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독자(2) 독자를 안다는 것 [만화규장각 칼럼]

!@#… 적극적 간접수익질과 독자(소비자) 조사의 중요성을 강변한 회. 게재본은 이곳으로.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독자론(2) 독자를 안다는 것

김낙호(만화연구가)

문화적 시각에서 볼 때 독자는 작품을 즐기며 내용을 함께 해석하고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의미를 만들어 나아가는 파트너다. 하지만 산업적 시각에서 볼 때, 독자는 돈을 쓰는 자다. 다만 돈을 어디에 쓰는가에 따라서 직접적 혹은 간접적인 소비자로 기능한다. 직접적인 소비자는 독자가 돈을 주고 작품을 사는 경우다. 아니 정확히는 작품을 담은 매체를 사거나(예: 책), 작품의 이미지를 담아낸 제품을 사거나(예: 팬시용품), 작품을 읽을 열람권을 사거나(예: 온라인만화방의 열람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간접적 소비자는 독자가 작품이 아닌 무언가 다른 곳에 소비를 하는데, 그것이 작품에 대한 수익으로 들어오는 경우다. 광고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데, 독자가 돈을 내고 물건을 소비하도록 유도한 것에 대한 대가를 그 물건을 판 사람들에게 받아낸다. 독자가 어딘가에 소비하는 돈 가운데 어느 정도를 어떤 경로로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정당한 수익으로 주장하며 끌어들일 수 있는가. 즉 소비 행위에 대한 지분을 증명해내는 것이 관건이다.

뉴스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매체환경에서 콘텐츠 장사를 하는 것에는 간접수익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콘텐츠가 동일 장르에서도 장르 간에서도 너무 많은 물량이 경쟁하고 있기에, 영화의 극장 관람처럼 감상 경험을 이벤트화하거나 양장본 책처럼 매체의 소장가치로 호소하는 것이 아닌 한 콘텐츠 자체만을 위한 비용 지불의사는 점점 낮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만화에서 가장 그런 현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온라인만화다. 단지 대형포털사이트가 무료 열람을 허용해서 문화가 그렇게 되었다는 식의 단순한 푸념은 곤란하다. 유료결제에 의한 온라인 콘텐츠 열람(소위 ‘페이월’)은 만화가 아닌 다른 장르들에서도 성공모델이 드물다. 문제는 온라인만화의 경우 간접수익을 충분히 공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의 뉴스란을 보면 중간광고가 박스로 삽입되지 않은 것이 드물다. 하지만 웹툰 연재란은 시원시원한 폭의 그림으로 오롯이 작품에만 몰입하게 만들어져 있다. 열람 제한량이 걸려있지도 않아서, 아무리 많이 봐도 불편함이 없다. 작품 말미 독자코멘트 정도의 위치에 배너광고박스 하나 쯤 붙인 것, 그것도 많은 경우 포털사이트 서비스의 내부광고가 많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간접수익을 추구하는데 어떻게 인기가 돈으로 환산되어 창작자에게 돌아가고 창작자가 더 좋은 여건에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단순히 방해받지 않고 작품을 보겠다는 팬들의 요구에 휘말리기보다, 옵션화를 할 수도 있다. 광고를 안 보려면 로그인을 하고 돈을 내든 시간을 투자해 무언가를 해주든 말이다. 중간광고를 포함한 공격적 광고 배치는 게다가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창작자를 향한 바람직한 인식에도 도움이 된다. 내가 광고를 보는 것으로 무언가를 지불하고 있는 거래관계구라고 늘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런 간접 소비에 대한 수익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당연하게도, 독자/소비자가 돈을 어디에 쓰는가 파악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독자들은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는가, 그 소비 패턴을 알아야 직접 돈을 지불할 광고주들을 유혹할 수 있다. 소비 패턴을 알아야 그것에 더 적합한, 혹은 다소 실험적으로 소비의 폭을 확장하는 마케팅 시도들도 할 수 있다. 7-80년대의 여러 만화잡지들은 따로 그런 것을 열심히 조사하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패턴을 맞출 수 있었다. 권위적 사회의 생활 패턴상, ‘어린이’의 소비가 허용된 취향과 품목들이 폭이 좁았기 때문이다. 비타민영양제, 어린이 가구, 참고서, 완구류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만화의 대상층이 넓어지고 취향이 분화되면서 그런 식으로 쉽게 어림짐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그렇다면 훨씬 폭넓고 다양해진 오늘의 독자들은 무엇을 소비하는가. 게임을 소비할까? 책을 볼까? 답은 제대로 조사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작품에 따라서, 작품의 장르나 형식에 따라서, 그 독자들은 무엇에 돈을 쓰는 생활을 하고 있는가. 디스이즈게임 같은 전문 사이트에서 지극히 매니악한 개그가 일품인 원사운드 작가의 만화를 보는 사람들은 게임에 돈을 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네이버에서 양영순 작가의 덴마를 보는 사람, 미디어다음에서 강풀 작가의 조명가게를 보는 이들은 도대체 어디에 돈을 쓰는 사람들인가. 산업으로서 독자를 아는 것은 곧 그들의 소비패턴을 아는 것이다.

