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우병 열기의 와중에 골수 과학의 입장에서 빠 현상들을 배척함으로써 팬층을 잃고 계신(핫핫핫) 모기불통신에서 언급되었듯, 최근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겸 2MB 탄핵 집회(…)의 10대 참여율이 높은 것에 대해서 어떤 분들은 민주주의의 씨앗이라 부르며 감격하고 있는 듯 하다. 음… 뭐랄까…
왠지 2002년 월드컵 응원열기를 보면서 카니발이니 민주적 해방구니 월드컵 세대니 설레발쳤던 (그리고 열기가 사그러들자마자 버로우했던) 모습들이 떠올라서 애매한 느낌이 든다. 과장된 신념에 바탕해서 과장된 분노를 했다가, 나중에 현실에 직면할 때의 뻘쭘함과 그간의 민폐는 어떻게 하라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들의 분노와 열기가 아무것도 아닌 말짱 구라인가 하면 그것도 또 아니다. 분명히 자신들의 삶에 닥친 사회적 위기에 대해서 분노하고 자신들에게 집단적으로 가능한 행동에 나선다는 것은 중요한 행보니까. 확실히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어떤 요소가 그 안에 들어있다.
!@#… 하지만 역시 씨앗 운운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씨앗이라는 것은 싹이 나오느냐 나오지 않느냐의 차이지, 기본적으로 그 안에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 민주주의의 모든 것이 그 속에 압축되어 있으니 더욱 크게 발현되기만 하면 된다는 순진무구한 낙천성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럴리가 있나. 과장된 근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것, 근거를 건너뛰는 것은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기제가 막혀있는 것이다. 오류수정의 브레이크가 없는 열정은 삽시간에 극단화된다(예를 들어 대운하를 파겠다든지, 검역규제를 버린 식품 수입이라든지). 민주주의에 독이 되는 요소들임은 따로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 모습들은 민주주의의 씨앗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예 관계없지도 않다. 바로, 민주주의의 ‘재료’다. 재료는 배합 방식에 따라서, 요리 방법에 따라서 전혀 엉뚱한 결과물로 나올 수도 있다. 재료는 사용법에 따라서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소위 국민드라마 ‘대장금’이 남긴 최강의 교훈…인데, 어째서인지 많은 이들은 이영애 얼굴만 기억하더라). 사회적 제도가 그 속을 살아가는 개인의 목숨에 미치는 영향, 그것에 집단적 참여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확신, 무엇보다 그 과정에 대한 관심 같은 요소들을 최대한 살리고, 닥치고 동원이나 아무거나 가져다붙이는 습성(“독도는 우리땅”같은)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버려내야 비로소 민주주의라는 요리의 밑바탕이 생긴다. 게다가, 다른 필요한 재료들도 너무너무 많다. 사람들, 특히 10대들이 잔뜩 거리로 나왔다고 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 아니라, 이 엄청난 재료를 어떻게 요리해야할지 치열하게 전략적으로 궁리해야 마땅한데 무슨 놈의 씨앗 운운인가. 하기야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눈물을 흘리지 않고 그나마 ‘씨앗’으로 표현한 것만 해도 나름대로 신중하려는 노력같기는 하지만.
!@#… 여튼 결론은 버킹검. 민주주의는 종종 사회적 분노를 필요로 하지만, 사회적 분노가 민주주의가 되어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개념함양이라는 역할을 맡은 개념인들의 임무가 더욱 커지는 것이며, 설득력있게 그 에너지를 민주주의의 방향으로 유도할 담론전략들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지나친 오버는 가지치기도 해가면서.
PS. 한 때 “모든 것은 노무현 탓”이라던 이야기처럼, 현재는 “모든 것은 이명박의 공약”이라는 컨셉으로 굳은 듯. 뭐 안좋은 일만 있으면 다 그게 사실은 이명박의 공약이었다는 식으로 가더라는…;;; 하기야 그 팀이 공약도 많고 인수위에서도 192제를 내세우고 비전에 뻘스러움이 많이 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 것과 안 한것은 구분합시다. 팩트는 소중한 것!
(5.8.추가) PS2. 여튼 지금 당장 해야할 일: 과장된 광우병공포에 올인이라는 벼랑행 열차에서, 무능무책임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는 해피한 특급열차로 바꿔타야만 한다. 지금같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 국회가 나름대로 상황에 대처하겠답시고 알아서 언로차단 시도, 사기성 약속, 거짓 해명들을 거듭하며 바닥까지 자폭하고 있는 타이밍이 방향을 틀 최적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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