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시대, 나쁜 아이디어가 안 멸종하고 영향력을 키웠다는 천관율 기자님의 흥미로운 화두를 보고, 약간 논의의 바통을 이어본다. 본격 글로 다듬기는 귀찮으니, 생각 드는 대로 그냥 거칠게 남기는 메모. 제목도 너무 대충 붙였다.
!@#… 우선 ‘나쁜/좋은 아이디어’ 같은, 실제 구분지으려면 책 몇 권 필요한 범주는 건너뛰자. 그리고 아이디어라는 추상적 개념을 주어로 놓기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보면 좀 더 정리하기가 편리하다.
[1] 누군가가 어떤 아이디어를 지속하기 위한 요인으로 내가 생각하는 가설은(즉 개념적으로는 논리가 있으나 경험연구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이렇다. 당연히 3가지가 서로를 상호 강화.
a1- 자기 확신. (개인)
b1- 인그룹(in-group) 성원들의 인정. (사회성)
c1- 외부(e.g. 아웃그룹, 과학)의 유리한 평가. (진실성)
[2] 그럼 그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버리는가.
a2- 확신 상실. (예: 인생사 쇼크)
b2- 인그룹의 구박.
c2- 외부평가에서 반증을 내림.
[3] 그런데 버릴만 한 아이디어라도 안 버리는 것은 어째서인가. 위에 꼽은 요인들이 모두 지극히 주관적이고 유동적이며, 한번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가급적 유지시키고자 노력하니까. 인지과정에서도, 변화라는건 에너지가 닳는다.
a3- 자기확신을 키우기 위한 인지 기제 발휘. (예: 정신승리)
b3- 인그룹으로 인지하는 범주의 유동성, 그룹의 중층성. 즉 구박을 피해 새 인그룹 또는 서브인그룹을 생성.
c3- 인그룹의 반대 편인만큼 외부그룹도 유동적. 또한 증명에 대한 전문지식 스키마, 비판 수용에 관한 훈련 수준의 차이 존재.(“안들려요 안들려”)
!@#… 이 상태에서, 미디어의 역할인 기록과 소통이 디지털이라는 압도적 기록성, 그리고 인터넷 등 압도적 소통망을 조우했다.
[] 2를 강화시키는(즉 아이디어를 버리는) 기제:
A1- 존잘님들이 너무 많음.
B1- 인그룹이 더 열심히, 기록 남겨가며 구박하는게 가능.
C1- 동의하지 않는 넓은 아웃그룹이 평가 참여 가능(논의가 인그룹 안에서 묶이지 않음). 많은 반증 기록들.
[] 3을 강화시키는(즉 아이디어를 강화하는) 기제:
A2- 자기확신강화 활동이 용이. (예: 블로그)
B2- 인그룹의 확장/재구성. “나는 혼자가 아니었어”
C2- 지지 근거의 증가. 100개 중 1개에서 1000개 중 5개로 변한다한들, 1개에서 5개로 늘어난 것이다. 종종 자기확신편향으로 필터링.
두 방향 모두 말이 되기 때문에, 숙의 과정이나 의견 양극화 같은 것에 대해서 특정 국면의 특정 매체로 연구를 하면 종종 함의가 엇갈리는 듯 보이곤 한다(선스틴, 하인드먼에서 햄튼까지). 하지만 실상, 그만큼 원래 개별 조건들에 달려있다는 것일 뿐이다. 즉 인터넷 전과 후 같은 거대한 구분으로 퉁치면 견적이 안 나오고, 특정 이용맥락에 한정해서 세부 조건들을 찾는게 과제. 어떻게 하면 곤란한 아이디어의(여기서는 꽤 기계적으로, ‘거짓정보 또는 사회에 역기능적인 사고’라고 정의해두자) 사회적 확산은(혼자 머리 속에 품는건, 자유다) 3을 피해 2를 시키고, 바람직한 아이디어는 1을 시킬 것인가. “인터넷의 힘으로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연결” 그런 두루뭉술 떠다니는 수위보다는 좀 더 땅바닥에 가깝게.
지향해야 할 방향은, 버릴만한 아이디어를 버릴만하다고 쉽게 인식시키는 것 + 더 나은 아이디어로 스위치하고 손쉽게 함께 참여할 방법들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정도일 것 같다. 잘 검증된 지식을 여러 행위자 층위에서 원활하게 연결짓는 지식정보 유통, 아이디어의 생성과 축적 과정에 대한 합리적 원칙과 다양한 개입통로, 사회생활의 현실적 구체성을 지닌 의제화 등을 체계적 서비스들의 형태로 구축하는 것(관련 이야기는 예전에 주창한 진보지식생태계 컨셉 참조). 그 방향성을 구현하기 위한 것은 개별 사안 속성마다 적합한 좀 더 절묘한 매체서비스기술들의 구상과 개발. 그리고 직업적 정보유통자들의 분발이다. …믿기 힘들지 몰라도, 언론의 역할이 여전히 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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