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 만화 트렌드 [한국만화연감 2009]

!@#… 2009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8년의 자료 총람)의 트렌드 개요 챕터에 기여한 원고 가운데 온라인 만화 관련. 창작, 제작, 유통 부문으로 나누어진 ‘주요 이슈’ 챕터의 사이사이로 하나씩 들어간 꼭지들을 여기 따로 모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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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웹만화

1) 포털만화에 기성작가합류 확대
지난 수년간의 산업적 트렌드에 따라서 인터넷이 만화 연재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대두되면서, 종이잡지에서 만화 연재를 하며 기반을 쌓았던 스타 작가들이 신작을 웹에서 발표하는 사례들이 늘어났다. 종이 잡지는 지면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에 인터넷의 경우 포털 사이트들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만화연재 지면이 점차 확장되어가고 있는 추세이기에 소정의 원고료를 보장하고 기성 인기 작가들을 흡수할 발판이 일정 부분 갖추어진 것이다. 그 중 그림체와 연출을 웹만화의 매체특성에 맞추어 조절할 수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한 트렌드에 가장 먼저 적응한 양영순(『1001』), 김규삼(『사립정글고등학교』), 강도하(『위대한 캣츠비』) 등의 뒤를 이어 2008년에도 여러 작가들이 새롭게 편입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성인기작가의 웹만화 데뷔는 윤태호, 이충호, 전상영이다. 윤태호는 유료 만화웹진 ‘만끽’에 『이끼』라는 스릴러물로 본격적인 웹만화 장편 연재에 도전했다(이 작품과 동시에 포털 ‘파란’에서 『첩보대작전』을 연재했나 스포츠신문 만화의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모험을 하지 않았던 바 있다). ‘만끽’의 휴간으로 연재가 중간될 위기에 처했으나, 결국 미디어다음의 만화란에서 연재를 재개했다. 이충호의 경우 90년대에 『마이러브』, 『까꿍』등으로 높은 단행본 판매량을 누렸음은 물론 특유의 활기찬 캐릭터성과 연출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으나, 2000년대 초반의 소년만화잡지 부흥과 빠른 몰락의 와중에 연재 지면을 잃었던 바 있다. 이후 단행본 작업 위주로 하다가, 2008년 미디어다음의 연재만화란에서 『무림수사대』로 연재물에 컴백했다. 또한 『미스터부』로 팬층을 얻었던 전상영 역시 『내추럴 리드미컬 리로디드』로 같은 지면에서 연재를 했다. 대부분 신인 위주로 편성되어 화려하고 원숙한 연출이나 긴 호흡의 재미가 상대적으로 귀했던 포털 사이트의 웹 연재만화란에 이들의 합류는 긍정적인 다변화와 품질향상으로 작용했다.

2)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데뷔 확대
2008년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만화계 데뷔 사례가 더욱 확장된 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프로 만화가 데뷔의 일종의 현행 표준모델은, 포털사이트의 만화가 모집란을 통하는 것이다. 각 포털 사이트들은 신인작가들을 발굴하고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하여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올려서 일반 대중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게시판 공간을 운영하는데, 그 중 평가가 가장 좋은 작품들을 원고료가 지급되는 정식 연재로 발탁하곤 한다. 혹은 모집란을 통하지 않더라도 개인블로그 가운데 일정 정도 이상의 유명세를 떨칠 경우 담당자가 접촉하여 ‘프로 데뷔’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2008년에는 이러한 모델의 숙성으로 인하여 이전의 기준으로는 발탁이 힘들었을 법한 ‘전형적인 잘 만든 만화’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는 작품들까지도 열성 독자들의 호응이라는 기준에 힘입어 데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는 귀귀 (『야심작 정열맨』), 그리고 현재 연재를 준비 중인 이말년 등 일견 허술한 짜임새 속에서 극단적인 개그를 추구하는 작가들이 포함된다.

