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승전책광고. 게재본은 여기로.
연결의 힘
김낙호(미디어연구가)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미국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판결. 이로써 미국은 연방 차원, 즉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었다. 당연한 인권 사안으로서도, 가족이라는 정착형 경제활동 단위를 장려하는 것으로서도, 큰 진일보. 사회운동을 프레이밍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참조할 구석이 상당하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마침내 타르디 작품들이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에 먼저 쾌재. 정식 제목은 좀 길다.
무디어짐과 희망 사이 – [포로수용소 : 내이름은 르네 타르디, 슈탈라크ⅡB 수용소의 전쟁 포로였다]
김낙호(만화연구가)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슬로우뉴스 게재글 백업. 사안에 얽힌 기본틀을 간명하게 복기하는 접근.
‘종군위안부’ 문제, 4인 4색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게재본은 여기로(그런데 이메일 오류, 시리즈명 오타는 언제쯤 수정될까). 뭇 사람들의 후진 인권 인식에 있어서, 종교는 이유가 아니라 구실에 불과하다는 시각. 물론 이 또한 단선적인 것이 아니라, 후진 교리 해석으로 신앙을 강요하여 그것이 다시금 후진 인식으로 피드백되는 순환구조지만… 분량이나 초점상 그 부분까지는 들어가지 않았음.
[만화 톺아보기] 차별금지법 공방전, 종교는 거들 뿐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캡콜닷넷은 거의 한국어로 운영하는 만큼 독자의 태반은 한국에 살고 계실듯 하고, 한국의 거주 특성상 그 중 다시 태반은 서울시민이시리라 짐작합니다. 그런 분들 수백명 가운데 혹 아직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클릭)에 서명하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오늘 우편 보내시거나 사무실 방문하시면, 얼추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게 왜 굳이 주민발의로 이뤄져야 하는지(그거야 교육감과 시의회 통해서 가는 길이 워낙 중간에 반대가 많다보니 아직도 더딘 상태니까…), 아니 애초에 왜 이미 적용중이지 않은건지 갑갑한 노릇이지만, 늦은 것이 안 하는 것보다는 낫죠.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최근 이글루스 대문인 이오공감을 수놓고 있는 호모포비아 쌩쑈에 관해 짧게 몇마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최근 널리 거론되는 안산 9세여아 등교길 강간상해 사건에 대한 중구난방 단상들. 실감나게 분노하는 것은 그런 것을 더 잘하시는 수많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늘상 그렇듯 좀 더 ‘기술적인’ 부분들에 주목, 더 발전시킬만한 발아점들만 한 보따리.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원래 이 떡밥은 물지 않으려고 그랬는데… 최근 강모 군포 연쇄살인범 용의자의 얼굴 인증샷이 저널리즘에서 공개된 것에 대해서 짧게. 그냥 간단하다. 애초에 용의자 얼굴 가리는 것은 무죄추정원칙이니 인격권 보호니 뭐 그런 것 때문에 도입한거지? 그런데 공익적 필요에 의한 경우라면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는 거지? 말이 되는 원칙이네. 그럼 질문은 딱 한가지만 하면 된다. 바로 이번 사건에서, 공익이 뭔데?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가끔은, 아니 꽤 자주 풍자는 현실을 가장 훌륭하게 압축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유명 풍자신문 The Onion의 북경 올림픽 성화 봉송 관련 기사를 하나 소개한다.
올림픽 성화, 티벳 시위대를 불지르는 용도로 활용
2008.4.7 | 44.15호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소신에 의한 집총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법제화 추진 발표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닭살 돋는 용어는 개인적으로 참 싫어한다). 이것 참, 은근히 쾌거다. 내용이야 이제 익히 알려졌듯, 현역 사병 복무 기한의 2배 기간을 봉사시설에서. 대략 이렇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는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사회복무제도 틀 안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다만 ‘예외없는 병역이행’이라는 원칙과 병역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일반 사회복무자보다 더 힘든 분야에서 합숙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아… 이거 표현에 좀 문제가 있다.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일반 사회복무자보다 더 힘든 분야”라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 같은 뉘앙스가 되어버렸잖아. “형평성을 고려해서 결과적으로 일반 사병 복무의 어려움과 대등한 수준의 복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어야지. 군필/미필자들의 자존심도 세워주고, 형평성에 대해 고민했다는 자신들의 사려 깊음도 제시하고, 대체복무하는 사람들이 괜히 손해본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일타삼피를 했어야 한다고. 제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을 각계에서 중용해야 하는 세상이라니까 (핫핫).
