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스폭, 오바마 블록버스터

!@#… ‘스타트렉'(한국 개봉명: 스타트렉 더 비기닝) 보고 옴. 감성의 바닥을 긁어올린다는 의미의 명작은 아니건만, 축적된 빠심을 뒤흔드는 파워가 막강하여 대략 그런 명작들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경지랄까. 좀 많이 훌륭하다.

!@#… 사일러를 하면서 갈고 닦은, 감정을 억누르는 이성의 연기 솜씨로 만들어낸 젊은 스폭. THE 진품, 레너드 니모이의 스폭 프라임. “Live long and prosper (장생하고 번영하시길)” 한마디면 관객 평정. 이걸로 이미 게임 끝. 나머지 배역들의 불타는 호연, 출중한 세계관 설정, 천재적인 리셋솜씨는 그냥 이미 완성된 명품 핸드백에 다이아를 박아넣고 있는 격.

!@#… 커크의 반항소년식 얼굴이 느끼남 TOS 원조 커크와 차이가 크다든지, 우후라가 그에게 도끼질을 하다니 하고 분개하는 등 새 캐릭터들의 방향전환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폭. 끝.

!@#… 이전 시리즈를 본 적 없어서 충분히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투덜거릴 분들도 있으리라 본다. 뭐 이전 시리즈를 몰라도 그냥 보고 즐길 수 있고, 알면 더욱 더 즐길 수 있는 방식이라고 보지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 하지만… 스폭. 끝.

!@#… 영화로서의 플롯 구멍, 캐릭터 성장이 두어명에게 집중되고 끝난다느니 하는 비판지점은 뭐 아마 다들 나름 올바른 비판이겠지. 하지만… 스폭. 끝.

!@#… 일부 평론가들과 올드팬들(그러니까, TOS근본주의자라든지)은 이 영화가 ‘칸의 분노’ 및 ‘퍼스트 컨택트’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타트렉이라는 것을 차마 인정하기 싫은지 눈요기는 좋지만 스타트렉 시리즈 본연의 철학성, 이상향, 현실 사회상의 반영 같은 묘미가 없다 식의 평가를 가끔 내린다. 하지만 약간만 더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스타트렉 역시 미국의 오늘날 분위기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직접 자세히 쓸 필요도 없이, Slate.com의 최근 리뷰 “Go See Star Trek – It’s logical.”멋들어진 평가를 한 문단 인용하자.

[스타트렉 시리즈의 특징인 외교와 기술문명에 대한 낙관론이 9/11이후 다극화 시대에는 구닥다리로 보일 수 있다고 지목한 뒤]
“…하지만 이상한 방식으로, 스타트렉의 유쾌할만큼 뚜렷한 순진함은 이 작품을 우리들의 (살짝) 갱신된 희망의 시대 첫 여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영화로 만들어준다. 오바마 시대, 즉 영민함과 이상주의가 다시 쿨한 것으로 취급받는 오늘날을 위한 블록버스터다. 사실, 우리 대통령(일자 머리에, 혼혈에, 뼛속까지 영민한)이 파란 셔츠와 뾰족귀를 장착하고 함교에 자리잡은 모습이 막 그려지지 않는가?”

!@#… 그러니까, 결론은…

스폭.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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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thoughts on “스타트렉, 스폭, 오바마 블록버스터

Trackbacks/Pings

  1. Pingback by 잠보니스틱스

    스타트렉(2009)…

    23세기의 미래, 조사임무를 수행 중이던 스타플릿 우주선 U.S.S.켈빈호의 앞에 갑작스런 우주폭풍과 함께 거대한 송곳형의 인공물체가 나타난다. 무차별 공격으로 켈빈호를 꼼짝 못하게 만든 …

  2. Pingback by Cranberry's Panic Room

    스타 트렉! 빠심 대폭발!!!!!!!!!!…

    아아아아아아아아!!!!!!!!!!!!!!!!!!!!!!!!!!!!!!!!!!!!!!!!!!!!!!!!!!!!극장에서 보는 내내 들썩들썩이는 빠심을 억제할 수 없어 정말 몇 번이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환호를 지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느…

  3. Pingback by Seamless · 스타 트렉: 더 비기닝 (Star Trek, 2009)

    […] 캡콜드님의 설명으로 더 설명할 게 없다. […]

Comments


  1. 국내 영화잡지들의 ‘이번 영화는 스타트렉을 전혀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and ‘해당 감독이 스타 트렉의 매니아이긴 커녕 스타 트렉을 잘 몰라서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연출했다’ 라는 기사들을 믿고서…

    의자에 앉았다가 오마이갓, 감동 트레키들이여 울어라 우워어엉. 커크가 사과 씹으면서 고바야시 구조 미션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두번째 극장개봉작에 언급된 내용과 절묘하게 엮이는 이야기에.

