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공방전, 종교는 거들 뿐 [만화 톺아보기/ 미디어오늘 130421]

!@#…게재본은 여기로(그런데 이메일 오류, 시리즈명 오타는 언제쯤 수정될까). 뭇 사람들의 후진 인권 인식에 있어서, 종교는 이유가 아니라 구실에 불과하다는 시각. 물론 이 또한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후진 교리 해석으로 신앙을 강요하여 그것이 다시금 후진 인식으로 피드백되는 순환구조지만… 분량이나 초점상 그 부분까지는 들어가지 않았음.

 

[만화 톺아보기] 차별금지법 공방전, 종교는 거들 뿐

지난 몇 주간, 차별금지법 입법을 앞두고 무척 당혹스러운 풍경이 오갔다. 보수를 표방하는 여러 기독교단체들이 예고된 차별금지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운동에 나선 것이다. 국가보안법스러운 논리를 들며 사상에 따른 차별금지를 반대하고, 사회윤리를 들며 성적 성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반대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아직 우리 사회의 전반적 교양 수준에서 인권이라는 화두는 대단히 사회 이슈의 후순위로 밀려나 있기에(이번 차별금지법 입법 공방은, 각종 포털사이트들의 정치뉴스 섹션 주요 이슈 항목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종교단체 특유의 조직력과 실행력은 결국 이번에도 다시금 차별금지법의 원활한 입법을 가로막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의원들이 다른 기회를 노리자며 입법 철회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미 두루뭉술하게나마 헌법에 규정된 차별 금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법률화하는 것조차, 이렇게까지 힘들다.

그런데 행동에 나선 단체가 기독교 계열이라는 이유 때문에, 동성애 차별이 종교 교리로서의 문제이며 정교 분리가 안된 듯 하는 모습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럴수록 상기해야할 것은, 비합리적이고 근거 희박한 동성애 혐오가 딱히 기독교라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독교의 성서에 전통적으로 동성애를 죄악시하는 의미로 해석되어온 구절들이 여럿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성애를 배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종파들도 그간 충분히 탄탄한 논리를 개발해냈고 여전히 활발히 논쟁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동성애 비배척을 공식화한 대표적 종파들의 면면을 보면 독일 루터파, 덴마크 국교회, 네덜란드 개신교회 등 그들이 속한 사회 자체가 동성애 인권 보장에 상당히 깨어있는 경우가 많다. 종교도 여느 문화와 다를 바 없이, 결국 당대 사회 인식들의 반영이다. 동성애 차별에 있어서 종교는 수단일 뿐, 그냥 원래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강건하게 열정으로 행동력을 과시하는 보수층의 저변이 그만큼 넓고 인권 인식 수준이 그만큼 후졌다는 말이다.

작년 4월 즈음, “이해하면 섬뜩한 만화”라는 제목의 포스팅이 각종 게시판으로 퍼진 바 있다(흔히 그렇듯 펌질의 연쇄 속에 원출처는 소실되었기에,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림). 그런데 그런 제목으로 도는 것이 보통은 호러물인 것에 비해, 이 작품의 경우는 “여자 친구가 소변보려고 변기커버를 올렸는데 바퀴벌레가 나와서 놀랐더라”, 즉 여자친구가 남성임을 암시하는 반전을 담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동성이라는 것이 평범한 희화화의 유머가 아니라, 공포의 영역으로 포장되는 것이 그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셈이다. 그리고 두어달 쯤 지나고 더욱 많이 돌아다니자 몇몇 언론사들의 ‘디지털뉴스팀’들이 이것을 다시 기사화하고, 더욱 퍼져나갔다. 여전히 이해하면 ‘섬뜩한’ 만화로 말이다. 애초에 사회에 이런 수준이 만연한데, 굳이 사람들의 동성애 반대를 특정 종교의 교리에서 찾아보려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을까 모르겠다.

흔히 퍼져있는 사회의 편견을 반영하여, 종교라는 도구를 통해 판단력과 행동력의 구심점을 얻은 이들이 열심히 사람들 동원해서 의원과 정당에 낙선시키겠다며 항의전화로 압력을 행사한다. 그 동안, 인권 강화를 지지하는 층은 그 이상으로 당신들을 지지하고 지원하겠다는 격려 피드백을 날리지 못한다. 확고한 지향점이 부족한 정당이, 장기적으로는 공이 어찌 돌아올지 말지 불투명하고 단기적으로는 확실한 손해인 사안에 대해서 물러선다. 분명히 잘못되었고 매우 갑갑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들이다. 인권에 대한 대중적 인식 향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특히 인권이라는 프레임으로 각종 사건들을 이슈화시키며, 인권 옹호 진영이 좀 더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정당 정치에 긍정적 압력을 행사하며, 이번 기회가 날아가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명문화에 도전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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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연재 칼럼. 웹툰 짤방 출판 만평 안가리고 그 시기에 등장한 어떤 떡밥 사건을 생각해보기에 도움되는 만화 작품을 연동시켜보는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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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차별금지법 공방전, 종교는 거들 뿐 [만화 톺아보기/ 미디어오늘 130421]

Comments


  1. 일전의 학생인권조례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네들의 인식은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소수종교든 소수성애자든 청소년성관계든 뭐 여러가지) 차별 금지 법안 통과 = 소수종교(예: 보통 이단시되는 여호와의증인)의 교인, 동성애자, 학생임신이 늘어난다는 마치 인터넷에서 개드립으로 쓰이는 PROFIT!으로 종결되는 사고 연상을 느끼게 됩니다. (…)

    저도 천주교 신자고 현실에서의 동성애 자체는 반대하는 바이다만, (비현실, 2차원에서의 동성애는 예외. 제 자신이 남자임에도 종종 BL커플링 망상하는지라.) 그 어느 종교보다도 사랑을 강조시하는 같은 그리스도교로서 마치 중세유럽의 가톨릭의 마녀화형처럼 자신들의 치부는 감추고 남들의 치부는 탄압하려고 하는 그네들의 모습에는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