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라는 취향문화를 바라보기 [문화저널 백도씨/창간호]

!@#…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새로 창간한 월간 문화저널 백도씨에 기고한 글.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모에 취향은 아니지만 (구세대다 구세대…), 이쪽 계통의 현재 가장 중요한 흐름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니까. 이미 전에 해오던 이야기에 약간 더 살을 붙여서 모에라는 현상을 한국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화두 몇개를 던진 정도. 한겨레에 기고한 하루히 글과 연동시켜서 읽어봐도 좋을 듯. 아 그래도 창간호의 품위를 조금 지켜주는 의미에서, 모에의 성적 코드에 대한 이야기는 과감히 생략. 다른 지면에서 한번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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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라는 취향문화를 바라보기

김낙호(만화연구가)

모에라는 시대정신

모에는 좋든 싫든 현재 일본 대중문화 하드 유저들의 기이하다면 기이한 ‘시대정신’이다. 우선 다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모에라는 패턴은 이전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보자. 예를 들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레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한다면, 그냥 팬일 뿐. 하지만 붕대를 맨 미소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이고, 하필이면 레이가 그 결정체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면 그건 어엿한 ‘붕대소녀 모에’다. 모에하는 사람은 수많은 만화, 애니, 게임 등 장르 대중오락문화를 샅샅이 뒤져가면서, 그 중 붕대를 맨 소녀 캐릭터를 찾아내며 애착을 보인다. 그리고는 붕대소녀는 자고로 3분에 한번씩 아픔으로 얼굴을 찌푸려야 하며, 부상에도 불구하고 일어나서 활약을 벌이려다가 아픔으로 한번 넘어져 줘야 하며, 머리에 붕대를 맬 경우 머리카락 전체를 뒤덮어서는 안되고 이마와 한쪽 눈 정도까지만 덮어야 한다는 등 나름의 공식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사람들과 나누기 시작한다. 당연히 붕대소녀를 묘사한 각종 피겨와 게임, 만화책들을 긁어모은다(문화평론가 아즈마 히로키의 용어를 빌자면, ‘데이타베이스적 소비’). 80년대의 애니광들은 『오렌지로드』 마도카의 이고 민메이라는 아이돌을 숭배했지만, 2000년대의 오타쿠들은 『오네가이 티쳐』 미즈호를 보며 누님 모에를 한다는 식의 차이다. 특정한 이야기 속에 놓여진 캐릭터 전체를 하나의 동경의 대상으로 놓기보다, 그 캐릭터가 지니는 특정한 구성요소에서 쾌감을 느끼는 구조 말이다.

모에에 대해서, 사람들은 범람하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방편으로 파편화, 특성화된 선호 취향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파편화된 여러 기호의 세계 속에서 나름의 공통적 요소들을 찾아 나서서 캐릭터성의 근본적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시도이기도 하다. 즉 원형적인 요소들의 파편을 긁어모아서,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이상향을 조합하여 맞추어내는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모에라는 것이 정말로 이전 세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향유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비록 궁극의 오타쿠 ‘오타킹’을 자처하는 오카다 도시오 같은 7-80년대 만화/애니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소위 1세대 오타쿠들에게 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행위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모에 특유의 미형 캐릭터에 대한 동경은 사실 난데없이 나타난 것이 아니다. 만화편집자 출신 평론가 사사키바라 코우는 『미소녀의 현대사』라는 저서에서 아예 모에를 미소녀에 대한 애호와 동격으로 놓기까지 하는데, 무려 TV애니 『바다의 트리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마크로스』의 아이돌 스타 민메이의 ‘팬’을 자처했던 그 세대라 할지라도 민메이 성우의 앨범들을 긁어모으고, 일러스트들을 서로 교환하며, 기타 각종 상품들을 수집해오지 않았던가. 바로 이러한 점들은 사실 모에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일부 특정 매체에 주로 기반을 두고 있다는 중요한 현상과도 연결된다.

