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를 바로잡아보자 [한겨레 칼럼 140105]

!@#… 이번에는 특별히 친절모드를 발휘했건만, 늘 그렇듯 한겨레 사이트나 섹션의 대문에 링크 걸리지도 않고 뭐 널리 읽히지 않았다. 게재본은 여기.

 

유언비어를 바로잡아보자

김낙호(미디어연구가)

연말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져 나가는 유언비어를 바로잡지 않으면 개혁의 근본 취지는 어디로 가버리고 국민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새해를 앞두고 이렇게 대놓고 옳은 이야기를 하시니, 적잖이 희망이 부풀어오른다. 그럼 연초의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정부를 돕고자, 사회 담론에 해악이 많은 그 유언비어라는 것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방법을 궁리해보자.

유언비어는 다른 말로 뜬소문이라고 하는데, 애초에 소문이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여러 학문적 해석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실용적 접근은 로스노와 디폰조 등의 학자들이 탐구해온 내용인데, 소문은 특정한 사회적 인지과정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불안은 높고, 전반적 불확실성이 만연하고, 신뢰는 낮고, 그런데 사안 자체의 중요성은 높아 보일 때, 사람들이 집합적으로 나름대로 그럴싸하다고 믿는 설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그 중 불안이나 불확실성은 세상이 큰 추세로 그렇게 가고 있으니 바로 손 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안의 중요성은 사안 자체에 달려있으니,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신뢰 부분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초점이 필요하다. 첫째는 권력자들이 자기 권력을 위해 나를 세뇌시킨다는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정직성을 호소하는 것이다. 둘째는 숨기거나 왜곡한 것이 없다는 인식을 주는, 풍부하고 정확한 자료의 상시 제공이다. 셋째는 모든 결정은 정당한 판단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숙의의 과시다.

정직성을 호소하는 첫걸음은 매우 간단하다. 대통령이 입으신 옷의 흰색이 백의민족을 표현했다는 패션뉴스를 공영방송에서 접하며 시민들이 한심해하지 않도록, 공영언론사 및 공공 지분이 큰 언론사들의 정치적 독립을 이루는 것이다. 사실상 왕당파에 가까운 여당과 청와대가 절대적 인사권을 휘두르는 현행 거버넌스 방식부터 뜯어고치면 좋다.

자료 상시 제공 또한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정부 및 정부가 입김을 발휘하는 조직 경영진의 입장은 항상 뚜렷한 공개 자료에 기반하여 이뤄지도록 조율하고, 무엇보다 그에 대하여 반대하는 측이 자료에 기반해서 반박하면 다시금 확실한 자료로 재반박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철도 자회사를 설립하여 경쟁시키는 것이 공공성만 약화시킬 뿐이라는 구체적 반박에 대해, 그저 경쟁은 경영개선에 좋은 것이라는 논점일탈 원론 이상의 자료에 기반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

숙의 과정은 더욱 필요한 바가 뚜렷하다. 우선 국무회의 같은 닫힌 자리에서의 명령이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쌍방형 대화를 하는 것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대형 게시판 커뮤니티 레딧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AMA)’ 라는 실시간 덧글 문답 이벤트를 했던 수준을 갑자기 따라가는 것은 물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문답형 기자 회견, 실황 중계되는 각계 전문가들과의 열린 토론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물론 이런 모든 것보다도 숙의가 있다는 신뢰를 보내주는 결정적인 신호는, 바로 사회적 소통에 의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강행부터 하는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절차적 원칙의 고수다. 게다가 원칙이라니, 현 정부가 딱 좋아하는 키워드 아닌가.

훨씬 더 많은 조치들이 가능하겠지만, 이 정도만 해줘도 유언비어라는 크나큰 사회악이 유의미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마도 여러 유언비어 가운데, 정부가 나서서 뿌리는 유언비어가 가장 먼저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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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칼럼 [2030 잠금해제] 필진 로테이션. 개인적으로는, 굵은 함의를 지녔되 망각되기 쉬운 사안을 살짝 발랄하게(…뭐 이왕 이런 코너로 배치받았으니) 다시 담론판에 꺼내놓는 방식을 추구하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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