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돈을 벌자: 제작(3) 들어가는 돈 [만화규장각 칼럼]

!@#… 멋진 키워드도 낭만적 기대도 없는 연재 칼럼, 여기까지 왔다. 게재본은 이곳으로. 하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이런 식의 글들이 더 나와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참 본문에 나온 용어들은 이해편의상 부르는 것이고, 법적 규정이나 회계 처리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만화로 돈을 벌자: 제작(3) 들어가는 돈

김낙호(만화연구가)

창작 마인드와 제작 마인드의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다면 바로 들어가는 돈에 대한 인식이다. 좋은 창작물을 탄생시켜서 많은 이들에게 향유시키고 싶다는 이상은 공통될지언정, 작품을 표현해내는 것 자체에 더 중점을 두는지 아니면 그것을 현존하거나 조만간 만들어지리라 예상하는 환경조건에 맞추어 어떤 매체형태로 만들어 보급해내는 것에 더 노력을 할애하는지 그 차이의 핵심은 돈이다. 물론 창작 자체만으로도 장비비와 생활비, (경우에 따라서) 어시 고용비용 등이 들어가기에 개별 창작자라도 순수하게 창작마인드만을 가지고 있으면 곤란하겠지만, 아예 제작을 생각할 때는 한층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돈을 고민해야 한다. 운영비, 기획비, 창작보조비, 판권비, 제작비, 마케팅비, 보관/유통비 등이 순서대로 골치를 아프게 만든다. 각각에 대해 감당할 자금을 확보하거나 대안적 방식으로 방어할 수 없으면 원활한 제작공정은 그곳에서 멈춘다.

운영비는 제작진이라는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다. 직원급여, 사무실임대, 사무장비 등이 여기 포함된다. 최소한도라면 1인 가내 출판에 관련자들의 무료봉사가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본격적인 규모로 작업을 하겠다면 아무래도 그런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운영비는 개별 프로젝트를 굴리지 않고 있든 굴렸는데 실패했든 계속 들어가는 고정비용이라는 점이 중요해서, 제작 자금 확보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지점이다. 특히 만화의 경우 창작보조비와 제작비만 보조하도록 되어있는 지원 사업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공공기관에 의한 창작지원 사업의 경우 ‘눈먼 돈’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기 쉽다) 사업 자체의 수익으로 이것을 확보할 수 있는가 설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운영비를 절감하고자할 때 가장 먼저 손대곤 하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인간적 의리나 이상에 대한 공감 같은 애매한 가치로 뭉개는 것인데, 결국 무너지는 조직의 가장 흔한 원흉 가운데 하나임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획비는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설계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부대비용이다. 혼자 머리 속에서 궁리하거나 조직 안에서만 적당히 논의하겠다면 운영비에 포함되고 끝나겠지만, 제대로 자료 조사를 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흡수하고 아이디어를 사전 테스트해보겠다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치룰 준비를 해야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필자만 해도 돈을 받고 기획자문을 할 때와 어떤 이유에서든 무료 조언을 할 때 사이에는 투여하는 노력이나 발상의 개별적 구체성에서 자세가 다르다. 기획에 돈을 더 많이 투여한다고 반드시 좋은 기획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혼자 한 발상이 대형히트를 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비용을 들이더라도 치밀하게 완성한 사전설계일수록 확실한 실패의 가능성은 좀 더 낮아지게 만들 수 있다.

판권비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권리를 원저작자에게 허락받기 위한 비용이다. 그리고 만약 제작하고자 하는 창작물을 처음부터 만들어낼 경우에는 여기에 더해서 창작보조비도 필요할 수 있다. 창작보조비는 적게는 가끔 작가에게 밥 한 끼 사주는 것에서, 많게는 작업실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고 선금으로 생활비를 지급하는 것까지 이른다. 따라서 제작의 난이도와 예상수익규모에 따라서 들어갈 비용규모를 판단해야할 몫이다. 판권비는 보통 고정 보상과 인세, 또는 그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출판만화 단행본에서 소비자가격의 10%를 작가 인세로 지급하는 경우가 흔한데, 반면 출판 규모에 따른 고정 선금을 지급하고 인세는 3% 내외로 주는 경우도 있다. 혹은 인세 없이 몇 부 이상 인쇄시 고정금을 인센티브 방식으로 지급하기도 한다. 인세만 해도 온전히 판매수익에 따라서 비용규모가 산출되는 것이 아니라, 초판으로 몇 부를 제작하는가에 따라서 처음에 들어가는 비용이 결정된다.

실제 매체를 제작하는 제작비는 누구나 쉽게 인식하는 비용부분이다. 종이출판이라면 편집 및 디자인비(운영비에 포함될 수도 있다), 필름인쇄비, 종이값, 인쇄제본비 등을 포함하고, 디지털출판이라면 편집비, 열람 툴 제작/유지비 등이 들어가며, 전시 형식이라든지 기타 다른 매체의 경우도 각자 비용이 들어간다. 콘텐츠 자체를 팔기보다 콘텐츠를 구실삼아 그것이 담긴 매체로 판매수익을 내온 미디어상품의 오랜 전통 때문에 – 즉 만화가 아니라 만화‘책’을 판매해온 것이다 – 소비자들은 지불 여부에 대한 판단요인으로 매체의 만듦새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따라서 제작비를 줄이면서도 높은 품질으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조율이 모든 제작자들의 고민거리다. 만화에서는 인쇄 품질 하나만 해도 인쇄소에 직원이 붙어서 한번이라도 더 세부 교정을 보는가 여부에 따라서 선의 질감이 달라진다. 디지털 툴은 제 때 피드백을 받아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버그를 바로잡는가 여부에서 완전히 만족도가 바뀐다. 하지만 모든 것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고, 완벽함보다는 비용대비 최고의 결과를 노릴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마케팅비는 제작된 문화상품의 수익을 올려서 들어간 비용 이상의 것을 확보하도록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에 들어가는 돈이다. 이 역시 비용과 효과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지만, 투자 없이는 해볼 수 있는 것의 경로가 대폭 줄어든다. 간단하게는 보도자료와 증정본을 담론생산자(평론가, 기자 등)들에게 배포하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으로는 홍보 이벤트 개최, 홍보용품 제작, 관련 내용에 대한 온/오프라인의 지속적 소통 활동 등이 전부 돈 들어가는 것들이다.