모에는 왜 만화/애니/게임 문화와 친한가

‘모에’ 행태는 실체를 획득할 수 없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면 가서 얻어내면 되는 것이지, 관련 굿즈를 사서 모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캐릭터를 사랑하더라도 동경의 대상이 되는 실체로서의 배우가 있다. 즉, 겨울연가의 모 캐릭터에게 반한 나머지, 욘사마의 팬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만화/애니/게임류의 경우, 캐릭터들은 캐릭터 자체로서만 존재한다. 실체를 얻을 수 없기에 하나의 전체로서의 상대를 동경하고 역할모델로 삼는 방식의 향유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하기야, 인기 없는 방구석 폐인들에게 있어서는 이웃집에 사는 3차원 물질계의 여성들도 이미 실체를 획득할 수 없는 먼 세상 신비의 대상이기는 매한가지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때로는 집착적일 정도의 애정을 과시하는 방법은 바로 소비와 재창조다. 관련 상품들을 소비하며, 또한 이미 주어진 캐릭터로서의 요소들을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 재결합하고 재창조해내는 방식으로 즐긴다. 이것이 곧 캐릭터 상품 시장과 동인문화로 치환되어 나타나는 셈이다.

시각적 표현방식으로서의 만화언어 역시 모에를 위한 유리한 조건이다. 실제로 카툰화법을 채용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가장 강하게 모에 취향과 연계되어 있다. 그에 비해서 소위 ‘실사판’으로는 도저히 같은 정도의 모에를 만들어내기가 힘들다. 앞서 이야기한 가상성 – 즉 캐릭터가 실체가 없는 캐릭터 자체로서만 존재한다는 요소와 함께, 만화언어는 모에 요소들을 가장 특징적으로 표현하고 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툰화법은 근본적으로 생략과 집중의 표현방식이기 때문에 압축적으로 핵심 모에요소를 나타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안테나 머리’라는 모에 요소를 실사판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무스를 2-3통 뿌린다고 할지라도 과장되고 뚜렷하게 나타내기가 대단히 힘들며, 성공하더라도 오히려 우스꽝스러워 보일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카툰화법을 채용하면 안테나 머리는 쉽게 하나의 기호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각각의 분절적 모에 요소들을 표현하기에 대단히 용이하며, 나아가 이런 요소들을 자유롭게 서로 결합하는 것 역시 간단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카툰화법이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이래로 모에적 향유가 급격하게 발달하게 된 점에는 컴퓨터 게임의 대두가 큰 역할을 했다. 사실 만화/애니 향유층을 지양분 삼아서 발달, 카툰화법으로 표현된 캐릭터들의 모험담이 일본에서는 컴퓨터 게임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것은 이미 80년대부터 이루어진 일이다. 하지만 90년대의 급격한 PC보급과 각종 비디오게임 콘솔의 반복된 자기혁신은 게임을 오타쿠 문화의 보다 강고한 축으로 자리매김시켰다. 특히 RPG와 미연시 계열 등 손가락의 반응속도보다는 내러티브적 흐름을 중시하는 장르들에 있어서, 캐릭터성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기에 이것은 자연스럽게 오타쿠 문화 전반으로 같이 융합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고정된 스토리를 따르는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게임 장르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란 바로 내러티브 구조의 느슨함 및 루트의 복합성이다. 따라서 이야기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 처해지는 캐릭터성의 조합에 더 주목을 할 수 밖에 없는 방식의 향유를 자연스럽게 강제하는 셈이다. 모에는 이러한 양식을 흡수하며 더욱 공고한 주류 향유 패턴으로 발달했다. 이렇듯 모에는 만화언어의 취향 클러스터 – 즉 만화 자체, 카툰화법을 채용한 주류 애니메이션, 카툰화법으로 이루어진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게임, 그리고 그와 연관된 피겨 등 각종 상품을 포괄하는 대중문화 향유 취향의 집합 – 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국 현실과 모에

