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정권 들어서 끝없이 반복되어 등장하는 ‘독재 논란‘. 은퇴정치인으로서 국가 원로 다운 품위와 역할을 간직한 희귀 사례인 DJ의 발언에 대한 몇몇 병맛 반응들(주의: 링크 클릭하면 눈이 썩음) 속에 또 한번 불이 지펴졌다. 독재정권 뭐 그런 식으로 구호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어찌 감히 지금 상황을 독재라고 부르냐 혀를 차는 반대쪽이 나오고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세상에는 영양가 없는 논쟁이 차고 넘치지만, 영양가 없음에 서열을 부여할 수 있다면 이 떡밥은 부동의 선두 그룹일 것이다.
!@#… 반대방향에서 살짝 들어가보자. 한국사회는 과연 민주주의인가? 묵직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고, 많은 학자들의 골머리를 헤집는 내용이다. 민주주의 표방하는 헌법도 만들었고, 국민들의 투표권도 확보했지? 그런데 헌법상의 집회/표현의 자유 같은 것들이 심심하면 뒤흔들릴 만큼 제도적 기본 원칙으로 심어넣지 않았으며, 국보법 같은 상당히 초월적인 백도어 마저도 버그수정 못하고 있는 사회다. 즉 “민주주의냐?” 라고 물어보면 민주주의다, 라고 대답하겠지만, “그럼 다 됐네 뭘 더 바래” 라고 하면 이뭐병 한방 날려줘야 마땅한 정도의 상태라는 것. 그래서 계속 토론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형식 민주주의. 후불제 민주주의 등등 다양한 개념들이 여러 층위에서 계속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독재 논란은 이 구조를 살짝 뒤집은 것이다. 국회 폐쇄한 것도 아니고 선거 제도를 엎어버린 것 아니지? 그런데 정권세력이 귀를 막아버리기만 하면 여론과 전문의견 및 국회 정치를 통한 견제장치가 꽤 부실하며(ex. 미디어악법 입법 정국), 검경을 동원하거나 혹은 그들이 알아서 정권에 충견노릇을 해도 별반 막을 제도가 미비하다. 나아가 정부가 돈을 지원하는 정도를 넘어 사실상 인사권에 개입하기까지 하는 대형 언론 장치들이 많다(ex. 연합뉴스, KBS, MBC 방문진…). 즉 “독재냐?” 라고 물어보면 독재 아니다, 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 됐네 뭘 걱정하냐”라고 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의 실로 저렴한 정신세계에 경탄을 느껴 마땅하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서도 뭔가 섬세한 용어를 개발해내야 되겠지… 선출된 독재라든지, 실질적 독재지향성이라든지 뭐든지.
!@#… 달리 말하면 이런 것이다. 차가 낭떠러지를 향해서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치자. 물론 한참 달리고 있는 중인데 “낭떠러지에 떨어졌다! 우리 다 죽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안떨어졌네 뭐 네놈들 틀렸음 ㅋㅋ 하면서 일축하고 있기에는 좀 문제가 많지 않겠냔 말이다. 예를 들어, 근본적 문제는 한번 대박 홀려놓으면 꽤 오랜 기간동안 남의 말 전혀 안들어도 무방한 시스템 그 자체. 거기에서 다음 문제가 잉태되는데, 바로 그런 시스템이라고 해서 정말로 남의 말을 안듣는 황당한 정권세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권 세력이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생기는 그 다음 문제가… 말을 더욱더 안듣기 위해서, 남의 말을 가로막는 가공스러운 우매함이 무럭무럭 커간다는 것. 물론 그 길의 끝에는 독재가 있기 때문에, 지금 이미 독재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것 만큼이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 그러니까 어쩌라고. 아, 당연히 현재의 독재를 지향하는 듯한 민주주의 후퇴 상황들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개념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 그런데 연구야 뭐 연구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의 몫이고, 독재 운운은 어차피 캠페인 구호일 뿐이니 감안하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냐고 물어볼 수 있다. 구호는 4자 단위로 해야하는 만큼 독재타도! 민주쟁취! 명박퇴진! 뭐 그런 식으로 해야하지 않냐 뭐 그런 생각 말이다. 뭐 맞는 말이다. 만약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캠페인 층위가 지니는 과장 성향을 충분히 하나의 룰로서 숙지하고 있다면, 별로 부자연스러울 것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효과적인 ‘압축’과 단순히 ‘극단화’를 혼동하면 안된다.
– 독재타도가 독재방지라면 어떨까. 지금 명백하게 독재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 그쪽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심히 우려되니 그것을 막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말이다. 지금이 독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그럼 설득의 대상이 될 수 있겠지.
– 민주쟁취가 아니라 민주성장이라면 어떨까. 지금 없는 민주주의를 획득한다기보다, 아직 부족하고 언제라도 왜곡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더욱 강고하게 만들자는 의미로. 이미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모두 대화상대로 끌어들인다.
