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지향점: 복잡계 저널리즘을 제안하기

!@#… 이번에도 완성된 글로 남기기에는 좀 애매해서(즉 논문화시키기에는 너무 선언적이고, 기고하기엔 관련지면을 안주는) 대충 메모 형식으로만 남기는, 저널리즘의 향후 지향점 관련 발상. 혹 이런 류의 이야기 재미있어 하실 분들에게만 추천.

!@#… 건강한 뉴스유통환경을 위해 오늘날 필요한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뉴스로 다루는 사안의 ‘복잡성‘을 가급적 온전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대결적 단순화로 주목을 끌어 한번 버럭하고, 잊어버리고, 사뿐 넘어가고픈 욕망이야 꽤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뉴스를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개인 생활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고 싶다면 정확히 그 반대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인위적 노력이 매우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뉴스를 향유하는 입장에서도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도(그 경계선은 누차 이야기하듯 이미 꽤 흐려져있다) 필요한 부분이다.

!@#… 복잡성을 수용하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복잡한 세상사를 정리해내는 것이 뉴스의 기능 아닌가, 그리고 복잡한 것이 그리 좋다면 그냥 학술논문만 보고 살지 그래… 아니, 여기서 말하는 복잡성(complexity)은 어렵고 난해하다는 것과 좀 다른 의미로 쓰는 개념이다. 단순성(simplicity)의 반대말로, 여러가지가 얽혀서 작동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아주 단순화시킨 예를 들어,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보자. 각 실린더에 들어가는 연료의 농도, 스파크, 실린더들을 이어주는 크랭크의 동작, 타이밍벨트의 움직임… 개별 요소들이 함께 연동되어 자동차가 앞으로 굴러간다는 현상이 ‘창발'(emerge)한다. 각각의 요소들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단순명쾌하지만, 자동차라는 전체와 등치시켜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각각의 요소의 어떤 부분들이 어긋날 때 주행이라는 전체 현상에 특정한 방식의 고장을 일으킬 수 있다(반대로 어떤 부분들은 어긋나더라도 주행에 방해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물론 좀 더 제대로 된 설명을 감내할 준비가 되었으면 이런 글이나, 이런 동네를 탐험하실 것을 추천.

그런데 capcold가 주장하는 그 “복잡성을 수용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모든 부품을 이해하라는 억지강요가 아니다. 자동차가 주행에 이상이 생겼을 때, 원래 자동차의 작동은 복잡하게 얽혀있으므로 당장 겉으로 드러난 것 외 다른 어딘가가 고장나서 그게 번져서 이렇게 되었겠구나, 고치려면 여러 곳 동시에 손 대야 할 수 있겠구나, 그렇게 인식틀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런 사고를 가능하게 하도록 뉴스를 만들고, 뉴스를 소비하는 접근법을 장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 우선 가장 뚜렷한 시작점은 기계적 접근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이슈의 각 요소들을 규정하고 분해하고 결합하는 것 말이다. 관련된 행위자들을 구분하고, 그들 사이의 클러스터를 지어준다. 그런 기반 위에 현상에 개입된 개별 사안 요소들의 상호관계를 그려낸다. 즉 사회현상을 파악하는 요소들의 관계망으로 보는, 네트워크적 접근이다. 그리고 개별적 요소들에서 현상이 창발하는 모습을 규명하는 것이기에, 시간에 따른 흐름도 같이 맥락화하게 된다.

이런 이론적 발상을 기반으로 좀 더 명확하고 실용적으로 당장 적용 가능한 매뉴얼 – 즉 일반화 가능한 보편적 툴을 만들어내면, 상황 속 본질을 정리해내는 저널리즘을 위한 도구로서 꽤 훌륭하리라 본다. 일반 독자들의 비판적 미디어 소비를 위한 버전도 만들어보면 재미있게 활용 가능하고 말이다. 나아가 일정 부분은 심지어 전산 알고리듬에 의해 자동화할 수도 있다고 보고. 뭐, 연구 재원이 주어지거나, 재원 대신 자발적 협업자들이라도 함께하게 된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발전시켜보고 싶은 이야기다.

