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에도 어김없이, 경향신문 [만화풍속사].
====================================================
[만화풍속사]소통의 중개자 ‘무당’…말리作‘도깨비 신부’
아이러니컬하게도,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오히려 오컬트가 더욱 각광받는다. 다양한 현상들이 발달된 과학으로도 여전히 설명이 안 되고 있기에 더욱 더 초자연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가 그런 매력 덩어리를 절대 놓칠 리가 없다. 무엇보다 표현적 자유도가 높은 만화야말로 오컬트와 환상의 궁합을 이룰 수 있다.
최근 발간을 재개한 말리의 ‘도깨비 신부’는 발표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몸주·도깨비·굿 등 전통적인 무속 개념들을 현대적 드라마 구조로 섬세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주인공은 무당의 피를 타고난 여고생인데, 각종 신들과 도깨비들이 보이고 그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고난을 겪으면서도 서서히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며 세상에 도움 되는 일도 해내는 성장 드라마인 것이다. 하지만 ‘도깨비 신부’의 진정한 미덕은 ‘한국적 전통’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무당에 대한 민속적 고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현실에서 오컬트가 가져야 하는 의미를 보여준다.
사실 오컬트의 핵심은 미지의 힘이나 존재들과의 조우에 있다. 때로는 그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격퇴해야할 공포의 대상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속칭 퇴마물).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아마도 그들은 특별히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완전히 ‘다른’ 자들일 뿐일 것이다. 우리의 규칙·상식과는 전혀 다른 자들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피해를 입히기도 스스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무당’이 퇴마사와 다른 것은 바로 이들 간의 대화를 이끄는 중재자라는 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갈등을 해소해주기까지 한다.
무당은 서로 다른 세계, 다른 문화 사이에서 조율을 해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나와 다른 자들을 적으로 돌려서 화려하게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오해를 풀어나가며 돕고 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무당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 영적 존재들은 고사하고 육신을 지닌 사람들하고도 도통 말이 안 통하는 곳이니 말이다.
부당한 침략전쟁도, 교통대란도, 개혁 후퇴도 어쩌면 사람 세상의 이치를 모르고 자신의 위세만 발휘하는 마치 ‘저 세상’에 속한 듯한 존재들과의 오컬트적인 마찰인지도 모른다는 몽상을 해본다. 실력 좋은 무당들이 나와서 그들이 이 세상 사람들의 상식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판 씻김굿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훌륭한 무당 즉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는 중재자가 절실한 한 시대의 풍속도다.
/김낙호·만화연구가·웹진 ‘두고보자’ 편집위원/
[경향신문 / 2004. 7. 24일자]
(* 주: 원출처는 경향신문 토요 만화 전문 섹션 ‘펀’의 칼럼인 <만화풍속사>입니다. 격주로 박인하 교수와 번갈아가면서 쓰고 있는 일종의 태그팀 같은 것이니 만큼, 같이 놓고 보면 더욱 재밌을 겁니다.)
— Copyleft 2004 by capcold. 이동자유/수정자유/영리불허 —
[네이버 덧글 백업]
– bennyjung – 안녕하세요. 한국만화박물관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는 8월 20일(토) 오후 3시에
<도깨비신부>의 작가 말리님과의 만남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만화박물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확인해주세요^^
http://www.comicsmuseum.org 2005/08/1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