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세계 두고보자대상 결과 발표

!@#… 만화 웹진 두고보자(http://www.dugoboza.net)에서 선정한 “2005 세계 두고보자대상” 결과 발표. 2005년, 기억해둘 만한 여러 만화에 대한 촌평들. 관심 있는 분들은 클릭. 그 동네 성향이 원래 좀 그래서, 다소 길다. -_-; 원문은 두고보자에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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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사다난한 한해가 저물어갑니다(아 물론 두고보자는 신정이 아닌 설을 한 해의 시작으로 봅니다… 양력 1월 1일을 놓치면 당당하게 이렇게 변명하곤 합니다). 한 해를 결산하며 두고보자는 올해부터 전통적인 베스트 워스트의 탈을 벗고, “2005 세계두고보자대상”을 제정하고자 합니다. 왜 세계냐 하면, 아직 저희들은 안드로메다의 만화책을 본 적이 없어서 우주 대상으로 하기에는 양심이 아주 약간은 찔리기 때문입니다.

기준은 애매하면서도 간단합니다. 한국에서 2005년 한 해동안 나름대로 완성도 있고, 의미 있는 만화 작품들을 한번 늘어놓아보자 뭐 그런 것입니다. 굳이 한국만화에만 한정시킬 이유도 없고, 꼭 2005년에 나온 책이어야 한다는 보장도 없고, 판매량이 많다고 반드시 높게 쳐주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무슨 예술적 작품성을 절대기준으로 삼지도 않습니다. 굳이 자신들을 만화팬 층의 전부라고 착각하곤 하는 골수 매니아들의 동인 취향에 집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누구에게나 널리 어필한다고 점수 주기도 싫습니다. 그저 폭넓은 만화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2005년이라는 시점과 함께 기억해 주어야할만 한 작품들을 뽑아서 남겨놓자는 취지입니다.

선정 방식은 두고보자의 여러 편집위원들의 추천에 의한 것입니다. 추천이 합산된 목록의 형평은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또한, 눈치 빠른 독자라면 바로 눈치채셨겠지만, ‘대상’이라고 이름 붙여놓고는 결국 대상이 없습니다. 여느 공모전 마냥 대상 감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만장일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몇 개의 작품이 대상으로 추천되었지만 편집위원 간에 의견을 좁힐 수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기야 어차피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뭐 여러편이 고루 뽑히면 또 어떻습니까. 복수의 추천을 받은 작품은 BEST, 하나의 추천만 받으면 GOOD. 그리고 2005년 자체보다는 이후가 더 기대될 경우 ‘올해의 발견’, 그리고 ‘올해의 재발견 괴만화’ 같이 다소 특이한 범주의 기억할만한 작품들을 뽑기도 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알아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럼 영광의 수상자들입니다.

* * BEST (2명 이상의 추천) (추천수 순)

 

[히스토리에] (이와아키 히토시/출판) – comrev, 깜악귀, capcold, halim

(깜악귀) 자신이 거장에 오르셨음을 몸소 증명하심. 3권은 언제 나오는 거냐…
(capcold) 인명 경시, 대중의 우매함, 인생사 별거 아님, 큰 시스템과 작은 사건들이 어처구니없이 맞물려 들어가는 세상… 물오르다 못해 넘쳐 흐르는 통찰력과 연출력의 천의무봉급 결합. 유일한 단점은 연재속도가 느리다는 것 뿐. 개인적 대상 추천작.
(halim) 재미있고 유쾌하면서도 독자들에게 지적인 즐거움까지 제공하고 있는 수작. 이 작가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와아키의 캐릭터들이 가끔 보여주는 멍하면서 초연한 듯한 표정은 은근히 중독성.
(comrev) 전형적 쟝르만화의 플롯이 지겨운 당신에게 추천, 하드고어적 피비린내만 감내할 수 있다면…물론 미완이므로 아직 완전평가는 무리지만,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다라는 면은 부정할 수 없다.

