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정책 제언: 정책의 기본을 다지자[계간만화 2005 겨울]

!@#… 계간만화, 이번 겨울호에 기고한 글(의 원 버젼). 지난 한 해 동안 목격한 바보같은 작태들에 대한 나름의 진단과 솔루션을 내뱉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여러 꼭지들이 어우러진 특집 코너 전체를 같이 놓고 볼수록 좋다. 특히 이번 호 특집은 더욱 더 그렇다. 현재 한국만화’판’의 거시적 틀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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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정책의 기본을 다져야한다

김낙호 (본지 편집위원)

 

  “잘되면 내 탓, 못되면 남 탓”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특히 만화판이라는 상황에서 전통적으로(?) 그 ‘남 탓’의 오명을 뒤집어쓴 것이 있다면 바로 공공정책이다. 심지어는 “정부가 IMF때 만화대여점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같은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마저도 아직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진실로 믿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사실, 실제로 수십년간 서슬퍼런 검열의 잣대를 휘두르기도 했고, 만화 관련 품목과 장소들을 유해물, 유해시설로 분류한 악업이 기억되는 한 별다른 변명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듯이, 만화판이 발전하기 위해서 정책이라는 분야와 좋은 파트너십을 이룩하면 득이면 득이지 결코 손해 볼 일이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만화판에 도움이 되도록, 공공 정책이 추구해야할 방향은 과연 무엇인가? 나 만화가요, 하고 누가 손 벌리면 몇 푼 쥐어주는 천박한 짓 따위는 분명히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한번 찬찬히 처음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만화 정책의 틀 이해하기

  그냥, 결론부터 말하자. 만화 정책이 추구해 나아가야할 목표는 바로 한국에서 만화판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체적인 시장 및 문화 논리에 따라서 안정적으로 우수한 작품 – 즉 문화/예술적으로 잘 된 작품과 상업적인 성공작 (혹은 두 가지를 겸비한 작품)들이 지속되는 상태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다. 즉 모든 좋은 정책의 틀은 지원책이든 규제책이든, 역설적이게도 “정책 실행의 결과, 이 정책 자체가 없어진 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계속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만족시켜야 한다. 이 명제를 상기하며, 만화 정책이 포괄할 수 있는 스펙트럼 – 즉, 만화정책이 구체적으로 추구해야할 각각의 사업 착안점 – 을 한번 펼쳐보도록 하겠다.

  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한 제 1의 전제이지만 항상 자원부족에 허덕이는 것이 바로 ‘전문성’으로, 실천적 차원의 정책들을 논의하기 위해서 하나의 좋은 기준이 될 수 있다. 분류편의상, 다른 장르들과는 구분되는 만화라는 문화양식의 특수성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이 요구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 ‘보편적’, 높을 경우 ‘특정적’이라고 정의해 보자. 이 경우 만화에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살펴볼 수 있는데, 하나는 ‘보편적’ 산업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적’ 문화 정책이다. 물론, 산업과 문화의 논리가 깨끗하게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책의 기저 논리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이런 큰 틀을 인식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시장 활성화를 위한 산업 지원을 하는 사업에서 안 팔리는 중견 작가들의 공로를 인정해주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문화행사 차원에서의 캠페인을 벌일 때 반드시 대형출판사의 히트작으로 수놓는 것 역시 당혹스러운 짓이다.

  우선, 산업 정책은 만화판을 ‘상품’ 중심으로 규정하고 건전한 시장과 안정적인 규모 성장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일련의 제도적 장치들이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산업 정책이라면 역시 세재혜택과 지원융자 등 상품에 대한 금전적인 도움이다. 출판 지원금이나 국내외 홍보사업 지원금 등 일련의 공공 지원 사업을 추진할 때, 그것은 철저하게 산업적인 차원의 투자의 개념으로 이루어져야 논리가 맞다. 즉 추진되기만 한다면 잘 팔려서 결국 전체 시장을 키워낼 기획이지만, 현재 주최측(출판사라든지)이 자본금이 부족해서 곤란해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하고 자금면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문화상품’이라는 용어로 치자면, 문화적인 측면을 감안하는 이유조차도 사실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감별해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업 정책에서 추구해야할 큰 부분은 시장 시스템 자체의 정비다. 복마전으로 악명 높은 한국의 만화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확한 필요성을 지닌 과제다. 여기에는 유통망 데이터베이스 구축, 합리적 유통구조 실험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출판 지원융자나 세제혜택 보다는 좀 더 만화 특유의 속성들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요구되기도 한다.

