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네르바 무죄 선고 타이밍에 맞추어 상황 중간 정산용으로 간단히 층위 해부. 중간 정산이라는 것은, 역시 이번 무죄판결이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고작 전체 판 가운데 중간 기착점에 불과하다는 인식 때문. 이게 1심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사안의 진짜 흥미로운 떡밥들을 이미 매듭지었다며 잊어버리면 아까우니까. 여튼, capcold의 시각에서는, 미네르바 사건은 사실은 최소한 다섯 개의 각각 다른 층위가 서로 연동되어 진행되고 있는 건이다.
A. 폭주 개인: 한 온라인 이용자가 미네르바라는 정체성을 취하여 사회불만을 토로하다가, 결국 신나서 브레이크가 풀려 오버질을 한 인터넷 자폭담.
B. 신격화 숭배: 익명의 경제 논객 ‘미네르바’를 많은 사람들이 닥치고 숭배한 과잉 신격화 현상. (이전 관련글: 클릭)
C. 언론 막장: 주류 언론들이 너도나도 신나서 미네르바 숭배 현상을 선정적으로 이용해먹다가, 심지어 동아러브레터사의 월간지 신동아는 대형 사기까지 친 언론 선정성 사건. (이전 관련글: 클릭, 클릭)
D. 공권력의 억압: 검찰이라는 국가 공권력 장치가 나서서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이용자를 최선을 다해 조져놓는 방식으로 드러난,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 (이전 관련글: 클릭, 클릭, 클릭)
E. 제도 다툼: 미네르바 사건을 지렛대 삼아, 미디어와 표현의 제약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는 법들을 강행하려는 집권 세력과 저항 세력 사이의 정치적 대결. (이전 관련글: 클릭, 클릭)
보다시피 A에서 E 순서대로, 점점 거시적이고 무지막지한 이야기가 된다. A자폭이야 동네 인터넷 게시판 어디서라도 매일매일 쉽게 보는 이야기고, B숭배는 주기적으로 한번쯤 일어나주는 ‘대세’. 그 중 다시금 일부는 C언론의 설레발에 발탁되어 본격적으로 커진다 (영향이 피드백되어 A가 더 심해지고 B는 더 막나간다든지). 그런 와중에서 결국 D공권력 난입이 터지면 사건은 담론판이 아니라 법적 처벌의 틀에 들어가서 더욱 극단적인 대결 패턴들이 발생한다. 그런 와중에 커진 떡밥가치로 E제도 다툼을 진행할 수 밖에 없어지고. 하지만 거꾸로, 원래 E가 필요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강행하기 위해 D를 하고, C는 도구로서 자연스레 동원되고, B는 그것에 대한 반작용의 소산이며 A는 B의 구실이라든지 하는 식의 좀 더 복잡한 상호유발/촉진 관계 흐름으로 읽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중간 쯤부터는 각 건들이 동시 진행. 뭐, 그래서 ‘진행단계’가 아니라 ‘층위’라는 말이다.
굳이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 A폭주개인의 요소를 무시하고 C언론 막장에 자발적으로 휘말리며 B숭배를 해오다보니, D공권력 억압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E정책적 관심까지 가지 못하고 그저 B숭배로 다시 돌아온다든지 하는 패턴이 발생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 혹은 좀 더 간명한 방식으로 찌질하게, D공권력 억압으로 B숭배 대상의 A폭주 개인 속성이 드러나자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또다른 허상의 B숭배 대상을 만든다든지.
– 아니면 다 필요없고 그저 C언론 막장, D공권력 억압을 욕하는 것 자체에만 재미가 들려 새로운 A폭주 개인으로 거듭난다든지.
물론 “A폭주 개인을 담론적으로 자정하며, B숭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합리적 이성을 유지하며, C언론 막장에 동참하지 않도록 미디어 수용 능력과 소비자 권력을 키우며, D공권력 억압에 맞서며, 그것을 위해 E제도적 공방에 관심을 기울이자” 가 나름대로 모범답안. 하지만 사실은 그냥 먹음직한 교훈성의 떡밥을 허망하게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솔직히 모든 층위에 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적을 수 밖에 없는 만큼, 그저 이왕이면 바보만 되지 말자는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미네르바 사건이라는 하나의 사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터.
!@#… 그런 의미에서 향후 떡밥 가이드. 각자 관심있는 부분을 중심에 놓고, 나머지 부분은 아하 이런 측면이 있겠구나 하고 인식을 열어놓으면 되겠다.
A. 폭주 개인: 인터넷 자율 정화, 건전/건설적 토론법 등 각종 온라인 대인커뮤니케이션 주제들을 계속 파보기.
B. 신격화 숭배: 인지부조화든 사회망에 의한 동질화 효과든 역사문화적경향성이든, 집단적 인식 현상을 파보기.
C. 언론 막장: 저널리즘 관행의 취약점, 매체산업과 환경의 특성, 특정 매체들의 야매성, 미디어 수용 능력 강화 방법 등 파보기.
D. 공권력의 억압: 표현의 자유 억압시 대처/우회 방안, 시민들의 공권력 견제 방안 등 파보기.
E. 제도 다툼: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의 역할, 사이버모욕죄라는 발상의 문제, 인터넷 실명제 논리의 문제 등 각종 규제 문제 파보기.
!@#… 참고로 capcold는 C언론막장 부분과 E제도다툼 부분을 메인으로 찜해놓는 것이 당연하겠으나… 뭐, 실제로 쓸만한 이야기를 생산하는 것은 어떤 쪽일련지.
***
PS. 그런데 미네르바 본인이, 무죄로 나오자마자 인터넷 실명제 논리를 옹호하는 멘트 따위나 던지는 건 정말 깬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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