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의 세계, 제도적 틀 속의 배틀로얄

!@#… FTA타결, 참 말이 많다. 아니 이 정도로 큰 건이면 당연히 말이 많아야지. 그런데 정작 capcold가 여기에 대해서 말을 따로 안꺼내고 있던 이유는, 너무 아는 것이 없어서다. 협상 조건이고 뭐고, 자료가 제대로 공개된 것이 있어야 말이지. 그냥 선결조건을 미리 내줬다는 뻘타 자체만 가지고 분개하기에는 협상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종 결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백날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국정브리핑)고 떠들어봤자, 축구에서 볼 점유율 계산하는 것 만큼이나 무의미하다. 볼 점유율 70%에, 골 스코어가 5:0이면 그건 누가 뭐래도 확실한 패배니까. 즉 한미FTA의 최종합의안을 가지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이 정석이다. 그것을 협상 전 과정에서 미리미리 국민들과 공유해가며 여론 수렴해가며 하지 않고 선협상후수습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심히 골때리는 일이지만, 여론에 대한 패배주의/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조중동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고 믿는다든지) 정부 협상단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아 그래, 거기까지 다 인정해준다고 치자. 그렇다면 역시 남은 것은, 카드가 다 펼쳐진 지금부터의 일. EU헌법 부결의 사례처럼, 행정적으로 합의가 난 사항을 ‘국민들’의 반대로 의회 인준을 거부해서 뒤엎는 사례가 특별히 이례적인 것도 아니니까. 사실 결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한국만큼이나 미국도 같은 상황이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이 더 인준이 불확실한 상황인 것이, 다수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인준을 해줘버리면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공화당 정부에게 큰 정책 성과를 안겨주는 셈이 되니까. 그렇기에 쇠고기, 농업 분야를 핑계삼아 농축산업자들을 등에 업고 인준을 거부해버리는 것이 민주당으로서는 이익. 그렇다면 이제 민주당을 구슬리기 위해서 공화당이 어떤 ‘선물’을 주느냐가 관건인데,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와 FTA를 맺는 대형 정책성과에 대한 반대급부로 줄 수 있는 협상 카드란 현재로서는 의료보험제도 개혁안 또는 이라크 철군계획안 동의 정도의 레벨은 되어야 맞아떨어진다. 한마디로,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무척 정치적으로 유리한 상황. 미국의 일반 국민들이야 어차피 (놀랄만큼) 신경 안쓰고, 기업들은 직접 연관되어 있는 직종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에 전략을 짜고 있을 뿐 한국처럼 국가적인 이슈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산업영역들이 이미 자신들에게 익숙한 시스템 속에서, 시장이 점 더 커진다는 것 뿐이다.

!@#… 사실 바로 이 지점이 한미FTA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한국제품이 미국제품과 가격경쟁을 벌인다느니 하는 미시적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식 ‘시스템’이 미국식 시스템과 경쟁하는 것. 한국은 기본적으로 국가 단위의 기획이 워낙 보편적이고, 미국은 모든 것이 산업섹터 단위, 아니 아예 기업 단위로 움직인다. 사실 한국도 실제 시장 상황은 이미 국가 단위 기획으로 움직일만한 단계를 지난지 오래다. 게다가 이번 FTA에 대한 찬반 양분에서 보이듯, 이미 한국도 ‘한국’이라는 단위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판단을 내리는 패턴이 이미 꽤 보편화되어 있다. 다만 문제는 아직 한국은 명분상의 틀짓기가, 여전히 계급이나 직종/영역보다는 국가간 대결을 내세우고 있을 뿐.