 

 

[그와의 짧은 동거] (장경섭/출판) – comrev, 깜악귀, halim, pinksoju

(깜악귀) 일본만화의 유입 이후 데뷔한 한국작가들은 내러티브에 약한 면이 있다.. 남자작가들은 작화나 액션장면만 신경쓰고 여자작가들은 일단 감정표현만 하려 드는 습성이 아직도 많다. 내러티브를 이끌어가서 어떤 비등점에 오르는 순간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capcold) 카프카와 하루키와 젊은시절의 빔 벤더스, 한국에서 후계자를 찾아내다. 따지고 보면 작가의 ‘장모씨 이야기’ 연작 중 거의 유일하게 ‘이야기로서’ 재미있는 작품. 거의 12월 말일이라는 출간시기상 2005년에 임팩트를 준 작품이라 하기 뭣해서 추천 안했는데 다들 거리낌 없이 후보에 올렸더라는;;;
(halim) 작품에 대한 평가 혹은 수사의 방식에서 ‘문학성’에 진하게 기대고 있는 게 약간 신경 쓰인다. 작화기술의 부분은 뭐 그 정도면 괜찮고, 차기작을 더욱 기대함. 내면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예술가만화, 그런 거라면 좋다.
(comrev) 오로지 연재만화식 내러티브 말고는 그 성과가 일천한 한국만화계에 있어서 한줄기 빛. 후학들이여 제발 좀 보고 배워라. 장모씨의 이 쪼잔한 진정성을…
(pinksoju) 문학적 수사학에 거부감은 없지만, 그 요소도 두고보자의 한 “성향”의 일부라는 생각. 2000년 경에 나온 작품의 시의성을 고려함.

        

 

[타이밍] (강풀/웹) – comrev, 깜악귀, capcold, pinksoju

(깜악귀) 웹 만화의 ‘완성태’를 보여냈다. 양영순도 영향받을 만큼. 수직 스크롤로 빨아들이는 플롯의 세계. 스콧 맥클라우드가 「만화의 미래」에서 말한 웹 만화의 실험은 가능성은 한국에서 가능성 이상으로 진행되었다.
(capcold) 세로 스크롤 웹만화의 표현력. 네 번째 작품에 이르러서 새로운 실험보다는 완성도 굳히기로 들어간 듯. 전통적 칸 경계선의 활용까지도 다시 포섭하기 시작하는 등, 이제는 정말로 원숙한 표현력. 하지만 엔딩은 좀 전대물스러워서 감점.
(comrev) 특별히 독특한 설정도 아니면서(이미 쟝르만화에서 허다하게 나온 초능력자, 귀신, 기타 등등) 그걸 엮는 힘이 대단하다. 하지만 끝은 아쉬웠다.
허접 에세이툰으로 도배된 온라인 만화에서 강풀이 살아있는 이유는 당연한 것.
(pinksoju) 순수 온라인 출신 작가의, 온라인 만화의 완성도 높은 서사연재 가능성의 성공적 안착. 온라인 만화의 대중적 감성성이 한계라면 한계다만, 컨텐츠 자체의 수입이 아닌 이후의 활용 수입 행보가 더 돋보이는 작가.

 

 

[다르면서 같은] (데릭 커크 김/출판) – 깜악귀, capcold, pinksoju

(깜악귀) 메인 에피소드만 인정. 동정 콤플렉스와 자위를 만화의 소재로 삼는 미국 인디 성향을 나는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capcold) 우디앨런식 말빨 코미디와 성장드라마의 만화식 결합 성공. 정체성에 고뇌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부여받은 채로 여튼 일상적으로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참, 동정과 자위야 말로 포스트-사춘기 남성의 성장 원동력.
(pinksoju) 정교하게 만들어진 보기 힘든 20대의 성장 감성 만화. 뒤의 단편들은, 이 뛰어난 만화가 완성되기까지의 그간 여러 “시도”와 “실험”의 과정을 보여준 것에 그 의의를.

