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만화 창작 현황과 주요 이슈 [한국만화연감 2010]

!@#… 최근 마침내 정식출간된 2010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9년의 자료 총람)의 트렌드 개요 챕터에 기여한 원고들 가운데 웹만화 창작현황과 이슈 관련. 앞서 올린 디지털만화 경향과 같이 읽기를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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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만화 창작 현황과 주요 이슈

1) 포털사이트 만화의 주류화 심화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포털사이트의 만화코너가 연재만화 작가들이 다수의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중심 매체로 부각되는 트렌드는 한층 심화되었다. 인기작가 및 작품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여, 하나의 만화를 두 개의 포털에 나누어 연재하는 사례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말년의 『이말년 시리즈』가 원래 야후코리아에 주 2회 연재되다가, 야후코리아와 네이버에 각각 주 1회씩 연재하게 된 것이다.

포털의 주류화 심화에 따라 여러 신인 및 중견 작가들의 포털사이트 만화매체에 대한 진출 역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일례로 페이지 내 칸 배치의 복잡성, 세밀한 흑백 잔선의 활용 등 연출 특성상 웹툰의 스크린 표시 방식과 궁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던 중견 순정만화 작가들의 신작들이 포털 웹툰으로 선보였다. 네이버에 연재를 시작한 황미나의 『보톡스』, 미디어다음에 연재를 시작한 『매리는 외박중』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일부 스크롤을 통해서 가능한 전환효과나 반복 동작에 대한 특수효과 등 의미 있는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해당 작가들이 활약하기 시작했던 8-90년대의 한국 순정만화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로 꼽히곤 했던 오밀조밀한 칸 연출의 매력이 줄어든 것은 전환기적 단점으로 볼 수 있다.

포털의 웹툰 양식에 특화된 연출방식은 처음부터 웹툰으로 정규 연재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필원의 『패밀리맨』에서 구사하는 속도감 있는 추격 시퀀스, 하일권의 『두근두근두근거려』 초반에 등장하는 상반신 정장 하반신 수영복 대비를 통한 개그 등은 스크롤이라는 독자 상호작용 방식에 최적화된 이야기 연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종이 매체에 최적화된 기존 만화 연출방식을 고집하고자 하는 작가들에게도, 미디어다음의 플래시 기반 페이지 뷰어 적용 확대로 인하여 자신들의 방식을 관철시킬 방법이 주어졌다. 나아가 네이버의 연재만화인 지강민의 『와라! 편의점』이 주간 1회 업데이트되는 웹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연재를 시작했는데, 이는 동영상 화면 방식의 인터페이스까지도 포털의 만화란에서 구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스크롤 방식, 서적 매체 페이지 재현, 화면 플레이어 활용 등 표현 기반의 다양화와 그에 걸맞는 작품 창작은 웹포털의 페이지양식에 맞추어 온라인 만화 연출의 가능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를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포털 지면의 확대 속에, 여러 장단점들이 표면화되기도 했다. 특정 연재 횟수를 조건으로 하는 포털들의 사전 계약 관행의 확대는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 지면 확보는 물론, 내용 전개의 페이스 배분을 사전 계획하는 것에 용이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어서 『악연』, 『에이스 하이』등 인기에 따라서 무리하게 연장하기보다 적절한 페이스로 완결된 밀도 높은 개그만화를 가능하게 했다. 나아가 계약 기간이 만료된 이후 고료 지급 수준에 대한 재협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다소나마 더 합리적인 원고료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또한 포털의 인력 운용 방식상, 담당자가 제작자 역할을 하며 비교적 적극적으로 창작과정에 협력하는 종이잡지 모델과 달리 원고를 업로드하는 관리자 역할에 가깝기에 드러나는 장단점도 보다 뚜렸해졌다. 작가가 창작에 대한 실질적 전권을 쥐는 대신, 제작자 시스템 특유의 기획력이 주는 장점 역시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몇몇 모델이 제시되었는데, 작품에 대해서 서로 토론할 것을 장려하는 창작자 커뮤니티들 외에도 웹연재 작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에이전시 ‘누룩미디어’ 등이 주목을 끌었다.

