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도 한겨레 섹션메인이나 전체메인에 올라오지 않은, 마이너 필자의 마이너한 칼럼은 계속된다. 이번에도 막 친절한 정부 응원모드(아닌가?). 본문에 친절하게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2.0 수사법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은 각종 ‘포스트-‘ 사조든 ‘새정치’ 간판이든 여러가지로 대입이 가능하다. 게재본은 여기로. 보다시피, 12.61RC 같은 소소한(혹은 회심의) 개그가 매니악하다고 편집당해버렸다는 비극이 전설처럼 전해지곤 한다.
정부3.0을 좀 보고 싶다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지난 수년간 은근히 널리 유행한 조어법 가운데 하나는, 뒤에 숫자를 붙여서 혁신의 이미지를 과시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뿌려졌고 1주년 기념으로 요즘 새삼 다시 주목을 받는 ‘정부3.0’이 좋은 예다. “일방향 소통의 정부 1.0을 넘어, 쌍방향 소통의 정부 2.0을 구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행복을 지향하는 정부 3.0 시대”라는 표어로, 듣고 있자면 선진적 세상을 박수로 맞이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조어법은 마치 소프트웨어의 새 버전 같은 체계적 느낌을 주기에 크게 히트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채용되었는데, 흔히 알려져 있듯 컴퓨터 교과서 시리즈로 유명한 오라일리 미디어에서 웹2.0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뿌리면서 시작되었다. 웹2.0은 참여와 협력으로 가득하며, 개별 사이트와 웹페이지 너머 역동적으로 서로 연동되는 구성요소들이 강조된 웹 환경을 새롭고 매력적인 것으로 포장하고자 도입된 말이다. 위키백과의 협업 구조부터 블로그 연결의 대안미디어 효과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멋진 신세계를 호소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에서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gov2.0’ 프로젝트의 경우는 웹 2.0의 비유를 고스란히 들고 왔다. 전폭적 공공 자료 온라인 공개와 각종 정부 사이트에 오픈 소스 플랫폼을 채용하여 정부, 시민, 산업계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보 교류와 정책 관련 협업을 수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2.0이라는 틀은 두 가지 문제를 가져온다. 하나는 과거 상황을1.0이라고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익숙해질 무렵 3.0을 고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전과 뚜렷하게 달라졌다고 우겨야 하고, 또한 별반 달라질 것 없고 합의된 바 없어도 다시 달라진 무언가를 내세워야 한다. 당장 웹3.0이라는 표현도 생긴지 꽤 오래 되었는데, 의미 인식형 웹을 지칭하는지, 한층 보편화된 분산 처리를 말하는지, 컴퓨터를 너머 모든 기기가 맞물리는 속칭 ‘사물의 인터넷’을 말하는지 딱히 합의점이 없이 표류하고 있다. 결국 필연적으로, 아직 2.0도 충족하지 못했는데 오로지 차별화로 장사하기 위해 3.0을 내세운다는 비판을 받게 되어있다. 비유하자면, ‘원조 할매집’이라고 쓰여진 간판은 어떻게든 넘어가지만 ‘진짜 원조 할매집’ 간판을 보면 결국 혀를 차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3.0 개념은 처음부터 함정 속에서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화려한 간판 뒤에 별 새로울 것이 없다면 한심스럽기는 할지언정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다. 현 정권이 내세우는 정부3.0 개념에 담겨 있는 내용이 부처간 칸막이 내리기든 대민 서비스 강화든 그저 원래 정부가 했어야 하는 것들의 동어반복이라는 지적은 이미 수도 없이 이뤄졌다. 현 여당의 전임 정권이 정부2.0을 표방하고도 정보공개와 소통의 협치 측면에서 딱히 개선이 없었으며 그런 부분을 뭉개고 다시 새 버전을 논하는 것의 허망함에 대한 비판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지당한 발전방향들을 이번에는 정말 수행해내기 위한 기획이라면 정부3.0을 자처하든 정부12.61RC를 자처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우는, 간판만 부여잡고 그냥 수행을 안 하는 것이다. 간판만 부여잡고는 정작 관련 입법이든 조직 개편이든 재원 확보든 세부 실험이든 대체로 방치하는 것 말이다. 이름이 뭐가 되었든, 표어 너머 실제 내용을 이제는 제발 좀 해보시라고 응원이라도 보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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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칼럼 [2030 잠금해제] 필진 로테이션. 개인적으로는, 굵은 함의를 지녔되 망각되기 쉬운 사안을 살짝 발랄하게(…뭐 이왕 이런 코너로 배치받았으니) 다시 담론판에 꺼내놓는 방식을 추구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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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댓글을 다네요. 제목대로 한겨레 메인에 안 올라오다 보니(핫핫) 뒤늦게 이 칼럼이 한겨레에 실린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왜 우리부 기사브리핑에도 포함이 안된건지… (저는 안행부에서 정부3.0 기획담당부서에 있습니다)
설마 여기에 올린 댓글까지 검색되랴 싶어서 걍 사실대로 좀 말씀드리자면…
3.0의 탄생에는 쓰신대로 차별화라는 요소가 엄청나게 크게 작용했죠. (사실 발표 전날까지 2.0이었다능…)
마케팅적인 부분을 넘어서, 큰 틀에서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건 맞습니다.
오바마도 Open government Initiative를 하고 있는 터이고 세계적으로 이 방향으로 가는게 맞는 거죠.
문제는 이 공개와 개방이라는 방향성이 과연 어느 선까지 적용되느냐, 그리고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로 나타날 “진정성”의 문제이죠.
벌써 아젠다에서 밀리기 시작하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홍보꺼리가 안되니까요.
규제완화라는 쓰나미가 쓸어가버린 건 반대편에 있는 경제민주화만은 아닙니다. 정부3.0도 마찬가지예요.
phlip님/ “밀리기 시작하는 징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를 볼드처리해놓고 싶군요;; 저는 공개-개방이 규제완화 같은 것에 있어서도 (통치자의 적선에 의지하는게 아니라 나머지 세상이 지속적인 파악과 압력을 가할 근거자료를 준다는 면에서) 매우 핵심적인 도구가 된다 보기에 더더욱 중요하다 여기는데, 홍보거리라는 눈앞의 목표가 참 야속할 따름입니다. // 한겨레가 제 글들을 뭔가 계륵스럽게 여기는 눈치가 좀 있죠. 뭐 논지가 늘 묘하고, 2030이라는 코너 컨셉은 애초부터 무시하고, 그렇다고 저명 필자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