 

 

[구로막차오뎅한개피] (august25/웹, 출판) – comrev, capcold, Kay

(capcold) 누들누드 당시의 양영순급에 도전할만한 파렴치 개그. 황금기 미국 애니의 영향력이 풍기는 탄탄한 그림체도 일품. 다만 요새 에피소드형 개그물들이 너무 보편화되어버려서 상대적으로 빛이 덜하다.
(깜악귀) 팥팥팥! 이라는 표현이 맘에 든다. 재미에 기복이 있다.
(comrev) 팥팥팥! 성인 코메디의 대가였던 양영순이 온라인 극화로 떠난 자리를 들어온 파워신인…
성인 코메디라는 제한된 양날의 검을 가지고 참으로 위험스럽게 웃기는 만화다
(Kay) 만화가 좋으면 인기도 있기마련, 파워신인

 

 

[월식] (한혜연/연재 중) – 난나, halim,pinksoju

(난나) 한국의 순정만화가 여자아이가 아닌 성인 여성의 감수성까지 탁월하게 포착해낼 수 있다는 다행스러운 증거.
(halim) 이거 한다 말하지 않고도 그냥 하는 이야기. 이 작품이 좀 더 대접받지 못한 것은 편집자와 지면의 책임.
(pinksoju) 월식은 한혜연의 또다른 행보 이후의 첫 장편 연재물로, 그간 해오던 여성들 이야기들 중에서조차도 가장 하기힘든 이야기를 드디어 본격적으로 들고 나왔다. 달이 없는 여성들. 미혼의 임신부나 이반들의 삶을 그녀 특유의 잔잔한 목소리에 깊이감을 더해 풀어나가고 있다. 강풀의 타이밍과 함께 2005년의 소중한 한국만화 1순위. 그저 단행본만 내달라.

 

 

[위대한 캣츠비] (강도하/웹, 출판) – Kay, halim, pinksoju

(Kay) 강성수의 엄청난 그림빨. 비록 복사컷의 사용이 꽤 있지만 역시 한국 최고다
(halim) 결국 이야기의 최종결론은 ‘남녀간에 쿵작쿵작하여 잘먹고 잘사는 이야기’이다. 작품의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더욱 뛰어난데 좋게 말하면 발전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컬러만화 단행본 6권 분량을 한 사람이 1년 동안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주목할 것.
(pinksoju) 비주류 계열의 작가의 화려한 외출의 성공적인 사례. 완성도에 대한 완벽주의 정신과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멋지다. 실험성은 물론이고 인쇄물조차 전체적 완성도에 집착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공을 들였다. 자기 작품에 대한 책임인식이 있다면 어떻게까지 해서 만들수 있는지, 만화가의 매체에 대한 창조적 실험성과 대중성이 어디까지 얼마만큼의 공존이 가능할 수 있을지, 만화적 장치들을 동원해 만화를 보는 내내 아슬아슬 하게 했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줄타기를 감행하고 있다. 남성향 판타지 스토리와 80년대스러운 감성, 어딘지 미국 애니메이션스러운(작가 말로는 아스테릭스 영향이라하나) 컬러와 그림체가 상당히 유감이긴 하나, 그런 점들이 온라인에서의 대중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을지 싶다.

 

 

[아날로그맨] (김수박/웹) – comrev, 깜악귀

(깜악귀) 이 작가, 이전에는 지나치게 가드를 올린다고 생각했다. 과시적인 스타일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니까 내가 ‘인디만화’에 대해 가지는 불만) 그러한 나의 생각이 옳았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날로그맨」의 성취는 나의 생각을 불식시켰다. 개인적인 대상 추천작.
(capcold) 어깨와 손목에서 힘을 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 비로소 작품은 진화한다. 특히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작가라면 더더욱. 슬슬 자기 갈 길을 발견해낸 작가에게 우선 박수를. 하지만 아직 작품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어서 아직 판단보류.
(comrev) 뼈속까지 시릴정도로 천착된 체험적 삶의 수기.
김수박은 진부한 습작에서 탈피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은혼] (소라치히데아키/출판) – capcold, Kay

(capcold) 활극과 향수 정서, 정신나간 코미디의 행복한 결합. 주류에 있으면서도 뭔가 비주류적인 삐딱함으로 가득. 애니 ‘카우보이 비밥’이래로 이쪽 계열의 가장 멋진 발견.
(kay) 올해 최고의 만담으로 두고보자의 열열한 지지를 받을 것 같았으나 아쉽게 두표

 

 