  그에 비해서 문화 정책은 문화적인 기준에 의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장치들이다. 즉 만화가 한국이라는 사회를 반영하고 움직여주는 문화적 도구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차원에서 꼽을 수 있는 것은 심의제도 개선으로, 독서라는 만화의 가장 기본적인 문화 행위를 어떻게 제한/장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아예 책으로 못 만들게 하여 아무도 못 읽도록 할 것인지, 일정 연령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독서를 허락할 것인지, 그냥 완전 개방할 것인지 등의 문제인 것이다. 또한, 심의제도는 문화적 차원의 기준과, 유통이라는 산업적인 차원의 실무적인 목표들이 섞여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이것보다 약간 더 문화적으로 특수하며 적극적인 지원정책은 만화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만화 자료의 보존과 열람을 통해서 일반 독자들에게는 정보를, 전문가들에게는 연구자료를, 창작자들에게는 참고자료를 공급하여 만화의 문화적 활용도를 질적으로 높이는 사업인 것이다. 문화 정책에는 이외에도 보급캠페인 (도서관 사업, 해외 문화행사 홍보 등), 그리고 순수 문예 진흥 등이 가능하다. 순수 문예 진흥의 경우 산업 정책의 지원책과는 달리, 문화적으로 우수한 작품에 대한 지원이 되어야 하기에 판단 기준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완성된 원고에 대해서 문화적 파급력을 평가, 상금을 부여하는 등의 형식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한국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대부분의 사업들이 문화콘텐츠진흥원, 문예진흥원, 지방자치단체(서울 애니센터, 부천 만화정보센터) 등 각 단위에서 이미 추진 중이다. 사업 항목이나 전체 지원 예산의 규모로 치자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인 ‘만화 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표어 아래에서, 수많은 사업들이 주욱 열거되어 있으며 예산도 배정되어 있다(물론 백화점식으로 추진될 경우의 문제점 역시 명확하지만). 그런데, 다들 여전히 불만이고, 담당자들은 고생하고 있고, 전체적으로 뭔가 제대로 안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이 넘쳐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정답은 바로, 정책을 제대로 굴러가도록 보장해주는 정책이 구멍 뚫려 있다는 것이다. 정책이라는 것의 특성상, 한번 입안된 정책은 여하튼 실천은 된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실천되는가의 문제다. 어떤 화려한 정책이라도 당초의 비젼 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적당히 봉합되고 끝나버린다면 망가질 수 밖에 없다. ‘취지와 명분은 좋았으나 내실은 엉망이었던’ 사업들의 정체다. 정책이 제대로 수행되도록 해주는 정책이란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필요 정책 1: 판을 이해하는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목표의 기초 레이아웃을 그리기 위한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면 어떻게 될까. 몇몇 전문가들의 경험적인 ‘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그들이 오만 책임자들을 일일이 납득시켜야마 하는 주먹구구식 방법만이 남는다. 당연히 유능한 사기꾼이 개입될 경우에 대한 예방 역시 힘들다. 기초 시장 데이터(양적, 질적인 측면 둘 다)나 독자들의 취향 분석, 역사와 경향성 등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그 판이 아직 미개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예를 들어, 2003년부터 만화발전 계획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유통망DB 구축과 완전 전산화를 목표로 힘차게 닻을 올렸던 바 있는 <만화정보>사업이 올해 내내 자금 중단으로 지지부진하다가, 중단 위기를 맞이했던 바 있다. 결국 대표사업자를 바꾸는 등 내부적인 물갈이를 했지만 아직도 당초 계획대로의 정상궤도로 돌아가려면 멀었다. 투자 출판사들이 근시안적으로 주판을 튕긴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거꾸로 보자면 그만큼 공공 정책의 차원에서 투자 지분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단순한 시장분석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향유 문화 분석 등 절적 데이터의 산실이 되어줄 다양한 학술 연구 사업에 대한 지원 역시 더욱 본격화되어야 한다. 

