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의 “팩트”는 발전했는가 [IZE / 150902]

!@#… 스포일러: 발전은 개뿔. 게재본은 여기로.

 

디스패치의 “팩트”는 발전했는가

김낙호(미디어연구가)

1년전 이맘때 즈음 이 지면에서, 훔쳐보기 보도의 폐단을 살펴보면서 디스패치와 그 아류들을 논한 바 있다. 한창 김연아 연애생활 폭로가 이뤄지던 당시의 맥락에서, “빼도 박도 못할 사생활 침해고, 건조하게 범죄 소명을 하는 것이 아닌 한은 따로 공익성도 없다”고 비판했다. 오늘날은 몇몇 상황이 변하기는 했다. 아류작들은 그런 방식을 스스로도 감당 못했는지 수그러들었고, 디스패치는 여전히 연예인의 스캔들을 다루되 연애사보다는 불법 의혹에 역량을 투입하는 듯 하다. 위근우 기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디스패치 팩트주의 2.0”이다.

의원 출신 방송인 강용석의 불륜 건에 대한 최근의 디스패치 보도가 좋은 사례다. 강용석과 상대로 지목된 특정인의 대화방 내용을 입수하여 구체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불륜이 실제로 이뤄졌음을 직접 말하지 않고도 강력하게 제시했다. 이병헌 불륜 의혹이든 김현중 여자친구 폭행시비든 클라라와 소속사 회장 사이 성희롱 의혹이든, 불법이 거론되는 사안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모일 때 당사자간 원자료를 공개해서 화제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은 어쨌든 범죄 소명을 하는 것이기에, 분명히 일정한 공적 성격이 있다. 그리고 실제 자료로 사실을 전달한다는 기법은 지극히 정상적인 언론규범의 범위 안에 있다. 미행을 통한 연애사 발굴 같은 평범한 사생활 침해보다는 당연히 훨씬 진일보한 모습이다.

하지만 오십 보보다 나은 백 보인지,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지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다. 첫째 논점은 “폭로를 할 수 있다”는 조건 너머, “폭로가 필요한가”의 판단이다. 공적 기능이 있다고 해도, 사적 대화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공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입장과 근거가 가장 정교하게 오갈 수 있도록 보장된 조건인 법정 다툼이 예정되어 있거나 진행 중인 사안이라면, 공판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 이상의 중요한 사실이 대중적 폭로를 통해서 드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사회의 그간 관행보다 훨씬 진보적인 판결을 얻어내야 하는 사안이라서 여론 조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폭로를 할 사회적 명분이 더욱 적다. 대상이 딱히 공적 직책을 맡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유명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둘째 논점은 자료 가공의 수위다. 폭로의 방식으로 보도되는 바는 과연 원래의 사실 그대로인 것인가, 아니면 선별과 압축과 편집과 디자인 가공을 거친 하나의 관점인가. 앞뒤 맥락을 가지고 섬세하게 이해되어야 할 대화 내역들이, 거두절미하고 가장 매력적인 – 즉 가장 자극적인 – 부분 중심으로 압축되어 던져질 때 생기는 부작용은 크다. 폭로라는 형식은 사실 자체를 그대로 드러내는 느낌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우 폭로자의 관점, 그리고 그것을 보도하는 매체의 관점으로 걸러진 것이다. 사실성을 고려하고 판단에 참조하되, 사실 그 자체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디스패치의 사안 선정, 폭로하는 자료의 내용과 방식은 그렇다면 이런 기준을 어떻게 충족시켜주고 있을까. 강용석, 이병헌, 김현중, 클라라 모든 사례에서 공통되는 것은 사안이 당사자간 공방이 진행중이고 이미 뉴스화가 되어 대중적 화제를 몰고 있을 때, 한쪽의 자료를 입수하고 원래의 대화를 고스란히 재구성했음을 표방하며 터트렸다는 것이다. 이들이 대화 내역을 훔쳐보고 싶다는 대중의 궁금증을 채워줌으로써 더 정당한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 진취적인 결정을 위해서 대중 여론 조성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연결시키는 것은 더욱 더 어렵다. 반대로, 잘못된 연애관계라는 자극적 화제성으로 공분을 모으는 것은 확실히 쉽다.

대화 내역을 정돈하여 대화방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전하는 형식의 문제는 굳이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문자 그대로의 사실성에 대한 착시를 일으키지만, 실제로는 앞 뒤 맥락 가운데 일부만 잘라낸 것이며 때로는 워딩마저 일부 “교열”되곤 한다. 건조하게 입수한 원본 자료를 통째로 던져놓고, 대화의 맥락을 추가 자료로 세부적으로 연동시켜주는 법정자료 수준을 일개 미디어에 요구하는 것은 난망하다. 하지만 남의 사생활 훔쳐보기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별되고 편집되어 있음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확실히, 유명인의 사생활 추적 폭로보다는 유명인의 사생활 속 범법 시비 자료를 폭로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사생활 훔쳐보기 장려 말고 그냥 다른 방식을 좀 선택하면 안 될까, 디스패치의 출중한(!) 취재력 앞에 매번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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