[1001](양영순/웹) – comrev, halim

(깜악귀) 웹에서는 플롯이 강조되는 반면, 작화력과 연출력의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양영순의 억울함.
(capcold) 종이 단행본용 재편집을 하려면 고생 좀 많이 하겠다.
(halim) 완결후 이어진 다른 작품과 (특히) 신문만화를 보건대 여전히 기복이 있는 작가. 걍 꾹 참고 2~3년 쯤 기다리면 다른 멋진 것을 기대해 볼 수 있을지도.
(comrev) 현존하는 온라인 만화 중 최고의 그림빨…그러면서도 이야기 구성 또한 출중하다. 온라인 이야기만화의 웰메이드를 보여준 사례(근데 왜 단행본은 아직도 안나와…)

 

 

[습지생태보고서] (최규석/출판) – capcold, halim

(깜악귀) 괜찮긴 하지만 지면 형식에 적응이 완전하지 못한 듯.
(capcold) 100미터 단거리 스타주자의 5000미터 중장거리 종목 처녀 출진작. ‘그쪽 계열’ 작가들이 자기 색을 버리지 않고도 대중적 호소력과 접합할 수 있다는 귀중한 시도.
(halim) 에피소드 방식 주간연재는 좋지 않다. 더 긴 호흡의 작품으로 작가에게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학원강의 그만둔 후에 …
(comrev) 새로운 지면시도에는 박수를..하지만 ‘이전작품’을 넘어섰다라는 식의 멘트는 제발 다음 작품에서 들었으면…

 

 

[페르세폴리스] (마르잔 사트라피/출판) – capcold, pinksoju

(깜악귀) 솔직히, 난 ‘느끼지’ 못했다.
(capcold) 여성과 이슬람 사회,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모순을 뼈있는 농담처럼 던지며 “어디든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이야기한 책이, 어째서인지 한국에서는 되다만 민중만화처럼 소개되어 버렸다. 번역품질과 해설부재, 소개방향 설정에 대해서 할 말 많다.
(comrev) ‘어디든 결국 사람 사는 곳’이 왜 이리 생경할까…코드가 안 맞는 건 그 네들 기준에 내가 세련되지 못하단 이야기겠지..
(pinksoju) 아랍권과 베일을 쓴 여성들과 전쟁에 대해 “타자적”인 시선 벗겨내기. 아랍권국가들이 아닌, 전쟁을 외부에서 바라본 다른 국가들에게 타자로서 발화하기 위해 압축된 만화언어, 유머, 어린아이의 시점등의 역설적 장치들의 성공적 수행. 다만, 한국은 서구권 국가들과 상황이 다른만큼,(+번역의 질 문제로) 그 효과 발현이 그만큼 가능했는지는 미지수.

 

 

[엠마 Emma] (모리 카오루/출판) – halim, 깜악귀

(깜악귀) 올해 가장 눈에 뜨인 시나리오와 연출의 조응. 작가가 여자라는 것은 그 자체로 반전이지만….
(capcold) 메이드 집착의 완성형. 특히 마음에 든 것은 늘어지지 않는 확실한 전개.
(halim) 구관이 명관. 모든 종류의 플롯 중에 가장 강력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독자(인류)를 공략해온 플롯의 왕 ‘정통 신파 로맨스’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신파에 혹하지 않을 하드한 독자에겐 매끄럽고 탄탄한 연출로 점수를 받고, 매니아들에겐 메이드 취향과 19세기병 혹은 영국병으로 접근한다.
(pinksoju) 메이드 만화지만 웰메이드 만화. 단, 2005년의 베스트라고 하기엔 6권에서의 엠마의 또다른 시련은 긴장감을 오히려 감소시켰다. 비슷한 계열의 만화로, 2005년에 새로운 단행본으로 완성도를 확인시킨 만화를 뽑는다면, <트윙크트윙크> 3권을.

 

 

[심부인의 요리사] (후카미 린코/출판) – 깜악귀, pinksoju

(깜악귀) 미묘한 감정으로 코미디를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만화의 스토리를 말로 하면 안 웃기다. 근데 이 만화 안에서는 웃긴다. (요리는 별로 안 중요하다). 요리만화지만 SM물.
(pinksoju) 전작<타인의 집> 이후로 영화 <타인의 취향>과 <룩앳미>의 감독 아네스 자우이 못지않은 작가의 인물과 관계묘사에 대한 치밀한 세심함에 팬이 되어버렸다. 심부인의 요리사 역시, 섹시함의 로망을 더했다고는 하나, 더 코믹해져서 돌아왔을 뿐.

