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사내잡지(사내들의 뜨거운 땀과 불끈대는 근육과 열정!!! …이 아니라, 社內. 같은 계열 개그로는, ‘사내 동호회’ 등이 있다) <연합르페르> 9월호 특집에 들어가는 글. 오랜만에, 나름대로 심리학적인 기반으로 접근. 심리학, 문화, 미디어 등을 엮어내는 건 역시 capcold의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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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유아회귀? 새로운 성장!
키덜트라는 용어가 있다. 아이(Kid)와 어른(Adult)를 기계적으로 합성한 말인데, 흔히 대중문화의 취향에서 “어른들이 어린이가 되고 싶어하는 환상을 담은 문화 형식들”을 지칭한다고 한다. 약간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분명히 ‘아직도’ 프라모델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놓는 이상한 철딱서니 없는 어른들을 쉽게 발견할 것이다. 남사스럽게도 커다란 아톰이나 둘리 얼굴이 그려진 티를, 다 큰 처자가 스스럼없이 입고 다니는 모습도 흔하다. 이 세상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인가?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심리학적 설명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한 가지는 키덜트 문화가 소비문화 마케팅이라는 점에 착안하는 것인데, 워싱턴대 심리학교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말을 인용하자면 “생산자들이 성인 소비자들에게 어린 시절이 얼마나 좋았는가 하는 허위 기억들을 창조하도록 만들게 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향수 이미지를 상품 형식으로 사용한다”. 좀 더 키덜트 족 자신의 심리를 듣고 싶다면,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의 발언도 있다: “청소년기의 취향을 서른이 넘어서까지 유지하는 것은 성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며, 현대인들이 피폐해져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함으로써 활력소를 얻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하, 그렇군요. 즉 키덜트는 어린 시절의 향수에 절어 사는 사람들이며, 유년으로 회귀하고 싶은 심리의 일환, 그리고 그것을 공략하는 자본의 마케팅에 휘둘려버린 것이군요.
심히 곤란하다. 이런 인식들은, 만화를 좋아한다, 오락성 모험물을 좋아한다, 모형을 만든다, 귀여운 것을 즐긴다… 이런 취향들을 어린이의 전유물이라고 규정하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고, 그것은 다시금 어린이/성인 사이에는 패러다임적 경계선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사람의 심리적 성장과정 모델을 분절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나오는 오류다. 한 마디로 아이와 어른이 당연히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편의주의적 세계관, 마치 만 18세 이상은 에로영화를 봐도 좋다는 사회적 규정 같은 것이다. 사실은 18번째 생일이 지나는 그 순간 갑자기 사람들의 심리발달 상태가 ‘사춘기’에서 ‘성인’으로 대변신을 할 리가 없는데 말이다. 성장을 마치 땅강아지에서 번데기를 거쳐서 매미로 변신하는 ‘변태 모델’로 보는 셈이다.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성인’이라는 막연한 기준에 의해서 미련 없이 버려버린 취향을 계속 추구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자신들은 그것을 이미 버려버린 이유를 심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 상대방을 미성숙한 종족으로 폄하할 것이다. 심리학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인지부조화’라는 현상이다. 이해불가능한 현상을 보면서 느끼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스스로의 인지구조를 살짝 틀어버리는 것이다.
성장단계의 모델은 편의적 구분일 뿐, 사실 심리적 성장은 연속적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오늘부터 나는 만화를 싫어할래!” 라기보다, 그 나이와 성장단계에 맞는 만화를 골라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은가. 만약 그 나이대의 소비수준과 사회적 인식능력에 적합한 작품을 찾지 못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분야로부터 취향이 멀어지는 것 뿐이다. 적합한 작품을 찾는다면? 어차피 좋아하던 취향이니, 계속 추구한다.
키덜트 현상은, 취향이라는 심리적 인지구조가 만18세니 20세니 하는 ‘사회적 규범’에 의해서 정해지고 일탈이 허용되지 않았던 이상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스스로 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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