!@#… 이런 개념들을 제대로 활용하면, 복잡계 저널리즘(complexity journalism)라는 개념을 제안할 수 있다. 복잡성이라고 해서 정돈되지 않은 정보의 파편들을 무조건 많이 어지럽게 펼쳐놓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교묘하게 여러 요소들이 연결되고 움직이는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것은 심층저널리즘 강화에 있어서 취해야할 하나의 중요한 방향성이다. 하나의 취재 이슈를 개별요소와 그들의 상호작용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즉 사안을 하나의 이유와 결과의 단선적 패턴으로 놓고 무조건 최대한 많은 팩트 증거만을 파거나 단순한 이진법적 찬반양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와 이해관계의 다양한 개별요소들을 최대한 끄집어내고 그들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사안의 발전적 해결에 필요한 것은 “하나의” 만능 해답이 아니라, 다양한 양상들을 동시에 일정 정도씩 개선하기 위한 구도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여러 사안들 사이에서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혹은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패턴이 창발(emerge)하는 모습을 도출해주는 것, 즉 존재하지도 않는 모범답안이 아니라 이면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양한 이들에게 다양한 후속논의를 이끌어내는 ‘가능성/방향 제시’의 저널리즘인 셈이다. 다양한 모순들을 읽어내는 것, 개별적 사건에서 큰 함의들을 이끌어내는 여러 학문적 접근법들을 실용적으로 흡수하는 것도 좋겠다(예를 들어 ‘역사문화연구’ 분야가 딱이다).

사안의 복잡함을 분해하여 직면시켜주면서, 각 요소들에 대해 사람들이 각자 어떤 단계에는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제시하여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복잡계 저널리즘이야말로 확고한 ‘선수들’의 영역인 만큼, 탈중심화되는 미디어환경에서 프로 저널리즘이 자기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 여튼 뭐 우선의 잡상들은 대충 여기까지. ‘복잡계 저널리즘’은 더 적극적으로 담론을 유통하고, 더 세밀하게 이론화시키고 구체적인 기술적 가이드들을 확립해볼만 한 개념이다. 학문적으로도, 업계용으로도, 향후 발전 방향에 관한 좋은 떡밥이라고 본다. capcold말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뭐 어쩔 수 없지만.

***

 

PS. 구글 검색 결과, 아직 아무도 딱히 쓰지 않은 용어. 아싸, 찜.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듯, 다른 출발점에서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는 이들이 이미 있음을 나중에야 발견하곤 한다)

PS2. 캡콜닷넷 단골분들 가운데 눈치채신 분들도 이미 있겠지만, 예전에 이런 글(클릭, 클릭, 클릭)들을 쓸 때 계속 염두에 두어온 접근법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방법론으로 만들어내려면 갈 길이 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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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thoughts on “뉴스의 지향점: 복잡계 저널리즘을 제안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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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ingback by Nakho Kim

    [캡콜닷넷업뎃] 뉴스의 지향점: 복잡계 저널리즘을 제안하기 http://capcold.net/blog/4213 | 반나절 전의 쇼크개그에 대한 벌충(?)으로, 그간 묵혀두던 팍팍한 글도 하나 방출.