 

 

[메리고드윈] (박설아,유진수/출판) – halim, pinksoju

(깜악귀)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진지한 소재와 분위기치고는 입체적이지 못하다. 풋풋함은 미덕이나 그게 어울리는 설정의 만화는 아닌 듯. 어딘지 모르게 동인지 느낌도.
(halim)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에게 재능이(or 재능만) 엿보인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그림작가는 아직 자기 스타일을 위한 한 고비를 못 넘었으며, 이야기 호흡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이마 이치코 이상의 주의 깊음이 필요하다.
(pinksoju) 2005년 가장 주목할만한 현상 중 하나는 스토리작가와 그림작가의 결합의 성공적인 사례 증가. 아직 미흡하지만, 작가들과 편집부의 현명하고 신선한 진보에 기대를.

* * GOOD (1명의 추천) (가나다 순)

[마드무아젤 깡의 일기] (연신/연재) – halim
(halim) 꽉찬 그림과 대사량의 향연. 이 작가는 사실 컬러가 더 멋지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 주시길. 눈치 챈 사람은 별로 없는 모양이지만 이 작품은 연재기간 내내 잡지 라인업에서 유일한 ‘멜로물’ 이었다.
(깜악귀) 취향이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굳이 유럽 만화 스타일이어야 할 필연성을 모르겠다. 그러니까 형식과 감성이 일치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유럽만화스타일인가?)
(pinksoju) 그림이 좀 정보량이 많아보이고, 외국생활이라는 핸디캡이 있어서 별 기대를 안했었는데, 생각외로 진솔하게 이야기하듯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감각+적절한 유머감각을 살려 만화를 꾸려나가는 능력이 맘에 든다. 두 핸디캡을 빼면, 상당히 딱딱한 허브 내에서 그나마 가장 그 나이의 여성의 일상이나 여러가지를 담아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말하고 있는 듯 보이는 작품 중 하나.

[무한의 주인] (사무라 히로아키/출판) – 깜악귀
(깜악귀) 솔직히 이 만화는 작화빨이라고 생각했는데 재작년과 작년,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더구나 올해의 마루타 씬과 하쿠린 에피소드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사]를 만들 때쯤해서 작가가 갑자기 뭔가 깨달아버린 듯한 느낌.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출판) – 난나
(깜악귀) 완간하면 베스트로 얼마든지 뽑아주마.
(난나) 좋은 만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의 여부엔 답이 되기 이른 감이 있지만 개인의 각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작품.
(comrev) 10년동안 두고보자 베스트를 노리는 작가의 음모일지도…

[원피스] (오다 에이이치로/출판) – 깜악귀
(깜악귀) 올해서 39권이나 발간되었는데 아직 상승중이라는 것은 무시무시한 일. 현재 연재 중인 일본 소년만화 중 장르로서의 종합 완성도에서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주인공은 아직도 너무 강하지 않다.

[유레카](이와아키 히토시/출판) – 깜악귀
(깜악귀) ‘히스토리에’를 위한 소품 같은 느낌의 ‘유레카’. 만족스러웠다.

[제트맨] (카츠라 마사카즈/출판) – Kay
(Kay) 클리셰들를 벗어나기위해 고군분토중인 히어로물, 개인취향은 아니나 두고보자.
(halim) 변신히어로물을 좋아한다는 건 인정. 다만 취향에 대한 애착만 있을 뿐 이런 장르의 스토리는 어떻게 끌고나가야 할 건지에 대한 준비는 없었던 듯.

[씨엘 Ciel] (임주연/출판) – halim
(halim) 동인출신작가로서 잘 성장한 케이스. 이야기의 호흡과 자극을 어떤식으로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감도 잘 잡고 있고. 동인풍 감수성으로 대통령제 하의 대한민국을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막연한 환타지 쪽이 읽기에는 더 편안하다.

[주먹에 웃다] (미카미 타츠야/출판) – Kay
(Kay) 어디까지 막나갈것인가 이 개그만화는? 크로마티보다는 마사루의 후계

[철완 버디] (유키 마사미/출판)- halim
(halim) 리뉴얼해서 더 좋아진 부분도 있다. 일본식의 사려 깊음과 차분함을 잘 보여주는 작품. 패트레이버부터 되돌아 볼 때 만화원작이 아닌 것의 만화판에서 (그 끔찍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완성도와 고유의 재미와 비교우위를 주는 작가는 유키 마사미 이외에는 거의 없다.