보관/유통비는 제작된 작품을 향유자들이 구할 수 있는 가용성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비용이다. 출판물의 경우 보관비는 창고 임대비, 유통비는 그것을 각 서점에 납품하기 위한 운송과 협상비용에 해당된다. 디지털은 보관과 유통비가 들지 않는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여전히 저장 공간과 안정적 접속성과 속도의 트래픽 임대비용은 필요하다.

실제로 제작에 뛰어들면 어차피 몸으로 부딪히며 깨달은 수도 있을 이야기를 이렇게 따로 분류하며 꺼내는 것은, 요소를 분류해서 생각하는 것이 새 시장, 새 판에 도전하고자 할수록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만화를 생각해보자. 출판만화는 여타 출판물 일반과 비슷하게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중간상인 유통 40% + 인세 10% +제작비 20~25% + 나머지 부분 25~30% 인 경우가 오랫동안 일반적이었다. 디지털만화는 책이라는 매체가 없으니 작가 인세 부분만 남겨도 가격을 대폭 후려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디지털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중간상인 유통 40% 중 일부, 그리고 제작비 가운데 상당부분 정도다. 디지털에서도 작품들을 진열하고 결재를 담당하게 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필요해서, 애플의 iOS 기반 기기에서 구현하기 위해 앱스토어에 등록하면 수익의 30%를 줘야 한다. 그리고 열람툴의 제작과 정비에도 비용이 들어가며(그 대신 고정비용이기에 더 많이 팔릴수록 단가 대비 비용은 줄어든다), 기존 엔진을 라이센스로 사용하면 임대비가 든다. 여기에 보관과 유통비도 줄어들지만, 운영과 기획,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은 마찬가지다. 즉 큰 규모로 박리다매를 하지 못한다면, 들어가는 돈 기준으로 볼 때 소비자가격을 줄일 수 있는 한도는 거칠게 말해서 출판물 대비 50% 내외 선이지 인세만을 기준으로 생각한 십 몇 퍼센트 선이 아닌 것이다. 그런 인식 위에서 디지털만화를 논해야 하는 것이 제작 마인드다.

혹은 여전히 만화애호가들에게 중요한 매체로 인식되어 계속 도전하도록 만드는 출판 만화잡지라는 매체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만화잡지의 경우 작가들에게 인세가 아닌 고정급 고료로 판권비를 지급한다. 정기적으로 새로 발간하기 때문에 유통비가 계속 들고, 과월호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재고는 폐기하지 않으면 보관비가 기약 없이 든다. 게다가 트렌드에 대해 계속 논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제대로 하려면 기획비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하나의 작품이 일관성 있게 들어 있는 단행본과 달리 여러 작품의 일부분만을 보여준다는 인식이 강한 편인 상품이기 때문에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감마저 있다. 운이 좋은 경우라면 출판매체로서의 품질은 떨어지더라도 제작비만 줄이는 선에서 해결하지만(일본의 주류 만화잡지들이 대표적으로 저품질 색종이에 저가 인쇄를 고집한다), 운 나쁜 경우라면 처음에 마케팅비를 없애서 상품의 독자층 도달범위를 갉아먹는다. 그것이 판매부진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면, 다음에는 운영비, 기획비, 나아가 결국은 판권비까지 줄일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콘텐츠 품질 저하로 귀결되어 잡지의 재생산이 불가능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잡지를 창간한다면 어떻게 사전에 충분히 기획을 다듬고 마케팅 비용을 들여서 초기에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사업 승부처가 되는 것이다. 기본 매몰비용이 높은 비용구조를 생각할 때, 작품의 품질과 입소문으로 서서히 늘려간다든지 하는 전략은 성공하기 힘들다.

요소로 분리해서 이야기했지만, 이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서로 영향을 준다. 스테디셀러 전략을 노린다면 초기 마케팅비는 줄어들지만 장기적으로 보관/유통비가 오른다. 제작비를 많이 들이면 매체의 품질은 높이지만 소비자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부분을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은 운영비, 상품의 판매를 책임지는 마케팅비, 애초에 콘텐츠의 품질을 위해 투자하게 되는 기획비 밖에 없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작품 하나 내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의 상품에서 얻는 수익과 손실은 다음 상품을 만드는 것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실패의 매몰 비용은 브랜드 가치 같은 상품 외적인 부분에까지 나타난다.

나중에 돌아올 수익을 생각하거나 혹은 아예 그저 희망만으로, 들어가는 돈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면 곤란하다. 상품을 성공시킬 만큼의 투자를 할 돈이 있고 그 투자가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돌아오지 않으면 그 다음 작품은 없다. 문화상품은 상품이기 이전에 문화라는 말은 옳고 멋진 말이지만, 그래도 상품은 상품인 것을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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