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 자와 깨우는 자: 불굴의 알람시계들 [문화저널 백도씨 0809]

!@#… 사실은 제발 푹 잠들고 한 2-3년은 깨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분들이 도처에 깔려있지만(청와대라든지, YTN이나 KBS 사장실이라든지, 방통위원장실이라든지, 조선일보 사옥이라든지…), 여하튼 이번 아이템 칼럼은 잠 깨우는 도구에 대한 이야기.

 

자는 자와 깨우는 자: 불굴의 알람시계들

김낙호(만화연구가)

자고로 잠은 소중한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여러 가지 있다고는 하지만, 성욕만 해도 참고 길게는 평생 버틸 수 있다(열심히 버티면 마법도 쓸 수 있고 대기권도 뚫는다). 식욕은 그래도 쓰러지기 전에 몇 주는(수분은 섭취한다 치고)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잠은 희귀한 특수체질이 아니라면 고작 며칠만 참아도 정신이 혼미해지며, 곧바로 죽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만큼 모든 본성 중에 잠이야말로 으뜸으로 원초적이며, 잠을 방해하는 것은 큰 스트레스를 부른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대인의 삶이란 팍팍하기 그지 없으니, 웬만한 고급 백수가 아니고서는 신체의 리듬보다는 사회적으로 부여받은 리듬을 따라야할 때가 많다. 그 결과 아침마다 인간과 기계의 끝없이 반복되는 사투가 벌어지니, 바로 잠을 자고자 하는 인간과 깨우려는 알람시계의 경쟁이다.

잠에 취한 인간은, 계속 자려는 본능적 의지 하나로 움직인다. 반면 알람시계는 그를 깨우는 것이 존재의미이기 때문에(울려도 잠을 깨우지 못하는 시계는 조만간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운명이다) 최선을 다해서 괴로운 아침을 맞이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물론 다른 사람이 두들겨 패서 깨우면 나름대로 확실하겠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진 옵션인 것은 아니다. 태초에 버튼만 누르면 꺼지는 일반형 알람시계가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잠을 깨기 전에 본능적으로 알람만 끄고 계속 자는 인간들이 늘자, 버튼을 눌러도 몇 분 뒤에 다시 알람이 울리는 스누즈 기능이 발명되었다(완전히 끄는 버튼은 보통 아주 작게, 뒤쪽에 따로 붙어있다). 하지만 한층 여기에도 적응한 인류는, 결국 작은 버튼을 찾아서 끄고 계속 자는 경지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알람시계는 한층 더 진화해서, 인간이 침대를 박차고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강제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첫 번째 부류는 역시, 끄는 방법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망가는 시계가 있다. 도망가는 시계를 붙잡지 않으면 알람을 끌 수 없고, 끄기 위해서 몸을 일으켜 세위서 쫒아 다니다 보면 잠이 깰 수 밖에 없다는 발상이다. ‘클로키’라고 부르는 바퀴달린 알람시계는 알람시간이 됨과 동시에 소리를 내며 빠르게 도망가는 기계다(클릭). 테이블 아래로 점프하고, 방 구석구석을 달리고 오만 방향으로 경로를 바꾼다. 즉, 몸으로 쫒아가지 않고는 도저히 방도가 없다(게다가 덤으로, 귀엽게 생기기까지 했다!). 혹은 좀 덜 난리통을 피우고 싶다면, 날아다니는 알람시계도 있다. 시계 전체가 날아가는 것은 아니고, 끄는 스위치만 프로펠러가 돌면서 날아가 버린다(클릭). 물론 쇼파나 책장 뒤로 들어가버리면 대략 낭패지만 말이다.