[크게 휘두르며](히구치 아사/출판) – 깜악귀
(깜악귀) 아줌마가 풋풋한 고교 소년들의 근육을 조물락 조물락 거리는 만화. 야구라는 게임 자체에 매우 충실한 점이 놀랍다. 스포츠물이지만 야오이물..이랄까.

[趣味生活書] (이리/동인) – halim
(halim) 의심의 여지없이 정식출판(publishing)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종이(printing)만화로서는 2005년 최고의 성과를 보여준 작품&책.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라는 부분에서 좀 공허한 감이 있는데 이는 ‘동인지로서 자족적 태도’와 연계되는 것이니 큰 결격사유는 아니다.

[풍장의 시대] (가리, 이성규/출판) – capcold
(깜악귀)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진행이 조금 빨랐으면 하는 생각은. 설정에 걸맞는 서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capcold) 자 이제 세계관으로 솜씨자랑은 충분히 했으니,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할 차례.

[C.W.U.E(불가항력적 직장여성 진화론)] (임현정/출판) – halim
(halim) ‘직장에서 연애하는 만화’가 아닌 그냥 ‘직장만화’라는 것이 이 만화의 최대 미덕. 한바닥만화나 에피소드, 개그물을 제외하고 장편극화로서 이것을 자신할 수 있는 작품은 2005년에 한정한다면 두 번째도 없다. 작화관리의 부분은 문제. 단행본 출간시에 개선요망.

[엑셀 Excel] (윤지운/출판) – halim
(halim) 쿵짝쿵짝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계속 자매의 이야기를 붙잡고 있는 것에서 플러스. 웬지 이 작가애게는 애착이 간다. 2000년대 이후에 자리잡은 몇 안되는 순정작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리라. 대학 만화과가 아닌 만화동아리 출신이라는 것도.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이영유, 백혜경/출판) – halim
(halim) 월요일 소년 보다는 이 쪽을 택하고 싶다. 그러니까 백혜경 때문이다. 이 작가는 과소평가되고 있고, 이슈도 윙크에 비해 과소평가되고 있다.  

[조우(遭遇)] (김진/연재) – halim
(깜악귀) 연재분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포기. 단행본을 기다리는 수밖에.
(halim) 다른 표현도 가능하겠지만, 일단 나에게는 읽는 사람과 그리는 사람간의 접점에 대한 만화. 단행본으로 한 번 더 만나게 해주고 싶다. 신인작가의 ‘차별화를 위한 시도’ 뿐 아니라 이런 쪽의 도전도 필요하다.

[지어스] (키토 모히로/출판) – halim
(halim) 고도의 인명경시가 이 작품과 작가의 매력포인트. 일본만화는 인간(성,명,존재)에 대한 경시/등한시의 관점에서 막나갈 때에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고(그 반대로 가려고 할 때 망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내가 만화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 + 『애프터눈』에 대한 『잇키』의 도전은 참으로 … 창의성이 없다.

[천사와 독약] (이아인/출판) – halim
(halim) 2005년의 슈가 연재물 중 가장 즐겁게 본 작품. 감각적이지는 않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든 어떤 상황을 묘사하든 대단히 편안하게 풀어내는 재능이 있다. 좀 더 신경써줄 만한 작가.

[뚝딱뚝딱 인권짓기] (인권운동사랑방, 윤정주/출판) – capcold
(capcold) 좀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더라도, 이 작품의 ‘미소년미소녀 리메이크판’을 만들어서 애들에게 좀 열심히 히트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halim) 그러니까, 우파어린이만화잡지가 나올 때 까지 기다려주시길.

* * 올해의 발견 (추천수 순)

[베리타스] (윤준식, 김동훈/출판) – comrev, 깜악귀, Kay
(깜악귀) 두고볼 만 하다고 느꼈다. 특히 첫 화의 완성도는 뛰어났다. 2005년에 연재를 시작한 한국 소년만화 중 가장 마음에 든다.
(capcold) 전개가 시원시원해서 좋다. 아직은.
(Kay) 학원무협물, 개인적으로는 화산고처럼 좀 더 뻔뻔한게 좋다. 몇몇설정은 아직 구차한 현실성 만들기로밖에 안보인다.