혹은 포털사이트 연재라는 경로를 거치지 않고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보한 인기를 바탕으로 곧바로 단행본 발간을 해서 히트하는 사례도 만들어졌다. 굽시니스트의 『본격2차세계대전만화』는 작가의 개인 블로그와 디씨인사이드 카툰연재갤러리(카연갤)에 연재하여 얻은 인기로 출판사와 계약, 단행본으로 나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각 포털사이트의 신인 만화가 발탁용 게시판이 아닌 순수한 커뮤니티로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는 카연갤 이외에도 게임 커뮤니티 룰리웹의 만화가지망소모임(만지소), 유머 커뮤니티 웃긴대학 등이 크게 부각되었다.

3) 작가간 커뮤니티 문화 확장
온라인에서 연재하는 작가들 사이의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 역시 두드러졌다. 수년 전에 웹만화가들과 웹에서 많은 인기를 모은 스포츠신문 만화가 등의 자선활동에서 비롯된 ‘러브툰’ 모임이 수년전 만들어진 이래로, 2008년에도 특정한 협회의 형식이나 확고한 조직을 갖추지 않은 느슨한 형태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여럿 만들어졌다. 이 중에는 네이버의 『N의 등대』의 경우처럼 친한 작가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작품으로 협업을 한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평소 자신들의 연재작에도 서로를 등장시키곤 했다. 혹은 웹만화 연재에 관한 정보 공유와 스터디 등 창작 이슈에 관한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카툰부머’와 ‘만당고’ 등도 작가들 사이에서 강력한 커뮤니티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만들어진 것은 더 오래되었지만, 만화 일러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예비 작가와 프로들이 서로의 그림을 평하는 ‘방배동사람들’ 등도 꾸준히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창작 조건을 서로 공유하고 창작물을 품평하기 위한 커뮤니티 외에도, 일시적으로 캠페인을 위하여 모이는 사례도 있었다. 촛불시위 정국 속에서 조직된 릴레이만화 『야옹』은 ‘팝툰’ 잡지의 연재작가들 및 사회적 발언을 주저하지 않는 만화가들이 일시적으로 모인 경우다.

 