사실, 모에는 상업적 이유 때문에 선 굵은 대형 서사물보다 캐릭터 조합극으로 주류 방향을 잡고 있는 현대 일본의 서브컬쳐 산업이기에 여기까지 주류화될 수 있었던 방식이다. 모에적 향유는 단지 재미있는 특정 작품 한 가지에 대한 낮은 수준의 몰입이 아니라, 만화언어 취향 클러스터 전반에 대한 높은 수준의 몰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신문 시사 만화를 가끔 즐겨보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정도가 아닌, 만화 자체를 좋아하는 정도는 되어야 모에적 향유를 시작할 수 있다. 모에는 근본적으로, 각종 캐릭터 공식에 대한 광범위한 흡수와 적극적 집착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소수 매니아적 취향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소수 매니아적 취향의 소유자들이(넓은 의미의 ‘오타쿠들’) 충실하고 강력한 구매력을 발휘해 주어서 주류 시장으로 부상시켰다. 그리고 그 취향이 창작자/생산자들에게도 피드백되어, 모에 취향의 시장이 공고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에도 일본의 만화/애니/게임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모에 취향을 가지고 있는 매니아 층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시장 구매력은 모에를 주류 시장으로 올려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취향으로서는 모에를 표방하지만, 소비를 통해서 그 취향시장을 발전 또는 최소한 유지시켜놓을 만한 힘이 없다는 것이다. 만화는 스캔본, 애니는 인터넷 불법공유 동영상, 게임은 복사CD를 쓰면서 취향만으로 모에를 추구하는 것은 시장의 형성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정식으로 모에적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극히 소수에 불과한 정도라면, 시장과 취향이 결합된 진짜 문화산업으로 발달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일본의 문화콘텐츠 성공담을 벤치마킹하고자 할 때, 그것이 모에 취향의 사업 모델인 경우다. 게다가 이미 영화나 TV드라마의 성공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한국의 일반적인 대중문화 향유자들은 완성된 극적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선 굵은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높으며, 실체로서의 스타 또는 현실의 직접적 반영으로서의 캐릭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모에적 향유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는 점 역시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물론 모에는 그 자체로서는 선도 악도 아니다. 이미 일본에서 나름대로 충분히 장단점을 드러낸 대중 문화패턴인 만큼, 받아들일 것은 본받고 경계할 것은 버리면 된다. 예를 들어 모에적 향유가 지니는 열정적인 요소들은 받아들이고, 지나치게 파편에 집착하여 전체 상을 경시하는 풍조는 막아내면 된다. 이 두가지 극단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지키면서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또 향유하는 문화로 나아가면 이 시대의 문화현상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고 또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혹은 그냥 평이하게, 좀 더 즐겁게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촉매 작용이라도 충분할 것이다.

 

— Copyleft 2006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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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제가 잘 못 읽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모에라는 것이 정의할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되네요. 누님연방이니 하는 이야기는 모에 이야기가 뜨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었고, 취향에 맞춘 수집벽 역시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되거든요. 더군다나 ‘모에’화에 들어있는 ‘성적’취향역시 이미 과거부터 있었던 것이구요. 모에, 라는 개념이 그냥 ‘미소녀 취향’이라는 단어와 구분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따는 생각이 듭니다;;;

  2. !@#… 기린아님/ 그래서 저도 “하지만 모에라는 것이 정말로 이전 세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향유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라고 선을 그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 보다, 그것이 주류(?) 형태로서 완성되었다고나. 원형적 패턴과 장르적 완성의 차이죠.

  3. 이전의 누님취향과 모에는 좀 다르다고 봅니다. 저는. 모에는 훨씬 뭐랄까 ‘국부적인 요소’에 대한 집착인 듯. 파츠별로 즐긴다고 할까. 그리고 현재의 중심적인 흐름은…작품이 곧 모에를 감상하는 단위에 불과해지는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모에라는 명칭이 이전과 차별성을 가진다는 생각. 작품이 명백하게 모에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에라는 말이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국부적으로 즐기는 취향 자체는 이전과 별 다를 바가 없겠죠.

  4. 음.. 혹은 캐릭터는 모에의 매개라든가. 저도 건담 G 제너레이션을 하면서 누님 군단을 만들려고 애쓴 적이 많습니다만 ^^, 그래도 그 여성 캐릭터 자체의 역사와 총체성을 중요시하지 않았습니까. 현재는 꽤 선후가 바뀌고 있고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캐릭터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작품의 선호를 결정하고 있다고 할까요.

    – 다른 이야기로 한국만화가 일본만화보다 인기가 없는 건 퀄리티가 떨어져서라기 보다 이러한 모에적 요소가 현재 한국 작가들에게 (세대적 이유로) 부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5. !@#… 깜악귀/ 내 말은, 국부적인 요소를 페티시즘적으로 즐기던 흐름이 옛날(…)이라고 해서 없었던 건 아니라는 거지. 다만 작품 단위, 캐릭터 단위로 즐기는 것이 주류였고, 파편화된 페티쉬는 마이너한 원형으로 존재했던 것. 그것이 90년대 후반 이후로는 완전히 하나의 장르화된 주류 패턴으로 완성되었고. 물론 사실 일본에서도 지금도 여전히 결국 ‘국민적 규모의 대형 히트’를 기록하는 작품들은 모에 요소에 집착하기보다는 제대로 된 ‘이야기’와 ‘캐릭터’를 가진 것들. 배가본드든 노다메든 나나든 심지어 헌터헌터든.