포털이 주류 창작 유통 공간으로 가장 부각되었으나, 개인 매체를 통해서 스타로 부상하는 사례는 일부 지속되었다. 마사토끼의 『만화만 그려서 먹고살기』, 골판지의 시사풍자만화 『새나라의 어린이들』, 하록의 『포천』등이 포털에 부속된 지망생게시판의 후보군이 되는 것보다 블로거 작가로서 자기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쪽을 선택하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작가가 운영하는 블로그 매체에 연재작이 실리는 식으로, 『마린블루스』와 『스노우캣』으로 대표되던 하나의 만화 작품이 그대로 독립된 매체인 방식으로는 2009년에 두드러지는 성공작을 찾기 어려웠다.

2) 미디어 이식 확대

웹을 통한 만화의 창작 및 소비의 주류화는 웹툰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이식 증가로 이어졌다. 이미 2008년부터 원숙기에 접어든 웹툰의 종이책 출판이 더욱 세련화됨은 물론, 기존 종이책 출판사의 적극적인 웹툰 전략 역시 부각되었다. 대원CI가 『아론의 무적함대』, 『무한지구정복 간지고』 등으로 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그 중 전자는 보다 넓은 독자층을 위해 네이버로 연재 지면을 옮기기도 했다.

『남기한 엘리트 만들기』, 『연민의 굴레』등 웹툰 작품에 관련된 음악을 만드는 OST도 해당 작품을 향유하는 방식의 폭을 넓혀주었다. 웹툰이라는 표현양식에 걸맞게 OST 역시 디지털 싱글 형식으로 발매된 것이 특기할 만하다. 한 발 더 나아가, 『와라 편의점』의 경우 아예 테마송이 오프닝으로 첨부된 정식 애니메이션 연재에 들어갔다. 매체 확장은 단순히 관련 상품 개발이라는 외형적 확장 뿐만 아니라 만화의 형식에 반대로 개입하기도 했는데, 윤태호의 『SETI』는 웹툰에 실제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사진 드라마를 결합시켰다. 이 작품은 디지털 카메라 업체의 스폰서를 받아 기획되는 등 종합적인 결합을 시도한 바 있다.

과거 고전만화를 리메이크하여 웹툰으로 연재하는 시도도 이루어졌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구 부천만화정보센터)가 주관하고 네이버가 협력하여 지면을 제공한 이 사업을 통해서 『번개기동대』, 『로봇찌빠』, 『번데기야구단』, 『진진돌이』 등 한국 고전만화의 리메이크작들이 새로운 세대의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각각의 완성도에서는 편차가 드러났고 이전 원작의 재발견 등 산업적 확장력은 미미했으나, 과거에 검증된 콘텐츠의 향후 사업화를 가늠하기 위한 노하우 축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웹만화를 통한 사회적 발언

2009년에는 만화 창작자들의 사회적 발언 역시 활발했다. 각계의 시국선언이 붐을 이루었던 상반기에 만화인 시국선언문을 웹만화 형식으로 공개하여 큰 호응을 얻어낸 바 있다. 다만 만화가들의 사회적 발언이 이전에는 대체로 우리만화연구회 등 단체를 통하거나 반대로 조직화되지 않은 개인들의 참여가 대부분이었다면, 특정 사안들에 대한 공통의 견해를 가지고 여러 주체들이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특정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이 새로이 부각되었다. 예를 들어 연초의 『악!법이라고』 릴레이 웹툰 프로젝트는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여러 법안들이 사회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한 만화인들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신문 시사만화가에서 정통 극화, 걸개그림 양식까지 다양한 성향의 작품들이 연재에 포함되어 프레시안을 포함한 다수의 인터넷 신문 지면에서 선보였는데, 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자문을 제공했으며 온라인 릴레이의 종료된 직후 관련 논객들의 코멘트와 추가 정보를 담아 종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또 다른 중요한 릴레이 프로젝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 릴레이』로, 네이버, 다음, 야후 등 만화지면을 가진 주요 포털사이트들이 자사에 연재하고 있었거나 투고를 받은 작품들을 각각 게재한 것이 아니라 여러 웹툰 만화가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함께 올린 것이 특징적이다. 좀 더 작은 규모로는 정부의 한예종 인력 및 교과 개편의 부당성에 저항하고자 한예종의 학생 작가 및 졸업생들이 연재한 『한예종 사태 릴레이만화』등이 특기할 만하다.