– 명박퇴진이 아니라 명박봉인이라면 어떨까. 닥치고 짜르는 것이 아니라 무소불위의 독주를 하지 못하도록 견제하자는 의미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수장을 힘으로 몰아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지닌 이들과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위의 예시가 이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세련된 베스트 아이디어도 아니고, 길거리에서는 당장의 전투적 열기 때문에 생각을 유도하는 쪽보다는 그저 고양을 해야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글로 토론하고 대화할 가능성이라도 있는 온라인에서만큼이라도 좀 더… 구호로서 전투적 뽀대는 덜나지만,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지향해야하는지 좀 더 같이 생각할 부분들을 여는 방식의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이들을 합리적 생각의 세계로 이끌어내고 현재의 비상식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가는 것에 힘을 합치도록 하는, 정밀한 상황인식과 세련된 소통전략이 필요하다. 서명자의 머릿수로 세력 과시를 하는 것도 나름의 유용성이 있겠지만, 유머게시판의 리플 릴레이 속에서 아이디어가 확장되고 정제되어 최고의 개그가 탄생하듯 집단지능을 통해 가장 정치적으로 세련된 소통 캠페인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할 때다. 적어도 상황에 진지하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라도.
—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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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영감을 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D ‘섬세/정교한 구호’ 가 필요하다는데 106.2 % 동의합니다. RT @capcold: “독재” 떡밥에 대한, capcold식 접근. http://bit.ly/93x7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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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움직임들…
이 대통령은 여당 내 쇄신 요구에 대해 엇박자만 놓고 있다. ‘국면전환용(局面轉換用)’제스처는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꽉 막힌 발상이다. 지금 오히려 필요한 것은 국면의 전환이다. 소통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것을 소신(所信)인 것으로 착각하는 구시대적 소영웅주의가 이명박정부 내에 만연해 있는 한, 그와 그의 정권이 이 나라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나갈 길은 없다고 단언한다.전직 대통령의 죽음 하나로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MB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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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독재자인가…
때 아닌 독재자 논쟁이 한창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제 6.15 선언 9주년 기념행사 특별강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독재자’에 빗대 발언한 것을 두고서입니다.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입 달린 사람들은 다 한마디씩 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YS식 독설 한 방입니다. DJ에게 “이젠 그 입 닫아야” 한다는군요. 김영삼 vs 김대중에니웨이, 길게 썰을 풀만한 여유도 없고 해서, 어떻게든 연이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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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발언에 대한 청나라(청와대+한나라) 병맛 반응으로 순간 화제성이 급부상한 "독재" 떡밥에 대한, 늘상 그렇듯 미묘하게 지엽적인 capcold식 접근. http://capcold.net/blog/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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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그러니까, 독재 정권인가…
원래 단순 펌은 안 하는 주의지만, 밑에서 언급한 김용민씨 칼럼도 그렇고 ‘독재프레임’이 좀 대세인 것 같은 타이밍에 캡콜드 선생님이 이렇게 좋은 글을 써주시니.. 펌을 안 할 수가 없는 그런 상황. 원글 링크는 여기.
그러니까, 독재 정권인가2009. 06. 13. 9:30 am!@#… 이번 정권 들어서 끝없이 반복되어 등장하는 ‘독재 논란‘. 은퇴정치인으로서 국가 원로 다운 품위와 역할을 간직한 희귀 사례인 DJ의 발언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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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 왜 그는 왜 독재자라 불리우나? (09.06.13)…
1. 오래간만입니다 (0:00) 2. 독재와 상식의 상관관계 (1:32) 3. 이명박 정부는 상식에 부합하나? (8:34) 4.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이란? (19:24) 5. 침묵의 의미 (21:28) 6. 상식으로 회귀하라 (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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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의 6.10, 그리고 2009년의 6.10…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서울은 전두환 정권의 독재 정치에 항거하는 사람들로 들끓었다. 계속되는 시민들의 비판을 호헌 조치라는 ‘점잖아 보이는’ 수단과 백골단이라는 ‘폭력적인’ 수단으로 밟아 눌렀던 전두환 정권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전두환 정권의 온갖 자행들을 참지못한 시민들은 대학생 박종철 씨가 물고문으로 사망했고, 그 사실을 정부에서 조작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거리로, 거리로 나왔다. 그 날, 장충체육관에서 전당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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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패널과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리기…
솔라패널과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리기 얼마전 포스팅에
지붕에 설치한 솔라패널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한번 서비스맨이 왔다가 원인을 못찾고 그냥
철수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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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MB를 위한 적절한 표어를 만들어봅시다….
제가 펌질 해 왔던 capcold님의 ‘그러니까, 독재 정권인가’가 이오공감에 올랐더군요.꽤 많은 사람이 본 것 같아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capcold님의 그 글은 나름대로의 실천을 종용하는 글 인데 단순히 글만 보고 말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그래서, 이 포스팅은 “그러니까, 독재 정권인가 -실천편-” 되겠습니다.일단 이번엔 capcold님이 제안하신 3개의 표어를 보고 더 나은 표현이 있는가 찾아보고 가장 나은 표현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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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기][근조 민주주의] 끝간데 모르는 기본권의 후퇴… 어디까지?…
[읽고 쓰기][근조 민주주의] 끝간데 모르는 기본권의 후퇴… 과연 어디까지?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것일까? 검찰은 방송작가의 사적인 이메일을 자의적으로 공개했다. 물론… 범죄혐의가 있으면… 개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