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판매하기 (중) [만화규장각 칼럼/62호]

!@#… 지난 포스트 이후 천만년만에 올리는 다음 편. 창작자가 창작을 판매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

 

창작을 판매하기 (중)

김낙호(만화연구가)

창작의 여러 단계에서 오는 수익을 조율하는 첫째는 각각 많이 받기다. 그런데 보통, 하나의 업체에서 많은 것을 한꺼번에 주관할수록 각각 모두 유리하게 협상하는 것은 힘들어진다. 하나의 단계에서 더 적은 비용과 노력을 지불하기 위해서 다른 단계에서 올려주는 방식으로 장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행본을 좋은 조건으로 내는 대신, 라이센스 판매를 자동으로 독점한다든지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의 회사에서 여러 단계를 같이 작업할 때 오는 통일성의 매력을 무조건 배제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모든 것이 단순하게 논리와 수치와 계약관계만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 아니라, 나름대로 인간적 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먼저 각 단계에 대해서 옵션을 확실하게 열어놓고 모아보는 것이다. 즉 내 작품 속성상, 연재에 대해서는 어떤 곳들을 컨택할 수 있고, 단행본에 대해서는 어떤 곳들이 있으며, 라이센싱은 어떤 곳이 좋다는 것에 대해서 확실한 도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이것은 단지 직접적인 돈거래 뿐만 아니라, 독자층을 제대로 만나는 것이나 확장하는 등의 자기 작품에 대한 시장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사업 확장에 대한 욕심이 많은 작은 출판사나 아예 문어발식으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대형 출판사 두 극단의 경우 자신들에게 모든 것을 줄 것을 희망할 것이고, 중급 규모의 출판 전문으로만 나서는 곳일 수록 각각 자신의 영역에 대해서만 욕심을 내곤 한다.