  6. 글세. 제가 반론을 단 건 아닌데요. 결국에는 같은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모에라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데 동의하거든요. 다만 시스템화가 되고 있고, 그에 따라서 작품과 캐릭터의 위상과 독법이 꽤 변화했다는 거지. 보면 몇 년 전부터 일본만화는 캐릭터 설정을 가지고 시나리오는 구색으로 맞춰낸다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물론 이전에도 이런 사람들은 있었지만, 지금은 이것이 만화를 만드는 중요한 공학으로 아예 정착이 되어버렸다는 점이 중요한 듯. 그러니까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본래 ‘변화’라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등장해서 일어난다기 보다 기존의 것이 단지 색다른 양상으로 출현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고. 모에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물론 아니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크게 변화한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모에 요소라고는 참으로 없는 드래곤볼이 만일 지금의 만화로 나온다면 과연 인기를 얻을 것인가… 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거든요.

    물론 헬로우 블랙잭 같은 것이 아직 대박이라지만.. ‘정말 대박’을 치려면 만화에 대한 하위취향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모조리 포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케이스는 오히려 하위에서 주류로 향해가는 취향의 변화를 살피는데 적당하지 않을 겁니다. 다른 케이스로, 헌터헌터는 모에요소가 없지 않다고 봅니다. 나나도. 캐릭터를 파츠별로 분해하는 사고방식이 분명 있지 않은가요. 본격까지는 아니지만.

    또 다른 의문점 하나가 있다면, 전 지금의 ‘모에’가 ‘페티쉬’적인 측면에서 해석되는 것은 이해를 못하는 편입니다. 이전에도 메이드 페티쉬는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메이드 모에는 과연 메이드 페티쉬와 같은 것인가요? 그 두 개가 섞여 있는 측면도 있지만 저는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합니다. ‘파츠단위로부터 애정이 시작된다’라는 정도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혹은 ‘파츠단위에서 총체성을 연상한다’라는 것과 페티쉬라는 말이 과연 같은 것인가 하는 점이지요. 고흐의 구두는 구두이지만 모에에서 구두는 전체의 파츠라는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인데….

    그러고보니 제가 모에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으면 가르쳐주시면 감사.

  7. !@#… 깜악귀/ 페티쉬는 모에의 한층 상위의 개념. 성적 페티쉬는 사물, 신체의 일부분 또는 특정 세부 취향에 대해서 애정을 느끼는 ‘현상’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포괄적 개념이니까. 그 현상의 이유(예를 들어 어떤 특정한 총체를 연상하기 위함이라든지)나 양상(캐릭터 양식에 대한 극심한 소비 패턴으로 간다든지)에 대해서 특별히 제한을 두는 것은 아니지. 물론 대중문화에서 페티쉬라고 부를 때 워낙 BDSM으로만 이미지를 고착시켜서 이런 본래의 개념은 잊어버리기 쉽지만…;;; 아마도 나중에 자세한 이야기를 쓸 일이 있을 것. 아 그리고 트랙백은 UTF-8로 보내줘. -_-;

  8. 아니 이런 진귀한일이..

    캡콜드님이 바다의 트리톤을.국내방영 마린보이라고 하시다니..

    둘다 다른 만화영화이고 각각 국내방영되었잖아용.

  9. !@#… nomodem님/ 으헉! 이런 황당한 오류를!!! 말씀 듣고 나서야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렇죠, 마린보이는 MBC, 트리톤은 TBC(나중에 KBS 재방). 마린보이는 오렌지색 스판을 입은 녀석, 트리톤은 흰옷 망또 청년. 어째서 이 둘이 그리 자주 헷갈리는지 모르겠습니다아아아… (수정 들어갔습니다만, 백도씨에는 오류가 그대로 찍혀서 나왔으니 이 또한 일생의 불찰)

  10. 페티쉬는 (직접적인 성적 자극과는 무관한) 특정 국부에 대해서 성적 흥분을 느끼는 – 것이 본래의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상당히 넓은 의미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캐릭터에 대한 전반적인 애정과 성적 흥분과는 다른 거라고 봐요. 페티쉬는 성도착이라는 의미로 쓰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포괄적으로 쓰면 갖다붙일 수 없는 곳이 없게 되죠.