!@#… FTA의 진짜 ‘무서운’ 점은 바로 정부 대 정부, 즉 외교의 영역에서 협상으로 해결되던 문제들이 기업 대 기업, 기업 대 정부라는 법과 제도적 논리의 영역으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왜 무섭냐하면, 미국이 제도적 논리로 승부함에 있어서는 한국하고는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호사 천국, 엘리트집단화된 공무원, 법조 만능의 미국. 행정부 독재에 가까운 운영이 이루어진 한국과는 아무래도 근육이 다르다. 이미 충분히 알려져있다시피 미국도 결과적인 ‘보호무역’의 틀은 한국이나 어디나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 시스템은 완전히 다르다. 한국은 그저 보호를 하는 식이지만, 미국은 제도적으로 정당화가 되어 있기에 법정 싸움으로 가면 꿀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감정과 명분의 싸움이 아니라 차가운 논리의 싸움으로 붙을 때, 한국의 스크린쿼터 제도가 얼마나 승산이 있는가. 문화다양성 선언이나 프랑스와의 연대는 감성적으로야 물론 설득력 있다. 하지만 경제논리, 법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외교의 영역에서는 그것으로도 충분했지만(아니 사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인들이 여하튼 막아낸 것 뿐), 기업 대 기업, 산업 대 산업의 제도적 승부의 장에서는 백전백패일 수 밖에 없다. FTA 체결로 인하여 국가 정부라는 중간자가 사라지는 모든 산업 영역들이 이처럼 직접 맞짱을 뜨게 된다는 것이다.

맞짱에 필요한 것은 결국 ‘근육’이다. 산업 내적으로 합리적인 구조가 내공이라면, 제도의 틀 안에서 법적으로 붙을 때 승부를 겨룰 수 있는 논리관철 능력이 근육이다. 그리고 그 근육을 매 산업영역에서, 나아가 각 기업에서 직접 각각 길러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한미FTA 이후의 세계다. 그런데 뻔한 이야기지만 여기서 제도의 틀이라 함은 철저히 자본주의의 바탕 위에 서있다. 정부의 ‘공공성’조차도 이러한 자본주의 프레임 위에 있는 하나의 산업 영역으로 되어 있다. 국민들이 세금이라는 형식으로 투자하는 거대한 종합보험산업 및 사회인프라 구축기업. 정부가 시장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 안에 정부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것이 국경없는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무슨 쇠고기가 가격이 내린다느니 내퍼밸리 와인을 더 싸게 즐긴다느니 하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겠지만, 핵심은 이런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에 모두들 반강제로 말려들어간다는 것이다. 정부라는 ‘기업’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이전에는 정부라는 중량급 파이터가 미국 정부라는 중량급 파이터와 적당히 친선(?) 시범경기를 하면서 랭킹을 먹이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모두 자기 근육으로 배틀로얄이다. 솔직히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에 비해서 유럽식 시스템이 공공영역이 더 잘 확보되어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정부가 민간기업과 제도적 논리에 의한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다만 좀 더 공공을 표방하는 영역이 힘이 쎄고 훨씬 더 강력한 사회인프라 사업을 벌이고 있을 뿐 (교육이나 의료 등에서 그 차이는 극명하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경쟁은 피로를 낳을 수 밖에 없고, 수많은 영역의 도태를 앞당긴다. 현재 한국의 산업 가운데 가장 제도의 힘을 쓰는 ‘근육’이 제로에 가까운 농업이 대표적인 피해자다. 보조를 받는 것이 약점인 것이 아니라, 보조를 받는 것을 제도적으로 정당화할 논리력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국가에 의한 차별적인 쌀 수매는 제도적 정당화가 어렵다. 개방을 해버리면 수입 경쟁자와의 불공정 거래 승부에서 백이면 백 걸리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논리적으로 완전무결한 제도적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논농사에 대한 국토품질관리 보조금이라든지, 논농사에 대해서 전통산업 장려금 제도를 만들든지 하는 식으로 ‘원칙으로는 열려있으나 실질적으로 한국의 농민들만이 실질적 혜택을 받게 되는’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것이 FTA시대에 필요한 논리적 근육이다. 농림부든 전농이든 농협이든, 정신차리고 이런 근육만들기에 돌입하지 않으면 당연히 도태된다.

