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 관련 캠페인, 생각의 토막들

!@#…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재미있는 토론행사 캠페인이 트윗상에 제기되고 있어서(해시태그 #515B), 물리적으로 참가불가이지만 그래도 적극 응원하는 의미에서 작은 화두나 몇 토막 풀어놓을까 한다.

!@#… 토막 하나. 용어에 대한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인터넷에 의견을 올리기 위해 어느 단계에서든 실명을 확인한다면 본연적 의미에서 ‘인터넷실명제’다. 그에 비해 2006년에 인터넷 유저들과 관련업체의 반대 속에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했다고 하는 것이 바로 ‘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개념이다. 서비스업체가 해당 유저가 처음 계정을 열 때 실명의 존재여부를 확인해야만 한다, 그런데 기간별 특정 방문객수 이상의 사이트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한적”. 무엇보다, 의견이 실제로 드러나는 순간에 실명으로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실명제와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컨셉 되겠다. 즉 인터넷실명제를 인터넷(게시판)실명(공개)제도로 보는 시각이다. 그런데 한 눈에 봐도 눈가리고 아웅이 훤히 드러나는 것이… 실명제의 문제는 개인에 대한 역추적인데,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가 한없이 제로에 가깝고 수사기관에 대한 업체의 과잉친절이 무한을 향해 달려가는 현 한국사회 특성상 실제 게시판이든 계정가입이든 어느 단계에서든 실명정보가 존재하기만 하면 후환 걱정이 쩐다는 것이다(기억하자, 미네르바). 즉 어떻게 포장하든 여전히 ‘인터넷실명제’라는 용어를 쓸 때 상기시키고자 하는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식으로 범위를 설정해서 이름을 바꾸든 간에 역시 그대로 인터넷 실명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아니 제발 그렇게 해야한다.

!@#… 토막 둘. 왜 한국에서 인터넷 실명제 같은 것을 정책가들이 추구해오고 있는가, 그 동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MB-H정권이 민중을 탄압하려고 그러는거다! 같은 이야기는 사절이다 – 2006년이 어느 정권이었을까. 그렇다고 역시 노명박인거다! 같은 이야기도 사절이다 – 오십보백보는 오십보나 차이가 나고, 대상 확대 적용 같은 건 뚜렷하게 현 정권의 문제니까. 그분들이 인터넷 실명제를 두려는 것에 대한 동기는 너무나 훤히 매번 알려져왔기 때문에 굳이 다시 꺼내기도 민망하다: 바로, 악플이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들이 자꾸 사회적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정부로서는 “개입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지가 불가능하다. 실명제 반대 진영에서 늘 대안으로 내놓는 것이 바로 자율정화 기능인데, 언젠가 자율정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정부는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식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민원은 넘쳐흐르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무사한 행정부처는 없다.

!@#… 토막 셋. 즉 인터넷실명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인터넷실명제가 왜 문제인 것인지 보다 한국 상황에서 잘 먹혀드는 방식으로 포장해야 한다는 것. 이미 오래전부터 표현의 자유 위축 차원에서 많이 이야기했고, 프라이버시도 많이 했고, 기업의 비용증가 문제도 충분히 거론했지만 뭐 호응이 미미했다. 권리란 건 자기가 개인으로서 직접 침해당하기 전까지는 소중한 줄 모르기 쉽고, 사업비용은 그저 그쪽 기업들 사정이니까. 최근 승산이 좀 보이기 시작한 건 국제 IT산업 경쟁에서 역차별당하고 밀려난다는 이야기인데, 가급적이면 그런 식으로 생긴 관심을 결국은 다시 표현의 자유 같은 보다 근원적 요소로 끌고와줘야 훌륭하겠지.

둘째, 실명제보다 나은 “문제발생시 해결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실제로 악플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발생하고 있고 자율정화 작용이 미치는 영역은 매우 좁다. 각각의 플레이어에게 적용해야할 몇가지 기본 룰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라면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특정 악플의 권리침해 여부는 발화자를 특정하기 이전에, 전담 중재기구(현행 명예훼손분쟁조정부 방식으로는 택도 없다)를 통해서 내용 자체만으로 90% 이상 판별해놓는 것. 법원의 수색영장이 없는데 개인정보를 제공한 서비스업체는 개인정보 침해로 대박 배상금을 내도록 하는것. 공공기관의 경우 실명은 커녕 가급적이면 IP조차 곧바로 삭제하는 익명 민원게시판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는 것 등등 체계적으로 수집하면 쓸만한 의견들이 적지 않게 나올 것이다. 각자 자기들 머리만 믿을 뿐, 제대로 모아내지 않으니까 그렇지.

셋째, 이게 어떤 의미에서 제일 중요한데, 기관이 할 일을 줘야 한다(!). 관이 나서서 A라는 정책을 했더니 오오 악플이 줄었더라. 그런 연말보고서를 낼 수 있어야만 정부가 실명제 같은 곤란한 제도를 버리고 그것으로 스위치를 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 처럼 중재기구를 대폭 늘리고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한데, 그보다도 더 굵직한 정책 개입방법이 필요하다. 자율정화를 강조하는 쪽이라 할지라도, 자율정화를 체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짜야 한다. 그게 무슨 자율이야! 라고 당연히 짜증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민원을 정부에 하고 민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욕먹는것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

여튼 이렇게 세 가지 범주의 과제가 놓여있다.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느냐가 인터넷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라는 변종도 여기 그냥 포함시켜서)라는 희대의 뻘짓을 발상 자체부터 뿌리뽑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 본다.

