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마음이 바로 무한동력이다 – 무한동력 [책속해설]

!@#… 굳이 더 호평을 더할 필요도 없는 작품 ‘무한동력'(주호민 / 야후!코리아 연재 / 상상공방)의 최근 단행본 출시 기념, 책속 추천사.

 

꿈을 꾸는 마음이 바로 무한동력이다

김낙호(만화연구가)

동네 전파상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살아가는 최고의 물리학자가 비밀리에 개발한 무한동력 엔진. 그를 경호하기 위해 급파된 국정원의 신입요원 장선재는 네일아트점 점원으로 잠복중인 김송 요원과 힘을 합친다. 무한동력을 놓고 벌어지는 열강들의 치열한 첩보전과 호쾌한 액션활극! 다음 페이지부터 펼쳐진다!

…펼쳐지지 않는다. 제목의 강렬한 SF스릴러적 향취와 달리, 『무한동력』은 그저 그런 21세기 초에 그저 그렇게 취직자리를 알아보며 하숙중인 주인공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의 하루하루를 담아내는 작품이다. 그냥 다들 사는 낮은 곳의 평범한 인간사를 바라보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가득하며, 동시대 젊은 세대들과 함께하는 마음이 가득 넘쳐나는 잔잔한 이야기다. 그림체나 연출마저 강렬한 필력이나 끝없이 과장된 귀여움으로 압도하기보다는, 퍽 잔잔하다. 강렬한 상황이나 꼬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모습에서 진국으로 우러나는 감칠맛과 현실 속의 일상적인 장벽들을 섞어 넣어 만들어진 소소함의 현실성이다.

하기야 오늘날 한국의 사회 현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뭔가 소재거리가 될 만도 하다. 일자리 수요공급이 어긋나고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취직 경쟁은 심해지고, 그렇다고 사회 안정망은 미진하기 짝이 없고 경쟁구도로 부채질하는 사회분위기는 더 없이 각박하기까지 하다. 그 한복판에 던져진 젊은 세대는 인생의 목표에 대한 혼란을 정리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 그런데 『무한동력』은 갑갑한 무력감에 짓눌리는 모습을 잔인하게 해부하기보다, 그 속에서도 어떻게든 나름대로 삶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준다. 이런 자세가 웹 연재만화 특유의 실시간적 공감대라는 요소와 만나자, 작품이 구사하는 동시대/동세대적 호흡은 놀라운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 작품의 가치가 완성되는 것은 바로 그 현실성 속에 작은 환타지가 가미되는 순간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 생활의 제약 속에서도 하숙집 주인아저씨가 묵묵하게 개발하고 있는 무한동력 엔진이 바로 그것이다. 달동네의 윤곽 사이에 우뚝 솟은 기이하되 묘하게 정감어린 이상한 고물탑의 이미지 속에 『무한동력』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현실을 벗어난 별세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살아가고 있지만 약간 더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를 추구하고 싶도록 만드는 ‘꿈’이다. 그 꿈에는 사람들과의 사연이 담겨있고, 작은 소망과 기억들이 엮여 있다. 게다가 꿈을 꾸는 마음은 은연중에 전염되기까지 한다. 적어도 주인집 아저씨에게서 하숙생 주인공들에게 전염되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독자들에게 전염되었다.

그리고 이제 웹 연재 뿐만 아니라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으니, 더 많은 이들에게 전염되리라. 계속 퍼져나간다고 해서 누구나 꿈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오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나름의 꿈을 실현시키려 노력할 수 있는 세상 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무한동력 엔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꿈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사람들의 삶 속에 계속 퍼져나가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내는 무한에 가깝게 커다란 원동력이다.

무한동력 1
주호민 글.그림/상상공방(동양문고)

작가홈피: http://homin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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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houghts on “꿈을 꾸는 마음이 바로 무한동력이다 – 무한동력 [책속해설]

Comments


  1. 열강 列强 이란 ‘여러 강한 나라’ 라는 뜻으로 ‘열강들’ 이라 하지 않는다는걸 얼마 전에 들었는데, 제대로 확인은 못하였습니다.

  2. !@#… 피타고라스님/ 헉 그런 심오한…;;; 하지만 역전앞 가게의 육고기 가득한 닭도리탕의 마음으로, 확인될때까지는 슬쩍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핫핫)

  3. 오..열강의 열이 한자가 그랬군요. 사전찾아보니 복수의 뜻이 맞네용..

    그건 그렇고.

    무한동력 완전 속았어요! 이럴수가! 오오 하면서 코믹추리물을 기대했는데, 훈훈한 드라마잖아요.

    (위 문장중 진실의 성분은 몇퍼센트일까요.)

  4. !@#… nomodem님/ 만약 이 정도 급과 색깔의 만화를 2-3개만 더 발굴했어도, 야후!카툰이 네이버, 미디어다음과 완연한 삼국지를 이루었겠죠. // 여담이지만, 무한도전에서 한 번 소개시켜주면 좋겠다 싶습니다 (도전 임무는 ‘동인지 만들기’ 라든지).

  5. 캡선생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야후카툰은 며칠전 디자인 개편이 되었는데
    무한동력은 메인화면에는 커녕 찾아보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완결작이라지만 크흑… ㅠㅠ
    야후카툰은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ㅋㅋ
    이런저런 사정으로 중도포기한 작품들은
    완결작이라는 이름으로 메인에 걸려있는데 아흑.

  6. 육고기는 땅에서 나는 고기라는 뜻 아닐까요? 새나 물고기류와 구분하기 위해….
    모래사장 같은 건 달리 대체할 말이 없는지 이제 거의 표준어가 된 듯도 하고요.
    에… 그리고 주호민 작가 출판 축하. ㅋㅋ

  7. !@#… 호민님/ 그게 다 담당자의 질투 때문인겁니… (핫핫) 여튼 대박 기원.

    모과님/ 뭐 정확한 것은 어떨지 몰라도, 저를 포함해서 고기’육’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건 확실하죠(클릭). 왠지 그쪽이 더 정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