별로 그런 세계가 옳다, 좋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두 나라에서 국회인준이 통과되어버린다면 올 세계가 딱 그 모양이라는 것이다. 정말로 그런 세계에서 잘 살아나갈 각오가 되어 있다면, 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보다는 역시 좀 더 정부라는 거의 데우스-엑스-마키나 급 슈퍼플레이어에 의한 조율이 가능한 세계의 지속을 원한다면 (물론 그 정부가 공공성의 손을 들어준다는 보장 따위는 처음부터 없다) 반대하는 것이 타당하다. capcold의 경우, FTA 자체를 근본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미국식 시장 시스템을 한국에 적용시킬때 올 충격파가 걱정되고, 세부 협상조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부분이 여럿 있고, 특히 시간 유예에 대해서는 단 일년 단 하루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쪽이지만 말이다(그런 의미에서 베스트 시나리오는, 한국에서는 자꾸 논란 속에서 의결이 늦어지는 와중에 정작 미국 의회에서 부결되는 것?). 반면, 반드시 해내야 하는 국운이 걸린 사업이라는 천박한 오바질도 하고 싶지 않다. 어느 쪽이 되든 진짜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붙게 될 국경 없는 자본주의 속에서, 한국의 각 산업 영역들이 빠르게 제도 논리의 근육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특히 의료, 교육, 사회보장 등을 포괄하는 공공영역은 더욱 더.

!@#… 핵심은 제도 개혁이다. 제도개혁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논리력의 확보다. 육법전서 고시생 논리가 아닌, 진짜 산전수전 다 겪고 독하디 독한 엘리트 ‘제도 기획자’들의 양성이 더욱 절실해진다.

— Copyleft 2007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PS1. 개인적으로 관심사인 미디어시장 개방 문제와 저작권 부문은 다음 기회에 별도로.

PS2. FTA 타결 타전 직후, 경제지들의 ‘미래 시나리오‘들이 나를 웃겼다. 이건 뭐… 자신들이(혹은 자신들이 자기 독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목표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잖아! “스테이크 하나 자르고 포드 몰고 와인하고 미드보는 게 삶의 낙인 출세지향형 화이트컬러”. 천박해천박해천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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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가 늘 NL에게 발린 패턴은 현재진행형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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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ingback by GooBa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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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Pingback by 허진호 (Jin Ho Hur)

    한미FTA의 세계, 제도적 틀 속의 배틀로얄 http://t.co/TarnyYlp (저자 @capcold) 예전에도 한번 소개한적 있지만, 한미FTA의 가장 깊은 함의를 잘 짚은 글, 배틀로얄은 이미 벌어지고 있고 국가리더쉽 강제개혁할 장치로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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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Pingback by 스깔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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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Pingback by 무장시민군형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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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Pingback by Moon Sung-ho 문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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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Pingback by 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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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Pingback by 이쟝원 the zom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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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Pingback by 도덕적으로 완벽한 안빈락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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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Pingback by 지운 jiw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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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Pingback by 가혜 ka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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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Pingback by John S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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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잘모르겠다 하시는 분들 함 보세영 ㅇㅇ RT @ahdama: @DiscoStar http://t.co/4quyCNpm 이 글이 적절함

  27. Pingback by Changwoo 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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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 Pingback by lunam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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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Pingback by Suzy Lee

    FTA, 잘모르겠다 하시는 분들 함 보세영 ㅇㅇ RT @ahdama: @DiscoStar http://t.co/4quyCNpm 이 글이 적절함

  30. Pingback by Park jung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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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Pingback by Yunsang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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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 Pingback by kim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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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한미…: http://t.co/NV5QkKOz most discussed on @park_hyemi/korea (http://t.co/XunNCVmJ)

  34. Pingback by SANGYUN LEE

    이블로거의표현을빌리자면아직근육도없는몰골로 밥샵과한판하자는격. 궁극적으로 배틀을 피할순 없겠으나 경기일정을 미루거나 트레이닝을 받을순 있겠지. 래칫=지금가진근육이쪼그라들면더못키움.네거티브리스트=지금가진근육외엔추가금지 http://t.co/zXc90OXP

  35. Pingback by capcold님의 블로그님 » Blog Archive » 2011 H당 한미FTA 날치기 사건에 즈음하여.

    [...]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그보다는 한국의 공공체가 배틀로얄 속에서(07년 글 참조) 공공정책들을 수호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 이번 [...]