제작: 디지털 만화 시장의 경향

A. 포털의 만화 서비스 강화

1) 네이버 만화란의 웹툰 중심 개편
2008년은 포털사이트들의 만화 서비스 강화가 두드러지는 한 해였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 포털 사이트 가운데 사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네이버의 만화란 개편이다. 네이버의 경우 원래 종이만화의 스캔본을 유료로 열람 서비스하는 ‘온라인 만화방’ 코너와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웹 전용으로 창작된 만화를 연재하는 연재만화 코너가 사실상 구분되어 있었는데, 그 중 만화란을 클릭해서 들어올 때 먼저 보이게 되는 것은 온라인 만화방 코너였다. 온라인 만화방의 경우 포털이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운영하지 않고 콘텐츠 프로바이더를 통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특정 작품에 대한 집중적인 마케팅이 미비함은 물론, 작품 자체도 출판 등 다른 경로보다 지나치게 늦게 제공되어 화제성을 만들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방식이다. 그에 비해서 웹툰의 경우 연재물로서의 활력과 독자들의 상호작용성이 있기 때문에 화제성을 만들기가 용이하고, 포털사의 담당자가 직접 지면을 조율하기에 전반적 품질관리에 유리하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네이버는 7월에 대대적 개편을 했다. 그 결과 만화란을 클릭할 때 현재 연재중인 웹만화들이 가장 먼저 보이게 되었으며, 오히려 온라인 만화방의 경우 ‘유료만화’라는 하부 메뉴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포털사이트가 만화란의 연재지면으로서의 속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2) 신규 진입
2008년에는 포털사이트 야후코리아가 웹만화 연재에 새로 진출했다. 야후코리아는 수년전 딜버트 등 해외 유명 코믹스트립의 특약연재를 중심으로 연재만화란을 잠시 운영하다가 폐쇄한 바 있는데, 본격적으로 웹만화 작가들을 계약하여 정식 지면을 만든 것이다. 야후코리아는 양영순(『라미레코드』), 주호민(『무한동력』), 호연(『꿈의 주인』)등 온라인에서 이미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거나 주목받는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편성하였으며, 이전에 파란에서 연재된 바 있는 『1001』등 유명 온라인 만화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로써 현재의 주요 대형 포털 사이트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웹만화 연재지면을 보유하게 되었다. 네이버는 통합 만화란으로, 다음은 미디어다음의 ‘만화속 세상’을 통해서, 파란은 만화홈의 하위메뉴인 무료만화/웹툰에서, 네이트는 만화홈 하위메뉴인 웹툰란을 통해서, 야후코리아는 미디어의 하위메뉴인 카툰세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로서 기존의 일반적인 구분이었던 에피소드식 유머는 네이버, 장편 연재는 미디어다음이라는 느슨한 양강 체제가 흔들리게 되었다. 네이트와 파란의 경우 2008년 동안 새 연재작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지면개편을 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위축된 측면이 있지만, 파란의 『바둑삼국지』등 여전히 몇몇 인기 연재작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3) 다음의 종이만화와 웹툰 연동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우 미디어 다음의 웹만화 연재와 온라인만화방 코너를 통합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종이책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를 웹만화 연재코너에서 서비스하는 방식을 통해서 종이만화를 스캔한 온라인 만화방 서비스와 웹 전용 만화 연재 사이에서 교집합을 만들었다. 자사 지면에서 웹만화 연재를 하는 작가의 출세작이었던 종이잡지 연재만화의 단행본을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내추럴리드미컬 리로디드』를 연재한 전상영의 출세작 『미스터 부』, 『페르소나』를 연재한 서영웅의 『굿모닝 티처』 전권을 공개했다. 웹툰 연재란에서 곧바로 열람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해당 작품들이 명성과는 달리 단행본으로 현재 구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팬층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미디어다음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어떤 식으로든 웹연재 만화와 온라인 만화방 사이의 융합을 더욱 더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2008년은 포털사이트들의 만화란이 더욱 적극적으로 기획 관리되는 단계에 들어섬에 따라서 매체로서의 영향력 역시 확장되는 시기였다. 젊은 만화가 지망생들이 포털사이트의 만화도전 게시판에 자신들의 작품을 공개하여 평가를 유도하고 있고, 나아가 ‘2008 다음 온라인 만화 공모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아예 드라마, 애니메이션 제작사, 출판사 등과 처음부터 결합하여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종이잡지의 역할인 작가 데뷔와 연재작품 유통의 역할 상당부분을 포털의 만화란이 일임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2008년은 그런 움직임들이 앞서 언급한 몇가지 사례들을 통해서 구체화된 시기였다.

B. 웹진형 유료지면의 사업 철수

1) 유료웹진 ‘만끽’의 폐간
‘만끽’은 2007년 초에 발간한 만화웹진으로, 유료 결재 방식을 취했으나 수익성 문제로 2008년 3월에 운영을 중단했다. 만끽은 종이만화잡지 편집 노하우를 지닌 인력들이 중심이 되어 웹진 형식으로 정기 발행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고 유료회원을 수익모델로 하고 있었다. 타겟층으로 청소년 이상을 상정하여 ‘청춘’ 만화웹진을 표방하고 모바일 만화 서비스 사업과 라이센싱 등을 같이 실행하였던 바 있다. 나아가 유료 웹진 이외에도 무료 웹툰 연재 공간을 한동안 같이 운영하여 다변화를 꽤했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의 만화란과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유료웹진으로서의 독특한 독서경험의 메리트를 시장에 각인시키지 못한 것이 실패요인이 되어 사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이 사례는 현재의 온라인 만화 판도에서 콘텐츠에 직접 과금을 하는 것의 시장성에 대한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만끽’을 제작한 모회사인 아이비에스넷은 이후 재담북스라는 출판사를 통해서 단행본 사업을 지속하며 기타 만화 작품 라이센싱 매니지먼트 사업을 꾀하고 있다.

2) 유료 만화장터 코믹타운의 한계
코믹타운은 원래 만화가협회의 전폭적인 참여 하에 야심차게 시작되었던 프로젝트로,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선보일 수 있는 온라인 만화 포털을 목표로 2006년에 출범한 바 있다. 특히 2007년에는 콘텐츠별 유료화를 도입하여 포털을 넘어서 직거래 장터의 방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전문적 기획력 미비라는 약점을 거스르지 못하여, 출범 1년 후 공공기관인 부천만화정보센터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운영되다가 결국은 낮은 독자 호응 속에 2008년에 전면 재개편을 위한 휴지기에 들어가게 되었다. 독자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 개방전략과 마케팅에 취약하고, 연계사업영역과의 협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만화 공간과의 경쟁구도까지 생겨서 신인 작가들의 데뷔무대로서 기능하는 것까지도 실패한 것이다.

