌈의 ‘아동성폭력 대처 문제’의 토픽 하나로 제시된 것인데, 정작 아동성폭력 예방 문제보다는 범행의 잔인성을 스너프 구경하듯 까발리기와 범인 찢어죽이자 쪽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 ‘감정’ 아니던가. 게다가 한번 풀리면 그 다음은 선정적 보도와 억측들이 막나가도 사실상 통제할 수 없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잔인한 피해상황을 보여주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알리고 사건을 공론화해야 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광주민주화항쟁 피해현장의 잔인한 사진들을 생각해보라). 따라서 보도 여부와 타이밍은 최소한 피해자측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가장 낫다.
!@#… 토막4. ‘예방’에 관해서.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등하굣길 안전 도우미 조직화 지원. 등하교시 비슷한 주소지의 학생들이 3인 이상 그룹으로 같이 이동하도록 규정. 등하교 시간대에 지역 경찰의 주요 통학로 순찰 강화. 다 지역 안전에 관한 지극히 기본적인 발상들이고, 지역 정치인들의 정책관심과 예산배정만 주어지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각 지역마다 활성화할 수 있는 일들이다(아예 미국마냥 일정 연령 이하 아이를 성인 보호자 없이 두는 것을 불법화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 그런데 그런 식의 크고 작은 ‘지역 생활 정책’을, 지역정치인을 선출할 때 얼마나 염두에 두고 있는가 각자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땅값 대박꿈이나 겉멋 든 양비론 말고도, 이런 것을 선거 때마다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보면 좋을 것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자면, 약자에 대한 괴롭힘, 성적 침해, 음주추태 등의 콤비네이션에 대한 철저한 불관용을 사회적 상식으로 만들어놓는 것도 장기적 예방책으로 필수적이다. 우선 그런 짓거리를 하는 생물들이 멀쩡하게 대중의 지지에 의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떵떵거리는 꼬라지부터 극복해야겠다.
!@#… 토막5. 피해자 가족의 지원금 수급 문제도 하나의 안건이다. 공적 지원금을 환수하려 했다가 문제시되자 다시 회의 끝에 환수를 취소했다 하는 안산시 당국의 촌극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식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례에 대해서조차 충분히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 그 뒤에 숨겨진 다른 요소는, 생활보조비를 받아내기 위해 생이별 위장이혼을 했고, 간병하러 드나들다가 적발된 부모의 비극 그 자체. 그런 기형적 사기를 치지 않고서는 3인 가족을 꾸려나갈 생활비를 확보할 수 없는 층이 실재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복지 현실이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의 딱 절반만 피해자의 이후 생활 보장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하고, 그런 관심의 절반만 열악한 사회보장 현실에 할애하는 것을 권장한다. 복지 확대에 관심을 할애하는 것은, 복지에 예산이 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기에 a) 한쪽으로는 복지를 위한 증세에 조건부 찬성하는 입장을 가다듬고, b) 다른 쪽으로는 실질적 복지사업은 등한시하고 땅값 증진 사업에나 천문학적 예산을 배정하는 정치집단을 철저하게 반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솔직히, 이런 ‘현실 정치경제’ 논점까지 조금이나마 이어지지 않는 분노는 그냥 순수한 아드레날린 낭비다.