!@#… 아 뭐 여하튼. 인권 존중이 들어가는 공적 봉사 개념이란 누구는 고생하고 누구는 무임승차하라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개성을 지닌 개인이 존중받고 싶은 부분을 존중받으면서도, 공적 의무를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주는 것,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드디어 인권도 좀 생각하는 사회라고 좀 고개를 들 체면이 생긴 듯 하니 이건 확실히 굿 뉴스다. 그런데… capcold는 약간 다른 곳에 관심을 기울인다. 바로, 이 정책의 제안자들도 그렇고 리플계의 반응들도 그렇고, 이 정도 거래조건이 꽤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사병 복무 1년 반 = 사병은 아니지만 고생스러운 강제 노가다 3년’이라는 거래조건이 나름대로 반응이 좋다는 것. capcold도 납득할 정도고. 이것 흥미롭다. 군 복무시 당하는 노동량과 기간을 넘어서는 가외 변인으로서의 손해를 생각하게 해주니 말이다. 즉, 이런 거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끝까지 읽기(클릭)
!@#… 인권위의 인권만화 2탄. 원래 이 프로젝트는 초창기에 기획 참여 기회가 주어진 적이 있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그냥 지나간 경우. 뭐 계속 10탄이고 20탄이고 진행되다보면 또 다시 연이 닿을 일이 생길지도?
—————————–
차별 있는 세상 이야기 – 『사이시옷』
김낙호(만화연구가)
인권 보호를 위한 공식 기구로서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광범위한 임무 범위 만큼이나, 정부 기관 가운데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대중 홍보 활동을 할 줄 아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는 정부기관지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기획 컨셉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월간 인권>, 의식 있는 영화감독의 인권에 대한 단편영화를 묶어내는 인권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 그리고 만화 단편과 에피소드들을 묶어서 책으로 발간하는 작업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단지 허울만 좋은 것이라면 또다른 의례적인 공무원 행사에 불과하겠으나, 다행히도 작품 자체로서 어느 수준 이상의 재미를 담보하고 있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홍보와 소통의 기능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특기할만한 점이다. 특히 공공기관이 의례 빠지기 쉬운 단발성 이벤트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지속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기조 속에서 최근 발간된 『사이시옷』(손문상 외 7인 / 창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두 번째 만화 작품집이다. 첫 번째였던 『십시일반』이 불러온 기대 이상의 대중적 호응 덕분에 큰 문제없이 2집의 기획이 수월하게 착수될 수 있었고, 그 결과 새로운 작품집으로 다시 우리 앞에 나오게 된 것이다.
사실 『사이시옷』은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이라는 부제와는 달리 사실 차별 있는 세상에 대한 고발이 주종을 이루어, 사실상 『십시일반』의 컨셉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장차현실의 『여배우 은혜』와 이애림의 『그는…』이 차별을 극복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이다. 한 권 만으로 차별의 모습을 다 보여준 후 다음 권에서 벌써 극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는 우리 사회 속 차별의 양상이 너무 다양하고 뿌리 깊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비극적 정서가 지배적이다. 여덟 개의 작품들은 각각 비정규직 차별 문제부터 비혼모 출산에 대한 차별까지 넓은 차별의 스펙트럼 속에서 소재를 취하고 있다. 각 작품들이 해당 소재에 접근하는 방식은 진중하며, 주제에 대한 전달력 역시 그다지 오해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선명하게 확보되어 있다. 각각 차별의 이슈들을 소개한다는 목표에는 충분히 합격점을 얻고도 남는다는 말이다. 이런 컨셉으로 이런 기획으로 계속 출간이 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생기는 만화책 시리즈이기에 이런 점들은 더욱 소중하다.