두 사례는 유료 연재형 온라인 만화에 대한 실패 사례로, 일각에서는 과금형 유료화의 시장성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회의적 반응도 제기되었다. 반면 음악 다운로드 시장의 체질개선 과정을 예로 들며, 콘텐츠 과금형 시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한층 개방적이고 촘촘하게 엮인 현재 독자들의 소통 패턴과 향유문화에 대한 창의적 기획과 적극적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유통: 온라인만화 시장의 주요 이슈

A. 시장의 주요 이슈

1) 포털 연재만화의 수익 지급
2008년에 온라인 만화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은 포털사이트들의 만화연재란이다. 2007년 12월『마린블루스』가 장기휴식에 들어간 이래로, 개인 홈페이지 위주의 온라인 만화 스타덤은 2008년동안 대체적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또한 ‘만끽’등 개별 만화웹진이 사업을 접었으며, ‘코믹플러스’와 ‘코믹일구’ 등 온라인만화방 사이트들도 새로운 화제감 없이 현상유지를 했다. 그 와중에 주목도를 모은 것이 포털 연재만화인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정규 연재 발탁시 원고료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면 연재만화 게재에 대한 금전적 대가에 대해서 여러 견해충돌이 표면화되기도 하였다.

온라인 만화 연재의 1차적인 금전적 대가는 원고료 지급이다. 하지만 신인작가의 공급이 많고 업계표준 관행이 여전히 미비한 관계로, 최소원고료 기준 등의 장치가 없는 상태다. 작가 커뮤니티의 비공식적 발언들을 종합하여 시장 현황을 파악할 때, 네이버나 미디어다음 등 유명 포털의 경우 신인의 경우 회당 5만원부터 인기 작가는 회당 4-50만원 혹은 그 이상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원고매수를 기준으로 하는 종이잡지와 달리 온라인 스크롤 만화의 경우는 연재횟수 이외에는 분량을 계산하기 힘들다는(대안으로 칸 단위로 산정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본격적 포털사이트가 아닌 신문사의 닷컴사이트의 경우, 신문사가 더 대우가 좋다는 기존의 속설은 지면에 한정될 뿐 오히려 포털사이트보다 원고료가 낮게 산정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대부분의 경우 조회수에 기반한 러닝개런티 등의 별도 인센티브가 없으며, 광고 수익 배분 등 기타 수익도 따로 산정하지 않는다. 즉 원고료 이외의 수익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인데, 원고료 자체가 산정기준이 뚜렷하지 않고 절대액수가 높지 않은 셈이다.

