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만화 시장의 경향 [한국만화연감 2010]

!@#… 최근 마침내 정식출간된 2010 한국만화연감(그러니까 2009년의 자료 총람)의 트렌드 개요 챕터에 기여한 원고들 가운데 디지털 만화 시장 관련.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챕터는 이전에 이미 올린 바 있는 디지털만화플랫폼 연구와 내용상 연계지점이 많다. 여튼 만화산업이나 나아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반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일독하시거나 링크 또는 펌 업어가실 법한 내용일 듯 하다.

이외에도 웹만화 창작 이슈, 미국만화시장 관련, 시사만화 등의 토픽을 담당집필했었는데, 차차 하나씩 올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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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만화 시장의 경향, 제작현황과 주요 이슈

 

1) 주류 지면으로서 포털사이트 공고화

포털이 온라인 만화 연재의 중심이 되는 것은 물론, 만화 산업 전반의 가장 주류적 공간으로 작용하는 트렌드는 2009년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포털 사업 전반의 구도 안정화를 반영하듯, 다양한 만화공간의 난립보다는 비교적 개성이 뚜렷한 모습으로 각각 자리 잡았다. 신규 웹툰 연재 공간은 미디어다음의 ‘만화속 세상’과 네이버 만화의 2강과 야후코리아와 네이트 툰도시 등 2중으로 굳어졌다. 반면 대형 포털사이트의 득세에 따라서 파란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포털은 물론, 유사 웹툰으로 재미를 보았던 스포츠신문닷컴이나 무가지 사이트들의 만화지면의 영향력이 위축되었다.

미디어다음은 작가의 이름을 브랜드화 시킨 “***만화”라는 명칭을 흔히 사용할 정도로 일정한 길이의 완결적 스토리만화에서 강점을 보이며 브랜드 이미지로 굳히고 있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는 개별 에피소드 중심의 장기연재 만화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이는 미니시리즈와 일일드라마와 비슷하게 작품이 다루는 소재나 팬덤의 모습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다음의 독자감상 게시판은 그 자체로 만화 감상 커뮤니티화되어 연재작들에 대한 진지한 분석부터 팬아트까지 폭넓은 기능을 하게 되었다. 2009년에 연재된 만화 편수는 네이버가 최대 주간 82회까지 업데이트를 하고 다음은 58회에 달했다.

이에 비해 2008년에 야심차게 웹툰 사업을 확장한 바 있는 야후코리아는 한해동안 다소 주춤한 모습이었다. 비록 신규 작품이 주간 35회(편수로 17편) 업데이트되는 등 양적으로는 여전히 양호했으나, 간판급으로 내세운 장편 스토리 연재작들이 종료되거나 부진한 가운데 이전 유명 스포츠신문 연재만화들 가운데 에피소드식 웹툰에 적합한 개그물들의 재연재가 늘어났다. 나아가 야후는 각 포털에서 연재중인 작품들의 한 눈에 보고 찾아갈 수 있도록 목록을 디렉토리화하여 제공하기도 했다. 2009년에 툰도시로 사업을 개편하여 새롭게 출범한 네이트 만화의 경우 규모면에서는 야후코리아와 유사한 정도의 신규연재를 담아냈으나, 사이트의 중심 사업 이미지가 온라인 만화방으로 굳어져 있어서 웹툰 부분이 거의 부각되지 못했는데, 이현세, 조주희, 김미영 등 다양한 장르의 지명도 있는 작가들 신작을 소화해내고 있는 케이스다.

신규 연재작의 발탁 방식 가운데 기성 작가들에 대한 스카웃과 자사 지망생 게시판을 통한 선별 말고도 두드러진 것은 외부기관과 연재 지면 협력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네이버가 진행한 한국만화리메이크 프로젝트,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우수문화콘텐츠 발굴 및 마케팅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웹툰 등이 네이버 지면에서 연재되었고, 여수세계박람회를 홍보하기 위한 유명 웹툰 작가들의 릴레이만화가 미디어다음을 통해 선보였다. 폭넓은 홍보성을 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이런 프로젝트들이 종이잡지보다 온라인에서 연재지면을 찾았다는 것은 매체 영향력의 주류가 포털로 완연하게 기울고 있음을 반증해주었다.

2) 종이와 스크린의 적극적 교배

2009년은 종이만화와 스크린 만화의 교류가 한층 다양하게 나타난 해이기도 하다. 이런 방향에서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인 것은 미디어다음이다. 웹툰 연재의 주류 양식인 ‘스크롤 만화’외에도 종이책의 독서방식에 가까운 ‘페이지 넘김 만화’를 구사할 수 있도록 가볍고 호환성 좋은 뷰어를 도입했는데, 시범 사례로 『로드 투 2010: 폭주기관차』가 웹툰 공간 속의 페이지 만화 방식으로 신규 연재되었다. 나아가 이 뷰어를 활용하여 만화시사회 섹션이 개설되었는데, 종이출판물로 나온 만화책 및 관련서적들의 일부를 미리볼 수 있도록 해놓은 서비스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범위 내에서 간편하게 내용을 살펴볼 수 있으며, 미리보기 후 다음샵을 통해 도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연동되어있다.

혹은 종이만화의 수익성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온라인을 노리는 케이스도 계속 이어졌다. 94년 이래로 고연령 소년만화 지면을 대표했던 대원CI의 ‘영챔프’가 종이잡지를 포기하고 네이트 툰도시에서 회원제 유료감상 온라인 잡지로 명맥을 이어가기로 했고, 씨네21에서 발간하는 성인지 ‘팝툰’ 역시 2010년 2월호를 끝으로 종이출판을 휴간하고 그 대신 웹하드를 통한 다운로드 판매 모델을 개척하려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후자의 경우 영화와 드라마 분야에서 유료 다운로드 소장 모델이 자리 잡은 방식을 벤치마킹하겠다 천명했다.

