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 사정으로 (안면몰수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쉬고 있는 연재 칼럼인데, 생각해보니 원고 하나가 아직 여기 백업이 없어서 뒤늦게나마 올림.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마케팅(2) – 전염 마케팅
김낙호(만화연구가)
지난 회에 이야기한 ‘대세’는 정의 그 자체에서부터 마케팅의 물량공세를 전제로 한다. 다만 방법에 따라서 누가 물량공세를 퍼붓는가의 차이가 날 따름인데, 잘못하면 업체가 모든 물량공세를 책임지고, 좀 더 현명하다면 최대한 소비자/향유자들에게 공세의 상당 부분을 일임시킨다. 특히 미디어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전염 마케팅(viral marketing)이 급격하게 화두로 떠올랐다. 사실 전염 마케팅 자체는 입소문이라는 형식으로 항상 존재해왔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야 서동요가 만들어지던 시대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각 개인들이 미디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로가 더욱 다양하고 강력해진 인터넷의 시대(특히 분산화된 네트워크로 특정 지어지는 소위 웹2.0의 시대)야 말로 이 개념의 확고한 가능성들을 실현시켜주고 있다.
전염 마케팅은 마케팅 메시지를 마케팅의 타겟층이 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더욱 전파하고 확장해서 효과를 배가시키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회사가 한번 뿌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보에 섭외된 이들이 다시 다른 이들에게 홍보를 더욱 뿌리는 방식이 마치 병의 전염과도 비슷한 느낌이기에 붙은 명칭이기도 하다. 전염마케팅의 장점은 수도 없이 많다.
우선 회사는 더 적은 마케팅 비용을 들이고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대세라는 컨셉, 즉 이슈화가 될수록 그 자체가 동력이 되어 점점 더 커지고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속성에 매우 적합하다. 이미 90년대의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에서 최근의 『클로버필드』까지, 여러 대형 성공사례는 차고 넘친다. 물론 한국 만화산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 이메일을 통해서 소위 ‘엽기토끼’가 전염적 확산 배포되지 않았다면 『마시마로』의 신화는 없었을 것이고, 『파페포포 메모리즈』는 포털 블로그의 펌질과 함께 밀리언셀러를 이룩했다. 최근의 『본격2차대전만화』도 서브컬쳐 팬들의 열렬한 전파 활동이 없었더라면 단행본화조차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단순한 우연으로서의 대세가 아니라 마케팅 전략으로서 전염마케팅을 추구하는 것은 무척 섬세한 작업이다. 무엇보다, 전염마케팅의 핵심은 자발성의 창조다. 참여자들이 회사가 홍보하는 것에 말려든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전염은 끝난다. 독자들의 마케팅 참여는 자신들이 스스로 나서고 있는 느낌 덕분에 저항감이 적거나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자발성을 유도하는 것이 말 만큼 쉬웠더라면 교육학도 경영학도 정치학도 모두 존재의의를 잃고 소멸한지 오래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례마다 특유의 방법론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몇 가지 아주 기초적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세워볼 수는 있다.
우선, 하지 말아야 할 것 한 가지 부터 살펴보자. 바로, 이것은 전염마케팅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케팅에 공짜로 참여하는 것을 스스로 의식할 경우, 남 돈 버는 일 공짜로 해주기 싫어하는 당연한 의지가 발동된다. 예를 들어, 뿌려달라고 직접적으로 요청하면 안된다(단, 밉지 않은 비굴 개그로 승화시키는 경우라면 무척 바람직하다). 특정 정치 운동을 위한 지사적 의지가 담긴 캠페인이라면 모를까, 상업적 노력에 있어서 자발성을 구걸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무척 낮다.
반면, 해야 할 것들 가운데 첫째는 바로 취향 공략이다. 단순한 ‘공감 코드’로는 부족하다. 공감을 전파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취향의 커뮤니티성을 건드려줘야 한다. 물론 『삼국전투기』나 『본격2차대전만화』 같은 소위 오타쿠 코드로 중무장한 성공작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뚜렷하게 들어가는 취향이라고 해서 꼭 그쪽 계열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핵심은 배포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나름대로 그 취향을 선도한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한국형 ‘펌’문화의 수혜를 입은 히트작들, 예를 들어 『마시마로』, 『파페포포 메모리즈』, 『마린블루스』 같은 작품들을 생각해보자. 수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그것을 퍼나르고, 그 결과 인지도가 급격하게 올라간 현상의 기저에는 “이 재미있는 작품을 내가 먼저 발견했다는 점을, 이 취향을 공감할 수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단순히 더 많은 이들이 보아주었으면 한다는 주장은, 익명 P2P로 공유를 걸어놓은 때에나 해당된다(대부분의 경우 불법이다). 자기 이름/아이디가 걸린 개인공간에 퍼가거나 이메일로 지인들에게 뿌리는 것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든 말든 취향을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가 개입된다. 전염성 마케팅은 바로 그런 지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내가 좀 한 취향 한다, 재치있고 멋진 것을 먼저 발굴할 줄 안다는 것을 주변에 자랑하고 싶도록 만드는 내용물이 필요하다. 애인에게 섬세한 감성 취향을 자랑하는 것을 공략한 에세이툰 계열 온라인 만화들의 일대 유행을 기억하자.
