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에 한 아크로의 ‘루저의 난’ 온라인 토론회, 생각해보니 토론이 역시 적지 않은 분량에 전개도 바라던 만큼 깔끔하게 되지 않아 일일이 녹취본을 다 읽어보실 분들이 많지 않겠다 싶다. 그래서 떡밥으로서의 온도가 매우 식어가고 있는 막판이지만 약간의 논지 축약. 산개한 발언들을 적당히 고르고 모아놓는 방식이라서, 다른 분들의 논지를 이런 식으로 다루면 반드시 에러가 생기는 관계로 그냥 capcold가 주장한 바 몇가지만 오려낸다. [전문을 보려면 1부, 2부, 기타]
어떻게 터졌는가
“사실 재미있는 게, “외모 안 되는” 이라든지 “키 작은”이라는 건 절대적 기준치가 아니라서 각자 알아서 불안 속에서도 나 정도면 그래도… 라고 희망을 품고 살죠. 그런데 180이라는 척도를 주면 그게 아무리 황당한 기준이라도 좌절할 ‘구실’을 주죠.”
“흥미로운 것이, 실제 발언은 “키 작은 남자는 루저” 와 “(나는 170이니) 나와 함께할 남자는 180쯤 되야” 라는 두 개의 발언이었다는 것. 그런데 그 사이에서, 사람들이 “180 이하는 루저”라는 발언을 “들었어요”. 합성해서.”
“그런데 그런 여대생과 사귀는 것이 남자에게 계급상승인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에 계급으로 환원하기 힘든 부분이 나온다고 봅니다. 저는 몇가지 이질적 요소들이 서로 섞였다고 보는 편이거든요. 계급관점에서는 그 경쟁력 운운이 핵심이 되고, 거기에 이성의 평가라는 것이 지니는 본연적(!) 중요성이 한 레이어 겹치고, 신상털기 부분은 남녀나 계급보다는 인터넷 전반의 (가상)’정의감’이 한 레이어 더 씌워져 작용했다고 봅니다. 즉 교차점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거죠.”
“저는 3가지를 동등하게 놓고 봅니다. 루저: 계급성을 건드림. 180: 피할 수 없는 척도. 여대생 발언: 남녀간의 평가. 이게 이번 건에서는 ‘겹쳤기 때문에’ 터질 수 있었던거죠. 루저가 없었으면 열받고 끝, 180이 없으면 회피하고 끝, 여대생 발언이 아니었으면 병맛 취급(혹은 공감)하고 땡. 그런데 이런 우연은 애초에 여여 구도 속에 한국/외국을 대비시키는 쑈를 원한 방송 제작진도 예측하기 어려웠을테고.”
“방송에서의 역할극 속에서는 개인의 말실수가 사회적 발언으로 포장이 될 수 밖에요. 그 분이 그냥 무명 여대생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된 셈입니다. 방송의 포맷이 그 홍대생을 개인이 아닌 하나의 ‘역할대표’로 만들어놓았던거죠. 그런 구도를 만들어 그 속에 악역(국산된장녀)와 히어로(외산개념미녀)를 등장시키는 프로그램 속성이죠.”
“그 판단이 좀 이중적인데, 방송에서의 발언에 대해서는 그 여대생을 만만한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은거죠. 하나의 큰 (사악한) 사회적 가치관의 대변인으로 파악한 것. 그런데 공격할 때는, 만만하니까 공격하는 겁니다!”
논쟁상황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저는 그게 지극히 역풍을 불러일으키는 호통방식이라고 봅니다. 노정태님의 발언을 내부의 고민으로 접수할 방법이 없어요. 페미니즘 진영으로 듣지. ‘너희들’에게 호통을 치는거죠. 아니 호통이라는 방식이 원래 그렇죠. 예를 들어 남성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면, “이번 기회에 우리 안에서 해온 여러 차별적 잣대들을 생각해보자”로 가야지 “여성들은 맨날 이런 거 당한단다. 알겠냐?” 가 아니거든요. 즉 상대의 입장에서 주장하게 된다는거죠. 그게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상과 적대적(?)일지라도. 그렇기에 노정태님의 그 글은 (훈계하는 대상인 이들에게) 여성 페미니스트 운동가가 쓴 글이나 진배없이 받아들여질 수 밖에요.”