하지만 소위 소포모어 징크스의 조짐이 보이는 구석도 여럿 있다. 앞서 말했듯 이전 『십시일반』의 컨셉에서 크게 발전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여전히 특정한 이슈 소재를 소개하는 것에 전체적으로 머물러 있고, 그것은 홍보활동 그 이상의 것으로 나아가기 힘들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 즉 인권 홍보물으로서의 의의가 아닌 “작품”집으로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한 어떤 요소들이 제한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가시적이고 뚜렷한 차별이라는 외관 속에 담겨 있는 훨씬 복잡하고 상호 모순되는 단면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품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핵심이고, 교과서적 설명이 아니라 현실적 감동과 깨달음의 힘을 부여해주는 요소다. 무엇보다, 우리네 사회와 인생 자체가 원래부터 복잡 미묘하고 모순된 순간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현실속의 차별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항상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다. 또한 그 속에는 우리 자신들의 습관과 의지, 그리고 사회의 시스템적 문제가 동시에 작용하는데 때로는 서로 같은 방향으로, 때로는 모순된 방향으로 일어난다. 인권 매뉴얼로서 차별에 대해서 학습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감동을 통해서 차별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점들에 더욱 집중해야한다고 본다. 나아가, 만화라는 미디어를 택한 이상 그것이 만화 특유의 표현력 및 대중 친화력과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것 역시 더 고민해야할 숙제다. 반드시 과장과 희화화를 해야 한다는 식의 일차원적 이야기가 아니라, 만화 양식이기에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도록 만드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작품’으로서의 기준에서 볼 때, 개별 단편들 사이에는 분명히 편차가 존재한다. 마치 십시일반에서 마지막에 실린 작품인 최호철의 『코리아 판타지』가 그랬듯, 이번에도 마지막에 실린 최규석/연상호의 『창』이 가장 발군의 수준을 자랑한다. 사실 젊은 남자 작가들이 가장 진중하고 섬세하게 삶과 사회의 단면들을 붙잡아내곤 하는 소재가 한국 성인 남성 공통의 트라우마인 군대 생활이라는 것은 참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군대의 씨줄 낱줄로 얽힌 엄격한 차별구조는 누구도 완전한 피해자도 완전한 가해자도 될 수 없게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흑백의 현실적 모습의 거친 연필화로 그려내는 한 ‘모범군인’과 한 ‘고문관’의 관계 속에서, 복합적인 피해 – 가해 관계가 솜씨 좋게 독자들의 성찰을 자극한다. 군대라는 소재 자체보다 이러한 미묘한 모순들이 바로 이 작품의 핵심이기에, 단연 이번 작품집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유승하의 『축복』도 누구에게는 축복이고 누구에게는 사회적 따돌림의 원천인 생명 잉태에 대한 모순된 시각들을 대치시키며, 이를 위해서 비혼모 임신을 강간이 아닌 합의 방식의 성에 의한 것으로 그렸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눈여겨볼 작품이다. 그에 비해서 손문상의 단편들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라는 지극히 모순된 피해-가해 관계를 지닌 중요한 소재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비정규직은 차별받는다는 단일한 명제를 주장하는 선에서만 소화해내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다른 작품들 역시 크고 작게 장점과 단점들을 지니지만, 전체적으로는 차별이 있다는 것을 교과서적으로 알려주겠다는 의지가 아무래도 앞서서 오히려 더 큰 이야기를 못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사이시옷』은 무사히 두 번째가 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높은 평가가 불가피한 시리즈의 일원이다. 그리고 아쉬움은 토로했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한 만화책이다. 다만 앞으로 나올 3탄,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일정한 선택이 필요하다. 교과서적인 학습의 효과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직접적 교육효과는 줄이더라도 차별 양상의 현실적으로 모순된 미묘함에 매진하여 자발적 성찰을 유도할 것인가.
======================================
(격주간 <기획회의>.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 발간. 여기에 쓰는 글에서는 ‘책’이라는 개념으로 최대한 접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
!@#… 이런 주말은, 밀린 투고문들 올려놓는날~
===================================
뚝딱뚝딱, 인권을 짓다 – <뚝딱뚝딱 인권짓기>
이미 널리 알려져 있듯이, 만화는 정보전달에 있어서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한국전쟁 당시 남북이 서로 뿌려댔던 삐라에 만화가 난무한 것이고, <먼나라 이웃나라>가 일종의 세계화 시대 교과서로 장기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신문만평들이 정치 칼럼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은 종종 잘못 평가되고는 하는데, 단지 만화로 하기만 하면 그런 좋은 효과들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착각이다. 다른 어떤 분야라도 마찬가지이듯 결국 어느 정도 이상으로 잘 만든 만화가 효과적인 것이지,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단지 만화이기 때문에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의 손길을 당기지만 결국 허접한 품질 때문에 오히려 쓴웃음만 짓게 만드는 수많은 국정 또는 기업 홍보 만화들을 생각해보라.