!@#… 토막6. 이 사건이 흔히 그렇듯 대중적으로 피해자의 이름 – 비록 가명임을 표방하고 있다 해도 – 으로 명명되어 오르내리는 것은 걱정스럽다. 특정 개인의 사건으로 위치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피해자 개인의 신상에 자꾸 관심을 가게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것이 감정적 관심을 끌어모으고 뉴스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건의 경우는 개인 가해자와 개인 피해자의 사안을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닌 사건이고 사회적으로 대책을 만들어야한다는 뉘앙스가 우선시되는 것이 낫다. 엽기 잡담거리가 아니라 아동성폭력 대책을 논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범행 내용으로 명명하고, 사안을 더 구체적으로 지칭하기 위해서 사건발생지역으로 한정하는 것이 기본이다(해당 지역 주민들 가운데 땅값 떨어진다고 싫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죄송한 노릇이지만). 그렇기에 좀 딱딱하더라도 “안산 9세여아 등교길 강간상해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 토막7. 제발 이런 ‘감정적’ 사안일수록 백투더소스를. 범행장소가 교회였다는 이야기에서 어느틈에 가해자가 목사였다는 소문으로 확장되고, 사건조사 보고서나 최종판결문을 실제 인용함도 없이 범행 구체 시나리오가 돌고,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 재판 진행상황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판결을 강화하자는 서명을 받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다. 이미 정식으로 드러난 요소만도 ‘분노’를 하기에는 차고 넘치는 양이니, 그 이상 에너지를 할애하고 싶다면 분노할 이유를 새로 찾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에 기여하는 것을 권장한다.
* 관련 추천글:
– http://basil83.egloos.com/5083041
– http://coldhouse.egloos.com/2436258
– http://stcat.egloos.com/1636549
*발행 후, 하교길->등교길, 강간치상->강간상해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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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사건과 관련해 토론해 볼 만한 내용 http://capcold.net/blog/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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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착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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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블로그에 ‘착한’ S모를 찾으러 오는 분은 없을테니…
이 상황을 최대한 악의적으로, 안산시에 유리하게 구성해 보도록 하자.-_-;;;
1. 저소득층 부모로서, 이 부모는 형식적인 이혼을 통한 지원금 받아내기라는, 법률적인 편법을 이용할수 이용할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있다. 일용직 노동자와 식모? 로 일할망정, 이들 부모는 허름한 사람들은 아니다.
2. 그렇게 받아낸 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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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이 사건 단상 : 경건한 분노…
0. 너는 그냥 죽어라. 지인에게 사석에서 잠깐 들었다. “12년이 선고되었다구요? 그럼 꽤 중형이네요.” 이랬다. 그렇게 말했더니 어린 딸아이를 키우는 그 분이 한참을 어처구니 없어 하더라. 그러다 트위터에서 이 소식을 전하는 아고라 청원글을 봤다. 아, 이 개새끼는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즉각적으로 든다. 치가 떨린다는 말, 온몸으로 실감한다. 치가 떨린다. 근육이 뻣뻣하게 굳고, 목에 경련이 인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폭력성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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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 @koreain: RT @toyoil 나영이사건에 대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법적인 면, 정책적인 면, 대안 등에 관해 냉철하게 쓴 글이네요 http://ow.ly/rLSo 이번 일로 해서 우리 사회가 한단계 더 성숙해져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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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비두의 생각…
‘약자에 대한 괴롭힘, 성적 침해, 음주추태 등의 콤비네이션에 대한 철저한 불관용을 사회적 상식으로 만들어놓는 것도 장기적 예방책으로 필수적’에 대동감. 술 먹고 진상, 행패, 추태, 민폐 일삼는 모습 보는 거 신물나. 취했으니 용서해 주자는 아량(?)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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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話頭)…
The art of proposing a question must be held of higher value than solving it.문제를 제시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게오르그 칸토어 Georg Cantor11.최근 블로고스피어 최대의 화두는 단연 “나영이 사건” 이었다. 8살 소녀가 끔찍한 성폭행을 당했고, 장기의 상당 부분이 파괴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처했다. 그러나 범인은 “겨우” 12년의 징역형만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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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9세 아동 사건, 나머지 손가락은 당신을 가리킨다….
1. 제3세계의 아이들 십 수년 동안 단체 활동가로 일하던 친구 녀석 하나가 몇 년 전에 베네수엘라로 넘어갔던 적이 있었다.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에 대해 공부하고 오겠다고 큰 소리 치고 넘어갔던 이 넘, 현지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 블로그에 상당히 충격적인 포스팅을 올렸다.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지역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