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와 그림, 훌륭힌 협업에 관하여 [월간 그래픽노블]

!@#… ‘월간 그래픽노블’에 실린 지나가는 꼭지 하나. 스토리작가와의 협업이 굉장한 작품을 만들어낸 파트너십에 대한 국내, 국외 사례 하나씩.

 

스토리와 그림, 훌륭힌 협업에 관하여

타짜 1-3부 (허영만 그림 / 김세영 글): <타짜> 1-3부는 인간들의 욕망이 충돌하는 도박이라는 소재 그리고 시대극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돋보이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고도 박진감 넘치는 연출 속에 표현해내는 훌륭한 대중서사다. 1부는 혼란의 사회 속에서 각자 출세를 노리던 6-70년대의 한국사회를 섯다로, 2부는 80년대의 고도성장 속에서 서로를 등쳐먹는 아귀다툼을 고스톱으로, 3부는 90년대의 문화적 변화와 묘한 경박함을 포커로 각각 다뤄낸다(4부는 시대적 강조가 없어서 같이 묶지 않고자한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와 그림의 협업이 얼마나 잘 이뤄졌는지는, 두 작가가 결별한 이후의 모습을 보면 역산할 수 있다. 도박이라는 소재에 계속 집중한 김세영 작가가 다른 만화가와 만든 <갬블>시리즈는 극적 자극성은 있되 부드러운 연출이나 무게감은 떨어진다. 허영만 작가는 이후 전문소재 만화에 특화했는데, 그 와중에 연재한 대하서사극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은 스케일은 크되 인간사의 진득한 기막힘은 다소 부족하다.

잉칼 (뫼비우스 그림 / 조도로프스키 글): 원초적인 문화 상징을 강렬한 이미지로 즐겨 구현하는 컬트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는, 만화 스토리를 겸업한다. 그가 프랑스 성인 판타지 만화 부흥의 대표적 인물이자 탁월한 상상력의 공간감이 돋보이는 작가 뫼비우스와 손을 잡았다. 그렇게 1981년에 탄생한 <잉칼>은 장대한 우주활극이자, 죽음과 탄생에 대한 철학적 신화와 불경한 풍자를 오가는 전위적 이야기다. 별 볼 일 없는 우주 사립탐정 존 디풀이 우주의 원초적 에너지인 ‘빛의 잉칼’을 맡게 되면서 겪는 추격전과 동지관계, 온갖 통과의례가 펼쳐진다. 조도로프스키의 분방한 상상력은, 뫼비우스의 경이로운 공간 디자인과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엉망진창이었을 것이다. 뫼비우스의 그림은, 조도로프스키의 질주하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여타 단편들처럼 시각적 충격에만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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