인권이라는 분야가 있다. 소위 ‘개발 독재’라는 명목하에 자신들에게 부여되었던 말도 안되는 억압을 오히려 그리워하는 이상한 변태피학성 체질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어떤 이상한 나라에서도, 특히 90년대말 이후로 이 화두가 꽤 주류적인 담론으로 떠올라 있는 상태다. 인권운동가들의 오랜 끈기 있는 노력을 바탕으로, 정치 사형수 출신 대통령이 주도한 인권위원회 설립으로 본격화된 이 움직임은 무척 긍정적이다. 하지만 항상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문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인권 개념 자체의 난해함이다. 인권이 하나의 궁극선으로 추구되어야 한다는 이념은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지만, 그 인권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가, 무엇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범위도 넓을뿐더러, 우리 일상생활 속에 뿌리 깊게 침투해 있는 – 특히 인권을 사치로 여기는 기이한 사회가 수십년간 유지되어 오는 통에 완전히 세뇌 당해버린 내면적 파시즘을 직면시키는 작업은 엄청난 대장정을 요구하고 있다. 어렵다. 설명과 교육으로 계도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쉽게 이해시키기 어렵다. 자, 그럼 이제 해결사가 나타날 차례다. 바로, 만화다. 그렇게 해서 이미 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한 인권 관련 만화 단편모음집 <십시일반>(창작과 비평, 2004)이 탄생해서 다소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인권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차례다.
<뚝딱뚝딱 인권짓기>(인권운동사랑방 글, 윤정주 그림/야간비행)가 바로 그런 책이다. 부제인 ‘만화 인권 교과서’가 표방하는 포부 그대로, 인종주의, 장애우 차별 문제, 빈부격차, 성차별, 평화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가장 날것 그대로의 문제의식을 풀어낸다. 월간 <고래가 그랬어>에 연재된 분량 가운데 13개 주제를 묶어낸 것인데, 각 주제는 얼핏 거창해질 수 있는 인권 이슈들을, 우리가 지극히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생활 현실 속에 잠복해있는 모습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라!”라는 거친 구호가 아니라, ‘작게 낮게 느리게 함께 걸어요’라는 권유를 하는 모습이 바로 이 만화의 절대적인 미덕이다. 독자대상층은 초등학생 정도에 맞추어 문체와 그림체 등을 조절했는데, 어른들도 전혀 무리없이 독자층으로 포섭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작품이 가능한 것은 역시 인권운동 사랑방이라는 이 분야 최강의 베테랑 집단이 작품에 들어갈 내용을 조율했기 때문이다. 인권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나 감상적인 공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떻게, 앞으로 무엇을’이라는 것에 대해서 끊임없이 방향을 제시해온 이들의 내공이 담겨있다.
물론 좀 더 만화로서 재미있는 서사를 추구했으면, 좀 더 세련된 표현기술들을 구사했으면 하는 자잘한 아쉬움은 여럿 있다. 하지만 그것은 100점에서 99점으로 감소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초등학생 자녀에게 줄 수 있는, 혹은 자녀를 핑계 삼아 부모들이 사서 직접 읽는 선물로서 최상의 아이템이다. 부디 이 ‘만화 인권교과서’가 진짜 교과서가 되어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해주었으면 한다.
[으뜸과 버금 2005. 05.]
==========================
(* 주: 원출처는 YMCA에서 운영하는 ‘으뜸과 버금’의 월간 소식지입니다. 좋은 만화를 소개받고자 하는 업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지면의 성격상… 짧고, 주례사 느낌이 강합니다;; 닭살이 돋더라도 참으시기를)
—- Copyleft 2005 by capcold. 이동자유/동의없는개작불허/영리불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