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다싫다지키자부수자가 아니라, ‘왜’ 문제인가를 좀 대충 공감으로 넘기지 말고 정립해둬야할 경우가 있다. 게재본은 여기로. ‘디스패치의 ‘팩트’는 옳은가’
팩트와 파파라치
김낙호(미디어연구가)
훔쳐보기 보도가 팩트가 풍부하고 탄탄할 때, 최고의 상품이 된다. 기본기 충실한 취재력을 바탕으로 팩트 검증에 공을 들이는 <디스패치>가 파파라치 보도의 총아로 유명세를 얻었고, <더팩트> 같은 유사한 후발주자도 등장했다. 분석의 깊이 같은 것 말고 그저 조회수를 끌어 모으는 것만으로 사업성을 얻는 매체의 경우, 유명인 사생활 훔쳐보기 보도는 독자들에게 손쉽게 화제성을 가득 안겨주기 때문이다. 다만 폭로한 정보가 거짓일 경우 관심이 금방 식고 법적 제재가 들어와서 지속적 장사에 차질이 생기는데, 그것을 방어하는 것이 바로 풍부한 팩트 확보다.
이런 명쾌한 사업논리를 좀 더 그럴듯한 규범으로 포장하는 것이 바로 팩트면 무엇이든 보도해도 좋거나 보도해야만 한다는 자세다. “보도는 팩트여야 한다”와 “우리 사회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다”를 합쳐서 “그러니까 팩트는 무엇이든 보도한다”로 가는 셈이다. 물론 이것은 간단한 착시현상이다. 앞의 전제는 팩트가 보도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요조건이라는 의미지, 그것만 있으면 된다는 충분조건이라는 것이 아니다. 뒤의 전제는 자유 만큼이나 발언에 따른 책임도 진다는 제한이 붙는다. 실제 결론은 “팩트로 이뤄진 내용이며, 보도 책임을 지는 것을 선별해서 보도한다”가 되어야 한다.
팩트의 진위 이상으로 무슨 책임을 진다는 말인가. 한국 기자협회 윤리 강령의 항목에 단순명쾌하게 명시되어 있다. “공익이 우선하지 않는 한 모든 취재 보도 대상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즉 보도를 통해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원래 안 되는 것이고, 다만 공익을 위해서라면 예외적으로 용납해줄 뿐이다.
문제는 공익이라는 개념에 대해 만연한 무지 또는 왜곡이다.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풀어주었다고 해서 저절로 공익이 되고 공공의 알 권리 충족이 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자체에 관한 것이라는 조건이 붙을 때 비로소 공공적인 것이 된다. “OOO의 누드셀카 유출”은 많은 이들이 보고 싶어 하지만, 여러 개인들의 개별적 관심에 불과하지 우리 사회의 운영방식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위한 소재가 아니다. 반면 “정치인 OOO의 은밀한 뇌물 접대 현장”은 민주적 사회 운영의 일환인 시민 감시의 영역이므로 선명한 공공 사안이 되어준다. 공인이라는 개념도 비슷해서, 단지 유명하고 아이들이 보고 따라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공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운영의 무언가를 담당할 때 비로소 공인이며, 심지어 거기까지 충족하는 공인이라 할지라도 공적 함의가 없는 사생활의 영역은 있다. 유명인의 개인사를 추적발굴해서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만천하에 보도하는 것은 빼도 박도 못할 사생활 침해고, 건조하게 범죄 소명을 하는 것이 아닌 한은 따로 공익성도 없다. 사생활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로 추락하여, 오히려 공익성을 해칠 지경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생활 침해 방지와 공익성 조건은 보도의 윤리지, 독자의 취향이 아니다. 법적으로 제재하지 못하는 부분에서는 결국 취향 상품의 논리로 쏠림이 생기곤 하는데, 그것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이 바로 포털서비스 중심의 뉴스 소비다. 현행 포털서비스들의 사업모델 역시 관심의 깊이보다는 평면적 조회수를 바탕으로 하다보니, 훔쳐보기 뉴스매체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그들의 보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곤 한다. 콘텐츠 제휴는 물론이고, 각종 인기 키워드와 검색결과 노출 허용을 통한 클릭 유도도 기본 관례가 되었다. 그렇게 포털에서 인기 키워드가 되면, 관심 효과를 노리고 여타 조회수에 굶주린 매체들이 달려들어 수많은 중복성 표절 보도를 양산한다. 나아가 언론과 개인들이 당사자의 신상을 본격적으로 털면서, 관련 팩트는 더욱 늘어난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의 증가가 다시금 화제성의 척도가 되어, 포털이 제시해주는 키워드에 반영된다. 이런 순환과정 속에서 고작 누군가의 사생활 따위가 삽시간에 엄청난 사회적 의제인양 확대되고 만다.
훔쳐보기 보도인데 팩트가 충실하면, 그냥 팩트가 충실한 훔쳐보기 보도일 뿐이다. 팩트 수집과 검증이 뛰어나다고 해서 있는 사생활 침해가 없어지지도, 없는 공익이 샘솟으며 사회적 함의를 지닌 심층보도가 되지도 않는다. 그저 해당 언론사와 그 위에 올라탄 포털서비스가 좀 더 흥하고, 그들이 가꾸어낸 뉴스 환경은 좀 더 민망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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