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온라인, 커뮤니티 – <러브콘서툰> [경향신문 만화풍속사]

!@#… 그간 쌓인 원고 창고대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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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온라인, 커뮤니티 – <러브콘서툰>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뉴미디어’라는 단어만큼 진부한 것이 또 있을까. ‘뉴’미디어의 대표주자로 꼽히며 한껏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인터넷 (및 그 이전부터 있었던 컴퓨터 통신 일반)과 그것이 만들어낸 의사소통 시스템의 세계인 온라인은 이미 단순한 기술적 용어가 아닌,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쌍방향성에 기반한 참여니 원본과 카피의 경계 상실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매체 이론가의 영역이 아니라 역사학자의 담당구역으로 넘어와 버렸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일반 사용자들과 가깝게 살을 맞대고 있는 대중문화라는 분야에서, 온라인이라는 환경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향유 양식들을 진화시키고 있다.

온라인 대중문화의 성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바로 커뮤니티성이다. 온라인 세상의 향유자들은, 온라인을 돌아다니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자신들이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에 열심히 퍼나른다. 메일로 보내고, 동호회 게시판에 올리고, 블로그에 올린다. 그리고 올라온 것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사람들이 각자의 감상을 올리거나, 아니면 올린 사람에 대한 창찬/비난을 하면서 더욱 커뮤니티의 내적 소통이 강화된다. 창작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작가들의 온라인 동호회 결성을 통한 정보 및 노하우 교환, 공동 프로젝트 진행 등이 프로와 아마투어의 경계선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이라는 공간과 여러모로 상성이 상당히 좋은 매체인 만화에 있어서 이러한 경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2003년에 시작된 ‘러브콘서툰’(http://www.lovetoon.co.kr)라는 자선 콘서트 프로젝트가 좋은 사례인데, 온라인에서 만화연재를 하거나, 그리고 비록 스포츠 신문 등 종이지면에서 연재를 하고 있지만 (언론사 홈페이지를 거치면서) 사실상 온라인에서 더욱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가들이 주축을 이루며 시작했다. 러브콘서툰은 사실 원래는  젊은 작가 몇 명이 한바탕 유쾌한 음악 공연을 펼치면서 불우이웃 돕기 같은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그런데, 온라인 입소문 등에 힘입어 독자와 작가 양쪽으로 모두 높은 호응을 얻어, 행사 직전에는 참여 멤버가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행사가 성황리에 끝난 후에도 커뮤니티의 결속력은 계속 유지되어, 어느 틈에 젊은 만화가들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로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올해 11월 21일, 이 커뮤니티가 준비한 두 번째 행사인 <2004 러브콘서툰>이 펼쳐질 예정인데, 이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릴레이 만화와 홍보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열심히 온라인에서 ‘펌’ 당하고 있다. 이미 사전홍보 단계부터, “만화라는 것의 매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작년 행사보다 한층 발전한 모습이다.

대중문화는 창작이든 향유든, 결국 취향으로 의기투합하여 같이 즐기는 자의 몫이다. 온라인이라는 환경을 만나면서, 그것이 좀 더 명확해진 셈이다.

 

[경향신문 04.11.19]

(* 주: 원출처는 경향신문 금요 만화 전문 섹션 ‘펀’의 칼럼인 <만화풍속사>입니다. 격주로 박인하 교수와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는 일종의 태그팀 같은 것이니 만큼, 같이 놓고 보면 더욱 재밌을 겁니다. 여기 올라오는 것은 신문편집과정을 거치지 않은 ‘원본’입니다… 별 차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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