다만 미디어다음의 경우, 연재작품의 단행본화 및 2차 라이센싱에 적극 개입하는 전략으로 선회하여 일종의 매니지먼트 역할을 자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일부 『트레이스』, 『미스문방구매니저』등 인기연재작은 ‘씨네21’의 ‘팝툰’ 브랜드와 결합하여 단행본 발행 및 기타 라이센싱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2) 온라인 만화의 시장적 가치에 대한 논란
2008년은 수익 배분 문제와 연결된 더욱 근본적인 화두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바로 온라인 만화의 시장적 가치 자체의 문제다. 위축된 출판시장과 변하는 독자 향유문화 속에서 종이 단행본 판매의 인세보다 온라인 자체에서 추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일종의 러닝개런티를 요구할 수 있기 위한 산정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공개적 혹은 작가 커뮤니티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아직 통일된 방법론 개발은 요원한 상태다. 그 중 하나로는 포털사이트의 주요 수익원인 배너광고를 공략하여 배너광고 단가를 바탕으로 만화의 시장 성과를 평가하자는 발상이 있는데, 아직 많은 사이트들이 세부 타겟팅에 문제를 겪고 있어서 내부광고 위주로 돌리고 있는 만큼 현재 당장 용이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조회수 바탕으로 수익을 지급하기에는 포털사이트 기업이 자신들의 영업 자료인 세부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기가 쉽지 않으며, 조회수와 시장성 사이의 인과관계가 비단 만화뿐만 아니라 포털사업 전반에서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기에 파고들기 쉽지 않다. 추천제도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은 ‘오마이뉴스’ 등 일부 온라인언론사에서는 실시하고 있지만, 객관 지표화하기에는 엄밀성이 떨어진다. 혹은 향후의 대안적 모델로서 맞춤형 광고에 기반한 수익모델로 전환한 후 수익을 배분한다는 제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맞춤형 광고 산업 자체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2009년에도 이는 계속 논쟁적 사안으로 남아, 다양한 논의와 실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 경쟁시대
2008년 온라인 만화의 포털사이트 위주 개편 흐름의 또다른 속성은 경쟁구도의 강화다. ‘파란’이나 기타 언론사닷컴 사이트들의 만화란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어 완결작들 상당수가 2008년에 온라인 만화에 재진입한 야후코리아의 만화란에서 서비스중이다. 나아가 네이버 만화란의 도전게시판에서 지명도를 쌓고 본지면에서 정규연재를 하여 유명세를 떨친 『도자기』의 작가 호연의 신작 역시 야후코리아에서 발탁했다. 작가와 작품들이 특정 공간에 묶여있기 보다 더 나은 대우나 기타 조건을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포털 사이트간 경쟁구도에서 더욱 보편화되었다.

4) 온라인 연재 단행본화의 원숙기
2008년은 온라인 연재 만화의 종이 단행본 제작 및 시장 호응이 한층 원숙해진 시기다. 그 중 특히 굽시니스트의 『본격2차대전만화』, 호연의 『도자기』를 출간시켜서 히트를 친 애니북스 출판사의 성과가 주목할만 하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웹 연재만화 작가들의 종이단행본 출간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할애하여, 수 년만에 온라인에서 종이로 옮겨서 출판물로서 히트시키는 것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나아가 타출판사들도 이들의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발전시킴으로써 전반적으로 온라인 만화의 단행본의 질적 수준이 향상한 한 해였다. 세로 스크롤로 되어 있는 만화의 독서흐름을 종이 단행본을 위해 칸 단위로 재배열하는 것은 이제는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며, 아직 신인 작가들이 많은 웹만화의 속성상 초반 연재 부분의 불안정한 그림을 책 전체의 흐름에 맞도록 완전히 재작업하는 방식도 보다 빈번해졌다. 출판사 역시 다양해져서, 웹진 ‘만끽’을 운영했던 아이비에스넷의 재담북스(『이끼』), 씨네21의 ‘팝툰’ 단행본 브랜드(『미스문방구매니저』,『트레이스』) 등 신규 진입자는 물론 대원CI(『입시명문 사립정글고등학교』) 등 기존의 주류 대형 만화출판사들도 한층 본격적으로 웹연재 만화의 단행본화에 초점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 만화 단행본의 판매량 추이는 아직 원숙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서점 인터파크 기준의 만화도서 판매순위 상위 40개에서, 웹만화의 단행본은 4위, 6위, 7-9위, 35위, 40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다만 웹만화 단행본의 판매순위 상위권은 『도자기』, 『핑크레이디』, 『본격2차대전만화』, 『마음의 소리』, 『사립정글정글고등학교』등 실제로 온라인 상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온라인 상의 인기와 오프라인 상의 단행본 판매가 전반적으로 크게 어긋나지 않는 추세를 읽어낼 수 있다.