    TV속 미래의 인물이 과거속 극장의 인물을 랑데뷰하는 매체와 매체를 넘나드는 타임패러독스의 신선한 연출력은 그냥 찬양스러울뿐.

    마지막 니모이의 나레이션과 테마까지 감동 앤 감동.

    그러나 국내 번역가는. 워프도 순간이동으로, 트랜스포팅도 순간이동으로 번역해주시는 명번역센스로 꼬꼬마관객들의 두뇌를 심히 괴롭혀주심…

  2. 스타트렉으로 본건 극장판 2편뿐. 그 ‘카아아안!’하는 플래쉬가 어디에 쓰였는지 보려고 봤지요-_-;; 아무튼 재미는 있는데 특별한 느낌은 없어서, 이번 영화는 비디오 나오면 보려고 합니다. 꼭 봐야 하는 명작인 건 아니겠지요?

  3. 영화자체는 괜찮고 재미있게 봤지만 번역수준이 꽤 떨어졌습니다. nomodem님이 말씀하신 순간이동(사실 스타트렉에서 워프는 공간도약이 아니라 초광속 항행이지만 그런 아리까리한 부분까지는 기대안합니다)도 그렇지만 어뢰(torpedo)도 charge도 ‘폭탄’이라 하질 않나,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을 종종 빼먹질 않나, 벌칸인의 말투 뉘앙스를 전혀 못살리질 않나… 하여간 엔딩 스크롤 올라갈 때 좀 불쾌해 졌답니다. 번역가 이름을 이런식으로 기억하게 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죠. -_-;; 이런 말 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법으로 올라온 파일쪽 번역이 더 정확할 가능성도 높겠습니다.

    사실 전체적으로 못봐줄 번역도 아니었고 언제나 훌륭한 번역자막을 보란법도 없지만… 쩝..

    이미도씨가 반지전쟁에서 오크를 엉뚱하게 번역했다고 욕먹었던 것하고 비슷한 상황일까나요..

  4. 아무래도 영화를 막 보고와선지 글을 좀 오바해서 썼군요. 제 개인기호가 들어간 거고 자막이 영화 즐기기엔 별 무리없습니다. 그냥, 설정놀음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런저런 불만을 적은거라고 봐주심이.. ^^;;

  5. 저도 보면서 이건 뭐 대놓고 “여기서 환호하라~ 트레키들이여~~~” “여기서 박수를 칠 지어다, 트레키들이여~~~”를 외치는 장면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극장에서 부르르 떨리는 손을 억누르느라 혼 났습니다 ㅠ_ㅠ
    뭐 “STAR TREK” 타이틀 나올 때부터 이미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는 하지만;;;

  6. !@#… nomodem님/ 고바야시마루 시뮬을 스폭과 커크의 첫 인연으로 박아넣은 것도 절묘한 선택이죠. 체스형 인물과 포커형 인물의 세계관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그 순간이 주는 쾌감이란! 그건 그렇고 자막번역이 정말 엄청나긴 했나보군요;;;

    네이탐님/ ‘특별한 느낌’이란 건 아무래도 그 작품들을 접하게 되는 맥락을 크게 타니까 어쩔 수 없죠. 예를 들어 아직 냉전이 진행중이던 시대에 TOS를 보거나 냉전이 끝나고 시대의 전환기 무렵에 TNG를 본 사람들이 느끼는 특별한 감정을 어떻게 작품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 재현하겠습니까 (핫핫). 그리고…’꼭’ 봐야 하는 명작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빅뱅이론의 쉘든을 인용하자면… “꼭 해야한다고? 꼭 해야하는 것은 양분을 섭취하고, 노폐물을 배출하고, 산소를 흡수해서 세포를 죽지 않게 유지하는 거지. 나머지는 모두 선택성이야.”

    지나가던이님/ 블록버스터인 만큼 투자할 여력도 많을텐데… 돈을 더 주고, 쓸만한 감수자를 번역사무실과 별개로 한 명 두었으면 됐을텐데 말이죠. 관객시장의 규모만 커지면 뭐하고 홍보비만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지, 품질관리는 도저히 신경을 안쓰는 야매스러운 인식을 언제 졸업할련지;;;

    wafe님/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너무나 자명한 언급이 되기 때문에, 다소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자 하겠네. good luck!”

    스폭이 뭐죠?님/ 오오 신선한 해석!

    Cranberry님/ 저는 이쪽 동네에서 관람했기에, 그런 순간에 실제로 환호하는 관객들은 물론이고 영화가 끝난 뒤 긴 크레딧 동안 자리에 앉아서 10여명 그룹으로 모여 열띤 토론을 하는 청년/처자들, 끝까지 자리를 뜰 줄 모르는 중노년 아저씨들을 목격하는 재미가 보너스로 따라왔죠 (핫핫).