독자의 노골적인 소비지출 패턴이 아니라도, 취향 패턴을 조사하여 파악하는 것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취향 클러스터, 즉 이 만화 작품을 좋아하는 이가 함께 좋아하는 다른 작품, 다른 장르들의 묶음을 알아내는 것이다. 몇 가지 흔한 일반적인 거시 경향 정도는 비교적 쉽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미국 지역의 만화 애호층 가운데 주류 슈퍼히어로물의 팬들은 매체양식을 불문하고 SF/판타지 계열 작품 일반에 애정을 뻗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만화 박람회인 샌디에고 코미콘은 00년대 이래로 슈퍼히어로물을 각색한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의 쇼케이스 공간이 된지 오래고, 히어로 속성이 강한 1인칭 슈터 게임류 등으로 쉽게 연계되어 소비를 타게팅한다. 그런 경향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만화관계자들이 정작 만화가 행사에서 주변화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할 정도로 말이다. 또는 일본 지역의 만화중심문화에는 모에 관련 상품들에 대한 애호 취향이 굳건하게 하나의 주류로 존재한다. 그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동인지, 관련 아니메, 피겨,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함께 세트로 즐긴다. 그 안에서도 다시금 세부 취향과 더 강한 결합 덜 강한 결합이 존재하기 마련인데, 기동전사 건담을 좋아하는 이들 가운데 ‘퍼스트 원리주의자’들은 군사 설정 모형에 더 취향이 가깝고, ‘헤이세이 건다머’들은 꽃소년 캐릭터들의 상호관계를 즐기는 동인지들에 더 호감을 보인다. 이런 것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때 비로소 소비자/독자도 만족하는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한국의 경우는 거시적 경향성에서조차 다소 애매하다. 일본식 오타쿠 문화가 다소 있지만,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정도의 구매력은 아니라는(열람 말고, 구매 말이다) 점이 애니메이션 DVD 판매량 등에서 드러난다. 판타지/무협 만화와 동일 장르의 장르소설을 함께 즐기는 취향 클러스터는 얼추 보이는 듯 하지만, 그저 유통망 형식상 함께하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강한 연결이 있는지는 세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

즉 독자/소비자를 알기 위한 성향 조사가 필요하다. 이런 작품/장르의 독자는 무엇에 돈을 쓰며 살고 있는가. 또 어떤 작품/장르들을 함께 즐기는가. 온라인 웹툰의 경우라면, 직접 온라인 설문을 돌리고(무료 열람에 대한 댓가로 설문지 기입을 받는다든지) 그들의 방문패턴을 – 예를 들어 로그인을 한 뒤에만 열람할 수 있게 하여, 이 작품을 본 사람이 쇼핑몰에서 무엇을 주로 검색하고, 블로그나 뉴스는 어떤 분야 내용들을 클릭하는지 –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정인 개인정보는 피하되 작품 독자층의 인구 구성 조사를 하는 것 또한 기본 중 기본이다. 온라인이 아닌 만화 단행본 종이책이나 만화잡지의 경우라도 서점과 대여점을 중심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쿠폰 혜택 등을 줄 수 있다. 개별 기업이 그것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혹 업체들이 충분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더라도 만화지원기관이 정기적으로 그런 조사를 주도해볼 수 있다. 만화 독자/소비자에 대한 그런 실제적 데이터가 쌓였을 때, 적합한 광고주를 유혹하든 소비 이벤트를 벌이든 간접수익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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