정치 사안 외에도 강풀 작가가 웹툰의 저작권 사안에 있어서 공정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직접 ‘손바닥 발바닥’이라는 대안저작권 시스템을 웹만화의 형식으로 설명하여 제안하는 등 사회적 발언의 적극성과 세련성이 향상되었다. 반면 웹 연재 만화가들이 주축이 되어 매년 불우이웃 돕기 특별공연을 했던 ‘러브콘서툰’은 올해로 마지막 행사를 맞이하여 아쉬움을 샀다.

4) 웹만화 성장의 이면: 수익성과 비평

여러 장르에 속한 기성 작가들의 참여 확대와 풍부한 지망생 풀, 확대되는 독자층 덕에 웹만화 창작은 확연하게 만화 일반의 가장 주류적 경로 가운데 하나로 등극하였으나, 그 빠른 성장의 이면에는 하나의 안정적인 창작 분야로서 존재하기 위한 몇 가지 요소가 같은 속도로 같이 성장을 이루지 못하여 향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었다. 하나는 창작자 수익확보의 미진함이다. 코인 결재 방식의 유료 온라인 만화방을 제외하고는, 2009년에도 여전히 광고수익분배 혹은 신디케이션 같은 적극적인 콘텐츠 활용 수익모델 상용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업 품질은 식자와 컬러링까지 포함한 점차 높은 수준이 요구되는 것에 비해, 창작자에 대한 수익은 단행본화될 경우의 인세를 제외하면 여전히 포털사이트의 고료 지급이 전부라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다른 하나는 비평의 부재다. 만화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공간 자체가 부족한 면이 있지만, 특히 도서리뷰의 일환으로라도 평론이 일부 다루어지는 종이 단행본과는 달리 웹만화는 단신에 가까운 소개 지면 외에는 비평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웹 연재공간의 독자감상 게시판이나 연재물 하단의 답글 차원이 아닌 진지한 평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비평의 순기능이 바로 작품들에 대한 적극적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여 웹만화가 활력 있는 대중문화 창작 분야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임을 감안할 때, 웹만화에서 그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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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 버전은 최종출간버전과 다소간 다르며, 책 속의 다른 꼭지들 – 특히 데이터 차트 – 와 합쳐서 읽을 때 완전해진다. 그냥 떡밥 맛보는 셈 치고 읽어주시고, 따로 참조해서 인용할 일 있으면 책으로 해주시길. 박인하 교수의 전체 서문에 해당하는 총론 글을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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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웹만화 창작 현황과 주요 이슈 [한국만화연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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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콜닷넷업뎃] 웹만화 창작 현황과 주요 이슈 (한국만화연감 2010) http://capcold.net/blog/5428 | 이 챕터는 업자뿐만 아니라 창작자와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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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글입니다. #만화_ RT @capcold: [캡콜닷넷업뎃] 웹만화 창작 현황과 주요 이슈 (한국만화연감 2010) http://capcold.net/blog/5428 | 이 챕터는 업자뿐만 아니라 창작자와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울 듯.

Comments


  1. 수정 요청해도 될까요^-^
    ‘정필원의 [구구맨]’은 ‘정필원의 [패밀리맨]이 바른 제목입니다.
    늘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2. !@#,,, 권혁주님/ 담아가세요~

    이종범님/ 허걱 이 무슨 멍청한 실수를;;; 낼롬 고쳤습니다. 연감에는… 뭐 검수하면서 알아서 고쳐주셨겠죠(아님 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