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기자회견, 그리고 잡상.

!@#… 한줄로 웃겨주마:

저는 줄기세포 배양해본적도 없고, 줄기세포를 볼 안목도 없었습니다” (황우석, 기자회견중 답변)

!@#… 여튼 오늘 기자회견은, 수염기르고 병원에 누운 것 이래로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음.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 난 그냥 속은거지만 나한테 화살을 돌려라, 라는 막강 클라이막스까지. 안되겠다. 황우석씨를 언론학과로 모셔야겠다. 이 사람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자기 수족처럼 다룰 줄 아는 분이다. 어차피 이제 검찰조사 불려나가는 것 빼고는 할 일도 없을텐데, 수능보고 언론학부에 입학할 것을 권한다.

!@#… 황 사건에 대해서, 아직도 똥오줌 못가리는 사람들이 많다. 원천기술이 있네 없네, 바꿔치기 당했느니 말았느니… 뭐 이제는 적어도 논문 조작 만큼은 적어도 확고부동한 만큼 과학자로서 생매장 당하는 것은 다들 어쩔 수 없이라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황우석의 이번 기자회견은, 솔직히 말해서 일본 수상이 역사 사과 하는 것들과 비슷한 삘이었다.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서 사과를 하기는 하지만, 도대체 뭘 사과한건지는 도저히 아리송한 것 말이다. “잘못은 없지만 여하튼 다 내 책임이다”라는 가식.

!@#… 그런데, capcold는 다른 지점에 주목한다. 아무리 아무것도 몰랐다는 황의 말에 또 한번 속아주더라도, 어느 특정 시점 – 아무리 늦어도 PD수첩 취재 도중 자기들의 ‘자체검증 결과’가 나왔다는 11월  중순부터는 논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뒤에 한 작업이 뭐게? 피디수첩 죽이기. 거짓말로 속이고 사태를 모면하려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진실규명  노력 자체를 죽여버리려고 한 것. 아직도 원천기술 타령이나 하는 탓에 여기에 초점 맞추는 사람들 별로 없지만, 나는 이게 가장 주목해야할 문제고 또 커다란 죄과라고 본다. 거짓말을 한 정도가 아니라, 진실이라는 사회 원칙 자체를 적극적으로 부숴버리고자 했다는 것. 숨겨놓은 원천기술이 넘쳐나서 알고보니 황우석 연구팀이 전부 황우석의 클론이라고 드러날지라도 이 죄과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처벌도 안받고 지나갈 듯한 불길한 분위기다. 심지어 도덕적 비난도 별로 안받고 있으니.

!@#… 이게, 비유하자면 이런거다.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 선수가 카메라맨들 눈 피해서 존내 대범한 파울을 저질렀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근처에 있던 심판이 와서 누런 카드 하나 꺼내들고는 휘슬을 분다. 그런데 그 선수가, 심판을 오히려 졸라 패버린다. 이봐, 그러면 당연히 레드카드에, 장기적인 선수 징계에, 잘못하면 게임도 몰수패에, 덤으로 국제적인 개망신이라고! 나쁜 짓을 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룬다. 하지만 그 댓가를 거부하면 훨씬 더 큰 댓가를 치뤄야 한다.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아무도 곱게 처음부터 댓가를 치루려고 하지 않을테니까. “음주운전 하다가 단속에 걸려도, 경찰을 치어죽이고 달아나면 대략 오케이~” 인 곳은 지옥에 다름아니다. 제발, 최소한의 사회정의 정도는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한국사회가.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 아까의 축구 비유로 돌아가보자. 무엇보다 이번 건에서 capcold가 가장 어처구니 없는건, 왜 한국팀이 이기고 있는데 휘슬 불고 지랄이냐며 우루루 경기장에 난입해 들어오는 관중들. 그리고 “심판이 앗아간 승리”라고 떠들어댔던 찌라시 언론들, 그리고 그것은 모두 강대국의 음모라면서 가슴만 치고 앉아 있었던 우리네 ‘평범한’ 시민들. 기억하라. 잊고 싶을 수록 기억하라. ‘평범한 시민’인 우리들 자신들의 이런 부끄럽고 치졸한 치부일수록, 더더욱 기억하라. 이런 광기의 늪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거나 아니면 침묵으로 묵인함으로써 일조했던 쪽팔림을 기억하라. 기억은 성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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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명랑 기자회견, 그리고 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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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랑 기자회견, 그리고 잡상. (2006/01/12) – 굳럭, 황우석. (와이어드 기사) (2005/12/20) – [단상] 희망이 […]