[한걸음 더] (홍지흔/연재) – 깜악귀, halim
(깜악귀) 감상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차분한 무드를 전달하는 감성이 일품이다. 낮은 비등점을 능숙하게 끌어간다.
(halim) ‘수려한 문장력의 작가’라는 표현을 만화언어의 구사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왔다. 탈바가지 효과를 적절히 구사하여 폭넓은 독자층을 소구할 수 있는 캐릭터들, 회고와 동시대성을 절묘하게 아우르는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극만화 연재는 처음이라는 점이 불안요소이지만 내공으로 커버할 수 있을듯.

[나쁜 음식] (채민/연재) – 깜악귀
(깜악귀) 깊이 고안된 작화와 연출. 스토리. 나나난 스타일이라는 이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음.

[이별까지 여섯시간](송태욱/연재) – comrev
(halim) 그의 단편에서는 환상문학(≠환타지)의 향기가 느껴진다. 잘 키워내면 멋진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comrev) 인간군상들의 징검다리 놀이를 위한 습작

[Nablus] (김보현/연재) – halim
(halim) 시트콤의 미장센을 영화에 가져간 듯한 연출의 답답함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작가의 재능은 충분히 믿을 만 하고, 다큐적인 소재에 대한 관심 또한 칭찬해줄 만 하니 필요한 것은 ‘내공을 기르고 익혀낼 시간’이다.

* * 올해의 괴만화

[스타크래프트] (김성모/출판) – capcold
(capcold) 드! 라! 군! 펄프적 쾌감의 핵심을 찌를 줄 아는 재능의 소유자.
(halim) 김성모는 건강한 민족자본이다.

[원한해결사무소] (쿠리하라 쇼우쇼우/출판) – comrev
(comrev) 악인은 지옥으로… 블랙잭 플롯의 가장 최신버전. 온갖 악행과 범죄는 다 모아놓고 심판을 내린다. 성복교와의 대결이 임박해오면서 재미 최고…

* * 헉! 숨을 멎게 한 올해의 명장면! (필자 가나다 순)   

깜악귀

# [그와의 짧은 동거](장경섭/출판) – 단행본 145~148 페이지. 눈 내리는 옥탑방 안. 여왕이 죽은 자에게 다가오는 시퀀스. (깜악귀)

# [나루토] – 275화. 카가시 선생의 만화경 사륜안. 공간째로 잡아 비틀어진다는 것을 표현하는 연출. (깜악귀)

# [이누야샤] (타카하시 루미코/출판) – 죽음을 앞둔 카쿠라, 셋쇼마루와 조우하다. 카쿠라는 입체적인 인물설정이 거의 없는 이 만화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였고 그녀의 죽음은 빛나는 장면이었다. (깜악귀)

# [엠마 Emma](모리 카오루/출판) – 배에 갇힌 엠마가, 깨어나서 납치범을 올려다보는 장면의 표정. 그녀 인생에 두 번의 납치이며, 그에 대응하는 수치와 결의가 잘 드러난 표정은 ‘올해의 표정’ 상이랄까. (그리고 그녀도 이게 반드시 밟아야 하는 절차라는 것을 납득하고 있다)

capcold

# [1001] (양영순/웹) – 두번째 에피소드. 물고기가 된 여주인공이 수장된 남자 마신을 찾아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세로 스크롤 엔딩. 특히 살짝 기울인 LCD 모니터로 볼 때 그라데이션 전환 효과가 가장 확실함. 뭐랄까, 진짜로 엔딩다운 엔딩.

# [스타크레프트] (김성모/출판) –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드!” “라!” “군!” 2005년에 출간된 건 아니지만, 2005년에 재발견된 최강 컬트. 임팩트의 수준이 다르다!

