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화작가 해외 진출 [한국만화연감 2009]

!@#… 앞선 내용(온라인만화)에 이어 2009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8년의 자료 총람) 원고 창고대방출. 트렌드 개요 챕터 중 한국 만화작가의 해외진출 관련 부분. 즉 한국만화 해외수출 관련이 아니라, 작가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창작’ 분야의 이야기다. 최종 출간버전에는 일부 사례가 추가되어 있으니, 책으로 전체 버전을 읽을 것 추천.

 

창작: 일본 및 해외 진출 작가 현황

1) 한국 작가의 일본 만화시장 진출

일본 만화시장의 경우 만화의 미학적 문법이나 산업적 형식 등이 한국만화와 유사한 부분이 많으면서도 규모에 있어서 세계 최대급을 자랑하기 때문에, 한국의 만화가들이 창작자로서 해외로 진출하기에 가장 용이할 것으로 흔히 꼽히곤 한다. 하지만 그런 조건의 이면에는 2차 대전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일본사회의 입맛에 고도로 적응해온 일본만화의 세밀한 취향이 담겨있기도 하다. 일본 시장에서는 그런 세밀함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해외만화가 크게 히트를 치는 경우가 드물며, 자국 작가의 만화가 주종을 이룬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서브컬쳐 취향의 세분화와 산업 기반 약화 등을 바탕으로 하는 잡지 다품종화 경향 속에서, 일본식 연재만화의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군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이에 따라서 한국 작가의 일본 연재 사례가 차츰 생겨났는데, 계속 지속되지 못한 몇몇 사례들을 뒤로 하고 윤인완 글/양경일 그림의 『신암행어사』가 주류적 인기를 끌면서 기틀이 다져졌다. 2008년은 그런 주류적 성공을 이어나갈 중요한 사례들이 추가되었으며, 좀 더 근본적인 준비를 바탕으로 현지 시장에서 창작자로서 적응한 사례들이 등장했다.

주류적 성공의 지속이라는 측면에서는 임달영 글/박성우 그림의 『흑신』이 TV시리즈로 애니메이션화되어 2009년 1월부터 한미일 3개국에서 동시방영하게 되었다. 일본만화의 취향에 밝은 스토리 작가와 세밀하고 힘 있는 그림체의 그림 작가가 콤비를 이루어 히트를 친다는 측면에서 『신암행어사』 모델의 모범적 후속이자 TV시리즈화라는 측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외에도 2008년에는 고진호가 『신암행어사』가 연재된 바 있는 잡지 선데이GX에서 연재작 『프리즈너6』의 작화를 맡았으며, 전상영 글/박중기 그림의 『격류혈』이 영강강 잡지에 연재된 바 있다(같은 잡지에는 송지형 그림의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도 계속 연재중이다). 한국에서 본격적인 주류 연재 경험이 없이 일본만화시장에서 바로 데뷔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C.H. LINE(윤찬희)는 잡지 영강강에서 『프론트 미션: 도그 라이프』를 연재중이며, TiV 『안녕! 우리들은 피너츠』등이 있다.

한국에서 일본 만화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의 창작계에 본격적 기반을 잡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유명 작가의 화실 어시스턴트에서 출발한 배준걸의 경우, 2008년 영챔피언에 『바가』라는 작품으로 본격적인 장편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Boichi라는 필명으로 활동해온 박무직은 지난 수년간 현지에서 발표한 단편이나 ‘영킹 아워스’ 잡지의 『선켄락』을 거쳐, 2008년에는 주류 성인잡지 ‘모닝’에 『라키아』라는 작품의 연재를 시작했다. 박무직은 그간 화실 자체를 일본으로 옮기고 현지 사업자 등록을 하는 등 일본시장에 정착하여 활동하기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한 만큼, 또다른 중요한 작가 해외진출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2) 한국 작가의 미국 만화시장 진출

