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상 그렇듯 최근의 생각 토막들. 부지런하다면, 각각에 대해서 좀 더 제대로 된 완성품 글을 쓰겠지. 녹색성장과 제도화된 반대와 딱지 붙이기와 기복정당에 대해서.
!@#… 토막 하나. 녹색성장: 녹색을 뭉개고 생긴 땅 위에 건설업 성장을 이룩하는 것. 비서울권에 대한 산업/문화 인프라 분산을 개무시하고 도시국가화만 가속시키는 특유의 몰빵정신™(이거, 한국 현대 사회의 핵심 키워드라고 본다)으로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 토막 둘. 모든 합리적인 시스템의 핵심은 일사분란한 통일성이 아니라, 유사시 브레이크를 걸고 방향을 수정해줄 반대 의견의 힘을 제도화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유전자 레벨이든, 사회 레벨이든 말이다. 모 정부야 당연한거고, 직언을 한 온라인 기자를 내다버린 중앙일보의 멍청한 결단도 그렇고, 많은 쓸만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정작 구조가 적잖이 기대 이하로 나와준(예를 들어 전에도 이야기했듯 체계적인 기억력 기제 없이 토론만으로 집단’지성’을 꿈꾸는 것은 완벽한 넌센스다) 민주주의2.0 사이트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
!@#… 토막 셋. 마음에 안들기만 하면 ‘신자유주의’니 ‘뉴라이트’니 ‘알바’니 딱지를 붙이는 것이 이상하리만큼 유행이다. 아니 사실 이상하지는 않고, 새로운 유행도 아니지만 말이다. 자고로 무찔러야할 적은 명확해 보여야 한다. 세부적 구분과 풍부한 스토리가 첨가되면 간단하게 타자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뚜렷하게 타도의 대상으로 삼기도 힘들다. 즉 억지로라도 명쾌해보이는 정체성을 부여하고는, 그걸로 조낸 패는거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적을 거꾸러트리는 방식이지, 사안을 분석하고 일을 제대로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다. 자신들이 상대에게 낙인찍은 명찰에 스스로 실체를 부여하는 순간, 사람은 멍청해진다. 상황 자체의 해결은 아웃오브안중이 된다 (‘좌빨’ 타도를 부르짖던 한국사회의 뭇 성원들이 50년 좀 넘는 기간동안 어디까지 지성이 퇴화하고 말았는지, 뻔히 매일 보고 있지 않던가). 자신의 방향성과 반대되는 상대일수록, “**주의자”라고 정체성의 선명한 명찰을 붙이기보다 “**한 사례에 대한 대처에서 **주의적 속성이 보인다”고 접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정밀하게. 부딪힐 수 있고, 떼어놓고 하나씩 고칠 수 있는 방식으로. 건설적 담론을 위해서는, 모듈적 소통이 필수다.
!@#… 토막 넷. 이전에 언급한 기복정당™ 컨셉과 관련된 이야기 약간만 더. 기복정당이라는 발상의 근간은, 불가사의하게도 쓰러지지 않는 한나라당 지지율의 신비는 지지 가운데 상당부분이 특정 ‘정치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한나라당 지지는 정치정당으로서의 지지가 아니라 어떤 막연한, 기득권에 대한 애정일 수 있다. 내가 기원하는 어떤 개인적 복을 실현해줄 지위를 점하고 있는, 기득권 말이다. 세상을 합리적으로 바꾸기 보다, 줄을 잘 서는 것이 대다수 개인들에게 있어서는 더 빠르고 편하다. 정당이 만들어내고자 하는 세상의 비전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그런 비전이 애초부터 없…), 지역 유지한테 잘 봐주십사 줄을 서는 것에 가까운 정서.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민주당 정권의 지난 10년동안에 가장 잘못한 것은,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계속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지어준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적을 쓰러트리는 것에 모두 목숨 걸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대라면,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항에 박수쳐줄 사람은 한 줌에 불과하다. ‘대안’세력이니, 시민과 함께하는 길 위의 투사니 그런 걸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정말 마이너한 지분까지가 전부다. 그렇기에 전복 자체에 목숨거는 것이 아니라 제도화된 틀로서 진정한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결국 스스로의 포지션을 더 나은 종류의 세상을 만들 힘이 있는 다른 방식의 ‘기득권’ 세력으로 정립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스스로를 기득권으로 (하지만 다른 종류의 기득권으로) 포장하는 것이 대중적 세력 확보의 핵심이다. 아직 원내에도 못들어간 진보정당이든 20% 미만 지지율의 온건보수정당이든 말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이렇듯 고작 언론플레이나 단순 정책 홍보의 차원을 크게 넘어서곤 하는데 좀처럼 관리되고 있지 않은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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