Comments


  1. [네이버덧글 백업]
    – 기린아 – 진실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파시즘이라니까요.-_-; 2006/01/12 11:44

    – dcdc – 부디 이번 사건이 교훈으로 남길 바랍니다. 1/6년의 대부분의 신문의 1면을 장식한 사건이니, 다음에도 이 같은 일이 터질 때마다 ‘이 황우석 같은 놈!’이라고 꾸짖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2006/01/13 01:57

    – 인형사 – 또 다른 진실의 일부가 나왔죠. 기사. 황 교수도 정부 쪽을 철저히 속인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난자 사용에 대한 연구윤리 위반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쪽 관계자는 황 교수 스스로가 연구윤리 문제를 고백하고 넘어가라고 종용했습니다. 그러나 황 교수는 갑자기 피디수첩팀 쪽에 줄기세포를 건네주고 ‘검증 결과 이상이 없으면 연구윤리 문제를 보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돌아보면 정부 쪽이 ‘연구에 문제가 있으면 줄기세포를 내줬겠느냐’는 잘못된 인상을 갖게 된 대목입니다. 황 교수는 당시 “이틀이면 모든 문제가 정리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고 합니다. 정부 쪽 관계자는 진위논쟁이 터진 뒤부터 황 교수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미 권력이 되어버린 황 교수를 정부 안에서도 견제하기 힘들었다는 겁니다. 진위논쟁 막판에 황 교수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정부 쪽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하고, 정부 쪽과 연락을 끊었다고 합니다.

    국가정보원의 개입 흔적도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피디수첩이 유전자검증 결과에 대한 해석을 서울대 한 교수에게 맡긴 뒤 이 교수한테 국정원 쪽에서 번복을 강력하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황 교수가 미국으로 건너간 여성 연구원을 찾아달라고 해 국정원 시카고팀에게 연락이 간 적도 있습니다.

    —————————–

    참 뭐라고 표현해야될지 leverage라고 해야할지 hedging이라고 해야할지, 황우석의 거짓들이 각각 독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간에 연결을 가지면 묘하게 전체를 구성하며 작동하는 기제라고나 할까.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건 그렇고 한겨레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 다 털어놓지 않고 찔끔찔끔 흘리는군요.
    저 역시 동의합니다. 사기꾼은 있을 수있지만, 이런 진실에 대한 탄압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장난을 쳐도 한도가 있지, 이건 국민들의 정신에 대한 강간입니다. 2006/01/13 08:46

    – 캡콜드 – !@#… 인형사님/ 그러니까, ‘고기 네트워크’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니깐요(웃음). 국정원이고 청와대 보좌진이고 YTN이고, 모든 자들이 황우석표 명절 쇠고기로 맺어진 굳건한 사이. 쇠고기의 힘이 입증되는 순간입니다. 덕분에 이번 설 때 고기 세트가 불티나게 팔릴지도. 2006/01/13 09:48

    – 묵이 – 기자들은 그거 “우석 갈비”라고 부른다더군요. 과학 전문 기자로서 인정을 받았느냐 여부는 “우석 갈비”를 받았느냐로 갈린다고 해요. 2006/01/13 11:54

    – 캡콜드 – !@#… 묵이님/ 무지 잘 어울리는 표현이군요. 학자로서 매장당한 후, 본격적으로 정육업에 뛰어드는게 어떨지 하는 생각도…;;

    !@#… 여튼, 황은 “사실은 나도 속고 살아왔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을 ‘좀도둑 레벨’로 분류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규명 자체를 죽여온 모습은, 최소한 ‘무장강도 레벨’ 확정인걸요. 만약 스스로 주장하고 있는 바꿔치기 위혹마저도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면, 손쉽게 ‘연쇄살인마 레벨’까지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만 그건 아직 수사중이니까 단정짓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006/01/14 04:18

    – 묵이 – 기사1. 기사2. 그 사람 미리 이런 것도 해놨어요. 2006/01/15 11:13

    – 캡콜드 – !@#… 묵이님/ 아아… 웃다가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혁명을 가져다줄 새 고기 브랜드, “영롱이와 진이”군요! 아닌게 아니라, 이미 정육업에 뛰어들어 있었군요. –; 2006/01/15 15:44

    – 음 – 여긴 캡콜드교인겨? 2006/01/23 17:06

    – 캡콜드 – !@#… 음/ 뭔가 상당한 주장을 하셨으니, 최소한 근거 정도는 댈 능력이 있으시리라 봅니다. 기대하겠습니다. 2006/01/23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