3)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만화시장 논의

a) 폰만화와 앱만화

만화를 열람하기 위한 웹 이외의 여러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논의 또한 활발했다. 그 중 가장 부각된 것이 바로 모바일 통신기기를 통해 만화를 열람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일반 휴대폰을 활용하는 모바일폰 만화와 스마트폰의 응용프로그램 설치 기능을 활용한 앱만화 등으로 나누어졌다. 폰만화의 경우 KT의 ‘브라우징 만화’ 서비스가 대표적이었는데, 개별 콘텐츠공급자들의 입주 서비스로 각각 나누어졌던 만화서비스를 통신사에서 주도하여 하나의 섹션으로 통합했다. 서비스되는 작품은 『열혈강호』 등 인기작을 모바일폰 특성에 맞도록 칸 단위로 분해하여 열람하는 방식으로, 가독성과 조작 인터페이스의 한계가 약점으로 꼽힌다.

앱만화는 애플의 아이팟터치, 그리고 11월에 마침내 국내 출시된 아이폰을 계기로 부각된 새로운 플랫폼이다. 폰의 휴대성과 일반 컴퓨터의 조작성 및 고급기능을 겸비하여, 개인 단위의 독서가 주요 감상 방식인 만화매체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를 모으고 잇다. 2009년에 발빠르게 앱만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업체는 나우이즈, 이니셜, 다올 등이다. 나우이즈의 경우 온라인만화방의 연장선으로 대본소 스타 작가 중심으로 라인업을 편성했고, 이니셜 커뮤니케이션은 서울문화사와 웹툰 작가들을 확보하여 서비스 중이다. 또한 후발주자로 다올이 대원CI의 콘텐츠로 사업을 시작한 바 있다. 각각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들 3개 업체 모두 발 빠른 사업 시작 및 합리적 상품 구분과 가격 정책 등의 장점과 만화 열람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한 편집 및 인터페이스에 대한 고민 부재 등의 단점을 동시에 지녔다. 하지만 아이폰을 위시한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로 플랫폼 환경이 늘어날 전망이며, 폰만화의 경우 서비스 형태의 결정은 물론 수익의 대부분을 통신사가 가져간 것에 비해 앱만화는 제작자가 중심이 되기에 산업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런 긍정적 기대가 주어진 만큼, 앱만화를 둘러싼 마찰도 일찌감치 일어났다. 네이버가 자사 웹툰을 아이폰 환경에 최적화하여 열람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여 무료 배포했는데, 웹페이지 이외의 공간에 대한 서비스 권한, 만화 오프라인 저장 기능 등이 창작자들과 네이버 사이 분쟁의 대상이 된 것이다. 특히 유료구매 방식이 널리 보급되어 있는 앱스토어에서 상업적 가능성을 개척하고자 하는 이들이 다시금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반면 2차서비스에 대한 계약을 이미 마쳤고 네이버가 나서서 독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을 위축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만화계가 활발하게 참여한 적지 않은 공식적/비공식적 격론 끝에 이 사건은 임시저장을 1화당 1회에 한해 48시간동안만 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제한하고, 향후 앱스토어 관련 사업에 창작자들과 함께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b) 이북 만화

미국에서 아마존 킨들이 큰 히트를 기록함으로써, 전자잉크 기반 독서열람 기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한국의 경우 NUUT(네오럭스), 파피루스 SNE-50K(삼성+교보), 스토리(아이리버) 등의 제품군이 출시되었으나 만화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업체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서 2009년은 단지 기술적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단계에서 그쳤다. 이북은 종이 도서 경험에 가장 가까운 뷰어가 장점인 반면 흑백 전용이며 명암대비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정식 서비스 이전에 최적화를 위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 IPTV 만화

인터넷을 연결한 TV단말기로 만화 열람하는 IPTV 만화는 큰 스크린의 활용이라는 장점과 TV의 해상도 및 스크린 크기에 적합한 인터페이스가 미진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TV로 출판물을 보는 것에 대한 낯설음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에 SK브로드&TV, CJ 헬로비전 등에서 지니만화라는 서비스를 실시중이다. 독서 인터페이스와 작품선정은 PC의 온라인만화방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형태인데, 부분적 멀티미디어 기능 삽입 대한 일부 기대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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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당연한 이야기지만 여기 버전은 최종출간버전과 다소간 다르며, 책 속의 다른 꼭지들 – 특히 데이터 차트 – 와 합쳐서 읽을 때 완전해진다. 그냥 떡밥 맛보는 셈 치고 읽어주시고, 따로 참조해서 인용할 일 있으면 책으로 해주시길. 박인하 교수의 전체 서문에 해당하는 총론 글을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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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선껌 종이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

    ‘교육’ 만큼 고귀하고 아름다운 말이 있나요? 교육(Education)이란 말의 뿌리는 ‘에~두케레(e-ducere)’ 즉 밖으로 끌어낸다는 뜻입니다. 원래는 ‘아이의 탄생을 돕는다’는 뜻이었지요. 교육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살찌웁니다. 교육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양분. 어렸을 때 풍선껌에는 만화애니메이션(만화)이 들어있어지요.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교육을 시키고 받는 방법은 참 다양합니다. 색깔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