B. 불법 스캔 만화와 저작권 단속 시비

1) 불법 유통 스캔만화의 폐해
출판만화를 디지털화하여 저작권자의 허가 없이 유상 및 무상으로 유통하는 “불법스캔만화”는 지난 수년간 만화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꼽혀왔다. 이에 만화계는 만화저작권협회를 발족, 적극적 대응을 천명한 바 있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로는 웹하드, P2P, 커뮤니티 등에 대한 적극적 단속이 꼽힌다. 2008년의 경우 1-11월 사이에 적발된 건수가 103632건(월 평균 8636건)에 이르는데, 세부적으로 보면 1월이 17023건으로 최대였다가 9월에 6321건으로 최저점을 찍고 다시 소폭 증가해서 11월에 7021건으로 마무리되었다. 또한 이 단체의 발표자료에 의하면 각 적발 사례에 포함된 작품 개수에 도서정가와 기본권수(10권)를 곱한 손해액 추정치는 약 350억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2006년의 462억, 2007년의 397억보다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 지속적인 단속의 효과가 다소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적 시각과 함께 만화산업 자체의 위축의 결과일 수 있다는 신중한 시각이 논의되었다. 실제로 이러한 수치는 직접적인 침해비용에 한정되어 있고, 산업위축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2) 묻지마 저작권 고소의 폐해
반대급부로, 과도한 저작권 고소에 따른 폐해 역시 2007년 말부터 대두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만화가협회 등의 단체로부터 소속 만화가들의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 단속 권한을 일괄 위탁받은 솔로몬법인의 무리한 활동이 연초에 사회문제화되었던 바 있다. 이들은 작가의 작품을 검색하여 공유사례만 발견하면 먼저 합의금을 요구한 후 그것이 실제 침해사례인지 정당사용인지 여부는 추후에 항의가 들어올 경우 정정하는 기계적 절차를 적용했으며, 나아가 합의금의 대부분을 수임으로 책정하여 정작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미미하다는 문제를 낳아 결국 방송뉴스에서까지 언급되었다(MBC 뉴스데스크, 3월 20일자).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불법 저작권 침해로 인한 창작계의 손실이라는 문제가 경시되어서는 안되기에, 저작권 고소의 합리적인 범위와 방식은 첨예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3) 불법 스캔만화에 대한 대안적 시도들 구상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스캔만화의 유통에 대한 대안적 시도들 역시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우선 저작권 캠페인 실시와 불법 공유 단속을 기본적으로 지속하면서, 합법적이고 편하게 온라인상에서 만화를 구하고 그 수익이 창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실험하는 것이다.

한 가지는 만화 정보사이트를 통한 적극적 합법열람 및 구매 루트 소개다.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운영하는 만화포털 만화규장각(www.kcomics.net)은 만화가 개인 홈페이지와 합법적인 경로로 만화를 볼 수 있는 곳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사이트를 계속 개선하고 있다. 나아가 buy코믹이라는 메뉴를 통해서 만화책의 할인정보, 중고 거래 장터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만화방 서비스의 질적 다변화 역시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디어다음’의 연재 웹만화와 연계한 기존 종이 단행본 만화의 열람 서비스가 하나의 예다. 합법적으로 하는, 기간을 정한 만화책 공개가 불법 공유의 필요성을 감소시키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다운로드 방식의 만화책 e-book도 사업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기존 온라인 만화방들이 표방하는 대여열람이 아닌 소유방식, 타 매체로 비유하자면 스트리밍이 아닌 mp3 다운로드에 가까운 사업모델이 개발중인 것이다. 전문뷰어와 결합, DRM처리된 다운로드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으로, 일본에서는 모바일 기기의 폭넓은 보급에 힘입어 이미 중요한 화두로 떠오는 바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아이다운’ 등의 업체들이 베타테스팅 중으로, 2009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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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c모가 작성한 다른 꼭지들인 ‘한국작가 해외진출’과 ‘시사만화’도 차차 올릴 예정. 다만,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 버전은 최종출간버전과 다소간 다르며, 책 속의 다른 꼭지들 – 특히 데이터 차트 – 와 합쳐서 읽을 때 완전해진다. 그냥 떡밥 맛보는 셈 치고 읽어주시고, 따로 참조해서 인용할 일 있으면 책으로 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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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와! 한 눈에 만화게 지형이 눈에 들어옵니다!! 놀랍습니다! 귀한 자료 담아갑니다~^^

  2. !@#… 암연님/ 뭐랄까, 많은 분들이 어렴풋이 주목은 하지만 정작 맘잡고 정리해놓으면 별반 관심 기울이지 않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