# [히스토리에] (이와아키 히토시/출판) – 스키타이인 노예가 사슬에서 풀려나서 기뻐하는 장면 -> 살육 현장의 전환 시퀀스. 자유, 환희, 그리고 누군가가 치루는 대가. 세상사의 잔인한 이중성.

halim

# [유레카](이와아키 히토시/출판) – 클라우디아의 죽음 장면. 이와아키 주인공의 표정이란 이런 것이다. 슬픈듯 슬프지 않은 듯 한 초연함. 인명경시의 감각과 결합할 때 그 흥취는 최고조가 된다.

# [한 걸음 더] (홍지흔/연재) – ‘한 걸음 더’의 3회, 수인이네 반의 HR 장면.

# [씨엘 Ciel](임주연/출판) – 이비엔의 어머니(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 웃음을 주는 캐릭터와 의미를 주는 캐릭터의 양면성을 교묘히 발휘하는 솜씨.

# [엠마 Emma](모리 카오루/출판) – 엘레노아와 윌리엄의 오페라 관람. 오페라의 극적인 진행, 관객석의 두사람의 호흡, 장면의 교차에 따른 감정의 고조와 이입. 정교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읽히는 연출의 모범.

# [月淚花] (팀 즈믄누리 두번째 이야기/동인) – 정우 규리하 & 데오늬 달비. 2005년에 나타난 끌리는 그림의 한 정점.

 

2005년 만화계 10대 사건. 물론 절대무순.    

– 줄초상: 고우영 선생, 박봉성 안수길 작가… 삼가 명복을.

– 경향 만화섹션 폐간: 일간지 초유의 만화전문지면 창설 및 아웃소싱 실험, 좌절중.

– 만화 잡지들의 발간 주기 변경: …또는 현실화라고 볼 수도.
점프(05.7), 챔프(06.1): 주간->격주간. 이슈(06.1): 격주간->월간. 허브(06.1): 월간->격월간(일시적)

– 정보 공간 구조화: 만화저널 만 출범. 계간만화에서 코믹뱅으로. 마니와 만화규장각 통합.

– 권리 분쟁의 향방: 그리스로마신화 가나출판사의 더티플레이.
판결후에도 여전히 실질적으로 책은 유통되고, 이후 권들은 대충 작가 바꿔서 졸속 마무리.

– 도용과 배째라 OSMU: 태왕사신기의 바람의 나라 컨셉 도용, 드라마 두근두근 체인지의 표절…

– 만화쿼터제 제안: 민병두 의원, 총대 매다. 어떤 식으로든 총체적 개혁의 계기가 되어주길.

–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과 만화의 지분: 이름도 찬란한 “대여권”… 업계 의견 합의 미진과 의원 입법안의 부실함으로 결국 지지부진.

– 온라인 만화, 더욱 더 약진: 이제는 완전히 주류.

– 대원CI 주인 바뀌다: 튜브인베스트먼트, 대원CI 인수. 본격적 자본 투자로 갈지 단물빼먹기로 갈지 중요한 판가름을 앞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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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2005 세계 두고보자대상 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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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정서방 – 제 블로그에 두고두고 좀 볼께요.. 2006/01/29 19:27

    – 펌킨잭 – 음 정말 히스토리에 3권은 언제쯤 나올려나-_-; 2006/01/30 16:10

    – mirugi – 『히스토리에』 3권은 지지난달에 나왔습니다.
    (아, 혹시 한국판 말씀이신가요?; 일본판은 지지난달에 나왔는데.) 2006/01/30 20:47

    – 캡콜드 – !@#… mirugi님/ 아, 한국판도 서울문화사 2월 출간예정 리스트에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2006/01/31 01:32

    – oFTeA – 지어스가 있어서 원츄. 2006/02/05 17:55

    – 마근엄 – 저의 경우 [위대한 캣츠비]을 보는 시각이 이중적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감XX + 엄XX 주연의 모영화를 연상시키는 감이 없지 않았고 (세부적인 부분은 많이 다르지만… 옛남자 버리고 돈많은 남자 꿰어찬 뒤에도 옛남자한테 집적대는 모습이라거나… 옥탑방 풍경이라던가 하는 거요.) 흔해빠진 드라마 스토리같아 식상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빨려들어가는 묘한 맛이 있더군요. 2006/02/08 22:49

    – 마근엄 – 하지만 무엇보다도 캣츠비의 치명적인 패착은 단행본 출간이었습니다. 애시당초 캣츠비의 화면 구성은 세로길이에 제한이 없다는 웹의 특성을 철저하게 활용했던 것이기에, 이것을 책으로 읽었을 때 그 특유의 느낌을 전달받지 못하더군요…. 2006/02/08 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