 – 필요 정책2: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정책은 그냥 누가 하자고 명령하면 우루루 몰려서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절차를 통해서 실행된다. 그리고 그 절차가 확보되지 않으면 당연히 ‘꽝’이다. 그런 절차들에 구멍이 많다면, 정책적으로 그 구멍을 매꾸어 넣어야만 제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만화판은 역시 이런 부분에서도 참 지금까지 신경을 안 쓰고 주먹구구로 살아왔다. 최근 그런 문제점의 결과로 피해를 본 사례가 바로 올해 문화콘텐츠 진흥원에서 도입한 문화산업 기술담보 대출제도‘에서 만화 분야가 제외된 사건이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만화 분야의 누락을 수정하고자 하였으나 마지막으로 결국 발목이 잡혔던 것이 바로, 만화에 대해서는 ’기술 개발 표준 지표‘가 없다는 것이었다. 지표가 없으면 지원 규모나 평가기준을 정할 수 없고, 그것을 정하지 못하면 당연히 지원정책을 추진하지 못한다. 만화판에서 엄청난 무언가를 개발하라는 것도 아니라, 하다못해 다른 문화예술분야 만큼이라도 제도적인 근거를 확보해놔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문제는 지금까지 워낙 주먹구구였기에 도대체 무엇이 필요한지도 다 파악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겠지만, 결국은 따라잡아야 할 부분이다. 그것은 만화판의 민간 단체들이 단순히 개별적인 사업 단위 뿐만이 아닌, 만화판 전체를 조망하는 총체적 차원에서 항상 ‘관’과 밀접하게 상호교류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 필요 정책3: 심사/평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하게 입안되어 시작되려고 하는 정책 사업이라도, 구체적인 대상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마지막 관문에서 제대로 옥석을 가리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작품 제작 지원이든, 잡지 발행 지원이든, 기타 프로젝트든, 혹은 문예적 상장 수여든, 만약 함량미달의 심사진에 의하여 부적절한 대상들이 선정되어버린다면 그 사업 전체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친다. 또는 잘 시작한 사업에 대해서 위의 심사진이 중간 평가의 명목으로 잘못 개입하기 시작하면 사업의 연속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그 결과 해당 정책이나 사업이 이후에 어떻게 될 지는 불을 보는 훤하다.

  2004년 오늘날 한국 만화판의 대부분의 공공 정책사업은 이런 문제를 정면에서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만화대상, 출판만화 제작지원, 만화정론지 발간 지원 사업 등 문화적인 차원 산업적인 차원 가리지 않고 선정 대상이나 사업 진행 방식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는 것은 결국 심사위원의 전문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한국 만화판의 실제 흐름에 대해서 전혀 배경지식이 없다시피 한 인사들이 단지 과거의 이름값 덕분에 심사위원으로 초빙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만화계 바깥에서의 시선도 중용해야 한다면서 만화의 특성에 대해서 아예 무지한 인근학문 분야의 교수들을 부르기도 한다. 또는 만화판의 몇몇 대형 이익단체들의 논리에 따라서 강제적으로 심사위원석을 배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지금 현재’의 만화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 현재의 만화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만화 관련 전문가의 인력풀이 협소하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중복되지 않도록 그 수많은 사업들의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여기에는 하나의 역설이 숨어있는데, 심사에 제대로 신경 쓰기 위해서는 심사결과가 올바르게 나오는 것이 자기 자신의 일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결과가 어떻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왜 신경 쓰겠는가). 그런데 공정성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심사결과의 향방과 아무런 이득관계가 없는 사람을 선정한다. ‘잡음 없음’을 노리는 ‘안전함’ 때문에 전문성을 깨끗하게 희생하면, 당연히 엉망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사절차가 거의 전적으로 몇몇 위원들의 개인판단에 맞겨지는 상태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엄격하게 심사당해야 할 대상은 바로 심사위원들 자신이다. 그런데 현재 대부분의 사업에서 그런 절차는 당연히 빠져있다. 심사위원의 전문성을 전혀 검증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이 심사 대상에 대한 완전한 숙지를 갖추었음을 검증할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심사위원 전문성 평가 기준지표를 마련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이 선정된 이후에도, 사업 심사에 투명하고 단계적인 공개 심사 절차를 도입하도록 장려하고 결과에 대한 공개적이고 정당한 이의제기 경로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심사의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 또한 심사위원들이 현장에서 하루만에 모든 것을 다 보고 결정하는 즉흥적인 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분할 심사에 대한 도입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05년을 바라보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정책은 기본부터 착실히 세워야 움직일 수 있다. 정책이 이루어져야할 기본적인 논리틀을 이해하고, 정책들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한다. 이런 것 위에서야 비로소 5개년 계획이든 10개년 계획이든, 1조 시장이든 만화천국이든 뭐든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제도 보완, 인력보충, 민관협력 등을 다질 때, 그 탄탄한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2005년에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4대 공공 정책은