“하지만 그런 식의 훈계는 남녀문제가 아닌 계급쪽으로 접근하는 분들도 오남용하곤 하죠. 이택광님의 글들이 대표적이고. 그래서 (훈계하는 좌파 지식인들이) 보통 진짜 노동계급에게도 쟤 뭐냐 소리를 듣곤 하죠; 그런 외부적 호통은 순수한 담론 싸움이라면 – 즉 물리적 강제결과가 없는 경우 – 설득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니가 뭔데 훈장질이냐”가 되는거죠. 김규항씨가 그 경우의 지존 아니겠습니까. 내부계몽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접근이라는거죠. 스스로를 타자화하는셈인데.”
“웃긴 건, 미수다 프로 자체는 애초에 이걸 여여문제로 몰고가려 했던거죠. 다만 한국-외국으로. 저는 노정태님이 그걸 남녀문제로 풀고 싶다면 그래도 된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에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거죠. 이건 다른 대형 담론 케이스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광우병 파동으로 다들 난리가 났을 때 옆에서 “과학적 근거 희박하니 흥분해 미치지 마라!” 라고 하면 그게 외부적 시선의 훈장질이죠.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어쩌자는 것인가
“음 저는 반대로, (계급문제로 보는 것과 남녀문제로 보는 것 사이에서) 굳이 무게중심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그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드러내서 사람들이 이 사안을 더 깊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니까요. 하나의 운동으로 모아 직진시키고 상대를 쓰러트리는 경우라면 무게중심으로 묶는게 중요하지만, 이 건은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 공격을 막는다” 는 것 외에는 공통의 목적이 따로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남녀문제 가실 분들은 남녀 가시고 계급 가실 분은 계급 가시고, 기타 다른 걸로 제기하실 분은 그걸로 가시되… 실제 변화를 만들만한 설득력의 문제가 중요하다는거죠. 그걸 위한 당장의 공통분모는 물론 사실상 물리적인 사이버폭력까지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여러 이슈가 겹쳤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는 것으로 봅니다. 하나의 무게중심을 두고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과연 있는가, 를 반문하며, 각각에서 효과적인 방식을 따져야죠.”
“저는 달래는 일에는 영 잼병이지만, 누군가는 그 역할도 해야겟죠. 예를 들어 제 역할이라면, 사안에 겹쳐있는 여러 요소들을 자꾸 들춰내고 복잡하게 만들어주는 것. 해서 그냥 화내고 싶은데 자꾸 여러가지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쪽이죠. 그게 제가 주장하고 노정태님이 반론하신 ‘정론’ 이라는 키워드.”
“루저발언 건 하나로 계급의 이동이 쉽고 어려워지겠습니까; 계급인식의 일상성을 약간 깨우는 정도지.”
“Q: 만일 캡님이 그 열폭남들에게 진정하고 생각좀해봐,를 말씀하신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A: 우선 물어볼겁니다. 정확히 왜 분노했냐고. 무엇을 이루고 싶냐고.”
“남녀문제로 보자면, 여성의 대상화가 더 쉬운 것도 맞고, 이번 건으로 여성의 평소 처지를 부각시켜보는 노력도 맞죠. 하지만 그걸 위해 루저라는 단어로 촉발된 “탈락공포”라는 꽤 계급적 문제를 가벼이 취급하면 곤란한거고.”
“이거에 잉여력을 낭비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정치적 이슈들이 흘러가고 있습니까. 저는 그래서 여기에 쏟아지는 열정을 보다 큰 사회정치 이슈를 읽는 틀거리로 연결지어보도록 자꾸 독려해야 한다고 보지만.”
외모지상주의라는 화두
“Q: 언제부터 한국에서 ‘외모에 대한 선호 담론’이 (남녀를 불문하고) 공공연하게 유통된걸까?”
“A: 외모 선호 담론 자체보다 외모에 의한 도태 담론이 문제죠. “역시 180 이상은 되어야 킹카”라는 말과 “180 이하는 루저”의 차이랄까요. 그냥 단순한 외모 선호 담론은 80년대든 그 이전이든 얼마든지 나왔으니까요. 특히 개그프로를 중심으로.”
“저도 베이스에 계급을 놓고 생각하는게 익숙하긴 하지만, 남녀문제로 접근하는 것 자체도 중요성이 덜하다고 보진 않아요. 다만 남녀문제만큼 ‘설득력’을 넣어 대화를 하기가 곤란한 주제가 참 드물죠”
“방송만 놓고 보자면, 산업적 요인이 큽니다 사실. 주요 분기점들인 SBS등장, 케이블 시작, 방통위 심의제도 변경 뭐 그런 것들이요. 즉 저는 그런 수요는 원래 계속 있었고, 방송에서는 그걸 얼마나 감히 뱉어낼 수 있는가의 차이라고 보거든요. 저는 원래 (오락방송과 그 시청자들은) 속물인데 그걸 얼만큼 누르느냐의 제도적/산업적 문제라고 보니까요.”