다만 항상 기억할 것은, 자신의 희망사항보다 자신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속성 자체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욕심과는 달리, 작품 자체가 보여주는 선택권은 의외로 좁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물 만화로 유명한 고 안수길 작가는 90년대 말에 자신의 단편을 미국의 만화잡지 ‘헤비메탈’에 투고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받은 답장은 물론 “당신의 만화는 훌륭하지만, 스타일상 우리와 맞지 않습니다”라는 것(‘만화창작’ 창간호에서 발췌). 그런데 그것은 한국만화라서가 아니라, 헤비메탈이라는 잡지 자체가 성인지향 환타지/SF 전문 잡지이기 때문이다. 해외로 보다 독자층을 확장해보자는 시도였겠지만, 당장 잡지의 성격이 작품의 속성과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을 전혀 미리 타진해보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할 따름이다. 누차 이야기하지만, 매체나 출판사 상황에 품을 팔기가 힘들고 창작에만 매진하고 싶다면, 그런 상황에 밝은 조력자를 구해야 한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처음부터 그 쪽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각 단계에서 협상력을 올리는 것은 역시 자신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장성(!)을 스스로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연재지면을 계약해야 할 때는 연재로서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지, 단행본을 계약하러 갔을 때는 단행본으로서 얼마나 시장성이 있는지 당장 창작자 측에서 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것을 판단할 만한 자료를 어디서 구하는가, 라는 것. 예를 들어 포털에 웹만화 연재를 한다고 할 때, 과연 포털측에서 이야기하는 조회수가 실제 조회수일까? 광고 단가가 실제 광고 단가일까? 그리고 조회수는 수익성으로 어떻게 환산되는가? 가장 좋은 것은 치밀하게 실제 수익성을 계산해서 들이미는 것이지만, 자료로 상대방과 밀고 당기기에는 모든 자료가 상대방에게 있다. 게다가 수익성 계산이 쉬웠더라면 인터넷 기업들 다수가 그렇게 고생하고 있을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실상 자료로 맞짱을 뜨는 것은 힘들고, 그 쪽에 계속 자료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다. 연재 계약 조건에 얼만큼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한다고 명문화하는 것이다. 단행본 역시 판매량을 출판사에서 주는 것을 바탕으로 하되, 출판사가 속이고 있다고 확신이 들 경우에야 비로소 별도 경로로 조사해서 판매량을 추정하니까 말이다. 아예 조회수에 일정액을 곱해서 고료를 산정해달라는 식의 발상도 시도된 바 있지만, 그쪽으로 계약한 뚜렷한 성공사례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결국 비교적 전통적인, “상대평가” 방법이 여전히 용이하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전통적인 잡지에서 흔히 해왔던 ‘인기투표 순위’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내가 부동의 1위니, 그에 합당한 차등화된 고료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법은 경쟁매체와의 비교다. 옆 포털은 나와 비슷한 급의 인기를 누리는 작가가 얼마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나도 그 이상의 대우를 해달라는 것. 특히 단행본 인세는 비교적 퍼센티지가 업계 관행에 의해서 고정되어있다고 치더라도, 연재고료는 경우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일연재를 하는 인기 신문 연재 작가들의 경우 연봉제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지면들 역시 단순한 매당 혹은 회당 계약보다 더 세분화된 협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즉 만화의 ‘양’보다, 질적인 효과 측면에 대해서 평가하는 방식 말이다. 물론 그런 협상력은 신인일수록 약하기 마련이니,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무조건 많이 들어보는 것이 좋다. 또 한 가지 명심할 것은, 매체나 출판사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지불할 수 있는 절대 금액이 한정되어 있더라도, 차라리 작업의 분량을 줄여나가야지 작품의 값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협상을 끌고 가서는 안 된다. 한번 내려간 작품의 시장가치는 쉽게 다시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단계에서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은 역시 어떤 규칙보다는 개별적인 협상력과 지명도에 크게 의존한다. 창작자 측에서 수익 단계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의 묘미(?)는 각 단계 사이의 관계를 상정하는 것에서 더 부각된다. 어떻게 하면 각 단계에서 올 수 있는 수익들이 서로 상충되는 것을 막고, 나아가 서로 상승작용을 만들도록 할 것인가? 정해진 모범답안은 물론 없지만, 최선의 조율을 하기 위한 몇 가지 룰은 생각해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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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 매거진에 연재중인 칼럼,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만화를 돈 중심으로 생각해보는 기획 마인드에 대한 칼럼. 단순히 사업 모델보다는 사고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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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열심히 읽었어요. (오랜만에 답글 남깁니다. 눈팅주의자;;) 만화는 아니지만 번역 때문에 출판사 상대할 일이 꽤 있었고 앞으로도 있기를 (있을까;;) 바라는 편인데;; 출판사라는 ‘기업’ 앞에서 개인 보따리장수는 정말 약자였어요. 아무리 정보를 모으고 경험을 쌓아도, 개인 차원에서 ‘노련’해지는 것으로는 기업을 상대하기에 한계가 있죠.

    뭔가 나의 법적/ 상업적 권한과 가치를 보호해주는 걸 주 업무로 하는 대리인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수십번 생각했는데, 워낙이 영세하니까 번역자나 만화가나 대리인(있으면)이나 지금 같은 규모로는 서로 먹여 살릴 수가 없겠죠. (연봉 200만원인데;;;)

    ‘계속’이라고 하셨으니까 다음편을 기대하며 계속 읽겠습니다-
    아 근데 비밀답글은 달 수 없게 돼 있는 건가요?

  2. !@#… 보라/ 보통 본 지면(만화규장각)에 다음 화를 올리면 그 전 화를 여기 백업하는 식인데, 지난달에 원고펑크를 내버리는 바람에 이런 지연이… OTL 여튼, 앞으로 별 문제만 없다면 내용상으로는 꽤 오래 계속될 연재. //아, 그리고 역시 비밀답글 같은 것은 안 키움. 블로그는 하염없이 열린 공간!(사적 메시지야, 메일이 있으니)

  3. 질보다는 양(=무지하게 가시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 특히 창작업계에는 장기적으로 보면 매우 치명적인데 말이죠OTL 하지만 얼마 전 게임업계 사람이랑 얘기한 적이 있지만 직접 업계 안에 있는 사람들로썬 단기적인 이익 쪽이 안정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긴 합니다. 새로운 시도나 시스템 설립이 잘 안되는 원인은 불안정한 업계전황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 귀차니즘도 상당히 큰 요인이라고 생각되긴 합니다만…다음 편 기대하겠습니다!

  4. 아 돈 나오는 비법 그거 좋네요! 그거 알려주세요! (라고 없다고 했는데 찐따를 붙고 도망친다.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