둘째, ‘떡밥’은 충분해야 한다. 계속 사람들이 달려 들어올 만한 소재가 충분해야 한다.아무리 파도 무언가가 계속 나와야지, 조금만 파면 모든 소재가 떨어진다면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어서 이슈화가 끝난다. 즉, 마케팅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중요한 단서들을 조금씩 던져줘야 한다는 이야기이며, 그 단서들이 많은 추측을 가능하게 해야한다. 호기심을 자극해야하기에, 너무 구체적이어도 안 된다. 영화 『클로버필드』의 경우 끝까지 괴물의 모습이나 정체를 숨겼고, 『다크나이트』는 구체적인 영화 줄거리는 물론 투페이스의 얼굴 모습 등 여러 가지에 대한 보안을 철저하게 지키면서도 수도 없이 많은 파편화된 단서를 뿌렸다. 만화 『데스노트』의 경우 연재중 줄거리 자체에서 계속 살인노트의 ‘규칙’을 하나씩 순차적으로 뿌려줌으로써 이후 전개에 대한 수많은 추측을 자아냈고, 그것이 히트의 근간이 되었다.
셋째, 참여가 쉽고 떡밥의 축적이 가능해야 한다. 성공적인 전염마케팅은 참여자들을 일종의 게임 상황에 넣는 것이다. 사례에 따라서 정도 차이는 있지만, 그들 사이에서 일종의 경쟁과 서열이 만들어진다. 전염마케팅에 참여하기가 쉽다는 것은 그 게임에 진입하기 쉽다는 말이며, 떡밥의 축적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 안에서 심취하는 정도의 우열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열린 참여의 게임은 확산에 있어서 필수요소이며, 그 중 많은 떡밥을 습득한 이들은 취향 커뮤니티 내에서 인정받음으로써 노력에 대한 보상을 얻는다. 이를 위해서, 누구나 쉽게 퍼가고 뿌릴 수 있는 방식의 떡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떡밥들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퍼즐의 조각처럼 큰 그림의 일부가 되어주어야 한다. 쉽게 가져가고 쌓아둘 수 있다면 그림 한 조각이든, 정보 한 토막이든, 동영상 클립 10초 어치든 좋다. 『시크릿인베이젼』이나 『시빌워』 같은 최근 수년간 미국 마블사의 슈퍼히어로물 크로스오버 프로젝트들이 그렇다. 전체 이야기의 조각들을 여러 만화책 시리즈에 촘촘히 분할시켜 삽입하고, 제작자들이 각종 인터뷰에서 조금씩 단서를 뿌리고, 예고편들이 난무한다. 그 결과는 대성공.
그 밖에 필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효과적인 요소는, 힘의 부여다. 나의 혹은 우리들의 참여가 무언가 작품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즉 작품이 같은 커뮤니티 속에 있는 느낌 말이다. 만화에서는 원래 독자엽서, 이후 출판사 게시판 등이 그 역할을 해왔는데, 현재는 작가 블로그나 연재 중 리플을 통해서 이런 기능이 일부 남아있다. 하지만 독자 설문을 통해서 조수 ‘로빈’을 사망 처리한 후 인지도가 다시 올라가서 중흥기의 발판을 마련한 『배트맨』시리즈의 사례는 분명히 여러 각도에서 참조할 만 하다.
여하튼, 특히 만화에서는 전염 마케팅을 더욱 열심히 적극적으로 궁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만화는 전염 마케팅에 적합한 조건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염 마케팅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가 많다. 장기 연재 등 이슈화 지속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구사하기에 유리한 조건들도 있다. 기술적으로 쉽게 누구나 퍼트릴 수 있으며, 전통적으로 만화의 향유 집단이 보여온 강한 커뮤니티성이 그것이다. 이런 점들을 계산하여 출판사들은 떡밥을 지속적으로 제공함과 함께, 책들을 계속 구할 수 있도록 장기적 안목으로 절판 없이 재고를 유지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지속성과 장기적 안목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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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 매거진에 연재중인 칼럼, ‘만화로 돈을 벌어보자‘. 만화를 돈 중심으로 생각해보는 기획 마인드에 대한 칼럼. 단순히 사업 모델보다는 사고의 구성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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