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협에 바라는 7가지

!@#… 어제 한국만화가협회가 유래 없는 성황리에 새로 회장, 부회장, 이사 등 대표진 일동을 선출했다고 한다. 선출된 새 대표진들에게 응원을 보내고자 하는데, c모의 전형적인 응원 방식은 역시 설명과 제안이라서… 만협에 7가지 제안을 남기고자 한다. 가급적이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것들로 한정지은 것들이다(즉 “만화산업을 발전시켜주세요” 같은 거 말고). 기존에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오던 이야기들이지만, 무언가를 더 적극적으로 시도하려는 분위기의 타이밍인 만큼 어쩌면 아주 약간 더 진지하게 경청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만화 창작노동 실태 조사 정례화. / 길드 노조 역할을 논할 때 늘 이야기하는 바지만, 권리 수호의 기본은 자료로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정당한 처우와 쓸만한 지원을 논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얼만큼 창작에 노동이 투여되는지, 얼만큼 수익을 얻고들 있는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최소한 격년 단위쯤은 정례조사 자료를 축적해야 쓸만해진다. 항목 설계와 분석 등은 지원기관과 전문연구자들의 특기지만, 회원들을 독려하여 조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협회의 몫이다. 그리고 기관들이 그런 연구를 정례적으로 지속하도록 압박하는 것도 협회의 몫이다.

분쟁 실태 자료실. / 어떤 분야에서든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불공정 분쟁이다. 분쟁 패턴을 직시하며, 정기적으로 기록하고 널리 읽혀서 교훈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공정 분쟁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모아놓고 여러 측의 주장과 쟁점을 명시하며 범주를 분류한 자료실이 필요하다. 자료집 발간이 아닌 온라인 자료실로도 충분하다.

연구사업 적극협력 원칙. / 위의 이야기들은 물론, 심의기준 개발이든 비영리 전시회를 위한 이미지 활용이든 기타 무엇이든, 만화 관련 연구사업 가운데 만화가들의 의견이나 내용 제공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무슨 협회 이름 내걸어주는 것 말고, 회원들에 대한 협력 독려.

영리사업 직접추진 불가 원칙. / 우선 이런 창작자 협회들은 영리사업에 파트너급으로 참여해서 무언가를 제대로 굴릴 안목과 역량이 도저히 높지 않으며(데일리줌, 코믹타운 등 예로 들 것도 참 많다), 책임소재든 이익배분이든 수습 어려운 부분 투성이다. 경우에 따라서 간접적 투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전면에 나서는 것은 원칙으로서 피하는 것이 좋다.

만화의 날을 만화계 행사 너머 만화 행사로. / ‘만화의 날’이라는 어느 정도 공인된 기념일을 확보했다면, 그것을 만화계 단체의 행사일에 머물게 할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문화에 대한 보편적 축제일로 승격시켜야 한다. 미국 만화계가 그들의 상황에 맞추어 Free Comic Book Day의 풍습을 만들었듯, 한국에서도 만화의 날에 걸맞는 풍습을 정착시켜야 한다. 협회가 나서서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다.

미디어 존재감 키우기. / 만화 및 만화 연계 대중문화 일반에서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입장을 발언하여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식으로 존재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평소에도 꾸준히 협회의 매체통로를 통해 만화에 관련된 국내외 논의를 소개하며 그만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대표기관임을 각인시키는 것이 모든 활동에서 힘을 얻기 위한 기반이다.

‘관심사그룹’ 지원. / 만협이 작년에 분과 방식으로 재출범한 것은, 다양화된 만화 창작자의 환경을 반영할 수 있게 만든 큰 진일보다. 그 방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만화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앞으로도 새 분과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바로 관심사 그룹(interest group)제도로,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끼리 정식 분과 신설보다 훨씬 간편하게 어떤 하부조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험만화 관심사그룹’, ‘매체이식 관심사그룹’ 같은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고, 언젠가 사람들이 상당히 모이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분과로 격상될 수도 있도록 말이다.

!@#… 이번 만협 대표진들이 잘 해주어, 다음 대표진들에게는 위 7가지와 전혀 다른 그 다음 제안들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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