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뉴스룸, 길다 [IZE / 141024]

!@#… 게재본은 여기로: 손석희의 뉴스룸, 아이폰 6 같다 // 역시 사람들이 안 읽으니, 중간에 다이빙벨 몰입이나 카톡 몰아 세우기 등을 대놓고 비판했는데도 어그로를 끌지 않았다.

 

손석희의 뉴스룸, 길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올해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6가 어떤 기술적 세부사항이 넘쳤다고 해도 모두가 인식하는 핵심 특징은 “크다”는 것이었듯, 지난 달 출범한 손석희의 야심찬 프라임타임 뉴스 방송 <뉴스룸>의 특징은 “길다”는 점이다. 원래 손석희가 사장 겸 메인앵커로 취임하여 만들어냈던 JTBC 뉴스는 그간 수년간 여타 방송뉴스가 자의 또는 타의로 대충 팽개쳤던 사회적 의제 선정의 품격이라는 요소를 전면에 복원하는 혁신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런데 다음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 방송이 선택한 다음 혁신은, 무려 두 배로 길어지는 것이었다. 더 길어진 형식은, 그들이 표방한 규범적 목표인 “팩트를 향한 집중, 공정성, 품위”에 과연 정말로 도움이 되었는가.

길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간판스타의 얼굴을 더 오랫동안 보여준다는 양적 증가가 아니라, 상당한 모험이다. 우선, 일과를 마친 저녁시간에 딱딱한 뉴스를 100분이나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청자는 얼마나 될 것인가. 그리고 100분이라는 장대한 시간을 프라임타임 뉴스로서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과연 채울 수 있을 것인가.

첫째 의문에 대한 답은, 역시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집중하고 시청하기보다는 배경으로 틀어놓도록 하는 전략이라면 동네식당의 지배자인 TV조선의 흔한 북한 보도처럼 선정적 화면과 저지능-고자극 메시지를 반복해야 할텐데, <뉴스룸>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실제로 2주가 지난 시점에서 닐슨코리아가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TV 수상기를 통한 시청률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매일 제작되는 콘텐츠의 양이 늘어난 만큼, 어차피 꼭지 단위로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는 온라인에서는 충분히 장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의문에 대해서는 아직 제작진도 확실한 답을 찾지는 못한 듯하다. 기본 발상은 1부 50분을 일반 뉴스방송 방식으로 하고 2부 50분을 심층보도 중심으로 간다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기존 뉴스프로그램의 흐름을 고스란히 100분으로 키운 모습도 역력하다. 즉 그날의 핵심안건에서 시작해서, 스포츠와 날씨로 끝나는 방식 말이다. 하나의 안건을 1부에서 소식으로 다루고 2부에서 다시 심층으로 파고든다는 발상은 형식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정주행하는 시청자로서는 결국 같은 안건을 중간에 한 번 더 보게 된다는 동어반복의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공정성”이라는 목표도, 질적 개선보다는 기존 장단점이 증폭된다. 방송 뉴스는 여러 상충하는 시각까지 대등하게 대비시키기가 문자 뉴스보다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하나의 완성된 관점 안에서 밀어붙이게 되기 쉽다. 토론 프로그램이라면 패널을 적절하게 짜고 그들 사이를 조율하는 것으로 공정성을 상당히 담보하겠으나, 방송 뉴스는 그럴 수 없을 뿐더러 아예 단선적 스토리 구성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꼭지와 보도시간이 곧 신념으로 정해놓은 관점에 대한 더욱 집요한 반복제시로 흐를 위험을 늘 경계해야 하는데, 최근 크게 이슈화된 카카오톡 감찰 사안 보도가 좋은 반면교사 사례다. 감시사회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공공선의 틀거리를 관점으로 삼고 이슈화를 선점하는 것은 매우 가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카카오가 검찰에 고스란히 협력해왔다는 피아구분의 구도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고 반복했다. 이것은 세월호 사건 초기에 잠수종 투입 시도에 과도하게 몰입했던 것과 비슷한 모습인데, 더욱 많아진 꼭지는 문제 또한 증폭시킨다.

길어진 뉴스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장점이 된다기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에 프라임타임 뉴스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게 된 몇몇 개별 코너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팩트체크’ 꼭지로, 특정 사안에 대한 정보원 발언 스크랩에 머물지 않고 공식적 자료, 학술 논문 등을 제대로 소개해주며 조목조목 세부 사실관계를 점검해준다. 문답 형식을 좀 더 명료하게 분류하고 표시해주는 형식적 개선만 더하면 전체 시간의 절반을 차지해도 좋을 코너의 발견이다. 개별 방송이었던 것을 흡수한 탐사플러스, 넉넉한 길이가 도움이 되는 스포츠스타 인터뷰 등도 우수하다.

즉 지난 몇주간 보여주었듯 <뉴스룸>이 길어진 시간을 통해 기존의 장단점을 고스란히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질적인 혁신을 이뤄내고자 한다면, 다양한 개별 보도 실험들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접근을 더 적극적으로 추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형식의 코너들을 다양한 경로로 제안받아서 활발하게 도입하고, 평가하고, 해보니 곤란한 부분은 단호하게 걸러내는 방식 말이다. 진화 가능한 플랫폼으로서의 프라임타임 뉴스를, 무려 사장이 손석희일 때 밀어붙이지 않으면 언제 또 해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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