  2. Pingback by CJ

    방송 뉴스 포맷에서도 복잡계 저널리즘이 가능할가요..그림으로 보여주는 1분 30초의 한계를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RT @capcold [캡콜닷넷업뎃] 뉴스의 지향점: 복잡계 저널리즘을 제안하기http://capcold.net/blog/4213 |

  3. Pingback by 마하반야

    저널리스트를 지향하는 자라면 필독. 찌질한 찌라시스트 발기자로 남으려면 안 필독. 뉴스의 지향점: 복잡계 저널리즘을 제안하기 http://capcold.net/blog/4213

  4. Pingback by 2시 27분

    복잡계…

    이런 개념들을 제대로 활용하면, 복잡계 저널리즘(complexity journalism)라는 개념을 제안할 수 있다. 복잡성이라고 해서 정돈되지 않은 정보의 파편들을 무조건 많이 어지럽게 펼쳐놓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교묘하게 여러 요소들이 연결되고 움직이는 모습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이것은 심층저널리즘 강화에 있어서 취해야할 하나의 중요한 방향성이다. 하나의 취재 이슈를 개별요소와 그들의 상호작용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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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fr0g 그런 문제 관련해서 뭔가 떡밥을 던져봐도, 조낸 인기 없더군요 http://t.co/o5FYyt4q

Comments


  1. !@#… 새벽안개님/ 단순한 걸 좋아하기 이상으로, 패턴 찾는 걸 좋아하기도 하죠. 이런 쪽에 공감하시는 분들과 함께, 흥미와 재미를 가미한 효과적인 실제 문법들을 개발하고 실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 성큼이님/ 인과관계는 과하고(너무 넘겨짚게 되니까요), 상관관계 혹은 개별적인 영향 정도까지죠.

  3. 결국 상관 관계와 개별적인 영향정도까지라.
    상당히 흥미로운 제안인것 같습니다. 그런 패턴이나 방향에 대해 발견하고 하나의 법칙처럼 적용된다면야, 엄청난 발견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거 뉴튼이나 애덤스미스까지는 아니더라도, 굉장히 재미있는 발견 같습니다. 캡콜님 아자!

  4. 복잡계. 옆자리 박사과정친구가 자꾸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주제인데 지금 하는 공부에 치여서 책을 열어보지 못하고 1년째 봉인중입죠. (그 책과 꼭 관련있는 이야기는 아닌듯하지만…. ) 복잡계라는 말 만으로 마음이 무거워져 뻘 코멘트 남깁니다.;

  5. !@#… 망구스님/ 하지만 스타에 비유하자면, 이제야 기지 박고 드론 4개 뽑아 미네랄 모으는 단계 정도죠(…)

    두기님/ 어떤 책으로 입문하시려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시작하시면 더 마음이 무거워지시리라 제가 경험상 장담합니다 OTL

  6. 제가 쓰는 기사는 가급적이면 이유를 하나로 제한시키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끔씩 제 기준을 제가 잘 지키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네요. 기사를 쓰면서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신. 부끄럽지만, 제가 쓰는 기사는 어떤 편인가요. (…) 주위에서는 좋다는 평이 많지만 역시 제 3자에게 평을 들어야 정확한 평이 나오니;;;;

  7. !@#… Skyjet님/ 주위에서 좋다는 평이 나올때가 가장 취약한 타이밍입니다(핫핫). 아직 안밝혀졌고 더 찾아내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다, 라고 독자들을 참여하도록 괴롭히는 작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볼 필요는 있겠지요.

  8. …아, 그리고 글이 좋아서 사내 인트라넷으로 퍼가겠습니다. 외부 노출이 안되니 걱정마세요;;;

  9. 다른 말로 하자면, “결을 읽는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패턴 인식을 포함해 담론 층위 분석과 매체 간 연결의 수치화-계량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생각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복잡계 저널리즘’이 단순한 수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라면 말입니다. :)

  10. !@#… Leopord님/ 수사로 머물더라도 기본 인식틀이나마 정착만 된다면야 굽실굽실 // 이런 개념을 주장할 때 만렙의 경지로 상정하는 것은 당근 말씀하신 기계화된 패턴 분석과 시뮬이지만, 뭐 그쪽 이야기는 언젠가 차근차근.

  11. !@#… 페이비언님/ 저도 무척 흥미로운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글일수록 호응이 미비하기 짝이 없더라능;;; 연관글 트랙백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