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대한 가치판단의 순간

!@#… 만약 광우병 정국 당시 분노를 터트린 많은 이들이, 그들이 그 당시 쏟았던 에너지의 딱 절반 만이라도 이번에 한나라당이 관철시키고자 애를 쓰는 표현의 자유 억압(방송 공영성 저해, 온라인상의 무차별 민증 까기, 상시적 감청, 집회의 자유 침해 외 다수)에 대해서 폭발시켜준다면 나는 기꺼이 한국 민주주의의 앞날은 밝다고 평가하겠다. 광우병은 목숨에 대한 막연한 공포인만큼 그저 본능적으로 몸부림칠 수도 있었지만, 이번 표현의 자유 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소통 경로를 지켜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MBC를 사랑할 필요 없다. 한나라당의 모든 법안에 일일이 반대해야할 필요도 없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미움이 쌓여 민주당을 싫어해도 무방하다. 문제가 되는 그 법안들을 세트로 끼워서, 어떤 정상적인 의견수렴도 없이 오로지 힘으로 자신들만의 의지에 따라서 모조리 통과시키려는 것이 독재의 첫걸음이라는 것만 납득하면 된다.

!@#… 과연 여러분은 정말로 민주주의를 가치있게 생각하는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위한 기본조건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삽 한 자루 쥐어주면 적당히 팽개쳐도 상관없는 그냥 폼나는 장식물 정도로 생각하는가.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의 광우병이 더 무서운가, 아니면 확실한 민주주의의 죽음이 더 무서운가. 가치판단을 내릴 때다.

!@#… 뭐 눈치챌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앞에서는 직권상정을 뒤로 미룬다느니 대화를 한다느니 해놓고 다음날에 낼롬 국회 농성현장에 경찰력을 투입해서 강제해산을 시도한 무척 미개한 사건 발생에 즈음한 포스팅. 당연한 이야기지만 펌질 대환영.

“표현의 자유가 눈내리는 동네” 캠페인(클릭) / 민변의 한나라당 악법세트 간단문답(클릭)

(추가) PS. 혹시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너무 거창하고 관념적이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용어를 바뀌도 무방하다:

“닥치지 않을 자유”.

Copyleft 2009 by capcold. 이동/수정/영리 자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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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houghts on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판단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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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미국소 협상때 분노를 터트렸던 사람들에게 “MB악법이 만들어지면 광우병 얘기를 못하게 된다”라고 말하는건, 타이밍이 늦은 멘트일까요

  2. 아무래도 표현의 자유는 생존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좌빨스러운 개념이라고 인식되나 봅니다; (경기가 나빠서 정신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있겠지만…) 내지는 소위 최진실법(…) 찬성여론에서 보였듯이 국가보안…아니 사회악인 악플방지 자살방지를 위해서는 (사실 모처럼 [자살의 이해]가 번역된만큼 악플→자살이라는 초단순 비논리적 논리전개부터 개선되었으면 했지만;) 사생활 침해형 반테러법…아니 사이버 모욕죄 정도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는 건지도. 인터넷 이전부터 이미 국가보안이니 사회안정이니 하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 표현의 자유 제한도 성장시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국민이 아닙니까. 아무리 성인인증이라지만 개나 소나 툭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생활 속의 절차에 둔감해진 것부터 그 점을 시사해주고 있죠. 휴우우우우T_T 이래서 요즘 술이 땡기는 모양OTL

  3. 새해 벽두부터 아주 가관입니다.

    2009년도 얼마나 스펙타클한 일들이 벌어질지… ㅡㅡ;

  4. !@#…언럭키즈님/ 다소 타이밍이 늦긴 하군요. 저는 인류의 기억력, 특히 대중이라는 집단이 되었을 때의 사회적 기억력 수준을 무척 폄하합니다.

    시바우치님/ 나잇살만(20년 이상) 좀 채웠다고 공짜로 투표권까지 부여받은 저능 마조히스트돼지들이 너무 많죠. 날 더 억압사육해줘! 더 세게거칠게! 하악하악

    JNine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믹시의 경우 어차피 와서 읽는 독자들과 거의 겹치는 듯, 새 독자 유입이 별로 안 생기더라구요. 역시 캡콜닷넷을 평소에 접해보지 않는 이들과 만나는 방법은 포털에 링크를 뿌리는 방법밖에 없는것인지;;; OTL

    ZZiRACi님/ 스펙타클한 일이 많이 벌어지겠지만,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겠죠. 표현의 자유를 개인 레벨부터 지상파 방송까지, 온 오프라인 포괄하여 억압하는 조치들이 종합선물세트로 쏟아지니.

    미고자라드님/ 옙, 자기 문제 맞죠. 그걸 왜 굳이 이렇게 설명까지 해줘야 알아먹는지(아니 해줘도 알아먹지 못하는지), 대한민국 공교육과 사회담론의 허접한 실상이 좌절스럽습니다. OTL

  5. !@#… nooe님/ 음, 확실히 현명하지 못한 표현이었군요. 소수자 취향으로서 존재하는 마조히스트보다는, 그냥 제가 원래 애용하는 ‘돼지’가 역시 더 나을 듯…;;;

  6. 돼지는 똑똑한 동물임.
    게다가 말보다 빠르고 1.5미터의 점프력을 가진 능력의 돼지도 얼마전 티비에서 봤음.
    으하하~

  7. nooe님/ 음. 저도 나름 똑똑한 동물이지만 말보다 느리고 1.5미터의 점프력을 지니지 못했으니, 돼지에게 1무 2패로 패배.