  11. 여성의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건 과연 성도착? 페티쉬? 이것도 아니죠.

  12. !@#… 깜악귀/ 프로이트가 성적 페티쉬를 정의할 때, 단순히 거시기가 서는 것을 지칭한 것은 아니잖아? 오히려 성적 도착을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게다가 문화연구에서 페티쉬가 ‘물신숭배’ 라는 개념으로 지극히 일반적으로 쓰이는 등, 페티쉬를 프로이트적인 성적 페티쉬로만 제한해서 사용할 이유도 없고.

  13. 아 뭐 이런 건 중요한 것도 아닌데, 형의 덧말에서 페티쉬라는 말이 섞여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마 심리학이나 정신분석 관련에서 페티쉬를 성욕이라는 제한을 넘어서 그렇게 광범위하게 서술한 건 하나도 없을 거예요. 형이 말하는 것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성욕에서 비로소 기반한다 – 라는 환원론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누님 모에가 누님 페티쉬? 여성의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것도 페티쉬? 그러면 페티쉬는 ‘이성에 대한 모든 취향’의 상위개념이게요? ‘붕대머리 소녀’ 모에는 ‘붕대’에 대한 페티쉬랑은 명백하게 다르다고 봅니다. 붕대를 가지고 자위를 하는 게 아니니까. 페티쉬가 모에와 무관한 건 아니라고 해도 되도록 페티쉬라는 말은 안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의 모에는 성적이거나 이성(異性) 캐릭터 선호를 만화적 약호를 즐기는 일련의 현상으로 보는 것이 더 옳다고 봐요.

  14. 물신숭배와 모에가 또 관련이 있느냐… ; 그것도 연관시키려면 거창하게야 연관시킬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래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커요.

  15. 에컨데 ‘누님’은 물건이거나 ‘국부’가 아닙니다. 하지만 누님 페티쉬라는 것이 성립하냔 말입니다. 누님 물신숭배라거나.

  16. 아니 위에 건 취소. 성립할 수도 있겠군. 여기는 덧말 삭제가 되질 않음.

  17. !@#… 심리학이나 전신분석 관련에서 페티쉬를 성욕이라는 제한을 넘어서 서술한 것이라… 프로이트 하나만 해도 성욕 자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의되어있는지 한번 다시 찾아보기를. 그리고 모에가 기본적으로 ‘물건으로 소비’하는 것에 깊게 의존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본문에 이미 언급했으니 패스 (이건 맑스가 이야기한 페티쉬 쪽에 가깝지만). 그리고 누님 모에 = 누님 페티쉬냐는 식의 억지 반론은 좀 그렇다.

  18. 왜 억지 반론이지? 상위개념이라면 하위를 포괄해야지. 프로이드의 리비도 식으로 성욕을 정의하는 것을 모에로 치환하는 게 더 억지로 보인다구. 그러면 성욕 아닌 것이 없지. 그렇기 때문에 모에는 성욕이다? 이를테면 모에는 ‘절편음란증’의 하위이다? –; ‘물건으로 소비’하기 때문에 ‘물신숭배’의 연장선에 있다?

    – 형의 성욕 개념이 프로이드 식이라면 페티쉬의 하위 개념인 모에는 “어머니에게 남근이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부인하게 되고 결국 실제 성기 보다는 남근의 부재를 인지했던 시점에 각인된 신체일부 혹은 착용물에 대한 대리집착이 발생”했겠네? 이게 페티쉬에 대한 프로이드의 관점이었으니까.

  19. 페티쉬가 모에의 상의개념일는 것은 이성에 대한 선호가 리비도의 하위 개념이라는 식의, 허무한 정의라고 봐. 필연성도 없고 이유도 없다고.

  20. !@#… 페티쉬의 원래 의미는 물에 초월적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에 대한 숭배고, 그것을 후대에 사회학적으로는 맑스가 자본주의의 물신숭배로 그 개념을 이용하고 프로이트는 리비도에 의한 원초적 욕구의 표현 형태 가운데 하나로 사용한 것. 문화연구에서 사용하는 것은 라캉 이후 두 가지를 결합시켜서 쓰고 있고. 또한 서구 대중문화 일반에서는 BDSM과 동격으로 쓰이기도 하지. 내가 앞서 억지반론이라 한 것은, 그 위의 발언이 마치 “인간은 동물이다” “아니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따위와 같단 말이냐” 같은 식의 개념 수준 혼동이기 때문.