알람시계와 톰과 제리 놀이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수선스럽다면, 집중력을 필요로 하도록 해서 정신을 차리도록 – 즉 잠을 깨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레이저 과녁 알람시계가 바로 그런 녀석이다(클릭). 알람시계 위에 과녁이 있고, 레이저총으로 가운데를 맞춰야 알람이 꺼진다. 물론 아주 가깝게 놓고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약간만 침대에서 멀리 떨어트려 놓는다면 매일 아침 큰 난관이 기다릴 것이다. 졸린 눈을 부비며 신궁에 도전하는 상황이니까. 게다가 자신을 괴롭히는 시끄러운 알람시계를 총으로 갈겨버리고 싶다는 원초적인 파괴욕구도 살짝 채워준다. 반면 좀 더 순수한 스릴을 즐기고자 한다면, 시한폭탄 알람시계를 추천한다(클릭). 헐리웃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시한폭탄을 해체하면서 마지막에 2-3개의 줄 가운데 하나만 잘라야 한다는 상황을 매일 아침 재현한다. 3개의 코드가 있고, 그 중 하나만이 알람시계를 멈추는 코드다. 다른 것을 건드리면 물론 알람은 우렁차게 계속 울린다. 아침마다 어떤 코드가 정답일지 매번 바뀌기 때문에, 자기 전에 미리 연습해봤자 소용없다. 집중력을 가다듬고 코드를 뽑다보면, 잠도 깨어 있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경우, 결국 소음으로 깨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잠을 깰 때까지 소음을 멈추지 않을 뿐. 하지만 두 시간동안 알람이 울려도 깨지 않아서 결국 알람이 먼저 저절로 꺼진 경험을 해본 이들에게는 이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아예 좀 더 공격적인 잠 깨우기 수단은 어떨까. 자, 전기충격 알람시계를 소개할 시간이다(클릭). 물론 이 시계 역시 소음으로 사람을 깨우는 기본 발상은 같지만, 승부의 갈림길은 사람이 시계를 끄기 위해 무심코 달려들 때다. 끄려고 손을 데는 순간, 전기충격을 준다! 전기뱀장어의 현신이 아니라면, 이 정도면 충분히 잠이 깨고도 남지 않을까.

물건의 기능의 본질을 추구하되, 상식의 벽을 살짝만 넘어가주면 유머가 되고 유희가 된다. 그것이 바로 생활화된 토이문화의 즐거움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런 문화와 함께 한다면, 수면부족으로 괴로운 아침도 아주 약간은 상쾌해지지 않을까 한다. 아니면 말고.

=========================
(문화저널 ‘백도씨’에 연재중인 토이/아이템 칼럼. 뽐뿌질 50% + 아이템 소개를 빙자한 놀이문화의 본질적 측면 살짝 건드려보기 50%로 구성.)

Copyleft 2008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허 —

Trackback URL for this post: http://capcold.net/blog/1700/trackback
4 thoughts on “자는 자와 깨우는 자: 불굴의 알람시계들 [문화저널 백도씨 0809]

Comments


  1. [잠자는 숲속의 명바기]. 어느 날 미국산 티본 스테이크를 먹다가 뼈에 찔린 명박이는 (백설공주는 목에 사과가 걸렸다고 코마 상태에 빠지니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함) 깊은 잠에 빠져들고, 청와대에는 명박산성이 겹겹히 쌓여 오는 이의 발을 가로막는데…(솔직히 아무도 안깨우러 갈 것 같지만) 한편 100년때 되는 해 부쉬의 후손인 부쉬 5세 앞에서 명박산성의 문은 열리고 전설은 되살아난…같은 스킷 누가 안만들어 주려나요(…)
    자명종 하니 얼마 전에 일본 왔던 친구가 친척이 [말하는 자명종]을 사달라고 해서 아키하바라에 같이 가서 남자조카를 위해 가면라이더, 여자조카를 위해 병아리를 사줬는데 가면라이더(오리지널)는 정말 가지고 싶더군요. 라이더 킥!! 과 함께 주제가가 울려퍼지니…스누즈 누르면 [오늘도 뜨거운 네가 되어라!!] 이러고…

  2. !@#… 시바우치님/ 솔직히 그 한 분이 아니라, 세트로 잠재워야할 분들이 너무 많아서…;;; // 저라면 ‘치유계 자명종’을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평온한 목소리로 “괜찮아, 계속 자도… 꿈을 꾸는 오늘이 소중한 거야” 라든지.

  3. 푸하핫.ㅠ-ㅠ
    완전, 웃깁니다.

    물론, 저는 시계가 아닌 몸으로 깨어나는 습관을 베는 것을 추구하려는…

  4. !@#… 여울바람님/ 21세기는 뭐든지 최대한 기계에 의지해야만 선진시민인겁니다. (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