  7. 영화보고 나서 스타트렉 시리즈(특히 엔터프라이즈호 편)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능.
    네이탐님, 극장에서 안보면 좀 후회할지도-_-;;;
    전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휘몰아쳐주신다능.
    스토리, 연기, 화면빨, 사운드, 연출 등 어디 하나 꿀릴 것이 없는 명작의 반열에 올려도 손색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공간 패러독스만 나오면 정신을 못차리는 JNine인지라 ㅋㅋ)
    번역은…영화 이해에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확실히 성의없는 번역. 이런 영화의 번역은 초벌을 트레키한테 맡기고 전문 번역가가 손을 보는 정도로 가다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데…이상한 번역이라고 매도하기는 그렇지만 확실히 잘된 번역은 아니라능(요즘 영어 좀 하는 관객들이 늘어서 옛날 영화 자막 만들듯 발로 만들고 그러면 안된다능)

  8. !@#… mahabanya님/ 초벌을 전문번역가가 하고 디테일을 분야전문가가 손보는 쪽이 아무래도 쉽습니다(‘트집잡을 때’ 훨씬 능력이 빛을 발하니까요…핫핫). 여튼 평행우주 시간이동 세계관으로 구 팬들에게도 떡을 물려주고 새 이야기를 꾸릴 떡밥들을 확보하는 모습이야말로 떡밥의 제왕 JJ아브람스의 본연.

  9. 아아 이렇게 capcold님이 부러워보긴 처음입니다.
    빠심과 지름을 동시에 자극하는 멋진 영화 리뷰(?)!!!
    “스폭. 끝.”이 주는 이 간단명료한 감정과 이성의 합일이라니!!!

    결론. 보고싶어 뒤지겠다. 끝.

  10. 아, 이건 리뷰를 가장한 팬심의 신앙간증…[…]

    하도 명성이 자자해서 예전부터 한번쯤 보고싶던 시리즈입니다만,
    도저히 어디서 찾아봐야 할 지 알 수가 없더군요. 나온지 오래됐기도 했고…

  11. !@#… Noname님/ 미국지역에서는 Youtube 등에서 구 시리즈는 광고삽입 후 무료 관람 가능합니다(이번 영화 프로모션의 일환). 혹 미국지역 프록시 쓰실 수 있는 것 있다면 나름 손쉬운 방법입니다. :-) 극장판들의 경우는 한국에서 모두 DVD 출시중.

    j준님/ 제가 좀 벌칸…;;;

  12. >국내 영화잡지들의 ‘이번 영화는 스타트렉을 전혀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and ‘해당 감독이 스타 트렉의 매니아이긴 커녕 스타 트렉을 잘 몰라서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연출했다’ 라는 기사들을 믿고서…

    감독은 잘 모르는데 각본가들이 트레키였습니다. 게임 끝. OTL

  13. !@#… 잠본이님/ 그러게 말입니다. 타임슬립한 엔터프라이즈호가 지구에 불시착하려고 한다는 통신이 들어오면, 폭죽으로 활주로를 밝혀줄 분들이라 확신합니다(‘갤럭시퀘스트’). // 게다가 솔직히, 스타트렉을 잘 모른다고 아브람스가 아무리 자처해봤자, 그건 자기 주변에 널려있을 본격 트레키들만큼은 모른다는 레벨이지 스폭이라는 이름을 처음들었다는 레벨이 아니죠.

  14. 전 오바마도 벌컨식 인사를 했다길래 포스팅제목과 연관있나 했습니다.^^
    스타워즈 팬이었는데 스타트렉 엔딩테마를 듣고 완전 감동받아서 4번째 극장에서 보고온 1인입니다.
    캐릭터 외에 잘 기억나지 않았는데 어릴때 들었던 테마가 기억에 남아있었나봐요.잘 몰랐던 스타트렉 설정들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그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벌컨족(최고!)
    댓글보고 ‘아 그거’했던게 ..스타트렉 본 다음 바로 한 일이 갤럭시 퀘스트를 다시 찾아보는 거였답니다.
    예전엔 그저 스타트렉 패러디를 했겠거니 하고 봤는데 이해하고 보니 더 재밌는겁니다!(물론 원래 재밌는 영화지만: D)지금 상태로는 폭죽으로 활주로 밝혀주는 사람들 틈에 끼게될 가능성이 높네요.힣

  15. !@#… anonymous님/ 사실 구글 이미지검색을 하면 이미 오바마 벌칸인 합성짤이 수십수백 가지 돌아다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