  21. 그것과는 다르지; 인간은 동물이라서 어쩌구로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 것도 허무하긴 마찬가지지만, 내 말은 아까부터, 모에는 페티쉬의 하위개념이 아니라는 것임. 내 생각에는 모에는 물신숭배(아 이 말 참 쓰기 싫다)와도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이고. 그런데 형이 사용하는 바대로라면 페티쉬와 물신숭배를 벗어나는 취향은 하나도 없으므로 모에 역시 그 하위가 되겠지. 그래서 무용하다는 것.

  22. 그리고 모에를 마르크스적인 ‘물화’ 개념과 프로이드적인 ‘만유성욕’ 개념과, 또한 물에 초월적 힘이 깃들어 있는 것에 대한 숭배와 연관시켜서 – 뭐 어쩐다는 말인가. 저런 개념들이 오새 와서 다 쓰이지 않게 된 것은 그야말로 너무나도 광범위해서 의미가 없기 때문이지.

  23. 여전히 납득 안 가지만 형이 한 페티쉬니 물신숭배니 하는 것의 정의가 다 맞다고 치자고. 여기에서 뭐 학술서를 뒤적이면서 논쟁해야 할 여력도 이유도 없잖나.

    그런데 그 용어들은 모에의 작동방식을 거의 전혀 설명해주지 않아. 이것이 내가 그 용어들을 거슬련하는 결정적인 이유. 그쯤 되면 연관시키지 않는 것이 낫지. 어차피 형의 글에서 페티쉬라는 게 중심적으로 나오지도 않는데 그 용어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24. 이거야 원.. 여긴 왜 글을 수정할 수가 없군. 난삽한 부분은 알아서 읽어주길.

  25. !@#… 용어가 설명을 안해주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설명해 낼 수 있도록 개념들을 제대로 활용해내지 못하기 때문 (말장난이 아님). “모에는 페티쉬, QED”라고 대충 박아넣고 자위하는 사이비 문화평론가들에게 짜증내고 싶은 거라면 기꺼이 동참하겠지만, 개념의 적용 방식을 혼동한 나머지 무익한 것으로 돌리고 폐기할 이유는 없으니까.

    !@#… 글 수정은 작성 후 30분 이내까지 같은 IP에서 수정 가능, 즉 오타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도록 열려있음. 하지만 관리자가 개입하지 않는 한 코멘트도 영구한 기록으로 남도록 되어있는 가장 원형적인 블로그 형태를 유지중.

  26. 으아..글 많다. 전 무슨 스팸처리 필터가 망가진줄 알았음.

    다른건 몰라도 대중문화속의 유행어 진단에 대한 것은 어느정도 가변성과 회수도하 현상을 인정해줘야하지 않나요?

    결국 야오이가 초기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남성동성애문화물로 정립되었듯이용..

  27. !@#… 그렇기에, “100% ~이다, 100% ~가 아니다”라는 식의 섣부른 만능적용이나 개념폐기가 아니라, “어떤 측면을 무엇으로 살펴볼 수 있으며 또 다른 측면은 기존의 어떤 것과 유사하면서도 또 다른 어떤 요소들이 있는가”를 매번 재단해내는 것이 문화읽기의 프로들이 해줘야 할 몫이죠. 개념의 유래와 의미를 제대로 규정하고 수위를 조율하며, 정의를 내리고 한계를 밝혀가면서 근본적으로 실용적인 결론을 파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28. 그렇죠.

    그저 진화론지지적인 입장에서 제네레이션을 구분하고 그 제네레이션의 구분이 왜 생겼는지 각 주변문화들의 친척관계만 살펴줘도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 유행어를 진단함으로서 한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는 결과를 도출해낼수 있겠죠.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건, 모에의 진화는 현재 거의 끝난 상태일까요?

  29. !@#… 선 하나 그어놓은 것만 보고도 사람들이 마구 열광할때까지 진화(퇴화)는 계속될지도 모릅니다. 나름대로 참선의 경지?

  30. 이런거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ㅋㅋㅋ흐 ㅋㅋㅋㅋ취향차이지 한마디로 ㅋㅋ탁상공론이 웃길 뿐ㅋㅋ

  31. !@#… 잉여들님/ ‘취향 차이’하고는 그다지 관계 없는 이야기니, 만약 한국어에 특별한 이해력 장애가 없다면 본문을 다시 읽어보시길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