  36. Pingback by 임현수, Matthew Lim

    이제 중요한 것은 fta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 동의할 수 밖에 없는(해야 하는) http://t.co/skkuwxez 이런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또한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가 분노해야 하는 날치기엔 http://t.co/SjGWUk3K 이래야.

  37. Pingback by 윤뿌쮸씨 혹은 동이롱

    이제 중요한 것은 fta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 동의할 수 밖에 없는(해야 하는) http://t.co/skkuwxez 이런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또한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가 분노해야 하는 날치기엔 http://t.co/SjGWUk3K 이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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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질 이유도 없습니다. 그보다는 한국의 공공체가 배틀로얄 속에서(07년 글 참조) 공공정책들을 수호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실력이 부족하다는 – 이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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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흔적은 없이^^ 자주 들렀다 갑니다.
    어렴풋이 생각했던 걸 콕 찝어서 써주셨군요.
    어느 분야든 냉철하게 논리로 이길 수 있게 준비 좀 잘했으면 좋겠어요.
    죽는 소리 한다고 도대체 어느 누가 알아서 가엾게 여겨 봐준답니까.
    안타까워요.

    처음 덧글이 길어졌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2. ‘미래 시나리오’는 저도 웃었어요. 마치 옛날 어린이책으로 나오던 ’10년 후는 어떻게 변했을까?’를 보는 듯 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관심이 적었던지라 잘 몰랐는데, 자료 공개를 별로 안했었나요? 물어보긴 민망하지만 안물어보면 영원히 모를 것 같아서요 -,.-;;

  3. !@#… 네이탐님/ 심지어 지금 이 리플을 쓰고있는 현재 시점까지도, 협상문 전문이 공개되어있지 않습니다. 단지 외교통상부가 정리한 보도자료가 전부.

  4. 몇 가지 궁금하네요. 으음, 혹시 공공재를 놓고 한국 정부와 미국의 기업이 경쟁을 하게 될까요? 멍청한 질문인가…… 그런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겠죠. 그렇다면, 정부의 역할이 작아지지는 않을까요? ‘산전수전 다 겪은 독하디 독한 엘리트 제도 개혁자들’은 누가 양성하나요? 대학? 기업? 정부? 입시학원에서? 답답하네요. -_-;

  5. !@#… 한국정부와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이 공공재를 놓고 경쟁을 하는 것은 물론, 공공재에 대한 정의나 범주 자체가 바뀌어나갑니다. 그게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간다는 보장은 물론 없죠 (모든 ‘경쟁’이 그렇듯). 엘리트 제도 기획자들을 양성하는 것 역시 향후의 ‘공공사업’에 있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가 되어주어야 할 영역. 만약 정부도 기업들도 자신들의 인재육성 시스템을 여기에 맞추어 개조하지 않으면 힘들어질겁니다. 대학들의 관련 학과들은 당연히 그들의 요구에 따른 변화를 강요(?)받게 될 것이고.

  6. 음, 솔직히 제 느낌은, ‘서부전선 이상없음’ 정도입니다. capcold님이 쓰신 바대로 효율적인 제도와 그것을 원할하게 운영할 사람들이 가장 필요하다면, 우리에게는 그것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뜻일테고 제도개혁은 물론 인재육성이 특히 얼핏 감으로도 무지하게 힘든 일일꺼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산전수전, 그런 전투들이 있은 연후에 거기서 살아남은 병사들도 있는거겠죠.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 별로 계획도 없어 보이고 얼럴뚱땅하는 것 같은데도 꾸역꾸역 잘들 해내요.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전 그런 풍경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참, FTA에 대해서 그나마 글을 읽고 개괄적으로 알게 된 거 같아서요, 고맙습니다. 꾸벅.