2000년대 초반, 한국 만화가를 미국의 이슈 단위 주류 만화시장의 창작자로 진출시키고자 한 침프대디 스튜디오 등의 시도가 제한된 성과만을 거둔 채로 잠잠해진 후, 미국 만화시장에 대한 작품 수출이 아닌 작가의 현지 만화창작 진출은 비교적 더딘 편이다. 비록 미국의 주류만화계의 주요 스타 가운데에도 주류의 짐 리(『배트맨:허쉬』), 프랭크 조(『뉴 어벤저스』), 재 리(『다크 타워』), 인디의 데릭 커크 킴(『다르면서 같은』) 등 한국계 작가들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창작자의 해외진출이라기보다는 재미교포 작가로 분류하는 것이 적합하다. 2008년에 주목할 만한 미국 만화산업 진출 사례는 『프리스트』로 미국만화적 취향을 십분 드러낸 바 있는 형민우의 신작 『고스트페이스』를 한국과 미국시장에서 동시에 런칭하기로 한 것이 있다. 또한 신인 이나래 작가의 경우 미국의 순정만화잡지 ‘옌 플러스’에서 『맥시멈 라이프』라는 작품을 연재중이다. 미국 만화산업에 진출한 것이지만 그 안에서 다시 일본만화로 대표되는 아시아적 만화취향인 ‘망가’ 계열의 잡지에 연재를 하고 있기에, 한국에서 작업하는 만화의 코드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3) 한국 작가의 유럽 만화시장 진출

많은 한국만화 작품들이 유럽에 수입되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만화 창작자의 유럽 만화산업 진출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저조한 편이다. 일부 교포만화가의 경우가 아니라 한국에서 기반을 쌓아서 진출하는 경우는 2008년에 따로 주목할 만한 출판 사례가 없다. 다만 박흥용(『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델쿠르 출판사와 신작을 작업하고 있는 등 준비중인 프로젝트는 다수 존재하여,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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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thoughts on “한국 만화작가 해외 진출 [한국만화연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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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한국 시사만화 트렌드 [한국만화연감 2009]

    […] 이왕 올리는 김에, 그리고 같이 올리시는 분도 생긴 김에, 2009 […]

Comments


  1. 간혹 우리 나라에서보다 프랑스에서 더 유명한 우리 만화 얘기를 접하면 놀랍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별 흥행을 못했는데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발간된다는 것 자체에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만화가로서 성장할 토양이 척박하다는 생각이 들고는 했습니다. ‘신암행어사’가 역수입(?)이 되어 돌아 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구요. 주위의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일본행을 언뜻언뜻 비칠 때마다 또 그런 생각을 합니다.

    흠….
    멋진 저녁시간~~~~^^;;

  2. 엉. 그런데 형민우씨가 미국만화적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화의 문법이라던가 컷의 배열같은 것을 보면 일본만화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에요.
    그러니까, 미국 만화같은 일본만화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말 이에요. 일본만화중에 약간의 부분들이 미국만화적인 부분이 있지만 실제로 미국만화와 비교를 하기 시작한다면 상당히 차이가 있는 만화요. 게다가 미국만화스러운 부분도 스테레오타입같은 느낌이 있어서요.

  3. !@#… 햅님/ 한국이 만화가 성장에 척박한 조건이란 결국 1) 돈. 2) 돈. 3) 돈. 이죠. (핫핫)

    네이탐님/ 그게… 당대 한국 소년만화에 비하면 그렇다, 정도죠. 그림체가 미국만화를 의식한 접근(작가 자신도 출판사도 그런 지점을 의식했고)을 사용했고 연재 초반에는 연출에서도 고밀도 전개를 시도했지만 – 요새 연재하는 무신전쟁이나, 당시 그의 전작인 태왕북벌기와 비교하면 특히 확연하죠 – 뒤로 가면 갈수록 다시 미국만화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4. 이랬건 저랬건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대해서 더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듭니다. 곧 더욱 괜찮은 만화 시장이 열릴거라 기대해봅니다. 기사 퍼가도 되나요?

  5. !@#… 뇌덩이님/ 명시된 “이동 자유/수정 불가 /영리 불가” 규칙에 따르신다면 얼마든지요. :-)

  6. 선켄락은 ‘영킹아워스’가 아닌 동출판사의 ‘영킹’에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

  7. !@#… 안녕하세요님/ 헉 이것 실수했습니다. 지적 감사하고, 연감 책 버전도 혹시 그대로 나갔다면 수정사항 따로 반영할 수 있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8. 많은 사람들이 영킹과 영킹아워스를 혼동(?)하긴 합니다. 영킹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도 아주 많고… 실제로 영킹이 영킹아워스보다 더 인기잡지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