!@#… 덤으로 토막 넷. 5.15. 행사의 구호나 상징문구도 공모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인터넷은 우리 것이다”라는 식의 추상적 지향점보다는 “날 좀 그만 감시해!” 같은 구체적 침해를 드러내는 쪽을 선호한다. 행사의 틀은 역시 대화만 잔뜩 하는 대담보다는 공연과 전시, 상영 등이 결합된 문화행사의 모습으로. 이왕이면 발표문, 관련 내용을 만화화한 원고, 관련 법규와 흐름 등을 함께 묶어 소책자로 묶어내는 것도 추천한다. 기초자료는 진보넷 등에서 그간 쌓아놨으니 힘을 합치는 것 필수.

 

PS. 혹 capcold라는 인간이 이전에는 그럼 인터넷실명제 관련해서 어떤 식의 의견을 보여왔는가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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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thoughts on “인터넷실명제 관련 캠페인, 생각의 토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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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capcold.net/blog/5873 @capcold 인터넷실명제대한 시각. 난 1원에 내 정보가 팔려나가도 보호해주지 않는 국가가 싫다. 이건 기본권의 문제이다. 한국내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지 오래됐지만 이미 팔려나간 몸.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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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5b 글 말미 구호에 대한 의견이 흥미롭당. 좋은 글!! RT @Philosism: RT @dahlhaus: 개념글! RT @capcold: 인터넷실명제 관련 캠페인, 생각의 토막들 http://bit.ly/c2vx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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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연을 어디까지 넓히는 것이 적정선인가가 문제군요. 총론에서 동의하지만, '내가 침해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듯해요. 자기검열은 이미 내면화된거니까. RT: @minoci: @capcold: http://bit.ly/c2vxko #51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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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취지 지난 목요일 블로거들이 모였습니다.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 이하 다소 부정확한 표현이지만 이하 ‘실명제’로 표기)를 주제로 컨퍼런스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마이크로 페이먼트’에 관한 캠페인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강정수씨께서 발안하시고, 강력하게 뽐뿌하신 실명제가 좋겠다는 것이 다수의견이었죠. 블로터닷넷과 미디어오늘의 실명제 거부 사건이 아무래도 분위기에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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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혹시 제 블로그를 RSS로 구독하시는 분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포스트를 너무 많이 올리고 있지요? 이해 부탁드립니다. 실명제 컨퍼런스가 다가오니 이것저것 올리고 포스트가 많네요. ^^ 오랜만에 블로그 낭송을 했습니다. 캡콜드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읽었습니다. 인터넷실명제 관련 캠페인, 생각의 토막들 (capcold) … 실명제보다 나은 “문제발생시 해결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실제로 악플로 인한 피해는 충분히 발생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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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실명제 컨퍼런스’가 열립니다. 이런저런 생각 많이 하신 블로거분, DC 관계자, 포털 담당자 등이 모여 5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연세대에서 컨퍼런스를 합니다. 더불어 혹시, ‘왜 실명제가 문제지?’라는 의문을 가진 분들을 위한 참고글1/참고글2/참고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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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헌재의 위헌판결 쟁취는 소중하지만, 왜 이런 류의 엉터리 규제책이 여러 정권에 걸쳐서 반복되는지 생각하지 않으면 비슷한 다른 것들이 재발할 따름이다. 예전 관련글: http://t.co/ytGLHu8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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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한국에서 인터넷 실명제 같은 것을 정책가들이 추구해오고 있는가, 그 동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via @capcold 님의 블로그님) http://t.co/EyS1D1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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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515B 행사는 단발성은 아니고요 인터넷의 기본 정신에 반하는 각종 제도 내지 악법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행사기 인터넷 실명제이고요, 이후엔 저작권법, 선거법 등등 차례차례 짚어 나갈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요~ 궁극의 목표는 인터넷을 주인에게 돌려주자는 취지? 그래서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모토가 나온 것이죠

  2. !@#… SadGagman님/ 아하, 정례행사화를 목표하고 있는 것이었군요. 그 경우는 메인타이틀과 보조타이틀을 분리해서 고안하는 것(예를 들어 행사 자체에 대해서는 “인터넷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같은 스타일로 가고, 그 해 행사의 테마에 맞춰 “날 좀 그만 감시해” 같은 구체적 문제표어로 간다든지)이 어떨까 합니다.

  3. 1) 저는 ‘그래, 이 녀석들아 신고하려면 신고해라’™ 마인드로 주민번호빼고 블로그에 다 공개하고 있습니다. (…) 커컥.

    2) 이 글도 ‘진보지식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한 글로 볼 수 있을까요. 기존에 연구를 한 사람들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의미있는 성과를 내자- 는 취지에 쓴 글이니.

  4. !@#… Skyjet님/ 저도 제 개인정보가 1원의 가치조차 없으리라 확신합니다(핫핫). // 사실, 앞으로 제가 여기저기 쓰고 다닐 대부분의 글들은 기회만 되면 그쪽 발상으로 크건 작건 테마를 연결시킬 생각입니다.

  5. !@#… 뗏목지기님/ 태초의 어둠 속에, 말씀이 있었습니다: “개그가 있어라” 그러자 개그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