  7. !@#… 계획도 없고 얼렁뚱땅 잘 해내다가, 한번 삐끗하면 대박이죠(IMF구제금융 사태라든지). 개인적으로는 이번 FTA가 인준 과정에서 적당히 얼렁뚱땅 무효화되기를 희망하지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이런 기회를 틈타서 진짜 제도개혁 – 반드시 미국식 시스템을 가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시스템과도 합리적으로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방식 – 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인재육성 개혁을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8.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미시적인 (그러나 가장 중요한) 측면을 잘 짚어낸 통찰력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측근 관료들 입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안심이 되겠습니다만, 바랄 걸 바래야죠. (물론 대통령이 듣고 이해한다는 전제에서만 의미있는 이야기입니다만.) 여기서 늘 궁금해 하던 질문이 떠오르는군요. ‘어리석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가, 정치를 하면 어리석어지는가?’

  9. !@#… 푸코님/ 순환상승적인 작용일겁니다. ‘멍청함의 나선’ 이론이라도 하나 만들어야 할지도.

  10. 좋아하는 사람의 글을 읽다가 미국 제도에 대한 견해가 눈에 띄어서 오려붙입니다. 홉스봄 할아버지가 쓴 ‘재미난 시대’입니다. 좀 길어도 괜찮겠죠? ^^;

    “역사가로서 나는 이런 가변적 안정성의 배후에서 어쩌면 근본적일지도 모르는 장기적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그런 변화는 미국의 공적 제도와 절차를 한사코 바꾸지 않으려는 저항 때문에 가려지고 있다. 미국인이 살아온 방식, 피에르 부르디외의 좀 더 보편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아비투스(habitus), 곧 체화된 암묵적 관행을 고수하려는 욕망에 가려지고 있다. 18세기의 답답한 헌법 안에 우겨 넣어져서 두 세기 동안 법률가라는 공화국의 신학자 집단에 의해서 탈무드가 무색하게 열심히 주석이 달리긴 했지만 미국처럼 제도가 경직되어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라는 2002년 현재 웬만해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미국은 지금까지 정부 수반으로 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이탈리아인이나 유대인을 뽑는 사소한 변화조차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 정부에는 위대한 인물이, 아니 어느 누구든 위대한 결정을 내릴 줄 아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특히 대통령 같은 사람이 국가적 결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내리기가 거의 불가능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공적 영역에서 보았을 때 미국이라는 나라는 평범한 사람들이 굴려도 돌아가게 만들어진 나라다. 그럴 수밖에 없었기도 하지만 20세기 들어와서는 그래도 될 만큼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유하고 강력했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살아오는 동안 나는 세 명의 유능한 대통령(루스벨트, 케네디, 닉슨)이 자격도 없고 신망도 없었던 사람에 의해 전격적으로 교체되었으면서도 나라와 세계가 나아가는 진로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나라를 미국 말고는 본 적이 없다. 고상한 정치와 위대한 개인의 중요성을 신봉하는 역사가는 미국에서는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워싱턴에서 실제로 통치가 이루어지는 메커니즘은 안개에 싸여 있고 기업과 이익집단이 어마어마한 자금으로 시도하는 로비와 현실 세계와 점점 움츠러드는 정치 세계를 가려내지 못하는 선거 절차의 무기력으로 인해서 안개는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소련이 무너지고 나서 미국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초강대국 노릇을 조용히 준비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 제도는 뉴햄프셔 예비선거에 펼쳐지는 야심과 그 여파, 지역 보호주의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은 막강한 힘을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군사력과 경제력이 막강하다 하더라도 초강대국 하나가 얼마 동안이라도 군림하기에는 이 세계는 너무나 크고 복잡하다. 공포심으로 제동이 걸리지 않으며 세계의 승자는 과대망상이라는 직업병에 걸린다. 지금은 어느 누구도 미국에 제동을 걸지 못한다. 이 글을 쓰는 2002년 4월 현재 미국의 막강한 힘이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고 또 명백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11. !@#… 홉스봄, 참 통찰 좋은 할아버지죠. 확실히, 특히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대해서 가장 오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는 하나의 통일성 있는 ‘국가’ 세력을 상정하는 것입니다(심지어는 종종 의인화까지 해가면서). 수많은 이익집단, 이해세력들이 단지 하나의 원칙인 무한 자본주의 패권을 원칙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의 공간일 따름이죠. 하기야 그래서 더욱 세계에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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