“빨리 평가하고 빨리 서로 이득을 취하는 관계를 추구하려면 보이는 걸로 후딱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얼굴? 보입니다. 돈? 보입니다. 착함? 어떻게 압니까.”
“외모지상주의보다, 그 이외의 척도들이 빠르게 밀려나는 거라고 봅니다. 연애는 외모만 보면 됩니다. 좀 더 깊은 연애는 외모와 계급(취향, 돈 등이 개입되니)이 필요합니다. 결혼은… 성격도 필요할텐데, 그걸 미리 평가하지 못하다보니 이혼도 하고. 원나잇스탠드 같은 류의 연애소비(…)에서는 외모지상주의가 당연합니다. 그거 말고 뭘 더 봐야겠습니까. 즉 연애소비시장의 분화… 인 셈이죠. 그게 자본주의적이라면 자본주의적이겠네요.”
“아직 한국사회는 그 ‘시장’ 발전상을 따라잡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계’가 뒤따라 개조된 적이 없어요. 예를 들어 결혼은 여전히 가족간 대형 사건이죠. 결혼 외 연애만 쉬크해지고 거기에 남녀관계가 익숙해져봤자, 결혼하면 고부갈등 대박입니다. 그게 본인들의 다툼으로 번지고.”
“Q: 그게 거시적으로는 가족해체, 인구감소 등으로 해서 국가시스템 자체에 위협을 줄 수가 있잖아요”
“A: 그럼요. 그런데 그걸 외모지상주의를 하지마! 외모로 평가하지마! 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게 문제죠. 외모 이외의 다른 척도들을 더 장려해 효과적으로 개발하고, 각 상황에 어떤 척도가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자꾸 담론을 뿌릴 수 밖에. 사랑? 그런 거 말고. (‘사랑을 측정하겠다’는 건 물론 훌륭한 거대시장이지만요.) 흔한 이야기지만, 남성은 외모 이외의 기준들도 일찌기부터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졌으니까요. 돈이라든지, 돈이라든지, 돈.”
“외모지상주의는 문자 그대로 외모가 최우선이 되는거니까요. 예쁜 걸 선호하는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다른 기준들도 분명히 본인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필요한데 무시당하니까지.”
“남녀 서로 미형을 추구하는게 뭐가 문제겠습니까. 아니 남녀 각자 자기 부류에서도 경쟁관계가 아니라면 미형을 추구해도 무방하죠. 능력과 외모의 거래도 저는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문제는 불공정 거래가 너무 자주 일어나서지.”
인터넷 신상털기
“제 지론은, 인터넷 문화란 ‘그냥’ 문화가 좀 더 선명하고 빨라진 것이라 봅니다. (신상까는 이유는) 신상까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이죠.”
“초반에 이야기나왔듯 만만한 약자라서… 만만한 약자가 아니라고 상정해서 진지하게 분노를 해놓고는, 깔때는 다시 만만한 약자인거죠. 정치인보다 연예인을 까고 보는 것도 비슷한 패턴이랄까요. 뭐 여러가지가 작용하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예인은 대중의 눈치를 보니까 만만하고 정치인은 4년에 한번만 보니까 당당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소드립”
“여튼, 이번 건에서도 그 다수의 사이버 공격자들은 자신들이 만만한 약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의식이 있다면 쪽팔려서 그렇게 못하죠. 자신들이 어떤 거악을 대변하는 상징을 쓰러트리는 정의를 수행하고 있다! 고 자뻑해야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실제로 덤벼서 효과를 볼 수 있는건, 만만한 상대여야 가능하고.”
“신상털고 사적 복수를 하는 것이 “정의”로 느껴지게 하는 사회분위기의 문제죠. 그만큼 공적 보복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라는 반증이기도 하고. 충분히 그럴만 하다는게 더 큰 문제지만.”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 <--부디 이것까지 같이 퍼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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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저의 난에 대해…
북부에서 온 사람이 남부에서 이웃과 의좋게 지내려면 북부적인 감정의 표현을 억제해야만 하였다. 이러한 정신상태가 빚어낸 결과의 하나로서 불행히도 인종적인 감정이 나타나게 되었다. 1880 년부터 1900 년 사이에 있었던 흑인의 대우는 1840 년부터 1880 년 사이에 볼 수 있었던 대우보다 악화된 것이었다. – 앙드레 모로아, , 기린원, 415쪽. 같은 말도 때를 가려가면서 해야 한다. 2009년에 전라도 사람들은 너무 정치적으로 편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