 – 유통DB 전산화 사업의 본격적인 재가동

 – 유통 측면을 고려한 심의 제도 개선

 – 사업 수행용 각종 표준 지표 개발

 – 심사위원 전문성 평가 지표 개발

등이다. 이들은 현재 실행중인 정책과 사업들을 보다 내실 있게 끌어나가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만큼, 확실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 2004. Copyleft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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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akachan – 이번에 <애니메이션 산업백서> 제작을 도와주게 될 것 같은데, 2004년판 백서를 좀 보고 의견을 말해달라며 백서를 주더군요. 2004년판 백서는 뭐랄까? 써 있는 내용 자체는 모두 맞는 이야기인데 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더라고요.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에 프로모션 광고와 그 해당 방송과 직접 관계가 있는 분야의 광고를 못하게 하는 것이 심각한 장애요인이라는 것이 언급된 것만 봐도(포켓몬 방영하는데 피카츄 상품 광고를 못하게 하면 어쩌자는 건지 심히 궁금하지만-_-) 분명 필진은 제대로 된 사람이라고 느껴졌지만, 모든 것을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해서 애니메이션으로 귀결되는 것으로만 보는 시각이 백서 전반에 느껴졌습니다. 뭔가 그게 우리 정책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이 백서에는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수익구조의 근간을 형성하는 완구산업에 대한 언급도, 통계도, 분석도, 조사도 전혀 없더군요. 게다가 출판산업에 대한 언급은 “상호 협력이 필요하지만 인력교류가 없어 잘 안되고 있다.”가 전부였습니다. 백서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 산업의 인력 구성이 어떤지도 하나도 조사를 안 했더군요. 적어도 원화가가 몇 명, 캐릭터 창조가 가능한 디자이너가 몇 명 같은 건 아니더라도 제작에 참여하는 건 몇 명, 마케팅 관련 인력은 몇 명, 유통에 몇 명, 프로모션에 몇 명…같은 정도는 있어야 산업을 굴러가게 할 정책 방향을 정할 것 아닙니까?

    아무튼 이런 걸 보고 있자니 한숨이 팍팍 나오는데…과연 저 같은 일개 기자질이나 하는 나부랭이가 하는 조언을 들을지는 미지수군요… 2005/01/15 01:22

    – 캡콜드 – !@#… 100% 동감입니다. 실상 ‘대중문화(산업)’ 영역이야말로 가장 소소한 데이터라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전문 인력의 구성과 품질이 전체 판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제가 본문 마지막으로 제기한 전문성 평가는, “일개 기자라 할지라도 제대로 된 의견을 내는 전문가라면 전문가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주자”는 취지입니다^^ 2005/01/15 08:22

    – warmania – 이번에 석사논문 쓰면서 인터뷰 데이터를 통해서 준비한 일본 만화 출판의 편집 시스템에 대한 데이터를 추려서 책으로 만들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덧붙여 일본 출판학회에서도 정식으로 한번 발표를 해볼 셈입니다만,,, 이게 정리가 되면 두분에게도 보이고 의견을 한번 듣고 싶군요… 만일 한국에서 어떤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신다면 도움이 좀 되고 싶습니다… 2005/01/16 01:17

    – akachan – 일본 쪽에서 내는 책인가요? 한국 쪽에서 내는 책인가요?
    진지하게 하시는 일이라면 제가 추려봤던 자료나 아이디어들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한국 오시면 연락주세요. 2005/01/18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